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5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05/194)



〈 105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확실히 이쯤이 그 쌈닭이라는 녀석들의 서식지가 맞는 모양이네.’

산길을 오르는 오르막길을 몇 분 정도 걷자 어느새 주위는 숲으로 둘러싸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숲으로 둘러싸인 길에 들어선 순간 공선자는 길에서 벗어나 숲 내부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는 것.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선자는 숲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는 큼지막한 깃털 몇 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직도 한밤중이었기에 주변은 매우 어두운 상황. 본래라면 방금 전 공선자가 지나온 길조차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빛이 드리우지 않는 상태였다.

심지어 방금 전의 길은 그나마 나무가 없었기에 달빛이라고 비추어지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공선자는 숲 내부로 들어온 상태였다.

그렇기에 울창한 나무들이 달빛마저 가리고 있었다. 듬성듬성 나뭇잎 사이로 은은한 달빛이 유릿가루처럼 빛나며 흘러 내려오고 있지만 도저히 그 정도 빛으로는 주변을 밝히는 게 불가능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공선자는 마치 아침에 활동하는 것처럼 숲 곳곳에 떨어져 있는 닭의 깃털로 보이는 물건들을 집어드는 것.

다시금 이야기하지만 그는 밤에 익숙했다. 그렇기에 이 정도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일도 아닌 것.

다른 사람들에게는 으스스하기 그지없는, 거기에 실제로도 위험하기 그지없는 밤의 숲 속이었지만 공선자에게는 아침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이야기.

그런 연유로 잠깐 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길에서 조금 벗어난 위치에서 숲 속을 뒤지던 공선자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일단 먼저 자신이 있는 이 장소가 전해 들은 대로 쌈닭의 서식지가 맞는지부터 확인하던 공선자는 어렵지 않게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그럼 움직일까. 일단은 정면을 대결은 피한다. 조심만 한다면 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깐 말이지.’

길드 회관에 있던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가 이야기해준 대로라면 지금의 공선자라면 아무리 몬스터라고 하지만 쌈닭을 사냥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터.

허나, 공선자는 신중했다.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존재에게 타인의 말만 믿고 덤벼들 만큼 다른 이들을 신용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공선자는 처음부터 쌈닭을 찾아 정면대결을 할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스프라우트 등급의 모험가라면 방심만 하지 않으면 쉽게 잡을 수 있는 몬스터라고 해도 몬스터는 몬스터.

거기에 방심만 하지 않으면 잡을 수 있다는 것은 방심을 하게 된다면 역으로 이쪽이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때문에 공선자는 철저하게 안전을 도모하며 움직일 생각이었다. 현재 공선자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메인 스트림으로 지정되어 있는 레벨 10을 달성하는 것.

이것을 우선적으로 달성해야만 공선자는 자신이 다음 행적을 확실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직업이 없는 이상은 스킬도 제대로 습득하기가 힘든 상황.

그러니 당장은 정면에서 몬스터와 싸울 생각이 없는 것. 무엇보다 빠르게, 그리고 안전하게 몬스터를 사냥해서 레벨을 올린다.

그야 스킬도 하나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몬스터와 정면에서 싸우려고 들어봤자 위험할 뿐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세상은 늘 생각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니 나중을 위해서라도 몬스터와 정면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경험을 해둘 필요가 있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공선자 역시 그 의견에는 동의한다. 아무리 안전을 도모해서 사냥을 한다고 해도 언제가 일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풀리는 것은 아닐 터.

자신이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적과 목숨을 걸고 정면으로 싸워야 하는 순간이 분명히 올 수도 있었다.

그러니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몬스터와 목숨을 걸고 싸워보는 것도 분명 나쁜 경험을 아닐 것이다.

허나,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선자는 당장은 쌈닭과 정면으로 싸울 생각이 없었다.

그럴 것이 공선자가 생각하기에 굳이 지금 이 순간에 쌈닭과 정면으로 싸울 이유가 없었으니깐 말이다.

