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3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13/194)



〈 113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경험치와 다르게 무엇인가를 멸한다는 모든 행동이 멸업 수치를 쌓게 해주는 건가. 당연히 난이도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높은 수치가 쌓일 테고 말이지.’

이렇게 이야기하면 멸업이 마치 어마어마한 사기 스킬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다. 오로지 무엇인가를 죽이고 얻을 수 있는 경험치보다 그냥 뭐든지 부수면 얻을 수 있는 멸업 수치가 쌓을 수 있는 폭이 넓어 보였으니 말이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멸업 수치가 많이 쌓일 경우의 이야기였다. 과연 밸런스 붕괴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의식하지도 않았던 각종 자잘한 파괴 행각으로 쌓인 멸업은 채 0.01%도 되지 않는 것.

거기에 쌈닭을 사냥해서 얻은 멸업 역시 고작해야 20% 정도에 불과했다. 이 수치가 쌈닭 2마리를 사냥해서 얻은 수치라는 것을 생각하면…….

‘못해도 쌈닭을 10마리는 잡아야지 스텟 포인트를 1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 거기에 스킬 설명에 있던, 멸업의 상승 수치는 소지자의 경지를 기준으로 책정된다는 건…….’

요컨대 공선자의 실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쌈닭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멸업의 수치가 낮아진다는 이야기.

마치 경험치처럼 말이다. 그러니 공선자가 멸업 수치를 쌓겠다고 쌈닭을 사냥하다 보면 결국에는 언제부터인가는 쌈닭에게서는 유의미한 수준의 멸업을 쌓을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

그야 쌈닭을 사냥하면 사냥할수록 공선자의 레벨이 올라갈 테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멸업 수치 100%로 전환할 수 있는 스텟 포인트는 1, 여기에 스킬 포인트는 고장 3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경험치 대신에 멸업을 쌓아서 성장하는 건 힘들어. 멸업이 쌓이는 수치를 생각하면 어디까지나 경험치를 통한 성장을 보조하는 수준이라는 건가?’

경험치를 쌓지 않고 멸업만을 쌓는 방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야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리면 올릴수록 같은 파괴 행위를 행한다고 해도 들어오는 멸업 수치가 줄어들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경험치를 쌓지 않고 멸업으로 최대한 많은 스텟과 스킬 포인트를 확보하는 방식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허나, 그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럴 것이 당장 나뭇가지나 풀을 뽑는 것만으로도 멸업 수치가 쌓이기는 했지만 못해도 수만, 수십만 번은 반복해야지 간신히 유의미한 수준으로 쌓이지 않을까 생각될 수준의 수치였으니 말이다.

멸업 수치가 제대로 쌓이는 것은 경험치처럼 어느 정도 전력을 지닌 생명체를 살해할 경우일 터.

아니, 어쩌면 거대한 산을 무너트리거나 고층 건물을 무너트리는 방식이라면 유의미한 수준의 멸업을 쌓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허나, 레벨도 올리지 않고 그런 파괴 행각을 행할 수준의 능력이 공선자에게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역시 멸업 수치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성장을 ‘부스터 해주는 스킬’로서 취급해야지 ‘성장의 메인이 되는 스킬로써’ 취급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일단 자세한 건 역시 어느 정도 내 레벨을 올려본 뒤에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네. 거기에 어마어마한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같은 양의 경험치를 얻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이라도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건 분명한 메리트이기도 하고 말이지.’

그렇게 로그 창을 통해서 경험치와 멸업이 쌓인 것은 확인한 공선자는 일단 레벨이 오르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일단은 다른 사냥감을 찾기 전에 자신이 설치해둔 올무를 확인하기 위해서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하는 그.

혹시라도 올무에 사냥감이 걸렸다면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고 다시 함정을 설치하기 위해서였다.

그야 자신이 급조한 밧줄은 그 내구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올무에 걸린 사냥감을 방치하게 된다면 밧줄에 손상이 발생하여 언제 끊어질지 알 수가 없는 것.

때문에 최대한 밧줄을 오랫동안 사용하고자 틈틈이 올무의 상태를 확인하고 사냥감이 걸렸다면 곧바로 처리하는 것으로 밧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탁! 탁! 탁!

이동은 역시나 나무에서 나무를 옮겨 타는 방식을 이용했다. 머리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게 좋지 않은 머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아는 공선자였다.

