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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02/194)



〈 102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도착했나. 아니, 정확히는 도착하기 직전이라고 해야겠군.’

한 10분 정도 길을 걷던 공선자는 길드 회관의 남자가 알려주었던 대로 산기슭으로 이어지는 길 앞에 설 수 있었다.

이 앞으로 나아가면 본격적으로 몬스터에 속하는 쌈닭이라는 이름을 지닌 생명체의 서식지로 들어가게 되는 것.

공선자는 생애 처음으로 몬스터라는 이름의 괴물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서 긴장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상황일 터.

……하지만 이상한 인간에 속하는, 정확히는 감정이 제어되고 있다는 이상한 상황에 처해있는 공선자는 전혀 긴장감을 갖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방심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치 기계처럼, 그저 아무런 감정도 없이 이성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수행할 뿐이었으니 말이다.

‘일단 들어가기 전에 인벤토리 창에서 기초 장비가 들어가 있는 상자를 꺼낼 필요가 있나.’

그렇다면 긴장을 하지 않는 공선자가 쌈닭의 서식지를 앞에 두고도 곧바로 내부로 걸음을 향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했다. 서식지에 들어가기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한 가지 존재했기 때문. 그것은 다름 아닌 여태까지 미루어두었던 인벤토리에 지급되어 있던 기초 장비의 확인이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겠지? 일단은 미행이 없는지 철저하게 살펴보기는 했지만 이쪽은 내가 알던 세계하고 완전히 다른 세계니까. 혹시라도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미행을 했을 확률이 제로는 아닌데 말이야.’

성벽 밖으로 나온 뒤 곧바로 살펴보거나, 혹은 도시를 돌아다닐 때 살펴볼 기회가 있었던 기초 장비.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인벤토리에서 기초 장비를 꺼내지 않은 것은 조심하고 또 조심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사람이 보고 있을 때 허공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은 어떻게 봐도 이상한 현상이 아닌가?

그렇기에 절대로 목격자가 없을 것이라 단언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될 때까지 공선자는 최대한 기초 장비를 인벤토리에서 꺼내는 것을 미루어왔던 것이다.

허나, 이 이상은 미룰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는 공선자는 어떤 방식이든 쌈닭이라는 이름의 몬스터와 목숨을 걸고 죽고 죽이는 행위에 들어가야 하는 것.

그런 만큼 장비는 조금이라고 생존율을 올리기 위한 필수 항목이라고 할 수 있는 것. 때문에 그는 혹시, 라는 가능성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상태에서도 더 이상은 미루어두지 않고 인벤토리에서 기초 장비와 일주일 치 식량이 함께 들어가 있는 박스를 꺼내는 것이었다.

‘인벤토리 내에 보관된 물건의 이름을 내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면 인벤토리 창을 통해서 해당 물건의 이름을 표시해주는 건가. ……하지만 난 이게 지급된 기초 장비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지.’

공선자가 일주일 치 식량과 함께 들어가 있던 정체불명의 검은색 박스가 기초 장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인벤토리 창을 자세히 살펴보면 해당 물건에 이름이 표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움말 시스템을 통해서 확인해본 결과 인벤토리 시스템은 인벤토리에 보관되어 있는 물건들의 이름을 소지자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면 그 이름을 표시해주어 이런 물건이 인벤토리 내에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공선자는 이 정체불명의 검은색 박스가 기초 장비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야 그가 스스로 인벤토리 창에 넣은 것이 아닌 처음부터 들어가 있던 초기 물품 중 하나였으니 당연한 사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물건의 이름을 인벤토리 창은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

그것을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던 공선자였지만 이내 이 기초 장비를 보관한 상자만 특별하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었다.

그야 기초 장비를 지급한다고 해도 그렇게 지급된 상자가 기초 장비를 보관해두는 상자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제대로 써먹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다른 것은 몰라도 이 기초 장비를 보관한 상자만큼은 소지자가 제대로 이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벤토리 창을 통해서 이름을 표시해주는 것일 수도 있었다.

