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0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10/194)



〈 110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하지만 도움말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그저 ‘알고 있는 것’과 직접 확인하는 것은 달랐다.

때문에 공선자는 조금 불안한 감정을 감정제어로 억누르며 쌈닭의 사체에 손을 대고 인벤토리에 보관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스르륵!!

그렇게 공선자가 인벤토리에 쌈닭의 사체에 대한 보관 의사를 일으키자 눈앞에 밧줄에 매달려 있던 시체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는 것이었다.

‘역시 사체를 보관하는 건 가능하네. 휴우……, 일단 이걸로 토벌 증표로 부리만 가져갈 필요는 없어진 건가?’

만약 안 되었다면 몬스터의 시체를 가지고 다니는 게 여러모로 애로 사항을 꽃피게 했기에 그냥 토벌 증표로 부리만 가지고 갈 생각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개당 1만씩이니 하루에 10마리씩만 잡아도 당장은 굶어 죽을 걱정을 없을 테니 말이다.

‘시체까지 가져가면 2만 원, 이 시체가 총 3만 원인가?’

인벤토리에 보관되어 있던 쌈닭의 사체를 다시금 꺼내서 바닥에 내려놓은 공선자. 인벤토리를 응용하기 밧줄에 매달려 있던 쌈닭을 귀찮은 과정 없이 내릴 수 있었다는 점에 공선자는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피를 빼기 위해서 그대로 매달아두고 싶기는 했지만 밧줄의 내구력을 생각하면 그다지 바람직한 판단은 아니지.’

공선자가 인벤토리에서 꺼내자 아직까지도 피가 전부 빠지지 않은 쌈닭의 주검이 목과 미간에서 난 상처에서 피를 뚝뚝 흘리는 것이었다.

최대한 피가 묻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했기에 공선자가 입고 있는 옷이나 가죽 경갑이 더러워지지는 않았다.

만약 피가 묻었으면 나중에 단검처럼 정리하는 과정이 귀찮아졌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 쌈닭의 시체에서 완전히 피를 빼지 않는다면 언제 옷과 방어구가 더러워질지 알 수가 없는 상황.

때문에 할 수 있으면 피를 완전히 빼고 싶었지만 말했다시피 그러기 위해서 허공에 매달아두면 밧줄에 무리가 갈 터였다.

당장 육안으로만 확인해 봐도 한 번 쌈닭을 끌어올린 것만으로도 공선자가 손수 만든 밧줄에 상당한 무리가 간 것이 보였으니 말이다.

앞으로 함정을 사용하게 된다면 아무리 조심스럽게 사용해도 5번 이상은 사용하기 힘들 것 같은 상황.

그렇기에 공선자는 빠르게 올무에 의해서 허공에 매달린 쌈닭을 인벤토리를 이용해 바닥으로 내려놓은 것이었고 말이다.

‘……뭐, 인벤토리 내부의 시간의 흐름을 동결되었다고 하니까 피가 다 빠지지 않은 상태로 인벤토리에 내부에 보관해도 다른 물건들을 더럽히거나 하지는 않겠지.’

당장 쌈닭과 함께 잠깐 동안 인벤토리에 보관되어 있던 나뭇가지들을 꺼내 확인해봤지만 역시나 공선자가 보관해두었을 때처럼 말끔했다.

그 사실을 확인한 공선자는 그냥 피는 빼지 말고 조심해서 운반하자고 결정한 뒤(그래 봤자 인벤토리에서 꺼냈을 때에 한정되지만), 바닥에 내려놓은 쌈닭의 사체를 꼼꼼하게 확인하기 시작하는 것.

자신에게 피가 묻지 않도록 주의하며 쌈닭의 무게, 그리고 신체 특징을 확인했고 가끔씩 나뭇가지를 주워 뾰족하게 깎은 뒤 사체 곳곳을 찔러보는 것으로 뼈에 보호받지 못해 무른 부위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단검이 아니라 나뭇가지 수준으로 얇은 물건이라면 눈을 찌르는 것으로 뇌까지 뚫고 갈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나뭇가지 정도의 내구력이라면 전투 도중에 무기로 사용하는 건 무리야. 제대로 찔러 넣기 전에 부러지겠어.’

그렇게 한 5분 정도 쌈닭의 사체를 꼼꼼하게 확인하던 공선자는 결론을 내렸다. 역시 쌈닭을 사냥할 때는 목을 노리는 쪽이 가장 무난하겠다고 말이다.

