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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97/194)



〈 97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단순히 프레스보우, 라는 고유명사가 쌈닭이라는 의미를 가진 몬스터다, 라는 식으로 사전에 등록되어 있기에 번역을 해준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고유명사의 경우 어원을 해석하여 그에 맞춰서 한국어로 맞춤 번역을 해주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단순히 언어의 뜻만을 해석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전자든 후자든 결국에는 그 언어가 가진 어원을 분석하여 번역해주는, 현대에서조차 꿈꿀 수 없었던 고위 체계의 번역 시스템인 것.

그리고 이는 이쪽 세계의 언어 체계를 모른다고 해도 번역된 고유명사를 통해서 해당 고유명사의 어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것이 가능하면 쌈닭이라는 고유명사를 통해서 몬스터가 닭 형태의 몬스터라는 사실을 유추해낸 것처럼 고유명사로 몬스터의 특징을 알 수도 있다는 소리.

‘이건 상당히 도움이 되겠어.’

이름과 같은 고유명사는 웬만해서는 해당 고유명사를 가진 존재의 특징을 담기 마련이었다.

당장 쌈닭이라는 몬스터에게 쌈닭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런 만큼 고유명사의 어원을 알 수 있다는 그를 통해서 자신이 상대할 몬스터의 특징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이야기.

반대로 어원을 알 수 없다면? 공선자에게는 쌈닭이라는 발음으로 들리는 몬스터의 어원이 사실 싸움과 닭이라는 어원을 가진 게 아니라 다른 어원을 가졌다면?

차라리 발음 자체가 어중간하게 자신이 알고 있는 발음과 같지 않으면 모를까 오히려 어중간하게 비슷한 발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질이 나빴다.

말한 것처럼 사실 쌈닭이라는 발음의 어원이 싸움과 닭이 아님에도 자신에게는 쌈닭이라는 발음으로 들리기에 닭의 형태처럼 생겼다고 착각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공선자의 에볼루션 시스템이 가진 번역 시스템은 고유명사의 어원까지 번역하여 그에 맞춰 공선자가 알고 있는 단어들을 적절히 조합해주는 것 같았다.

그를 통해서 본래의 고유명사하고는 전혀 다른 발음을 가지게 되지만 적어도 공선자가 발음을 통해서 해당 고유명사의 어원을 알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좋아, 쌈닭의 서식지하고 형태를 알아냈으니까 다음으로 알아내야 할 건 특징인가. 혹시라도 쌈닭과 마주치게 되어서 전투에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지 손쉽게 도망칠 수 있는 거냐는 식으로 운을 떼서 어떤 방식으로 싸워야 할지 알아낼까?’

서식지를 알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고 해도 그 몬스터의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몬스터, 괴물이라고 불리는 생명체다. 전투 방식 역시 생긴 대로 논다고는 결코 단언할 수 없는 것.

도마뱀처럼 생긴 주제에 얼음을 만들어내고, 두더지인 주제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몬스터가 없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

공선자는 이쪽 세계의 지식이 적었다. 그것은 이쪽 세계에만 존재하는 몬스터에 대한 지식도 적다는 이야기.

그런 만큼 아무리 닭처럼 생긴 녀석이라고 해도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 닭처럼 생긴 주제에 닭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덤벼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어떤 식으로 싸워야 하냐고? 솔직히 몬스터랑 마주친 순간 그냥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냅다 달리는 게 정답이지. 쌈닭이 속도는 상당하지만 전속력으로 달리면 따돌리지 못할 수준은 아니거든.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마음대로 돌아 가냐? 확실히 도망치지 못하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 그때를 대비해서 어떻게 싸워야 할지 알아둔다.”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은 마음가짐이라고 사내는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보통이라면 이런 질문을 하는 순간 ‘설마 이 녀석 무기도 없이 쌈닭이랑 싸우려는 거야?’ 라는 의심을 할 수도 있었다.

허나, 말했다시피 현재 공선자는 절찬리 연기 중이었다. 겁쟁이인 본래의 자신을 말이다. 그런 만큼 사내도 공선자를 의심하지 않았다.

이렇게 겁이 많은 녀석이 설마 도망칠 수 있는 상황에서 몬스터랑 싸우려고 들겠어? 라는 생각에 말이다.

오히려 겁이 많은 만큼 도망칠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싸워야만 할 때를 대비해서 쌈닭의 전투 방식을 알아두려 한다고 생각하는 것.

겁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사전준비를 꼼꼼히 하는 편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사내는 그다지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준비를 해두려는 공선자의 마음가짐을 칭찬하는 것이었다.

