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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89/194)



〈 89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좋아, 그럼 역법은 이 정도로 됐을 테고. 그 외에 나한테 묻고 싶은 기초 지식은? 없다면 모험가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가고 싶은데?”

“아, 아직 딱 하나 있는데 괜찮을까요?”

그 뒤 공선자가 사내에게 물어본 것은 다름 아닌 마법사, 그리고 방금 전에 골목길을 순찰하던 이들에게서 엿들었던 익스퍼트니 유저니 하는 단어에 대한 설명이었다.

공선자와 그와 같은 질문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인지 사내가 잠깐 두 눈을 껌벅거리더니 이번에는 의외로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는, 납득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흠, 확실히 시골구석에서 살던 사람들이라면 마법사와 무술가에 대해서 모르고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모험가는 대부분이 마법사 아니면 무술가, 가끔 성직자들이 포함되는 업종이니까 그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아둘 필요성이 존재하지.”

여태까지 공선자가 물어봤던 지식들과 비교했을 때 이능에 관련된 지식들은 모르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는 지식들인 것 같았다.

다시 말해서 상당히 희귀한 지식에 속한다는 이야기. 공선자가 알고 있는 판타지 소설 같은 곳에서도 시골 촌놈들은 평생 마법사나 눈앞의 사내가 말하는 무술가와 비슷한 존재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라는 이야기가 가끔 등장하니 말이다.

그만큼 이쪽 세계에서도 이능을 가진 이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그 숫자가 적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공선자가 원래 살던 지구에서도 초능력자는 실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적은 숫자 때문에 헛소리 취급을 받지 않았는가?

허나, 그쪽과 다르게 이쪽은 초능력자 수준으로 숫자가 적은 것은 아닌 모양. 그야 지금 사내가 말하기로는 모험가들 대부분이 마법이나 무술처럼 이능을 가진 이들이라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시골 촌놈일 때는 몰라도 모험가가 될 것이라면 해당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사내의 이야기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 보자……, 일단 마법사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할까? 그야 현재의 시대는 마법 덕분에 문명이 빠르게 발달 중인 마법사들의 황금기에 가까운 시기니깐 말이지.”

그런 이유로 별 부담감 없이 공선자에게 마법사와 무술가라 불리는 이능력자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려고 했던 사내는 이내 어째서인지 미간을 살짝 좁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나 역시 마법사들과 그들이 부리는 마법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잘 알고 있는 게 아니야. 마법사들 본인이 아니라면 마법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하니깐 말이지. 그러니 마법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요소밖에 설명해 줄 수 없는데 상관없지?”

“네, 네…….”

혹시라도 마법에 대해서 제대로 파고들고 싶다면 마탑에 입문하라고 조언을 해주는 사내였다. 단지, 마탑의 경우에는 재능을 엄밀히 따져서 인재를 받아들이기에 입문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는 모양이었지만 말이다.

“보통 모험가 짓을 하는 마법사들도 일단은 마탑에 소속되어 있기 마련이니깐 말이지. 전투 마법사들이 경험을 쌓겠다고 모험가가 되는 게 대부분의 모험가가 된 마법사들의 사정이야. 뭐, 어디까지나 대부분인 만큼 소수의 경우에는 마탑에 소속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야.”

그런 경우는 보통 마탑에 소속되지 않은 스승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개인적으로 마법에 입문하게 된 이들이라는 모양이었다.

마탑의 지원을 못 받는 프리랜서에 속하는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연구비용이나 생활비용을 위해서 모험가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모양이었으니 말이다.

“각설하고, 그런 이유로 마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거나 마법사가 되고 싶으면 일단은 마탑에 들어가야 하지. 마탑에 들어가서 마법사가 되지 않는 이상은 마법에 대해서 아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깐 말이야.”

그리고 험상궂은 사내 역시 마탑 소속의 마법사는 아니었기에 마법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모양이었고 말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모험가로서 활동하며 이것저것 귀동냥으로 들었던 수준의 지식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모양.

하지만 공선자는 그 정도 수준의 지속도 없기에 일단은 그 기초지식에 대해서조차 감사한 마음으로 전해 듣기로 하는 것이었다.

