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그렇다면 이것에 맞춰서 마나라는 것도 오라와 마찬가지로 무술과 마법을 발휘하기 위해서 에센스라는 기운을 가공한 에센스가공형태의 한 종류가 아닐까? 라는 추측을 해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추측이 사실이라면 마법과 무술, 그리고 공선자가 초능력이라 불렀던 권능의 관계성 역시 다시금 생각해봐야 했다.
‘그리고 이 추측이 중요한 이유는 다름 아닌, 권능의 일종인 에볼루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내가 과연 마법과 무술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점인데.’
솔직히 말해서 판단이 잘 서지가 않았다. 그야 공선자는 이제 막 마법과 무술, 그리고 권능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배운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슬쩍 눈앞의 사내에게 떠보는 것처럼 물어보았다.
“저, 저기……. 그럼 무술하고 마법을 둘 다 배울 수는 없나요? 둘 다 장점하고 단점이 있으면 두 개다 배우면 자, 장점만 남지 않을까 해서…….”
“……결론만 말하자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추천은 안 해. 이유는 두 가지. 첫 번째로 사람에게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지. 요컨대 하나 배우는 것에 인생 전부를 마쳐도 마스터에 못 오르는 사람들이 95% 이상인데 두 개 전부 배워서 대성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거지.”
그야 사람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보다 하나에 집중하는 편이 더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생명체이기는 했으니 말이다.
“물론 이것도 사람마다 개인차가 존재하지. 정말로 미친 듯이 천재인 녀석은 어쩌면 마법과 무술. 두 가지 전부 대성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역시나 마법이나 무술, 둘 중 하나만 배우기 마련이야. 그 이유가 바로 두 가지 이유 중 2번째. ……마법에 사용하는 마나와 무술에 사용하는 마나가 충돌하기 때문이야.”
마법에 사용하는 마나와 무술에 사용하는 마나는 서로 반발했다. 그렇게까지 심하게 반발하는 것은 아니기에 마법과 무술을 동시에 배우는 게 불가능할 수준은 아니었다.
허나, 경지가 높아질수록 점점 신체에 담는 마나의 양의 많아지면 많아진 마나의 양 때문인지 더더욱 반발이 심해진다는 모양.
“그렇기에 마법과 무술을 같은 경지로 끌어올려서 높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마나의 반발에 의해서 마나의 발광에 빠져버려 죽거나 폐인이 된다는 모양이야. 그렇기에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마법과 무술, 둘 중 하나만 선택하고 혹시라도 두 가지 전부를 배우게 된다고 해도 마법이나 무술, 둘 중 하나의 경지가 다른 하나의 경지보다 월등히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지.”
그 정도 수준으로 차이가 나야지 두 가지 이능이 가진 마나의 반발을 한쪽의 기운으로 억누를 수 있다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괜히 멋있을 것 같다고 마검사니 마투사니 하는 것에 대한 동경은 접어두라고. 마법과 무술을 동시에 마스터급으로 익힌다는 건 전설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니까.”
요컨대 마법과 무술을 동시에 배우는 게 가능하기는 하지만 매우 위험하다는 것 같았다. 거기에 설령 위험을 무릎 쓰고 배워도 전혀 두 가지 전부 제대로 습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같았고 말이다.
‘……그럼 권능을 지닌 난 마법과 무술을 배우지 못할 확률이 높겠군.’
당장 똑같은 ‘마나’라는 단어로 불리는 두 기운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반발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마나가 아닌 완전히 다른 단어인 ‘오라’라는 기운을 지니고 있는 공선자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마나의 발광이라는 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걸리면 죽거나 사망이라고 하지 않은가?
그러니 단순히 마법과 무술을 함께 배우는 것보다 더욱 위험할 수도 있는 공선자가 권능과 마법, 혹은 권능과 무술을 함께 배우는 것은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쪽이 좋을 것 같았다.
‘……실망하지 말자. 애초에 당장 에볼루션 시스템의 스킬들만 봐도 충분히 마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의 이능들이잖아?’
그러니 일단은 안전이 검증될 때까지 무술과 마법을 습득하는 것은 보류하고 공선자 자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볼루션 시스템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애초에 무술과 마법이 어디 배우고 싶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인가? 들어보니까 예전보다는 지식의 공유가 활발하다는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제대로 된 무술과 마법을 배우려면 갖은 고생을 다 해야 하고 거기에 운도 따라줘야 한다는 모양이었으니 말이다.
“저, 저기……, 마스터급이라는 게 뭔가요?”
그러니 더 이상 무술과 마법에 미련을 두지 않은 공선자는 그것보다 신경 쓰였던 고유명사에 대해서 묻기로 하였다.