‘좋아, 그럼 다시 사체를 인벤토리에 넣어둔 뒤에……. 다음은 함정을 다시 설치하는 건가? 하는 김에 피 냄새도 지울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무리겠지. 그렇다면 다른 장소에 설치해둘까?’

나무에 묶는 것으로 설치해두었던 스프링 올무용으로 개량한 밧줄을 회수하는 공선자. 다른 장소에 설치해 같은 함정을 만들 생각이었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회수하는 것이었다.

‘……하아. 이걸로 일단은 첫 전투, ……아니, 전투가 아니라 사냥에 가깝군. 여하튼 첫 사냥에 대한 정리는 끝난 건가.’

정리할 것에 대한 정리를 전투 끝낸 공선자는 그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이동한 뒤 생명체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는 것이었다.

딱히 진이 빠지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전투 끝난 지금에야 실감이 낫다고 해야 할까?

자신이 원래 살던 세계가 아닌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넘어와 생전 본적도 없는 몬스터라는 괴물과 싸워 그 괴물을 살해했다는 실감이.

그리고 그 실감을 통해서 공선자는 다시금 확신을 가질 수가 있었다. 원래 그가 살던 세계도 결코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는 세계였다.

아니, 오히려 공선자의 입장에서는 원래의 지구가 더 위험천만하지 않았나 생각될 정도. 허나, 적어도 지구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허나, 이쪽 세계는 아니었다. 이 플라워라는 이름을 가진 세계는 공선자처럼 특수한 환경의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는 세계.

그리고 그런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설령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해도 ‘힘’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지금 내릴 수 있었던 것.

그야 저쪽 세계에서 평범한 사람이 힘이 필요할 정도의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일은 극히 드물었지만 이 플라워 차원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도 각종 사건 사고에 휘말리기 비교적 쉬운 세계였으니 말이다.

‘거기에 이쪽 세계는 멸망이 예정된 세계야. 멸망을 막던, 아니면 멸망한 뒤의 세계에서 살아남던 결국 힘이 필요하겠지.’

그리고 그 사실을 생전 처음 마주하게 된 ‘몬스터’라는 위협을 경험하는 것으로 실감하게 된 것이었다.

당장 감정이 제어되고 있기에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것이지 본래의 공선자라면 겁에 질려 벌벌 떨다가 죽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의 ‘이형’이 바로 몬스터라는 괴생명체들이었으니까.

‘역시 뭐가 되었던지 일단은 강해져야 하나. 그리고 그 첫걸음을 걷기 위해서 방금 전에 그 쌈닭을 사냥한 거니깐 말이지.’

실감 끝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시금 상기한 공선자는 의지를 일으켜 눈앞에 스테이터스 창을 띄우는 것이었다.

에볼루션 시스템의 레벨 업 시스템은 몬스터를, 정확히는 생명을 지닌 그 어떤 생명체와도 생사투를 통해서 상대를 살해할 시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치가 쌓이는 것으로 레벨을 올리고 레벨이 올라가는 것으로 챌린저들은 보다 확실하게 ‘강해지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 이유로 공선자는 자신의 레벨이 올라간 것인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본 것.

‘레벨이 안 올라갔다? ……경험치가 안 들어온 건가? 아니면 들어왔는데 경험치가 부족한 건가?’

허나, 공선자의 예상과 다르게 공선자의 레벨은 올라가지 않았다. 즉, 스테이터스 창에 그 어떤 변화도 없었던 것.

때문에 공선자가 조금 당황해 하고 있을 때, 그 이유를 알기 위한 수단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다름 아닌 로그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

로그 시스템의 로그 창은 에볼루션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 모든 현상을 기록해주니 경험치가 들어왔다면 기록을 해줄 터였다.

……그런 생각에 로그 창을 확인해본 공선자는 쌈닭을 죽이는 것으로 제대로 경험치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무력 레벨 5의 쌈닭을 처치하는 것으로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라는 형태의 로그가 제대로 로그 창에 기록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허나, 레벨은 오르지 않았다.

즉, 그것은 다시 말해서 쌈닭을 1마리 잡는 것으로는 레벨을 올릴 정도의 경험치를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

‘아니, 자기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잡았는데 1업도 못한다고? 거기에 쌈닭, 스프라우트 등급의 의뢰에 나오는 몬스터면서 레벨이 5나 되네?’