“일단 말했다시피 쌈닭은 닭이야. 최소 1미터는 넘어가는 크기의 덩치가 무지막지한 닭이지.”

“1, 1미터?!”

……설마 세상에 그렇게 큰 크기의 닭이 존재할 줄은 몰랐던 공선자가 연기가 아닌 실제로도 기겁을 하며 소리치자 사내가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라고 말하며 설명을 이어가는 것이다.

“덩치만큼 평범한 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근력을 가지고 있지. 정면에서 달려드는 걸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내게 된다면 몇 미터는 우습게 날아갈 정도의 근력이 말이야.”

그리고 그 정도 충격량을 지닌 공격을 여러 번 받게 된다면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는 성인 남성이라고 해도 무사하기는 힘들 것이다.

날아오는 거대한 바위에 몇 번이고 얻어터지는 것과 다를 게 없을 테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점은…….

“근력에 비해서 속도가 느려. 뭐, 어디까지나 ‘비교적’이라는 이야기니까 엄청나게 느린 건 아니야. 딱 보고 당황하지만 않으면 피할 수 있을 정도?”

그러니 쌈닭이 성인 남성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등급인 스프라우트 등급의 의뢰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몬스터 중 하나라고 이야기하는 그.

“주의해야 할 점은 뒤로 피하는 게 아니라 옆으로 피해야 한다는 거지. 일직선으로 돌진해오니까 옆으로만 잘 피하면 어렵지 않게 돌진을 피할 수 있거든. 그렇게 잘만 피하면 상처 없이 잡는 게 가능해.”

단, 이것도 어디까지 제대로 상처를 줄 수 있는 무기가 있을 경우의 이야기였다. 몬스터는 몬스터였기에 내구력이 상당했던 것.

어지간한 근력이 아니면 주먹이나 발로는 데미지를 주기가 힘든 몬스터였으니 가장 쉬운 방법은 날카로운 물건으로 피륙을 갈라내는 것이었다.

“주변에 돌 같은 게 있으면 그거라도 쥐고 후려 패면 어느 정도 데미지는 줄 수 있겠지. 물론 가장 효율이 좋은 건 날이 선 물건으로 절창(베인 상처)을 입히는 거겠지만 말이야.”

그 외에도 주의할 점은 쌈닭의 부리라는 모양. 단순한 돌진이라면 한두 번 정도야 버틸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부리에 당하면 상당히 위험하다는 모양. 그야 쌈닭의 부리는 사람에게 있어서 날이 선 무기와 같았으니 말이다.

“방금 이야기했잖아? 단순한 돌팔매질하고는 날이 선 무기로 주는 절창하고는 효율이 다르다고. 그것과 마찬가지지. 단순한 돌진하고 부리에 찔린 상처는 효율이 달라 효율이.”

당장 돌진에 당한다고 해도 피가 나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부리에 당하게 된다면 당연히 피부와 근육이 뚫려 피가 나는 것.

여기에 2차 감염도 걱정해야 하며 나아가 출혈에 의한 신체능력 둔화 등의 문제가 발행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아프잖아? 드럽게 아프지. 거기에 어디에 부리로 당하는가에 따라서는 내장을 당할 수도 있고 말이지.”

부리가 심장에 박히면? 그대로 아웃인 것이다. 돌진은 정면으로 받는다고 해도 죽지 않는다.

하지만 부리는 정면으로, 그것도 중요 장기에 당하면 그대로 사망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소리였다.

이것이 바로 무기의 유무에 따란 효율이라는 소리. 사람을, 아니, 생명체를 죽이는 것에 거창한 요소는 필요 없었다.

작은 바늘 하나만 중요 장기에 꽂아 넣어도 죽는 게 생명체라는 정밀한 유기물 기체의 특징.

그러니 사람이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고, 쌈닭의 날카로운 부리를 조심해야 하는 것이었다. 작은 단검이라고 중요 장기에 제대로 박히면 상대는 죽는다.

그것은 반대 역시 마찬가지. 작은 부리라고 해도 그대로 목이나 심장에 박히면 죽을 수밖에 없으니 사내의 경고대로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것.

“그 외에는……, 딱히 이렇다 할 특징이랄 게 없을걸? 몬스터로 분류되는 만큼 다른 종족에 대한 적의가 어마어마하지만 그 외에는 평범한 닭과 크게 차이가 없으니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덩치만 더럽게 큰 닭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몬스터였기에 평범한 닭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야 평범한 닭한테 쪼인다고 해도 죽거나 하지는 않지 않은가?

그러나 이쪽의 쌈닭은 잘못 쪼이면 사망이었다. 그러니 몬스터인 것이었고 말이다. 하지만 설령 몬스터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스프라우트 등급의 몬스터.