“아, 마스터? 아까도 이야기했다시피 무술가의 경지는 유저, 익스퍼트 등으로 불린다고 했지? 거기에서 더 나아가면 마스터라는 경지가 있어. 요컨대 유저를 걸쳐 익스퍼트가 되고, 익스퍼트마저 뛰어넘으면 마스터의 격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거지.”
마법사 역시 1서클, 2서클, 3서클 등으로 구분되는 경지가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유저, 익스퍼트, 마스터로 분류되기도 한다는 모양이었다.
“마법사의 경우에는 4서클 비기너였나? 마스터였나? 여하튼 그때까지 유저급이고, 그 이후부터 6서클 비기너까지가 익스퍼트급, 6서클 마스터부터가 마스터급으로 분류된다고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야…….”
마법사의 경우에는 자세히 알지 못해서 정확한 구분은 아닐 수도 있다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구분되는 격들 중에서도 마스터는 그야말로 모든 무술가와 마법사들이 꿈꾸는 꿈의 격이지. 일인군단, 홀로 도시를 쓸어버릴 수 있는 천외천의 괴물들. 인간병기를 뛰어넘어 초인마저 초월한 초인병기.”
그것이 바로 마스터급의 강자들을 나타내는 단어들이었다. 한 나라에 1~2명 있으면 많다고 이야기되는 초월적인 강자들.
“뭐, 마스터 위에 그랜드 마스터니 하는 경지가 있다고들 하지만 그런 경지가 전설에서나 나오는 거고, 실제로 무술가나 마법사들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는 마스터까지지. 거기에 당장 마스터만 되어도 어느 나라에서든지 귀족 작위를 받을 수 있고, 무술가의 경우에는 아무런 조건도 없이 자신만의 무관을 설립하는 것도 가능하니깐 말이야.”
그렇기에 누구나 도달하고 싶어 하는 경지. 허나,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이들의 숫자는 사막에 존재하는 수많은 모래 중에서도 한 줌에 불과할 수준의 비율밖에 되지 않았다.
“그게 마스터의 경지야. 유저, 익스퍼트를 걸쳐 도달할 수 있는 절대적이 격. 물론 마스터에 도달한다고 끝인 건 아니지만 말이야.”
마법사가 1서클, 2서클, 3서클 등으로 나누어지는 것처럼 무술가들 역시 단순히 유저, 익스퍼트, 마스터로만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각각의 ‘격’이 초급, 중급, 상급, 최상급이라는 경지로 다시금 나누어진다는 모양이었으니 말이다.
“즉, 유저에도 익스퍼트에도 초급 중급, 상급, 최상급의 차이가 있고 그 마스터조차도 초급에서 최상급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거지. 그러니 마스터에 도달한다고 끝인 건 아니야. 하지만 하나의 도달점인 건 확실하지……. 이런 내가 조금 주책이었나?”
사내 역시 무술가였다. 그런 만큼 마스터라는 경지를 동경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야기. 그렇기에 공선자의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너무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다는 생각에 조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는데, 공선자의 입장에서는 저렇게 스스로 주저리주저리 떠들어주는 게 고마웠다.
‘……격과 경지라. 이쪽 세계의 이능은 그것을 통해서 이능의 강함 수준을 나타내는 건가. 물론 그게 전부 절대적이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중요한 요소인 건 틀림없어 보이네.’
그야 마스터에 오르면 하나의 도시조차 홀로 쓸어버릴 수 있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역으로 ‘마스터에 오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즉, 사내의 설명대로 마스터를 눈앞에 둔 익스퍼트 최상급이라는 경지와 막 마스터의 격에 도달한 마스터 초급이라는 경지는 그 차이가 단순히 경지 하나 차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는 이상을 실감할 수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일단은 머릿속에 넣어둘까. 강자를 나누는 척도가 있다는 건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강자를 보다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거야. 그리고…….’
강자를 보다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그 정보를 통해서 자신이 싸워도 되는 이인지, 결코 적대해서는 안 되는 사람인 것인지에 대한 구분이 보다 수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였다.
‘그러고 보니 이 모험가 길드의 길드장은 익스퍼트 최상급이라고 하지 않았나? ……과연, 그래서 오전에는 내가 결코 적대해서는 안 된다고 느낀 거구나.’
마스터는 아니었지만 마스터를 눈앞에 둔 경지. 도대체 그게 얼마나 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의 자신 정도는 눈을 감고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어렴풋이 추측하는 공선자였다.
그야 처음 그 길드장과 눈을 마주쳤을 때 느꼈던 본능적인 공포를 생각하면 전혀 이상한 추측도 아니었다.