까놓고 말해서 무력 레벨 5라는 게 어느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레벨 1인 공선자보다는 높지 않은가?

그 사실을 생각하면 역시나 결코 만만한 몬스터는 아니었다. 문제는 그 만만하지 않은 몬스터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레벨이 단 1도 오르지 않았다는 점일 터.

‘그나마 대량으로 경험치를 획득했다는 걸 보면 레벨 차이가 경험치 양에 아예 영향을 주지 않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레벨이 5배나 높은 몬스터를 죽였음에도 레벨 업을 할 수 없다니…….

물론 현재 공선자의 레벨이 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해도 조금 짜증이 날 것 같은 이야기였다.

그만큼 에볼루션 시스템의 레벨 업 시스템이 녹록지 않다는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거기에 구체적인 경험치의 양도 표시해주지 않았다.

‘표시되는 건 대량의 경험치라는 기준이 애매모호한 표현. 거기에 스테이터스 창에는 경험치 수치나 경험치 바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즉, 공선자는 자신이 다음 레벨 업까지 어느 정도 수준의 경험치가 필요한 것인지 인지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 사실에 살짝 혀를 차는 공선자. 허나, 그는 더 이상 그 부분은 붙잡고 늘어질 생각이 없었다.

확실히 생각했던 것보다 레벨 업이 만만치 않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레벨을 올리지 않을 수도 없었으니 말이다.

쌈닭 한 마리로 레벨을 올리지 못한다면 두 마리를, 두 마리도 안 된다면 세 마리를 잡으면 되는 것.

‘거기에 쌈닭 한 마리를 잡고 그 사체를 통해서 정보를 모은 결과 어느 정도 견적이 나왔어. 오늘 하루 종일 숲 속을 돌아다닌다면 적어도 레벨 1정도는 올릴 수 있겠지.’

적어도 1레벨은 올려야지 레벨 10까지의 길이 얼마나 험난할 것인지 견적이 나올 것 같았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레벨 업이 힘들다는 사실에 허탈해하거나 한탄, 혹은 짜증을 내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 다음 ‘사냥감’을 수색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쪽을 선택한 것이었다.

‘일단 함정부터 설치한다. 하지만 올무에만 의지하지는 않아. 이제부터는 올무는 올무대로 나는 나대로 쌈닭을 사냥한다. 정면 대결이라고 해도 무리만 하지 않으면 확실하게 이긴다는 보장은 없어도 확실하게 살아남을 수는 있을 것 같으니까.’

……거기에 공선자는 애초에 정면대결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의 특기는 어디까지나 ‘암습’이었으니 말이다.

그 사실을 잊을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공선자가 짠 견적은 필히 ‘암습’이 기본 전제로 깔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암습을 기본전제로 깔고 견적을 내어보니 공선자는 충분히 지금의 자신이라고 해도 쌈닭을 사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세운 것.

방금 전처럼 설치해둔 함정인 올무를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기습적으로 쌈닭의 목덜미에 단검을 박는다.

그 일격만으로 상대를 해치울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 일격을 꽂아 넣을 수 있다는 확신도 가지고 있는 것.

그렇다면 굳이 올무를 이용해 상대의 움직임을 막을 필요가 없었다. 상대가 자신을 눈치 채고 대응하기도 전에 일격에 상대의 숨통을 끊어버리면 되니깐 말이다.

때문에 공선자는 올무를 설치해둔 장소에서 쌈닭이 올무에 걸릴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올무는 올무대로 내버려둔 뒤 근처를 신중하게 돌아다니며 보이는 쌈닭의 숨통을 끊는다. 그것이 지금 공선자가 경험치를 얻기 위해서 세운 계획인 것.

‘거기서 덤으로 가끔씩 올무에 잡힌 쌈닭을 마무리 짓는 것으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경험치를 쌓는다.’

무엇보다 정면대결보다 암습이 효율적인 또 하나의 이유. 다름 아닌 ‘일격’에 상대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

즉, 쓸데없는 에너지 소비가 없다는 이야기. 물론 정말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암습하게 된다면 다른 방식으로 정면대결보다 에너지가 더 소비될 수도 있었다.

허나, 공선자는 이 분야에서는 베테랑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인 것. 적어도 평범한 남성 이상의 전력을 지닌 괴물과 정면으로 싸우는 것보다 훨씬 에너지 소비가 적을 것이라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