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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6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06/194)



〈 106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휴우……. 생각보다 더 빠르게 완성할 수 있었네.”

나무를 깎아서 서로 맞물리게 만들었다. 허나, 조금만 힘을 준다고 해도 그대로 힘을 균형을 잃고 맞물리던 것이 풀리도록 절묘하게 밸런스를 잡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낸 나무 조각에 자신이 엮은 밧줄을 묶는다. 나무 조각을 밧줄에 묶는 위치는 밧줄의 중앙.

그리고 밧줄의 양쪽 끝 중 하나는 높은 위치에 있는 나무의 나뭇가지에 묶고, 다른 한쪽은 올가미 형태로 묶어두었다.

그렇게 세 군데에 각각 나무, 나무 조각, 올가미 매듭을 묶은 밧줄은 공선자는 있는 힘껏 잡아당겨 밧줄의 내구력을 확인해보는 것.

공선자의 힘은 일단 성인 남성 수준. 허나, 일반 성인 남자라고 해도 지구의 성인 남자보다는 훨씬 강한 것 같았기에 어렵지 않게 밧줄을 한쪽 끝이 나무의 나뭇가지에 묶은 상태에서 잡아당길 수 있었다.

공선자가 밧줄을 잡아당기자 팽팽하게 늘어났던 밧줄. 그리고 그 상태로 밧줄에 묶긴 나뭇가지마저 딸려와 나무가 한쪽으로 기울여지는 것.

그리고 그 상태에서 공선자는 밧줄 중앙에 묶인 나무 조각을 땅에 박힌 다른 나무 조각에 맞물리는 형태로 고정시켜두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준비는 끝. 마지막으로 쌈닭이 돌아다니는 길목에 올가미 형태로 묶어둔 밧줄의 한쪽 매듭을 조심스럽게 설치하는 것으로 스프링 올무의 설치가 끝나는 것이었다.

‘설치하기 전에 계산한 대로 거의 오차 없이 설치되어서 다행이네.’

밧줄 자체의 내구력이 그렇게 튼튼하지 않아 나무의 탄성을 언제까지 버텨내 줄 것인지는 확신이 안 섰지만 적어도 하루 정도는 버텨줄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하는 공선자.

이제 함정의 설치가 끝났으니 이 함정에 쌈닭이 걸려주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만약 쌈닭이 공선자가 설치한 올가미 형태의 매듭 안쪽에 발을 대는 순간 그 힘에 의해서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던 나무 조각의 맞물림이 풀려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맞물림에 의해서 한쪽으로 기울여지게 고정되어 있던 나무가 탄성에 의해서 다시금 원래 위치로 돌아가며 그 나무에 묶인 밧줄을 그대로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당연하게도 밧줄의 끝 부분의 매듭에 발목이 묶긴 쌈닭 역시 그대로 밧줄에 끌려가 허공으로 튀어 오르게 되는 것.

공선자는 그 틈을 이용해서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쌈닭을 일방적으로 공격할 생각인 것이었다.

‘그럼 난 쌈닭이 오기 전까지 주변에서 나뭇가지나 모아보도록 할까?’

공선자의 예측이 맞으면 적어도 몇십 분 안에 쌈닭이 이 길목을 지날 것이다. 대충 함정을 설치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짧은 시간이 40분 정도를 소모했는데 공선자가 흔적을 통해 확인하기로는 못해도 1시간에서 2시간마다 이쪽 길목을 지나가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일단 본래라면 쌈닭의 서식지에 오기 위한 핑계였을 채집형 자유의뢰를 달성하기 위해서 주변에 존재하는 특정 품종의 나뭇가지들을 인벤토리에 수거하기 시작하는 것.

당장 무일푼 신세인 공선자는 레벨 업도 레벨 업이지만 이런 푼돈도 알뜰살뜰 모아야 하는 신세인 것이었다.

‘아, 생각해보니까 상점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화폐인 T도 어떻게 모을지 확인해 봐야 하는데……. 어디 보자……, 이 나뭇가지를 모아가면 되는 거지? 상점 시스템에 팔 수 있으려나?’

자신이 설치한 함정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서 게시판의 의뢰서에 적혀 있는 특징을 지닌 나뭇가지들을 모으며 공선자는 이번에는 상점 시스템을 확인해보는 것이었다.

상점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탤런트, 속칭 T는 상점 시스템에 갖가지 물건을 파는 것으로 습득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각종 물건을 파는 것으로 습득한 T로 또다시 각종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이었다.

살 수 있는 물건의 종류는 크게 4가지로 일반소재, 일반도구, 이능소재, 이능도구로 구분되며 살펴본 결과 정말이지 웬만한 물건들은 죄다 구비된 만능 상점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점인 것.