“일단 마법이라고 하는 것은 대기 중에 존재하는 마나를 이용해서 구현되는 만능의 이적을 말해.”

“만능의 이적?”

“요컨대 마법을 사용하는 이의 역량에 따라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혹은 무엇도 할 수 없는 이능이라는 이야기지.”

그렇기에 보통 마법에는 불가능이 없다, 라고 마법사들은 이야기하고는 한다는 모양이었다.

현재 상황에서 마법으로 불가능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들, 정확히는 현대의 마법사들이 해답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는 모양.

그 점에 관해서는 마치 과학과 같았다. 과학 역시 발전 수준에 따라서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마법으로는 각종 현상을 자유자재로 일으킬 수 있어.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으키려는 현상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있어야만 가능한 이야기지만 말이야.”

그리고 마법은 이 역량을 나타내는 것을 ‘경지’라고 이야기하며, 동시에 경지라는 것을 ‘서클’로 구분한다는 모양이었다.

“1서클, 2서클, 3서클……. 이런 식으로 말이지. 그렇기에 마법사는 서클이 높으면 높을수록 강해. 더 많은 현상을, 더 강대한 현상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니깐 말이지.”

그렇다면 마법사가 경지를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아쉽게도 마법사가 아닌 사내는 그 방식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저 심장에 존재하는 서클의 개수를 늘린다는 것 외에는 나도 몰라. 무술가처럼 깨달음이 필요하다고도 하는데……, 솔직히 깨달음이라는 게 영 애매한 묘사여서 말이지. 무엇보다 나처럼 깨달음이라는 걸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고 말이야.”

당장 일단 무술가에 속하는 눈앞의 사내였지만 거창하게 깨달음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의 무엇인가를 얻어 본 적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마법사들의 경지 상승에 대해서는 설명해주기가 힘들었다.

“그 외에도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캐스팅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 캐스팅이라는 게 영창이나 수식계산, 수인 등등으로 이루어졌다는 것 정도? 마법의 기본적인 종류도 몇 가지 알고 있기도 하고 말이야.”

그렇게 이야기하며 사내는 마법에 대한 자잘한 몇 가지 지식을 나열해주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마나 짐나스틱의 종류에 따라서 학파가 나뉜다, 서클 외에도 전설 속의 클래스로 경지가 나뉘는 마법도 존재한다 등등의 이야기도 존재하지만 마법사가 아닌 난 거기까지 자세하게는 모르겠네.”

그렇게 한 템포 숨을 고른 뒤 사내는 팔짱을 끼고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 깊숙하게 등을 기대더니 이게 가장 중요하다는 어조로 말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뭘 어떻게 이야기해도 현대에서 마법사들은 결코 없어서는 안 되는 이들이라는 게 현실이야. 그야 우리 생활 깊숙하게 침투한,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아티팩트들은 죄다 마탑에서 나오는 것들이니깐 말이지.”

아티팩트라는 것은 공선자 역시 경험해보았다. 숙박시설의 조그마한 욕실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샤워기라던가, 변기라던가 말이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생활 전반에 아티팩트가 쓰이는 일은 없었어. 하지만 요 근래에 와서 마나석이나 마정석의 공급이 수직 상승했거든. 그 결과 덩달아 마정석이나 마나석을 주로 사용하는 아티팩트 분야가 발전했고, 어쩌다 보니 그게 마법사가 아닌 이들의 생활양식까지 바꾸게 되어버린 거지.”

그렇기에 이쪽 세계에서의 현대를 마법사들의 황금기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공선자가 살던 21세기 수준은 아니지만 아티팩트가 양산되지 시작하며 마법사들은 결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로 자리 잡았기 때문.

덕분에 학파별로 존재하는 마탑들 역시 때아닌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는 모양. 원래 마탑은 필요하면 그때그때 자금을 구하는 조직이었는데 요즘은 웬만한 상단들보다 더한 자금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 같았다.

“뭐, 모험가로서 활동할 녀석이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알고 있을 필요는 없고, 요점은 요즘은 마법사들이 잘나간다, 라는 것 정도만 알아두면 된다는 거지.”