그러니 정말로 어지간히 방심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내가 이야기한 것처럼 덩치 큰 닭과 크게 다를 것이 없을 터였다.

“그……, 닭이라면 날개가 있을 텐데, 나, 날거나 하지는 않겠죠?”

“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 녀석들 날개는 완전히 장식이야, 장식. 애초에 닭도 못 나는 건 매한가지지만 적어도 막 체공을 하거나 하잖아? 하지만 그 녀석들은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까 몸무게가 나가서 그런지 애초에 그 체공조차 못하더라고.”

그러니 날개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차라리 닭이라기보다는 애초에 타조에 가까운 녀석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흐음……. 여기에 이 이상의 조언을 하자면……, 정말로 혹시라도 싸우게 되어서 쌈닭은 잡게 된다면 반드시 부리는 잘라가지고 오도록. 쌈닭을 토벌했다는 증표니깐 말이지. 저기 보면 쌈닭을 대상으로 하는 토벌형 자유 의뢰가 있거든. 그 의뢰의 토벌 증표가 되어서 부리 하나당 10000원씩 하니까 꼭 가져오고.”

여유가 있다면 쌈닭의 시체 자체를 가져와도 된다는 모양. 쌈닭은 몬스터지만 덩치만 큰 닭이라고 봐도 무난했기에 식용으로 쓸 수 있다는 것 같았다.

토벌 의뢰로 1만 원, 시체를 그대로 가져오면 2만 원. 거기에 도축 기술이 있어서 도축해서 가져오면 부위별로 좀 더 높은 값을 치러 준다는 모양.

‘즉, 경우에 따라서는 한 마리당 최대 5만 원까지 벌 수 있다는 건가? 도축 기술은 없지만 스킬을 이용하면 어떻게 될 것 같고…….’

보통이라면 시체를 운반하는 것이 힘들어 시체가 돈이 된다고 해도 놓고 오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선자는 인벤토리가 있는 몸.

그러니 아마 몬스터의 시체라면 큰 무리 없이 운반하는 것이 가능할 터. 즉,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효율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

‘쌈닭의 크기가 1미터는 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은 최대한 뽕을 뽑으려면 쌈닭을 한 마리 잡고 그 시체를 도시로 돌아와서 팔고, 다시 한 마리 잡고, 도시로 돌아와서 팔고 해야 하지만…….’

공선자는 한 마리 잡고 인벤토리에 넣어둔 뒤 다른 한 마리 잡고 다시 인벤토리에 넣어두는 식으로 사냥을 이어갈 수 있었다.

굳이 거대한 크기의 시체를 처리하려고 도시로 돌아올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다가 도시로 와서 한 번에 처리하면 될 테니 말이다.

‘아마 대부분이 모험가들이 토벌 의뢰하고 채집 의뢰를 따로따로 수행하겠지. 설령 그게 똑같은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토벌 의뢰하고 채집 의뢰라고 해도 말이야.’

그야 토벌 의뢰는 토벌을 증명하는 작은 증표 부위만 때어내면 되었지만 채집 의뢰는 경우에 따라서는 거대한 몬스터의 시체 그 자체를 운반해야 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같은 몬스터를 잡는 채집 의뢰와 토벌 의뢰라고 해도 굳이 동시에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을 터였다.

‘이쪽 세계에 뭐 아공간 주머니 같은 물건이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사냥한 몬스터의 시체를 운반하는 것도 부담이 될 테니깐 말이지.’

설령 있다고 해도 인벤토리를 지닌 공선자의 우위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야 아공간 주머니쯤 되는 물건을 누구나 다 가지고 다니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설령 인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엄청나게 돈을 쓸어 담을 수 있는 건 아닐 거야.’

그야 몬스터로 취급되는 쌈닭이 무슨 양계장처럼 수백 마리씩 몰려 있지는 않을 것 아닌가? 아니, 오히려 그렇게 몰려 있으면 사냥하는 게 문제였다.

다구리에는 장사 없다고 거대한 닭들에게 파묻혀 버리는 배드 엔딩이 눈에 선한 것. 그러니 결국 한 마리씩 돌아다니는 녀석들을 잡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찾는 것도 일이 테니 말이야. 인벤토리가 없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보다 효율적으로 몬스터의 사체까지 팔 수 있게 되겠지만 사냥하는 몬스터의 숫자가 어마어마한 수준이 아닌 이상은 무지막지한 수준의 차이는 나지 않겠지.’

거기에 인벤토리의 용량에도 한계는 있을 터.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벤토리에 효용성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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