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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6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96/194)



〈 96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그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섣불리 쌈닭이라는 이름의 몬스터가 닭의 형태를 지닌 몬스터라는 편견을 갖지 않았다.

‘……자유 의뢰니까 굳이 수주를 받기 위해서 카운터에 갈 필요가 없다는 점도 메리트이기는 한데, 그렇게 되면 이 쌈닭이라는 몬스터에 대해서 물어볼 수가 없네.’

자유 의뢰는 의뢰서를 가지고 카운터로 가서 의뢰를 수주받을 필요가 없었다. 게시판에 고정된 형태로 의뢰가 존재하며 해당 의뢰를 보고 의뢰가 원하는 요소를 누구나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계열의 의뢰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귀속 의뢰처럼 의뢰를 수주받으러 갔다가 장비가 없다고 의뢰를 수주해주지 않는 경우는 없을 터. 그냥 게시판을 통해서 이런 의뢰가 있다, 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체적으로 해당 의뢰를 달성하기 위해서 움직이기만 하면 되었으니 말이다.

……허나, 그렇게 될 경우 사전에 해당 자유 의뢰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말 그대로 맨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설령 자유 의뢰라고 해도 할 수 있으면 길드 회관의 사람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얻어가는 것이 좋을 터.

하지만 장비도 없는 상황에서 몬스터에 대해서 묻게 된다면 당연히 방금 전과 다를 게 없는 조언이라는 이름의 경고를 듣게 될 것이었다.

직업 정신이 투철한 이들이라면 경우에 따라서는 단순히 경고에 그치지 않고 억지로 말리려고 들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자유 의뢰라고 해도 토벌 의뢰라면 수주받기가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공선자가 눈 겨워 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채집’ 의뢰인 것이다.

즉, 요컨대 의뢰의 중심 내용은 결국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의 나뭇가지를 수거해오는 것.

이때 운이 나쁘면 몬스터와 마주칠 수도 있지만 운이 좋으면 마주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또한 몬스터를 ‘토벌’해야 하는 의뢰가 아니라 몬스터를 피해서 요구하는 물건을 ‘채집’해야 하는 의뢰라면 몬스터와 마주친다고 해도 전투가 아니라 ‘도망’이라는 선택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

즉, 채집 의뢰는 달성하기 위한 난이도가 토벌 의뢰보다 낮다는 소리. 그리고 그것은 다르게 이야기하면 굳이 ‘장비’가 없어도 충분히 주의만 한다면 달성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의뢰라는 이야기였다.

‘……이걸로 할까.’

그렇게 머릿속에서 계산을 끝마친 공선자는 즉시 행동에 들어갔다. 잠깐 동안 게시판의 의뢰를 살펴보는 척하다가 다시금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것.

“저, 저기……. 스프라우트 등급의 게시판의 싸, 쌈닭의 영역에서 나뭇가지를 수거해오는 의뢰를 받고 싶은데…….”

“흠, 채집형의 자유 의뢰 중 하나인가. 도시 안이 아니라 성 밖에서 수행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일단 경험을 쌓는다는 의미에서는 나쁘지 않은 의뢰지.”

과연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인지 험상궂어 머리 쓰는 일은 젬병으로 보이는 인상과 다르게 공선자가 어떤 의뢰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곧바로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길드 회관에서 일하는 사람답게 게시판에 게시된 의뢰들 대부분을 외우고 있지 않으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의뢰를 외우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머리가 좋다는 것. 아니면 경험이 많아서 요령이 생긴 것이거나 말이다. 어느 쪽이든 눈앞 사내의 인상을 생각하면 충분히 의외라고 할 수 있는 것.

“난이도도 낮은 편인 만큼 안전성도 나쁘지 않지. 거기에 안전한 도시 안쪽이 아니라 위험한 성 바깥에서 의뢰를 진행한다는 경험을 넘어서 운만 좋으면 별 피해 없이 ‘몬스터와 싸우는 경험’을 쌓을 수도 있고 말이야.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대로 된 장비가 있을 경우의 이야기야.”

사내의 분석은 공선자가 떠올렸던 분석과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기에 뒤이어 사내가 어떤 내용의 이야기를 할 것인지도 예상할 수 있었고 말이다.

“제대로 된 장비, 하다못해 단검 한 자루라고 가지고 있으면 모험가가 된 뒤 최초로 수주받는 의뢰로서 나쁘지 않지. 쌈닭은 만나지 않으면 그냥 나뭇가지만 주워오면 되는 거고, 쌈닭은 만난다고 해도 쌈닭이 그렇게 강한 몬스터는 아니니까. ……하지만 다시금 강조하지. 그건 어디까지나 ‘무기’를 하다못해 하나라고 가지고 있을 경우의 이야기야.”