그렇기에 자신이 왔던 길은 확실히 외우고 있는 것. 거기에 혹시 몰라 나무 위에 자신만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해놨으니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까지는 함정을 밟은 녀석이 없는 건가? 그럼 난 다시 다른 쌈닭이 없나 찾아보러 가야겠군.’

그렇게 얼마 걸리지 않아 자신이 설치해둔 함정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한 공선자는 일단 한숨 돌린 뒤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함정에 쌈닭이 걸리지 않은 것은 아쉬웠지만 적어도 쌈닭이 걸린 뒤 자신이 너무 늦게 와서 밧줄이 끊어져 있다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는 것.

가장 좋은 것은 역시 공선자가 함정을 확인하고 있을 때 쌈닭이 올무를 작동시켜주는 것이었지만 역시 그런 형편 좋은 일이 일어날 리가 없었다.

‘일단 쌈닭을 잡는 것으로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다고 하니까 앞으로 아무리 못해도 10마리를 잡기 전에는 레벨 업을 한 번은 하겠지. 지금은 밧줄의 내구력보다 보다 많은 쌈닭은 잡는 것에 집중하자.’

때문에 공선자는 약 5분 정도 올무를 살펴보다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또 다른 쌈닭을 사냥하기 위해서 어두운 숲 속을 은밀하게 수색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푸욱!!

“꾸르게에에엑?!!!!!”

‘앞으로 1분 정도 발광을 시작하겠군. 주의를 기울이도록 할까.’

나뭇잎 사이로 은은하게 내리비치는 달빛의 도움으로 간신히 눈앞의 광경을 직시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둡기 그지없는 밤.

심지어 단순히 어두운 것뿐만 아니라 을씨년스러운 숲 속이기에 더욱더 서늘하기 그지없는 분위기가 풍기고 있는 공간에서 갑작스럽게 풀의 스치는 소리와 벌레들이 우는 소리만이 들려오던 고요함을 깨는 괴음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조용히 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귀신들조차 깜짝 놀라 도망을 칠 정도로 시끄럽기 그지없는 비명소리.

심지어 그 비명은 가래 끓는 소리까지 합쳐져 기분 나쁘기 그지없는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것이었다.

휘익! 쿠우웅!!

“크렉?!”

‘어느 정도 익숙해졌나? 이 정도라면 이제는 눈감고도 타이밍을 읽을 수 있을 것 같군.’

어두운 숲의 고요함을 깨는 비명소리는 다름 아닌 쌈닭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닭 형태의 몬스터가 낸 단말마였다.

보다 정확히는 목에 틀어박힌 단검에 의한 고통과 죽음이 결정된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토해낸 비명이라고 해야 할까?

거기에 더불어 자신을 이 모양 이 꼴로 만큼 원흉에게 고하는 증오 서린 사자후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증오로 점철된 비명소리를 정면에서 마주하고 있는 인물은 몇 시간 째 쌈닭의 서식지에서 쌈닭을 사냥하고 있는 청년, 공선자였다.

어두운 숲 속을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이동하며 보이는 족족 쌈닭을 사냥하던 공선자. 가끔씩 혼자가 아니라 떼로 몰려다니는 쌈닭과 마주하면 피하고, 자신이 설치한 올무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다가 함정에 걸린 쌈닭을 처리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가던 공선자.

그가 마침내 함정에 걸렸던 쌈닭을 포함해서 5번째 쌈닭을 처치하기 위해서 공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최대한 기척을 죽여 쌈닭에게 가까워진 뒤에 내질러진 일격. 그 일격이 5번째 쌈닭의 목을 꿰뚫는 순간 공선자는 승리를 확신하고 곧바로 쌈닭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그렇게 공선자로 인하여 죽음이 결정된 쌈닭은 당연하게도 자신이 목숨이 붙어 있는 순간까지 공선자를 죽이기 위해서 갖은 발악을 하는 것이었다.

허나, 이미 쌈닭을 4마리나 사냥해본 공선자는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하는 쌈닭의 공격을 여유롭게 회피하며 꺼져가는 생명이 완전히 재가 될 때를 기다리는 것.

이제는 굳이 나무 위로 대피할 필요도 없었다. 앞서 사냥한 4마리의 쌈닭을 통해서 쌈닭들의 정보는 이미 바닥까지 긁어모은 상황.