몬스터와 정면으로 싸우는 것은 보다 자신이 성장했을 때, 그래, 적어도 직업을 얻고 스킬 한두 개 정도는 얻은 후라고 해도 늦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가 더 안전하게 싸울 수 있을 터. 거기에 아무런 이능도 없을 때 싸우는 것과 이능을 가지게 된 뒤에 싸우는 것은 확실하게 전투의 방향이 달라질 터이니 오히려 이능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정면에서 싸우던 경험이 방해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설령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되더라도 나중에 더 안전성이 높게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되는 쪽이 나았다.

어차피 목숨을 걸 상황이라면 생존 확률이 70%일 때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보다는 생존 확률이 80%일 때 목숨을 걸고 싸우는 쪽이 훨씬 낫지 않은가?

생존 확률이 더 낮은 쪽이 극한의 상황이기에 더 짙은 경험이 될 거라고? 아서라. 생존 확률이 70%든, 80%든 결국 죽을 확률이 존재하는 것은 매한가지.

필요한 것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경험’이지 일부로 ‘자신의 목숨을 내기의 담보로 내거든 행동’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유로 공선자가 몬스터들과 제대로 싸워보는 것은 적어도 레벨 10을 달성해서 직업을 습득한 뒤 스킬을 한두 개 정도는 습득한 뒤의 이야기가 될 것이었다.

그 전까지는 최대한 안전하게 사냥한다. 그럴 것이 말했다시피 공선자는 도박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나중을 위한 경험을 쌓고 싶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무대를 만들어서 확실하게 승리를 취하는 방식 역시 경험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니깐 말이지.’

자신의 행동 방향을 결정한 공선자는 다시금 한동안 어두운 숲 속을 뒤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도중에 쌈닭과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최대한 기척을 죽이면서 조심스럽게.

그 덕분인지, 아니면 그냥 운이 좋았던 것인지 공선자는 쌈닭이라는 몬스터와 정면으로 마주치는 경우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숲 속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살펴보던 공선자는 잠깐 한 자리에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아 무엇인가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흔적을 보아하니 이쪽 활동 영역으로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것 같고, 거기에 적당한 나무도 있으니까 여기서 작업을 시작할까. 일단은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신발부터 꺼낸 뒤에…….’

천으로 만들어진 신발을 꺼낸 뒤 신발을 잡아 뜯고 그대로 다시금 엮어서 하나의 천으로 이루어진 밧줄을 만들기 시작하는 공선자.

신발 하나에서 나오는 천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던 아무리 길게 묶으려고 노력해도 잘해봐야 1m가 될까 말까 한 수준에 불과했다.

‘이 정도 길이로는 만들 수 있는 올무가 한정되어 있는데 거기에 줄 자체도 그렇게 튼튼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자동으로 목숨을 끊는 쪽보다는 상대의 움직임을 최대한 묶는 쪽의 함정을 만들어둘까.’

왜 쌈닭을 찾다 말고 갑자기 한자리에 앉아서 이상한 작업을 하기 시작한 것이냐면 공선자는 현재 이 자리에 하나의 함정을 만들어두려고 하는 것이었다.

말하지 않았는가? 정면으로 싸울 생각은 없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싸워야 할까?

이때 공선자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암살이었다. 상대가 자신을 인식하기 전에 공격하며 반격을 허락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살한다.

그렇다면 전투로 이어질 일도 없었기에 매우 안전하게 상대를 사냥할 수 있는 방법인 것. 허나, 이 암살이라는 것도 상대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

상대의 급소를 알고 그 급소를 일격에 찌르고 들어가야 한다. 적이 단순한 인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공선자가 상대하려는 적은 몬스터.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마주해본 적이 없는 괴물. 그렇기에 공선자는 일단 상대의 정보부터 모으기로 하였다.

과연 지금의 내 신체능력으로 일격에 죽일 수 있는 존재인지부터 확인하려고 하는 것. 그리고 그를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를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었다.

허나, 자신과는 다른 종족에게 무조건적인 적의를 보이는 몬스터인 만큼 마주치는 순간 전투에 들어갈 확률이 높은 상황.

그렇다면 안전하게 상대에 신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다름 아닌 사체를 살펴보면 된다.

허나, 사체를 살펴보려면 일단 상대를 죽어야 한다는, 그야말로 서로가 서로를 물고 이어지는 우로보로스나 다름없는 상황이 이어지게 되는 것.