일단은 그렇게 마법사에 대한 설명을 끝내는 남자. 그 남자의 설명에 공선자는 속으로 자신이 얻은 정보를 간략하게 간추려보는 것이었다.

‘……내가 상상하던 것과 그렇게까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네. 결국 마법이라는 건 캐스팅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마나라는 요소를 가공해서 이적을 일으키는 학문. 그리고 이쪽 세계에서는 과학을 대신해서 마법이 발달하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

거기에 사내의 설명을 들어보면 경지, 마법사들에게는 서클이라고 말하는 것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마법사는 점점 전지전능에 가까워진다는 모양이었다.

어마어마하게 높은 서클에 도달한 마법사는 홀로 국가도 상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모양.

현재는 그 정도로 높은 경지에 도달한 마법사는 없지만 홀로 도시 몇 개는 쓸어버릴 수 있을 수준의 경지에 도달한 마법사들은 존재한다는 것 같았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공선자는 내심 마음이 떨리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늘 단체에게 억압당해온 공선자다.

그런 그에게 개인이 단체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으니 감개가 깊지 않으면 오히려 그쪽이 이상한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들어보니까 마법을 배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네. 내가 알던 초능력과는 다르게 마나를 소모를 소모한다는 것 외에는 페널티가 없는 것 같지만 그 대신에 제대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 같으니 말이야.’

공선자가 알고 있던 최대 규모의 초능력 역시 홀로 도시 하나 정도는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규모이기는 했다.

단, 그러려면 자신의 목숨을 가져다가 내던져야 했다. 그것과 다르게 마법사는 어디까지나 마나를 소모하여 같은 이적을 행할 수 있다는 모양.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마법 쪽이 초능력보다 월등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도시 하나를 쓸어버려도 살아있을 수 있지 않은가?

심지어 마나만 회복하면 얼마든지 같은 짓을 벌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보다 ‘더 한 경지’에 도달하여 나라를 홀로 상대할 수도 있다는 모양이었고 말이다.

그러니 공선자로서는 할 수 있으면 그 마법이라는 것을 배워보고 싶었다. 허나, 역시 세상은 등가교환이라고 그렇게 대단한 마법인 만큼 초능력과 다르게 습득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것.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마법사에게 직접 개인 교습을 받는 것이 아니라면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마탑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는데 어떤 마탑이든 인재는 선별하고 선별해서 소수만 받는다는 것 같았다.

즉,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초능력 역시 재능이 요구되기는 했지만 단순히 재능만 있는 것이 아닌 마법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도 받아야 하니 결코 습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

‘……일단 내가 마법을 익힐 수 있을지, 없을지도 알 수 없으니까 마법에 대해서는 그냥 기초적인 지식만 알고 있는 것 정도로 마무리 지을까. ……거기에 이쪽 세계에는 역시나 마법만 있는 게 아니니깐 말이야.’

자신이 알고 있던 초능력, 아마도 권능이라고도 불리는 것과 다른 이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일단 공선자는 마법에 대한 관심을 접어두기로 하였다.

그야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마법을 배우기 힘들어 보였으니 말이다. 재능은 둘째치고 환경적으로.

그러니 그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공선자는 눈앞의 사내가 마법사 다음에 무술가라고 불리는 이들에 대해서 설명해주었으면 한다는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눈치 챈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지금부터 설명해줄 생각이었던 것인지 사내가 무술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법사와 쌍벽을 이루는 이들. ……무술가에 대한 설명인데. 요컨대 말 그대로 무(武)를 다루는 이들을 말해. 그게 건틀릿이든, 검이든, 창이든, 도끼든. 무(武)를 다루는 이들을 우리는 무술가라고 부르지.”

허나, 단순히 무(武)를 다루는 것만으로는 지금 사내가 이야기한 것처럼 마법사와 쌍벽을 이룬다는 취급을 받을 수 없을 터였다.

그야 마법사는 설명만 들어보면 경지에 따라서 산도 무너트리고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칠 수 있게 만드는 인외.

그래, 초인들인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초인들과 쌍벽을 이룬다는 이들이 단순히 인간으로서 무(武)만을 다루는 것으로 성립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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