“큼큼……. 어쨌든 이걸로 마법사와 무술가에 대한 설명은 끝난 것 같으니 슬슬 모험가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에 들어가도 될까? 설마 아직도 더 모르는 게 있는 거냐?”
공선자가 길드장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때 사내가 입을 열어오자 공선자는 무의식으로 알고 싶은 거야 아직 많다고 이야기할 뻔한 것은 막았다.
그래, 아직도 알고 싶은 것은 많았다. ……하지만 당장 여태까지 전해 들은 설명만으로도 일단은 모험가에 대한 설명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그야 모험가라는 단어, 그리고 모험가는 대부분이 무술가나 마법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설명만 들어도 대충 어떤 직업인지 감이 왔으니 말이다.
그러니 일단은 이 정도 정보만으로도 자신이 어쩌다 보니 속하게 된 모험가라는 직업이 무엇일지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일단 더 이상 이것저것 묻지 않도록 하기로 하였다. 지금까지 얻은 정도로 대충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한 것인지는 거의 대부분 파악했으니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괜히 더 많은 것을 알고자 이것저것 캐물었다가 정작 중요한 모험가에 대한 설명을 짜증 같은 감정으로 대충해주면 어쩌겠는가?
그러니 공선자는 우선은 이 이상 눈앞의 사내를 귀찮게 하는 것을 멈춘 것이었다. 그 대신 지금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를 듣기로 한 것.
“아, 아뇨……. 이,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이, 이제는 앞으로 제가 뭘 해야 할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게 내 본래 업무니까 감사할 것까지야.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일반상식이 없어서 당황하기는 했지만 결국 난 너한테 모험가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만 알려주면 되니깐 말이지.”
그리고 여태까지의 설명은 그것을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라고 생각한다면 납득하지 못할 것도 아니라는 것 같았다.
“그야 자기가 어느 나라의 어느 도시에서 일하는지도 모르고, 거기에 날짜 계산도 못 하고, 무엇보다 모험가에게 가장 중요한 무력을 얻는 방법조차 모르는 녀석을 모험가로서 써먹을 수도 없을 테니깐 말이지. ……오히려 난 너 같은 백지나 다를 법 없는 녀석을 길드장님이 무슨 생각으로 스카우트해온 건지 이해가 안 간다. ……그렇다고 따질 생각은 없지만.”
돈을 주면 주는 대로 그에 맞춰 업무를 처리하면 된다. 그것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이기에 어처구니가 없어도 따질 생각은 없었다. 딱히 부조리한 업무도 아니었고 말이다.
“휴우……, 그러면 일단 모험가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간단하게 요약을 하자면……. 몬스터나 마수, 혹은 던전과 관련된 일을 주로 맡는 해결사, 라고 할 수 있겠지. 단, 여기서 어디까지나 ‘주된’ 일인 만큼 그 외의 의뢰도 받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그냥 ‘만능해결사’라고 말하는 쪽이 어울리려나?”
사내의 설명에 공선자는 역시 모험가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 계열의 직업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판타지 소설에서 나오는 모험가도 저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일신의 무력으로 의뢰를 받고 의뢰를 해결하는 것으로 의뢰금을 받는다.
현대에서보자면 흥신소에 가까운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었다. 단, 현대와는 다르게 이곳에는 몬스터와 같은, ‘인류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이 실존하는 모양.
그렇기에 단순한 흥신소를 넘어서 그 인류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과 관련된 일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직업을 모험가라고 하는 모양.
‘용병이라는 직업도 있는 모양이던데……. 용병은 사람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해결사, 모험가는 인류의 적으로 분류되는 쪽을 전문적으로 해결하는 해결사라고 생각하면 될까?’
공선자가 이쪽 세계에 떨어진 뒤 자신이 습득했던 정보들 중 용병에 관련된 정보를 떠올리는 것이었다.
분명히 길가에서 걸으며 상당한 목소리로 떠들어대던 이들이 용병을 언급하며 전쟁 어쩌고저쩌고한 것을 보니 아마도 공선자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터.
물론 저것이 완전히 올바른 분류는 아닐 것이다. 들어보니 모험가는 주된 업무로 몬스터와 연관된 의뢰를 받지만 그 외의 의뢰를 받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으니 말이다.
용병 역시 사람들을 주로 상대하는 호위 업무나 전쟁 등과 같은 의뢰 외에도 각종 의뢰를 받을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저기 게시판이 두 개 보이지? 각각의 게시판마다 등급에 맞는 의뢰들이 부착되어 있는 거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순서대로 스프라우트, 노비스 등급 순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