‘불친절해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도움말 시스템 같은 걸 생각하면 의외로 친절하다고 느껴야 하는 건가?’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뉴비’에 한정해서 조금 친절하다, 라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아니, 이건 친절하다기보다는 책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기억까지 삭제시켜서 그런 세계에 던져놨으니 적어도 아무것도 몰라서 초반에 굶어 죽는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겠다, 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어느 쪽이든 나한테는 고마운 이야기지.’

시험 삼아서 대충 주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주워서 인벤토리에 넣어보았다. 그러자 인벤토리 창에 ‘재질불명의 돌’이라고 이름이 떠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공선자.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냥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돌멩이를 꺼낸 뒤 대충 어떤 재질의 돌멩이인지를 확인해보았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퇴적암의 일종으로 보이는 재질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다시금 인벤토리에 넣자 이번에는 재질불명이 아닌, ‘퇴적암의 일종인 돌멩이’라는 이름으로 인벤토리 창에 기록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인벤토리 창은 소유자가 해당 물건의 이름을 말 그대로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을 때 표시해주는, 보다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수준’의 이름만을 표시해준다고 할 수 있는 것.

그 사실을 돌멩이 말고도 나무, 각종 잡초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공선자. 처음에는 정체불명의 나뭇가지, 정체불명의 풀 등등의 이름으로 인벤토리 창에 기록되던 물건들이 공선자가 해당 물건들의 이름을 파악하면 할수록 이름이 변화해가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침엽수의 나뭇가지, 여름 야생화의 풀 등등으로 변화해가는 것. 최후에 개체명을 확인하면 그 개체명의 이름으로 고정되어 인벤토리에 기록되는 것이겠지.

하지만 기초 장비만큼은 공선자가 일일이 해당 물건의 정체를 감정하지 않았음에도 처음부터 그 정체가 이름으로 인벤토리 창에 기록되어 있던 것이다. 여러모로 그에게는 편한 일이었다는 소리.

“……이건?”

그런 이유로 기초 장비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검은색 박스를 인벤토리에서 꺼낸 뒤 같이 꺼내진 일주일 치 식량을 다시 인벤토리에 보관하는 공선자.

그 뒤 검은색 박스를 열어보려고 몇 가지 시도를 하던 공선자는 돌연 박스 표면에 떠오르는 문자에 미간을 좁히는 것이었다.

‘……사용할 무기를 고르라고? 과연, 어쩐지 평범한 박스처럼 안 보인다 했더니 진짜로 평범하게 물건을 보관해두고 있던 박스가 아니라는 건가.’

이음새도 보이지 않은 검은색의 박스. 그러니 공선자가 처음 이 박스를 인벤토리에서 발견했을 때 정체불명의 박스라고 이야기한 것이었다.

인벤토리 창은 보관된 물건을 이름과 함께 간략화된 형태로서 해당 물건이 보관되고 있다고 표시해둔다.

그러니 인벤토리 창을 통해서 간략화된 형태의 검은색 상자를 보았을 때 이게 뭔지 알 수가 있을 리가 없었던 것.

이게 열리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빈틈없이 밀봉되어 있으니 인벤토리 내부에서 꺼낸 뒤로도 어떻게 열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태였던 것.

그런 상황에서 상자 표면에 사용할 무기를 고르라는 글자가 떠오르니 대충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할지 공선자는 감이 잡히는 것이었다.

‘내가 무기를 고르면 저절로 상자가 열리는 방식인가 보군. 역시 친절한지 불친절한 건지 알 수가 없단 말이지.’

이 기초 장비가 보관되어 있는 상자는 상자를 열기 전 어떤 무기를 사용할 것인지를 선택하는가에 따라서 주어지는 무기가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즉, 일방적으로 고정된 무기를 쥐여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사용할 무기의 종류를 고를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역시 나름 친절한 부분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그냥 나는 다른 무기에 재능이 있는데 멋대로 처음에 주어진 무기가 검이어서 재능의 개화가 늦었다! 라는 식의 책임 회피를 미연에 방지할 생각인 것일 수도 있었고 말이다.

뭐가 되었든지 처음 사용할 무기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괜찮게 다가오는 공선자였다.

공선자의 입장에서는 써본 적도 없는 무기를 억지로 사용하게 한다면 곤란했을 테니 말이다. 예를 들어서 검이라든가.