단, 당연하게 구매를 하기 위해서는 T라는 단위의 화폐를 사용해야 했다. 즉, 공선자는 이 플라워 차원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공용 화폐를 벌어야 하는 것은 물론 상점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서 T라는 화폐도 벌어야 한다는 소리.

그렇기에 일단 T라는 화폐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공선자는 일단 자유 의뢰로 채집해오기를 원하던 나뭇가지들을 상점에 팔아보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 나뭇가지들이 특정 무게당 5천 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나뭇가지라는 것은 자유 의뢰의 보상금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 나뭇가지를 파는 것으로 벌 수 있는 T를 확인하는 것으로 T가 대충 이쪽 세계의 공통 화폐로 어느 정도 가치를 지닌 것인지 파악하려고 했던 것.

‘……음? 왜 안 팔리지?’

함정을 설치한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나뭇가지를 모은 공선자가 상점에 팔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나뭇가지는 상점에 팔리지 않았다.

설마 이런 나뭇가지는 못 파는 건가? 하는 생각에 고민에 빠져 있던 공선자는 문득 로그 시스템을 열어보는 것이었다.

‘아, 여기 왜 안 팔리는 건지 적혀 있네.’

로그 창은 챌린저가 인식하는 범위 내에서 에볼루션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 현상을 로그 창을 통해서 표시해주는 시스템.

그렇기에 에볼루션 시스템의 일부인 상점 시스템에 왜 나뭇가지가 팔리지 않은 것인지 객관적으로 표기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최소한의 가치를 충족하지 못해서 팔 수 없다고? 그러면 가치가 충족하면 된다는 건가? 좋아…….’

보아하니 지금 공선자가 가지고 있는 나뭇가지 정도로는 상점 시스템에 팔 수도 없을 정도로 가치가 낮기에 팔 수 없었던 모양.

그 사실에 공선자는 더욱 열심히 나뭇가지를 모았다. 그야 현재 나뭇가지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식은 그 양을 늘리는 것이었으니까.

‘……쯧. 상점 시스템에 물건을 팔 때에는 구매할 때보다 50% 낮은 가치로 책정된다고? 하긴, 보통 게임들에서도 구매 시랑 판매 시의 가치가 다른 건 자주 보이는 패턴이지.’

그리고 그렇게 나뭇가지를 모으는 도중에도 도움말 시스템을 이용해 상점 시스템에 대해서 살펴보는 공선자.

일단 상점 시스템 자체는 별거 없었다. 말했다시피 대부분의 상품을 판매하는 만능 상점. 여기에 T라는 단위의 화폐를 사용한다는 것.

스킬도 상점 시스템에서 판매했지만 이건 스킬을 산다기보다는 스킬을 습득한다는 것에 가까웠으니 넘기고.

그 외에 살펴본 것은 상점 시스템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의 종류였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크게 4가지로 나누어졌다.

어떤 가공도 안 되어 있거나 가공이 되었다고 해도 특정 목적으로 사용될 요소로 가공된 것이 아닌, 거기에 그 어떤 이능적 요소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품은 일반소재.

특정 목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 가공되었으나 이능적 요소가 존재하지 않은 상품인 일반도구.

이능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만 일반소재와 다른 이능소재, 마찬가지로 이능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만 일반도구와 다른 이능도구.

……이렇게 총 4가지로 나누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선자가 살펴본 결과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일반소재와 일반도구보다 이능적이 요소가 가미된 이능소재와 이능도구 쪽이 같은 종류의 물건이라도 더 비쌌다.

예를 들어서 똑같은 돌멩이가 있다고 해도 일반소재인 그냥 돌멩이보다는 치유의 이능이 가미된 치유의 돌멩이 쪽이 당연히 더 비싸게 T가 책정된다는 이야기.

‘흠, 와이어도 팔고 있잖아? 당장은 T가 없어서 사는 건 힘들지만 와이어 같은 건 여러모로 쓸 때가 많으니 나중에 사두는 것도 좋겠지.’

그 뿐만 아니라 와이어 외에도 이것저것 여러 상품이 존재했다. ……심지어는 총과 같은 화약 무기도 파나? 하고 살펴본 결과 놀랍게도 화약 무기를 팔고 있는 것!

‘……하지만 더럽게 비싼데? 아직 T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는 알고 있지 못하지만 적어도 이게 제대로 된 가치는 아니라는 사실은 충분히 알 수 있어.’

상점 시스템은 이야기했던 것처럼 총 4가지로 대분류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또다시 존재하는 소분류가 있었는데 그 소분류는 아마도 각 상품들이 만들어질 때 사용된 문명의 기술력에 따라서 분류되는 모양.

소분류는 총 5개로 제1문명, 제2문명, 제3문명, 제4문명, 제5문명에 해당했다. 그리고 각각의 카테고리를 살펴보니 공선자가 살던 지구는 대충 제3문명에 해당하는 수준의 기술력을 지닌 것 같았다.