그렇기에 공선자는 일단 최대한 ‘안전’하게 한 마리의 쌈닭을 잡아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전투도, 암살도 아닌, 애초에 자신의 힘으로 잡은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말이다.

그 방법이란 다름 아닌 ‘함정’을 이용해서 쌈닭은 잡는 것. 그리고 그를 위한 수단으로 공선자는 ‘올무’라는 이름의 덫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 남자가 이야기한 쌈닭의 신체 능력을 생각하면 이 정도 수준의 천은 짧은 시간 안에 끊고 탈출할 수 있어. 그러니까 애초에 힘을 사용하기 힘들게 상대를 묶는 쪽의 올무를 사용해야 해.’

공선자의 뇌리에 각종 올무에 대한 지식이 떠올랐다. 과거 지구에서 본의 아니게 서바이벌을 해야 했던 적이 있던 공선자는 이런 쪽으로도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솔직히 서바이벌 훈련을 받을 때만 해도 자신의 임무는 요인 암살이 주될 텐데 이런 걸 배워서 어디다가 써먹느냐고 자신의 반신의 인격이 투덜거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다르게 이쪽 세계에 넘어오기 전에도 십분 써먹었던 적이 있었기에 내심 자신에게 이런 지식을 가르쳐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공선자.

……추가로 이야기하자면 그 사람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은 공선자의 반신의 인격의 손에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야 공선자를 훈련시켰다는 것은 공선자를 도구로써 사용하던 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즉, 그의 원수라는 이야기이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와이어 대신에 이 천을 이용한 밧줄을 사용하기는 할 생각이지만 천의 길이가 워낙 짧다 보니까 최대한 밧줄보다는 나무를 사용하는 쪽의 덫을 만들고 싶지만…….’

여하튼 그런 이유로 올무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공선자는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와 나무들을 살피며 고민하는 것이었다.

쌈닭이라는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 어떤 형태의 올무를 사용해야 적당할지 고민하는 것. 모험가라면 몬스터와 정면으로 싸워야 하지 않아?! 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사람과 몬스터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인가?

다름 아닌 지적능력이었다. 지적능력. 그렇다면 이 사람만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안전하게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오히려 바보처럼 자기 목숨을 걸고 아무런 정보도 없는 몬스터한테 정면으로 돌격하는 놈들이 이상한 거라고 공선자는 자신 있게 단언하는 것이었다.

‘단검으로 나무를 깎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니깐 말이지. 거기에 도끼라도 없는 이상은 와이어 데드풀 같은 올무에 쓰일 무거운 통나무를 만드는 것도 일이고.’

차라리 구멍을 팔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는 공선자였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공선자가 들고 있는 도구는 단검 하나.

삽이 있어도 시간이 걸리는데 삽도 없는 상황에서 단검 하나로 구멍을 파기에는 너무나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거기에 단검의 내구력도 걱정이 되었고 말이다.

‘……역시 가장 무난한 스프링 올가미를 만들까. 부족한 밧줄 길이는 근저에 있는 풀을 엮어서 늘리고.’

무엇보다 다리 올가미나 플랫폼 올가미 등등의 올가미들은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터. 말했다시피 서바이벌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공선자는 흔적을 통해서 이 장소가 몇몇의 쌈닭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상태.

그렇기에 언제 쌈닭들이 지나갈지 알 수가 없었기에 최대한 빠르게 올무를 설치할 필요성이 존재했다.

‘하아, 차라리 스킬로 도구제작 마스터리 스킬이라도 익힐 수 있으면 훨씬 일이 수월해질 텐데…….’

당장은 스킬 포인트는 물론 제한되어 있는 병과조차 충족하지 못했기에 익힐 수 없었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일단 자신의 손만으로 함정을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문제없어. 만들어본 경험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니까 1시간 안에 충분히 제작할 수 있어.’

밧줄부터 자신이 만들어야 할 생각을 떠올리니 살짝 막막한 공선자였지만 이내 고개를 내젓고는 올무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었다.

……이쪽 세계로 넘어와서 몬스터를 잡기 위해 공선자가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은 다름 아닌 튼튼해 보이는 풀들을 엮어서 밧줄을 만드는 일이었다고 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