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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90/194)



〈 90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당연히 그들에게도 그들을 초인으로 만들어주는, 공선자가 이야기하는 ‘이능(理能)’이라는 요소가 존재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공선자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사내의 설명을 그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물론 단순히 무기를 다룬다고 해서 무술가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는 게 아니야. 그야 그렇다면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고 그냥 무기 하나 꼬나쥔 마을 사람들도 무술가라고 불리게?”

마법사는 처음으로 마법을 발동시키는 것으로 마법사라 불린다. 그렇다면 무술가는 그냥 무기만 쥐고 있어도 무술가인가?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처음으로 마법을 발동시키는 것과 비교했을 때 그냥 무기를 잡는 것은 그 난이도가 달랐다.

당연히 단순히 무기를 잡는다고 무술가라고 불릴 수 있을 리가 없는 것. 만약 단순히 무기를 붙잡는 것만으로도 무술가라면 이쪽 세계의 인구수 80% 이상이 무술가라고 불렸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무술가라고 불리기 위한 기준은 무엇인가?

“마법사와 마찬가지야. 마법사가 캐스팅을 통해서 마나를 다루어내어 최초로 마법을 시동시켰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술가 역시 ‘마나’를 다루어 최초로 자신의 신체를 ‘강화’하는 가능해졌을 때 비로소 한 명의 무술가라고 불릴 수 있게 되는 거지.”

이쪽 세계에서 무술가라는 것은 단순히 무기를 다루는 이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법사와 쌍벽을 이루는, 다른 의미의 초인들.

그리고 그런 초인이 되기 위한 절대적인 요소 중 하나가 이들이 ‘마나’라고 부르는 요소인 것이었다.

마법사든, 무술가든 ‘마나’라는 것을 이용해서 범인을 벗어나는 힘을 발휘한다. 마법사는 마법으로 무술가는 자신의 신체에 마나를 깃들게 하는 것으로.

“그리고 무술가 역시 마법사와 같은 경지가 존재하며 이 경지가 높아지면 훗날 단순히 초인적인 힘을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무기’를 매개로 이적을 발휘하는 게 가능하지. 우리는 그걸 ‘오러’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오러를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경지는 무술가들은 익스퍼트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그전의, 마나를 이용해서 어디까지나 신체를 강화하기만 하는 것에 그치는 경지를 유저라고 부르는 모양이었고 말이다.

“마나를 마법사들과 다른 방식으로 이용해서 사용하는 이들, 그들이 무술가인 거다. 나 역시 그런 무술가 중 한 명이지. ……뭐, 그래 봤자 익스퍼트에도 도달하지 못한 유저 수준에 불과하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해도 마나를 감지하고 다룰 수 있는 이였다. 그런 만큼 범인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힘을 발휘하는 것이 가능해진 초인.

“무술가들은 마법사들과 다르게 다양성이 부족해. 하지만 무술가에게는 무술가 나름의 장점이 존재하지.”

이것은 결코 사내가 자신이 마법사가 아니라 무술가이기에 무술가를 좋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이란 것이 원래 늘 그렇듯이 장점과 단점이라는 게 있는 법. 그렇기에 사내는 어디까지나 마법사에게는 없는 무술가만의 장점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일단 입문하기가 쉬워. 보다 빠르게 마나를 사용하는 방법과 좀 더 제대로 무기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려면 보다 높은 수준의 무술에 입문해야 하기는 하지. 높은 수준의 무술들은 무술 그 자체가 보다 신체에 빠르게 마나를 쌓게 해준다고는 하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고위 무술이라는 게 어디 배우기 쉽냐? 경우에 따라서는 마법보다 더 배우기 힘든 게 고위 무술이야. 잘해봐야 고위 귀족에 속하는 무가에 가전 무술로 내려오거나, 아니면 재능이 철철 흘러넘쳐서 유명한 무관에서 스카우트해가서 배우게 되는 경우가 아니면 배우기 힘들지.”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보다 입문하기 쉬운 것이 무술이었다. 그럴 것이 막말로 그냥 대충 무기 하나 장만해서 그 무기를 휘두르는 훈련만 해도 재능이 있다면 유저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에……, 에? 그, 그게 가능한가요?”