그렇기에 이제 공선자는 조금 과장을 보태어서 쌈닭의 1초 뒤의 행동이 미리 보이는 것 같은 수준에 이른 것이었다.

털썩!

“꾸우욱……!”

때문에 그는 마침내 별 위험 없이 5번째 쌈닭의 사냥을 끝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요리조리 피해 다니던 공선자를 미친 듯이 쫓아 돌진하던 쌈닭이 끝내 힘이 다하여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뒤 더 이상은 움직이지 않게 되었던 것.

그렇게 눈앞에서 쌈닭이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자 공선자는 상대가 완전히 침묵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려고 하는 것이었다.

‘으음?’

허나, 직후 자신의 신체에서 느껴지기 시작한 변화에 살짝 미간을 좁히는 공선자. 딱히 무엇인가가 크게 변했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신체에서 일어난 변화인 만큼 공선자는 확실하게 그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신체의 피로도가 회복된 건가? 일단 허기가 지는 걸 보면 체력이 회복되었다기보다는 자잘한 상처들이 사라졌다는 느낌인가?’

여기에 정신적인 피로도 역시 회복되었다는 느낌은 없었다. 회복된 것은 어디까지나 쌈닭을 사냥하며 얻게 된 자잘한 상처들.

여기에 근육에 쌓인 신체적인 피로들이 회복되었다고 느껴지는 것. 하지만 공선자의 입장에서는 이 현상 자체가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그야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신체 상태가 나아지는 경험은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 외에는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지만 당장 사소한 상처가 회복된 것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할 수 있나. 이건 즉…….’

갑작스럽게 자신의 신체에 일어난 변화를 파악하던 공선자는 어째서 이런 변화가 자신에게 일어난 것인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레벨이 올랐군. 정확한 건 스테이터스 창을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확실하겠지. 쌈닭 5마리로 레벨이 1이 오른 건가. 한 마리 당 대충 20% 정도의 경험치라는 거군.’

공선자는 드디어 고대하던 레벨이 오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를 확인하기 위해서 스테이터스 창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허나, 이내 자신이 막 쌈닭 한 마리를 사냥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일단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뭐, 정리라고 해도 죽어서 사체가 된 쌈닭의 시체를 인벤토리 내부에 보관하고 단검의 피를 닦는 것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쌈닭의 시체를 보관한 뒤 단검의 피를 전부 닦아낸 공선자는 일단 그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로 이동한 뒤에 자신의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보는 것이었다.

‘확실히 레벨이 올랐어. 1에서 2로. 그리고 레벨 업을 통해서 스텟 포인트를 3 얻을 수 있었고 말이지.’

일단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확인한 공선자는 자신의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본 뒤 여태까지와 다른 점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그는 확인할 수 있었다. 확실히 자신의 레벨이 1 상승하여 1에서 2가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거기에 스텟 포인트도 3 추가된 상태. 그 사실을 확인한 공선자는 호흡을 한 번 고른 뒤에 자신의 신체 내부에 정신을 집중해보는 것이었다.

‘……잘 느껴지지 않는데, 일단 오라라는 것도 레벨 업 덕분에 완전히 회복된 것 같네.’

최대한 집중해서 자신의 내부를 관조하던 공선자는 자신의 뇌가 존재하는 공간에서 어렴풋이 미지의 기운을 감지해낼 수 있었다.

자신이 지닌 초능력, 이제는 각성 스킬이 되어버린 시안을 시험해보며 완전히 고갈되었던 오라라는 이름의 힘.

쌈닭을 사냥하며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회복이 되기는 했지만 해봤자 약간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약 5% 정도? 그런데 그렇게 바닥이 났던 오라가 레벨 업 덕분인지 완전히 회복되었다. 거기에 스테이터스 창을 통해 확인한 결과 본래 1000에 해당했던 오라의 양이 1550으로 증가해 있었다.

기본적으로 1 레벨당 500의 오라가 상승하고, 여기에 친화 스텟 1당 1%의 수치가 추가로 상승하는 것.

때문에 레벨 업 전에 친화 스텟이 10이었던 공선자는 10%의 양이 더 추가되어 550에 해당하는 오라의 최대치가 레벨 업과 동시에 상승한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