말하는 것을 보니 쌈닭이라는 몬스터는 최하급 중에서도 최하급에 해당하는 몬스터인 것 같았다.

그러나 몬스터는 몬스터. 아무리 최하급 몬스터라고 해도 무기 없이 상대할만한 존재는 아닌 모양. 때문에 사내는 공선자에게 다시 생각해보기를 권고했다.

“무기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쌈닭은 만나지 않는다면 모를까, 혹시라도 쌈닭은 만난다면 농담이 아니라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러니 웬만해서는 무기 하나 장만할 때까지 성 내부에서의 진행하는 의뢰를 수주받는 걸 추천하지. 아니, 하다못해 몬스터의 서식지 바깥에서 채집해도 되는 의뢰를 수주해라.”

성 밖에서 의뢰를 진행하는 이상 설령 몬스터의 서식지가 아니라고 해도 몬스터와 마주칠 확률이 0%인 것은 아니었다.

지극히 드물지만 가끔씩 몬스터와 마주하는 경우도 있는 것. 허나, 적어도 몬스터 서식지 내부에서 소재를 채집해야 하는 의뢰보다는 훨씬 안전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사내는 적어도 돈을 모아서 무기 하나 정도는 장만할 때까지 웬만해서는 성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거기에 설령 성 밖으로 나간다고 해도 몬스터 서식지에 들어가야 하는 의뢰를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이었다.

“하, 하지만 모험가로서 활동하려면 결국에는 언젠가 모, 몬스터와 마주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 그렇다면 차라리 비교적 안전하게 몬스터에게 익숙해질 수 있는 의뢰를 진행하는 게, 나, 나중을 위한 일이 되지 않을까요?”

“……확실히 그 의견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말이지. 쌈닭이라면 도망치는 것도 어렵지 않은 계열의 몬스터고 말이야. 몬스터라는 종 자체에 익숙해지기 위한 수단으로서 나쁜 것만은 아니야.”

설령 싸우는 게 아니라고 해도 몬스터와 마주친 뒤 도망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경험이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생전 처음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생명체와 마주하는 것보다 적어도 한 번은 그와 같은 생명체와 마주한 뒤 도망친 경험이 있는 쪽이 비슷한 생명체와 싸우게 될 때 훨씬 안정적인 정신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한 번은 도망쳐봤으니 적어도 수틀리면 도망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겨 몬스터를 앞두고 전신이 경직되어 정말로 아무것도 못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

“하지만 혹시라도 도망칠 수 없을 정도로 겁을 먹는다면 정말로 위험할 텐데? 거기에 딱 보니까 너……, 상당히 겁이 많은 타입 아니냐?”

“그, 그렇기는 하지만…….”

겁도 많은 녀석이 굳이 그렇게 위험한 자초하는 게 조금 이상한 것 같다는 표정을 짓는 사내. 그러나 이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겁이 많은 것이야 개인의 성격에 따른 차이지만 겁쟁이가 계속해서 겁쟁이로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겁이 많다고 해도 그런 자신의 성격을 고치려고 도전하는 일이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일단 겁이 많아 보임에도 불구하고 위험에 도전하는 공선자의 행동은 수긍했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순순히 내버려두기도 뭐했다.

“쯧, 겁이 많으면서도 굳이 위험한 일에 도전하겠다는 녀석은 드문데 말이야. ……그래도 평생 겁쟁이로 있으려는 것보다는 낫지만 말이야. 그렇지만 현실이 그렇게 녹록한 것도 아니거든? 공포를 이겨보겠다고 도전하다가 공포에 집어 삼켜져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으니깐 말이지.”

“……하, 하지만 언제까지 몬스터에 겁을 먹어서야 제대로 모험가로서 활동할 수도 어, 없잖아요?”

“그렇기는 하지……. 그래, 너 알아서 해라. 나는 이미 충분히 경고해줄 만큼 경고해줬으니까. 거기에 쌈닭의 영역에서 나뭇가지를 주워오는 것 정도의 의뢰라면 정말로 어지간히 운이 없지 않은 이상은 죽을 일도 없을 테니 경험으로는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그렇게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선자가 고집을 부리는 모습을 보이자 사내가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공선자는 생판 타인이었다. 그런 만큼 이렇게까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돌리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간섭은 오지랖인 것이다.