“가능하지. 나도 원리는 제대로 모르지만 어떤 마법사가 이야기하기로는 무술가들은 신체를 움직이는 것으로 신체활동을 활발하게 하여 격렬한 생명활동에 의해서 평소보다 대량의 마나를 소모한다는 모양이야. 그리고 그 소모된 마나를 회복하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대기 중의 마나를 흡입하게 되는데 이때 소모된 것 이상의 마나를 흡입해서 남게 된 마나가 몸에 축적된다는 모양이더라고.”

그리고 그렇게 축적된 마나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언제부터인가 마나를 느끼게 되고 신체에 쌓인 마나를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것 같았다.

“그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비로소 진정한 무술가라고 말할 수 있는 유저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되는 거지. 뭐, 이런 게 이야기하는 나도 솔직하게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전부 이해하는 건 아니야. 그냥 열심히 훈련하다 보면 어느새 마나를 느끼고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된다……,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으니까.”

솔직히 사내뿐 아니라 다른 무술가들에게도 이 정도의 인식만으로도 충분한 것이었다. 고위 무술이 아닌 단순히 신체 훈련만으로도 마나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은 고위 무술을 배울 수 없는 이능에게 지극히 희망적인 내용이었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당연히 그것에도 한계가 존재해. 그야 고위 무술이라는 건 그 훈련을 통해서 신체에 쌓는 마나의 양을 보다 효율적이고 대량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체계적인 무술이라는 거니깐 말이지.”

거기에 마나를 쌓아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 되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설령 마나로 신체를 강화하거나 오러라는 것을 사용할 수 있게 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그 수단을 제대로 알 수 없다면 빛살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무술은 중요하지. 강화된 신체능력과 무기에 깃든 오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표니깐 말이야. 그래서 내가 이 이야기를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거냐면……. 결국 재능이라는 거지. 재능.”

재능이 있는 녀석들은 고위 무술이 없어도 그저 검만 휘두르다가 오러를 다루는 익스퍼트의 경지에 도달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집약시킨 자신만의 무술까지 창조해내기 이르는 것이었다.

허나, 재능이 없다면? 그렇다면 제대로 된 무술에 입문하지 않는 이상은 대성하기 어려웠다.

마나라는 것은 재능이 없으면 지극히 다루어내기 힘든 존재였으니까. 단, 그렇다고 해도 단순히 무기를 다루는 것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 오랜 시간 칼밥을 먹고 살다 보면 경험이 쌓여서 그 경험을 토대로 재능이 없다고 해도 익스퍼트에 오르는 녀석들이 없는 건 아니고 말이지. 애초에 재능이 없으면 입문조차 할 수 없는 마법과 다르게 어느 정도 재능을 따지지 않는다는 게 무술의 장점이란 이야기지.”

그것이 바로 사내가 이야기했던, 마법과 비교했을 때 무술은 비교적 입문이 쉽다는 이야기의 실체였다.

보다 높은 경지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고위 무술과 재능이 필수였다. 허나, 단순히 무술가에 입문하는 것뿐이라면 마법사보다 훨씬 쉬웠다.

설령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청년이라고 해도 무기 하나 쥐고 열심히 몇 년 정도 스스로 수련을 하다보면 운이 좋을 경우 유저의 마나를 감지하고 다룰 수 있게 되는 제대로 된 무술가가 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캐스팅이 필요 없다든가, 마법사처럼 비밀주의가 아니어서 무관이나 무가에 속하지 않아도 운만 좋으면 타인에게 가르침 받기가 쉽다든가 하는 등등의 장점 역시 존재하지. 그렇기에 어딘가에 속하지 않은 상태로 개인의 무력을 갖기 위한 수단으로 무술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고?”

무엇보다 마법처럼 배우는 것에 돈을 잡아먹는 직업도 아니라며 사내는 보다 무술가의 장점을 어필하는 것이었다.

“……뭐, 그렇다고 무술가한테 장점만 있는 건 아니야. 분명한 단점도 존재해. 당장 말했던 것처럼 마법사보다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결국 무술이란 게 무엇인가를 죽이는 ‘수단’이라는 점이지.”

그렇기에 마법과 달리 문명의 발달과 같은 요소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모양. 아무리 사내가 무술가에 속한다고 해도 일인 만큼 공선자에게 잘못된 지식을 주입할 생각은 없는지 제대로 무술의 단점도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무술가들도 마법사들은 인정하는 시대지. 그야 이 정도로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어주는데 인정하지 않으면 그게 배은망덕한 거니깐 말이야. ……마법이 유용하다는 건 인정하는 것하고 마법사라는 녀석들이 괴팍하다는 걸 부정하는 건 다른 이야기지만.”