판타지에서 흔히 등장하는 무기들 중 하나인 검. 이외에도 창이나 활과 같은 무기들이 있지 않은가?

허나, 공선자는 그런 무기들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전투 경험이 없냐고 묻는다고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아마 챌린저들 중에서 가장 전투 경험이 많은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다른 이들은 몰라도 공선자는 필히 상위권에 들어가지 않을까 확신을 가질 정도.

그야 공선자는 세계를 적으로 돌리고 끝내 그 세계를 멸망시킨 인물이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수도 없는 생사투를 경험했을 터.

심지어 이제는 아마도 본래 권능이라고 부르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이능 중 하나인 초능력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혈투를 벌여왔던 공선자였다.

그야 공선자 본인이 타임 룰러라는 코드명으로 불릴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초능력 시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그런 공선자에게 대응하기 위해서 초능력자를 자주 투입하던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전투 경험이, 그것도 이능이 난무하는 전투 경험이 많은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그 전투에서 공선자는 창이나 활이나 검과 같은 병장기를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그야 공선자가 싸워왔던 세계는 21세기가 배경인 현대 지구. 아무리 수많은 전투를 경험했다고 해도 그때 사용된 무기들은 기본적으로 총과 같은 화기들이었다.

오히려 지구에서 창이나 활이나 검과 같은 병장기를 들고 싸웠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리 초능력자들이 자주 등장한다고 해도 정도가 있는 법이었다.

그런 이유로 공선자는 전투 경험은 많았지만 판타지에서 흔히 나오는 냉병기를 사용해본 경험은 지극히 적었다.

그와 같은 상태에서 갑자기 초기 무기라고 장검이나 활, 혹은 창을 쥐여주어도 솔직히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것.

그런 의미에서 공선자, 자신에게 초기 무기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는 것은 여러모로 감사한 이야기였다.

‘……무기의 종류가 상당하네. 아니, 이건 상당하다는 걸 넘어서 무기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병기 대부분이 존재하는 거 아니야?’

물론 공선자가 현대에서 애용하던 총과 같은 화약 병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는 것은 직접 들고 사용해야 하는 냉병기들 뿐.

하지만 놀랍게도 냉병기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무기들이 초기 무기로서 지급될 수 있는 것이었다.

공선자가 떠올렸던, 판타지 하면 꼭 나오는 단골 무기인 검이나 창, 혹은 활부터 시작해서 채찍, 메이스, 연검과 같은 조금 마이너한 무기들.

심지어는 너클과 구두와 같은, 아마도 격투 계열의 전투를 행할 때 사용하는 것 같은 무기들도 존재했다.

‘……차크람이라는 무기도 지급하는 거야?’

차크람이라는 이름의,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알고는 있어도 결코 쉽게 다룰 수 없는 종류의 무기들도 지급되는 상황.

그 사실에 공선자는 살짝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니, 기초 무기를 지급하는 건 좋은데 연검이나 차크람과 같은 무기들은 사용하기 위해서 그에 걸맞은 기술이 필요한 법이다.

이런 종류의 무기들은 사용 방법을 모르면 자신의 무기에 스스로 상처를 입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무기를 기초 장비라고 지급하다니, 선택지가 너무 넓은 것도 생각해볼 법한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는 공선자.

‘……근데 뭐 지팡이 같은 무기는 없는 건가? 일단 마법 비스무리한 것도 사용할 수 있는 것 같던데.’

초능력, 이제는 공선자가 정식 명칭은 권능이지 않을까 예상하는 이 이적은 그 종류에 따라서 마법처럼 각종 현상을 일으키는 경우도 존재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불꽃을 다루는 초능력자가 현대에 존재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가진 에볼루션 시스템은 아마도 스킬로서 그 비슷한 현상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예측하고 있는 그.

그런 의미에서 스킬을 습득하면 마법사는 아니지만 마법사처럼 싸우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공선자는 그런 타입의 챌린저들이 쓸법한 무기는 없나 살펴보는 것.

‘……둔기로써 사용되는 지팡이는 있어도 이능의 매개체가 되어줄 법한 무기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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