거기에 말했다시피 생판 타인에게 이 이상 잔소리를 하는 것도 귀찮았고 말이다. 그러니 자신의 의무를 다한 이상은 더는 관계될 생각이 없었던 것.

무엇보다 경고를 하기는 했지만 그…,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정말로 미친 듯이 운이 나쁘지 않은 이상은 공선자가 수주받으려는 의뢰 정도로 목숨을 잃는 경우는 없었고 말이다.

단순히 길드 회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면서 그런 의뢰를 가지고 끝까지 하지 말라고 말리는 것도 어떻게 보면 월권행위가 아니겠는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해. 네 녀석의 모습은 너, 스스로의 것이지 내게 아니니깐 말이지. 그 목숨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이지.”

“저……, 그, 그러면 그 의뢰에서 이야기하는, 쌈닭의 영역이 어디쯤에 있고 혹시라도 쌈닭이라는 몬스터를 만날 때를 대비해서 쌈닭이라는 몬스터가 어떤 몬스터인지 알아두고 싶은데 말이죠…….”

요컨대 정보를 달라는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일부로 신경 써서 건넨 경고를 무시한 녀석에게 그다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싶지 않았지만 일단은 일이었기에 성실하게 대답을 돌려주는 그.

“쌈닭의 서식지 위치와 쌈닭에 대한 정보 말이지. 그렇게 귀중한 정보는 아니니까 가르쳐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

딱히 정보를 숨기거나 하려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굳이 숨길 필요도 없는 수준의 정보에 불과하다는 이야기.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숨길 필요도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수준의 정보라는 이야기도 되었다.

그렇기에 사내는 공선자가 원하던 쌈닭에 대한 정보와 서식지에 관해서 알려주면서도 공선자가 역시 이 정보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사내의 표정을 통해서 쌈닭에 대한 정보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정보 중 하나라는 사실을 눈치 챈 공선자였지만 애초에 이제 와서 상식을 운운하기에는 여태까지 너무 많은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냥 뻔뻔하게 사내의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한 척을 하며 사내가 전해주는 정보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남쪽 성문으로 나가서 길을 따라서 쭉 가다 보면 20분 정도 걸은 시점에서 산기슭으로 들어가는 길로 접어들 거야. 거기서 길에서 그렇게 크게 벗어나지 않고 그 주변을 뒤지다 보면 쌈닭의 서식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거다.”

쌈닭의 서식지에서는 쉽게 닭의 깃털로 보이는 깃털을 찾을 수 있기에 딱 그 장소가 쌈닭의 서식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모양이었다.

“다, 닭의 깃털이라고 한다면……, 쌈닭은 역시 닭의 형태를 한 몬스터인 건가요?”

“그렇지. 이름부터가 쌈닭이잖아? 말 그대로 싸우기 위해서 태어난 닭 같은 녀석이야. 뭐, 그래 봤자 닭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최하급 몬스터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말이야. 애초에 떡하니 이름에 닭이라고 표기되어 있잖아? 그런데 설마 백조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겠지.”

“그, 그렇군요. 하하하하하…….”

사내의 발언에 공선자는 어색하게 웃으면서도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에볼루션 시스템에 탑재되어 있는 언어의 번역 기능에 대한 추측이었다.

‘이건 다시 말해서 이 몬스터에게 붙은 고유명사를 내가 이해하기 쉽도록 내가 알고 있는 한국어에 맞춰서 에볼루션 시스템의 번역 시스템이 자동으로 번역을 해줬다……, 이런 이야기지?’

그렇지 않았다면 닭처럼 생겼기에 이쪽 세계의 언어로 쌈닭이라는 의미를 가진 고유명사가 붙었을 몬스터의 이름을 에볼루션 시스템이 한국어로 쌈닭이라 번역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좀 더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영어의 경우 쌈닭을 번역하자면 대충 파이트치킨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터.

허나, 실제로 파이트치킨이라는 고유명사는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이 파이트치킨이라는 고유명사는 해당 몬스터만이 가지는 고유명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고유명사를 한글로 번역하면? 파이트치킨이다. 그럴 것이 이 파이트치킨이라는 고유명사를 한국어인 쌈닭으로 번역하기 위해서는 영어에서 파이트가 싸움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치킨이 닭이라는 의미를 지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이것을 이쪽 세계의 언어체계로 전환해서 설명하자면 대충 프레스보우라는 발음으로 불리는 고유명사를 번역 시스템이 각각 자동으로 이쪽 세계에서는 프레스가 싸움이고 보우가 닭이라는 의미로 불리니까 한국어로 번역하면 쌈닭이다! 라는 식으로 번역을 해줬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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