……아마도 마법사와 무술가는 원래 조금 사이가 안 좋은 편이었던 모양이다. 하긴, 서로 다른 분야에서 정진하는 이들이니 그런 경우에 아예 없을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터.

“이런 설명이 다른 곳으로 새어버렸군. 요점은 무술도 마법도 결국 각자의 장점단점이 있다는 거지. 앞으로 네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마탑에 들어가든, 아니면 무관에 들어가거나 스스로 무기를 들든, 각각의 길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제대로 조사하고 들어가라는 거지.”

뭐, 마탑이나 무관에 들어가는 것도 재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첨언하며 사내의 마법사와 무술가에 대한 설명은 거기에 끝나는 것이었다. 그에 공선자게 조금 의아한 목소리로 묻는 것이었다.

“저기……, 서, 성직자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 성직자 말이지……. 미안하지만 그 녀석들에 대해서는 나도 자세히 몰라. 신앙심으로 이적을 발휘한다는 것 같기는 했는데 솔직히 나한테 마법이나 성직자들이 발휘하는 이적이나 그게 그거 같아 보였거든.”

마법사들 중에서도 회복계열의 마법을 사용하는 이들도 있었고 반대로 성직자들 중에서도 공격계열의 이적을 발휘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솔직히 말해서 사내는 마법사와 성직자의 구분이 어렵다는 모양. 일단 자기들 말로는 전혀 다른 학문이라고는 하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줘도 사내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뿐이었다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사내의 설명을 들은 공선자는 겉으로는 여태까지의 설명을 이해하기가 힘들어하는 어벙한 표정을 연기하면서도 속으로는 냉정하게 습득한 정보를 정리하고 있었다.

‘즉, 이쪽 세계에는 마나라는 것은 이용해서 무술과 마법이라는 이능을 사용할 수 있는 세계라는 거군. 마법의 경우에는 제대로 마법을 배워야 하지만 무술의 경우에는 높은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모를까 무술 자체에 입문하기 위한 수단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거기에 무관과 마탑이라는, 무술과 마법을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연구하는 조직도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대가가 존재했다. 재능이든지, 아니면 돈이나 권력 같은 거 말이다.

그리고 공선자에게는 그 전부가 없었다. 재능은 모르겠지만 돈도 권력도 없는 이상 당장은 무관이나 마탑이라는 곳에서 제대로 된 무술이나 마법을 배우는 것을 힘들 터.

‘거기에 애초에 그런 조직에 속하게 된다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도 힘들겠지.’

단순히 이쪽 세계에서 살아가기만 할 것이라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설마 공선자를 모르모트로 대하던 연구소보다 인권을 더 보장해주지 않거나 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거기에 마탑에 소속되어도 모험가로서 활동하는 마법사들도 있다는 모양이고 말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공선자는 조직에 마탑과 무관에 들어가는 게 꺼려졌다.

공선자 개인이 어딘가에 속한다는 게 꺼려지는 것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공선자는 이쪽 세계에 언젠가 멸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 멸망에 대해서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누군가가 자신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자리는 사양하고 싶었던 것.

‘……마탑이란 무관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웃기지만 말이야. 애초에 제대로 들어갈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고 말이지. 그러니 그 부분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에센스와 오라, 마나의 관계성에 대해서일까.’

길드 회관의 간판 아저씨 덕분에 공선자는 자신이 모르던 고유명사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마법과 무술에 필수요소라고 이야기되는 ‘마나’라는 고유명사.

마법과 무술이라는 이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마나가 필요했다. ……그리고 공선자의 에볼루션 시스템, 권능에 속하는 이능을 다루기 위해서는 ‘오라’라는 요소가 필요했다.

다른 체계고 다른 요소를 필요로 하지만 어떻게 보면 세 가지 전부 ‘인간이 본래는 다룰 수 없는 이적’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

그 공통점을 생각한다면 오라와 마나는 무엇인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은가?

‘거기에 오라는 에센스가공형태의 한 종류……, 라는 추측을 스테이터스 창에서 할 수 있었다. 즉, 오라는 에센스라는 미지의 요소를 가공해서 만들어낸, 아마도 권능을 발휘하기 위해서 필요한 모종의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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