현재 그가 있는 차원인 플라워 차원은 제2문명의 수준의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야 할까?

‘챌린저가 주거하고 있는 세계의 문명 수준에 따른 아이템 상점의 소분류 별 가치 변동. ……요컨대 현재 내가 머물고 있는 차원의 기술력보다 더 높은 문명의 기술력이 사용된 아이템들은 자연스럽게 그 가치가 폭등한다, 이건가?’

그렇다면 화약 무기를 구매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T가 무지막지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말했다시피 현재 공선자가 머물고 있는 세계의 문명은 대충 보니 제2문명 수준.

그러니 그 이상인 제3문명부터 제5문명까지의 상품들의 가치가 억 소리가 나올 정도로 높은 것도 당연한 이야기.

그야 물건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술력에 따라서 변하는 것 아닌가? 중세 시대에는 상당한 가치가 있던 유리가 현대에 와서는 널려 있는 것을 넘어서 건물이 겉면이 유리로만 만들어진 건물을 지을 정도로 말이다.

‘와이어 일단 제3문명 카테고리로 분류되고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상당히 비싸네? 이렇게 되면 그냥 내가 직접 만드는 쪽이 훨씬 싸게 먹히겠어.’

물론 와이어를 만들 기술을 공선자가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의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공선자는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단, 그에게는 에볼루션 시스템에 의한 스킬들이 존재하니 그쪽으로 어떻게 좀 노력하면 만드는 게 아예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 것. 당장 스킬들 중에서는 제작 계열에 속하는 마스터리 계열의 스킬들 역시 존재했으니 말이다.

‘거기에 정 필요하다 싶으면 제2문명에도 와이어는 존재하니깐 말이지. 기술력의 차이로 내가 원래 세계에서 사용하던 와이어와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이 정도 감지덕지하지.’

제2문명 카테고리에 속한 와이어와 제3문명 카테고리에 속한 와이어는 같은 와이어라고 해도 탄성이나 내구력과 같은 면에서 차원이 다를 터였다.

그러니 제3문명에 속하는 지구제의 와이어를 사용하던 공선자로서는 제2문명의 와이어는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정 급하면 그때 가서 구매하기로 하는 것.

거기에 훗날 그가 성장하여 T가 어느 정도 여유 있게 된다면 제3문명의 물건들도 어느 정도 구매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해도 제4문명하고 제5문명의 상품들은 도저히 구매할 엄두가 안 나는 수준의 T들이지만 말이야. 이거 그냥 1대1로 환전해도 불가능할 것 같은 액수인데?’

공선자가 그렇게 상점 시스템에 대해서 살펴보며 나뭇가지를 모으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정도 수준의 나뭇가지를 모을 수가 있었다.

‘어느새 이만큼 모았군. 이걸 가지고 가면 대충 2만 원은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양인데…….’

해봤자 십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한 수준의 가치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당장 공선자의 품에 한가득 들려있는 만큼 더 이상은 들고 다니기 힘드니 따로 도구가 없다면 이대로 도시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나한테는 인벤토리가 있으니까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인가. ……역시 다른 건 몰라도 이 인벤토리만으로도 당장은 먹고 살 걱정이 어느 정도 줄어들겠군.’

평범한 사람이라면 지게 같은 도구라도 따로 준비해두지 않는 이상 이 정도 나뭇가지를 모았으면 더 이상은 나뭇가지를 들 수가 없어 그대로 도시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허나, 공선자의 경우에는 인벤토리가 존재했기에 문제가 없었다. 현재 그가 지닌 인벤토리 내부의 공간은 아직 나뭇가지가 한참을 들어갈 수준으로 남아돌았으니 말이다.

‘인벤토리 넓이는 초기 넓이가 10세제곱미터고, 레벨이 상승할 때마다 레벨당 1세제곱미터씩 넓어지니 아직 여유가 있어.’

현재 공선자의 인벤토리의 넓이는 11세제곱미터라고 할 수 있었다. 초기 레벨 1도 레벨로 쳐주는 모양. 그리고 11세제곱미터라면 아직 한참은 더 나뭇가지를 수납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이 나뭇가지를 인벤토리에 보관하기 전에……, 아니, 인벤토리에 보관한 상태로도 상점 시스템에 팔 수 있는 것 같으니까 딱히 보관해두어도 상관없나?’

이것처럼 시스템을 만져본 공선자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대로 나뭇가지를 인벤토리에 집어넣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상점 시스템을 이용해 인벤토리에 보관된 나뭇가지 더미들을 팔아보려고 시도하는 그.

‘오! 이번에는 되네? 어디……, 과연. 2만원 상당의 나뭇가지를 1T에 매각할 수 있다. 매각 시 가치가 50% 차감된다는 걸 생각하면 1만 원당 대충 1T의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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