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21세기 현대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공선자에게 있어서 소나타 정도의 도시를 살펴보는 것은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니라는 이야기.
‘물론 구석구석을 살펴보려고 한다면 며칠은 걸리겠지만 대충 훑어보고 다니기만 한다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거기에 보아하니 밤에는 도시를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치안집단도 존재하는 것 같으니 그들을 피해서 움직이려면 더욱더 활동 범위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하게도 그만큼 시간이 덜 든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활동 범위가 좁은 만큼 둘러볼 장소 역시 좁아지니 빨리빨리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밤에는 좀 더 신중하게 활동할 필요가 있기는 하겠지만 일단 위험해 보이는 장소만 피해 다니면 되겠지.’
설마 아무리 밤이라고 해도 이런 대도시의 큰길 한복판에서 무슨 사건이 터지기야 하겠는가?
그러니 빈민가나 골목길처럼 위험해 보이는 장소만 피해 다닌다고 한다면 밤이라고 해도 충분히 안전하게 이 소나타라는 도시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밤이어서 살펴볼 수 있는 시설이 적겠지만 아침을 대비해서 이런저런 시설들을 살펴보는 것도 괜찮겠지.’
예를 들자면 무기나 방어구를 파는 장비 상점이라든가, 그 외에도 잡다한 도구들을 파는 잡화점이라든가 말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마탑과 무관이라는 곳을 필히 한번 살펴보고 싶었다. 추측건대 권능에 속하는 에볼루션 시스템을 지닌 공선자는 배우는 것을 지양해야 할 2가지 이능인 마법과 무술.
허나, 그렇다고 해도 이능이라고는 초능력(권능)밖에 모르고 있었던 공선자로써 설령 배울 수 없다고 해도 마법과 무술에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그런 만큼 그런 2가지 이능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시설인 마탑과 무관에는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일단 움직이자. 혹시라도 일을 까먹지 않게 제대로 주변을 외워두면서 이동할까?’
……그 뒤 공선자는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은 길드 회관에서 나온 뒤 보이는 큰길을 위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
그렇게 공선자는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 감싸인 칠흑과 같은 도시를 한참을 돌아다니기 시작하였다.
도중도중 날이 밝으면 한 번쯤 들려볼 필요가 있는 시설을 발견하면 뇌리 한구석에 기억해두었다.
장비 상점이나 잡화점 외에도 괜찮아 보이는 음식점, 그렇게까지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기에 공선자라고 해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옷가게.
혹은 각종 책들이 보관되어 있어 보이는 도서관이나 서점 등등, 번역 시스템 덕분에 간판의 글자를 읽는 것은 어렵지 않았기에 문제없이 자신이 발견한 시설들이 어떤 시설인지 알아볼 수 있었고 말이다.
‘무관이나 마탑은 못 찾았는데 말이지.’
일단 밤 길이기에 빛이 없어 경우에 따라서는 이동하는 게 어려워 보일 수 있었지만 공선자의 경험이 경험이었다.
오히려 밝은 낮보다 어두운 밤이 더 익숙한 그에게 단순히 밤길을 걷는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큰 불편함 없이 도시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어느 정도 걸으며 자신이 알고 싶었던 시설을 찾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공선자는 두 개의 시설, 마탑과 무관은 찾아내지 못했다.
도시 곳곳이라고 해도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서 큰길 위주로 돌아다녔을 뿐이었다. 즉, 돌아다닌 장소보다 돌아다니지 않은 장소가 훨씬 많았다.
그러니 마탑과 무관을 발견하지 못한 것도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쉽다고 굳이 마탑과 무관을 찾아 이 이상 도시를 돌아다닐 생각은 없었다.
당장 무술과 마법을 배워볼 생각인 것도 아니고 애초에 배울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
그러니 굳이 무관과 마탑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저 찾을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라는 수준의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여기가 남쪽 성문인가…….”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마탑과 무관을 찾아가보자고 생각하며 공선자는 대략 1시간 가까이 돌아다닌 끝에 본래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큰길 위주로 도시를 돌아다니며 공선자는 여러 시설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중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각종 상점들이 존재했고, 또 그런 상점들이 몰려 있는 시장 비슷한 구역도 존재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업 구역이라고 해야 할 구역들 역시 도시 내에 하나가 아니라 여러 구역 존재하는 것 같았고 말이다.
그 외에도 공선자가 머물고 있던 여관과 같은 숙박시설이 모여 있는 구역 역시 몇 군데 더 존재하기도 했고 말이다.
때문에 공선자는 일주일 뒤 현재 머물고 있는 여관에서 방을 빼준 뒤에 자신이 머물 장소를 대충 특정할 수 있었다.
현재 머물고 있는 여관보다 싸 보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관리가 되어 보이는 여관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
그 외에도 이 소나타라는 이름의 도시에는 그야말로 각종 시설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야 도시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겠지.
하지만 그런 만큼 마을과 비교하면 도시는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도시 곳곳에는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존재해 있었는데, 덕분에 공선자는 어느 정도 도시를 살펴보며 목적지였던 남쪽 성문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
‘경우에 따라서는 근처 환락가로 이동해 사람을 잡고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그럴 필요는 없었어.’
길드 회관에서 이쪽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모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직까지 공선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결코 많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 만큼 아무래도 최대한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싶은 것. 정보가 부족한 만큼 당연한 상식을 모른다고 수상한 사람 취급을 당할 수도 있었다.
거기에 설령 수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역으로 공선자가 수상한 사람에게 이용당할 가능성도 있는 것.
정보가 부족하니 자신이 접촉한 사람이 수상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도시 곳곳에 배치되어 있던,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 덕분에 공선자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남쪽 성문이 위치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
‘이런 새벽에도 경계를 서는 사람들이 있는 건가? 아니, 오히려 이런 새벽이기에 더 집중적으로 경계를 서야 하기는 하지.’
처음 이 소나타라는 도시에 도착했을 때 넘어왔던 것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성문을 확인한 공선자가 내심 혀를 찼다.
이렇게 경계를 서고 있어서야 몰래 들어가고 나가는 것이 힘들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
물론 당장은 몰래 지나갈 생각이 없었다. 모험가로 등록하고 증명패를 받은 이상 일단은 신분을 증명할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굳이 몰래 지나갈 필요가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언젠가는 한 번 정도 도시의 성벽을 몰래 지나가야 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공선자였다.
그런 만큼 생각했던 것보다 성벽의 경계가 삼엄하다는 사실에는 자신도 모르게 혀가 차진 것이었다.
‘이쪽 도시만 특출하게 경계가 삼엄하다……, 라는 건 아니겠지. 대충 이게 각 도시의 경계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겠어.’
그렇게 사고를 진행하면서도 훗날 최악의 경우 도시의 성벽을 몰래 넘나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은 염려하는 자신에게 쓴웃음을 짓는 그.
그러나 이내 그 이상의 잡생각은 그만두고 성벽을 넘어 도시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성문에서 경계를 보고 있는 경비대로 보이는 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저, 저기……, 지나가도 될까요?”
“이건 증명패? 모험가인가? 모험가가 이 시간에 무슨 일로 도시에서 벗어나는 거지? 거기에 증명패의 색깔로 보면 스프라우트 등급. ……흐음.”
공선자 조금 위축된 것 같은 연기를 하며 은은한 불빛으로 밝혀지고 있는 성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서는 슬쩍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모험가의 증명패를 꺼내 들어 성문으로 다가갈수록 자신에게 경계 어린 시선을 보내기 시작하는 경비병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내밀며 말을 거는 것.
그런 공선자의 행동에 경비병들이 방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수상하다는 의지가 담긴 눈빛을 보내오는 것이었다.
그야 이런 한밤중에 혼자서 도시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이 있으면 수상하게 보이겠지. 심지어 그 사람이 신분을 증명하겠다고 내민 것이 모험가 증명패라면 더더욱 말이다.
용병보다는 그래도 어느 정도 개념이 있다는 인식이지만 모험가 역시 그렇게까지 썩 좋은 대우를 받는 직업은 아니었다.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자유인, 나쁘게 말하면 방랑자의 취급이라는 게 다 그렇지 않은가?
물론 이것도 성공한 모험가나 용병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현재 공선자가 내민 증명패는 그 색깔로 스프라우트 등급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
그러니 더더욱 수상하다는 눈초리를 보내오는 것이었다. 스프라우트 등급이라면 그렇게 큰 실력이 있는 등급인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지금 공선자의 차림은 딱히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힘든 차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위험한 한밤중에 안전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를 벗어나려고 한다?
이치에 맞지 않지 않은가? 그러니 더욱더 수상하게 보일 수밖에 공선자 역시 자신이 수상하다는 사실 정도는 자각하고 있었다.
허나, 수상한 눈초리를 받는다고 해도 이대로 아침까지 도시에 죽치고 앉아 있는 것은 시간 낭비였다.
거기에 이미 언급했다시피 앞으로도 밤에 활동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결국 지금의 이 상황은 늦든 빠르든 찾아올 상황이었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그냥 더 빨리 이 사태를 마주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어차피 정면에서 마주하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었다.
“무슨 용건으로 밖에 나가려는 거지?”
“어……, 그 의, 의뢰를 수행하려고 하는데요.”
그런 사고 과정을 거친 끝에 결국에는 의심을 받더라도 성 밖으로 나가는 것을 결정한 공선자.
그리고 당연하게도 성문을 지키는 건장한 사내들은 수상하기 그지없는 공선자는 그냥 통과시켜주지 않는 것이었다.
일단 증명패가 있기에 신분 증명 자체는 가능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선자가 너무 수상했기에 그를 붙잡고 날카로운 눈초리로 공선자의 전신을 훑어본 뒤에 어째서 성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인지 용건을 물어보는 것.
단순히 성 밖으로 나가려는 용건을 물어보는 것을 넘어서 수상함이 도를 넘어서인지 조금 추궁하는 것 같은 말투로 질문해오는 것이었다.
그에 공선자는 어버버한 표정을 연기하며 잽싸게 진실을 이야기했다. 당장 감정이 제어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현재 그의 연기는 그야말로 수준급.
허나,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되는 대로 거짓말을 지껄여서야 나중에 발목을 붙잡힐 수 있었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일부로 숨길 필요가 없는 진실은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해나가기로 하는 것.
“의뢰? 무슨 의뢰?”
“그……, 쌈닭의 서식지에서 나뭇가지를 수집하는, 채집형 자유 의뢰인데요.”
“흠, 쌈닭의 서식지에서 자생하는 나뭇가지라면 태울 때 화력이 상당하다는 그거 말하는 거지? 난이도로 보자면 스프라우트 등급이 하기 적당한 의뢰이기는 한데…….”
상대는 모험가. 그렇기에 의뢰를 하기 위해서 성 밖으로 나간다는 것에 문제는 없어 보였다.
‘아무런 장비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고, 거기에 이런 밤중에 의뢰를 하러 밖으로 나간다고? 수상한 것도 정도가 있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오전 중에, 거기에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춘 스프라우트 등급의 모험가의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
공선자는 그 어디에서 해당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공선자의 대답에도 그들은 수상하다는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