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오라라는 힘은 당장 내 초능력, 아니, 권능이었던 시안을 발동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가 말이지. 그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습득하게 될 각종 스킬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힘이지.’
그리고 그 오라라는 힘의 최대치는 당장은 레벨 업을 통해서만 상승시킬 수 있었다. 그 외의 수단으로 상승시킬 방법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당장 공선자는 그 수단을 알고 있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상승하는 오라의 최대치에 영향을 끼치는 ‘친화’라는 스텟은 최대한 낮은 레벨에서부터 올려두는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을 터.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스텟들을 올리지 않을 수도 없어. 신체 스텟과 사고 스텟은 물론 내성 스텟도 전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스텟이니깐 말이지.’
4가지 스텟 중 친화 스텟이 낮은 레벨에 올릴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스텟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스텟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 만큼 공선자는 이번에 레벨 업을 통해서 얻은 스텟 포인트로 어떤 스텟을 올려야 할지 깊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당장은 레벨 업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을 해야 하나. 스텟 포인트를 어떻게 쓸지가 고민이기는 한데 레벨 업을 통해서 신체 상태랑 오라가 회복된다는 걸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야.’
스텟 포인트가 3 존재하는 것을 확인한 순간 이 스텟 포인트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고민에 빠지게 되었지만 일단은 그 고민은 뒤로 미루어두는 공선자였다.
당장 그가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본 것은 자신이 레벨 업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으니 말이다.
물론 스텟 포인트의 사용을 계속해서 미루어둘 생각은 없었다. 단지, 지금은 그보다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을 확인한 뒤에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해볼 생각일 뿐이었으니까.
‘레벨이 1 레벨밖에 안 올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이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레벨이 오른다고 역시 갑자기 막 강해지거나 하지는 않네. 직접적으로 강해지는 걸 체감하려면 역시 스텟 포인트를 사용할 수밖에 없나.’
공선자가 당장 확인하고 싶었던 것. 그것은 다름 아닌 레벨이 오름으로 인해서 정말로 직접적인 변화가 없는 것인가에 대한 확인이었다.
신체 스텟에 변화가 없어도 레벨이라는 거창한 것이 올랐으니 사실은 무엇인가 더 강해졌다! 라는 경우는 없나 확인하고 싶었던 것.
그를 위해서 칼집에 넣어두었던 단검을 꺼내서 몇 번 휘둘러본 공선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레벨이라는 것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강해질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하지만 레벨 그 차제가 챌린저를 강해지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아닌 것 같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이렇게 된다면 역시 레벨이 올랐다고 무턱대고 자신이 강해졌다고 착각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실제로 레벨이 올라서 강해졌다기보다는 레벨이 올라 얻은 스텟 포인트나 스킬 포인트를 사용해서 강해진다, 라는 것에 가깝다는 느낌이었으니까.
‘아니, 레벨이 오르면 오라의 최대치가 자연스럽게 상승하니 이건 이거 나름대로 레벨을 올렸을 뿐인데 강해진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 뭐가 되었던지 일단은 스텟 포인트를 사용해야지 강해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리는 공선자.
그야 당장 오라의 최대치가 상승하고 오라가 전부 회복되기는 했지만 공선자는 애초에 이 오라라는 힘 자체를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시안을 사용하며 소모되는 오라의 존재를 감지하게 된 것으로 어렴풋이 존재를 느낄 수 있게는 되었지만 직접 사용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결코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공선자의 신체 내부에 있으면서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주지도 않는 기운이었다.
그렇기에 당장은 오라를 사용할 수 있는 용도가 시안의 작동밖에 없으니 오라의 최대치가 늘어난다고 해도 자신이 강해졌다는 실감을 느끼기는 힘든 것.
‘시안을 사용해보면 다를 것 같기는 한데…….’
하지만 공선자는 당장 시안을 사용해볼 생각이 없었다. 쌈닭과의 전투 중이라면 모를까 단순히 확인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시안의 지속시간이 너무 짧았다.
무려 50%나 증가한 상황이었지만 그 50%가 증가해도 짧은 것은 매한가지. 그러니 중요한 순간을 대비해 아껴둘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이유로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자신이 얻은 스텟 포인트 3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로 고민하게 된 공선자.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 35%까지 떨어진 체력과 37%까지 상승한 피로도를 확인하는 것으로 괜히 공복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공선자는 고민에 잠겼다.
‘……당장 쌈닭을 사냥하는 것에 큰 곤란을 느끼는 건 아니야. 근력이나 속도 같은 신체 능력이 높아지거나 감각 같은 사고 능력이 높아지면 더 쉽게 잡을 수 있기는 하겠지만 아직까지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수월하게 잡을 수 있는 수준이지. 그렇다면 역시 최대한 낮은 레벨이 높여둬야 하는 친화 스텟을 올려야 하나?’
허나, 정작 공선자는 친화 스텟으로 높일 수 있는 오라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시안을 사용한다면 못 사용할 것도 없기는 했지만 말했다시피 시안 자체가 당장 워낙 지속시간이 짧아서 오라의 최대치가 어지간히 늘지 않는 이상은 당장은 써먹기 힘들어 보였으니까.
‘어쩌지? 나중을 위해서 친화 스텟을 올리느냐, 아니면 당장의 편함을 위해서 신체나 사고, 내성 스텟을 올리냐…….’
선택의 기로에서 한동안 고민에 휩싸여 있던 공선자는 이내 한 번 입술을 깨물더니 과감하게 가지고 있던 스텟 포인트를 전부 친화 스텟에 몰빵 해버리는 것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시안의 능력을 내가 잘 알고 있어. 그런 의미에서 몇 초라도 더 시안의 지속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당장 부족한 신체 스텟이나 사고 스텟을 얼마든지 커버 칠 수 있을 거야.’
거기에 시안뿐 아니라 나중에 다른 스킬들을 익힐 것을 생각한다면 낮은 레벨부터 친화 스텟에 투자하는 것은 결코 손해가 아닐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스텟에 신경을 쓰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다. 필요하다면 다른 스텟들에 투자할 의향도 충분히 있는 것.
허나, 당장은 다른 3가지 스텟들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 그럴 것이 아직까지는 공선자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경험으로 충분히 몬스터들을 사냥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일단 사냥에 여유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친화 스텟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도록 할까.’
그렇게 결정은 내린 공선자는 말했다시피 친화 스텟에 레벨을 1 올려 얻게 된 3의 스텟 포인트를 전부 투자해버리는 것이었다.
스텟을 올리는 방법은 간단했다. 눈앞의 반투명한 창을 터치해도 되고, 그거 강한 의지를 가지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스텟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 직후, 살짝 후회가 되기 시작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이다. 다른 스텟을 올렸으면 당장 강해진 것은 체감할 수 있을 터였지만 친화 스텟은 달랐다.
스텟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크게 강해졌다는 느낌이 없는 것. 때문에 공선자는 조금 후회가 되기 시작했지만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것.
되돌리는 것은 깔끔하게 포기한 뒤 그것보다는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정보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24시간마다 신체 스텟과 사고 스텟의 세부 스텟 수치를 조절할 수 있었지? 다른 세부 스텟의 수치를 줄이는 대신에 다른 세부 스텟의 수치를 늘릴 수 있었나?’
요컨대 신체 스텟과 사고 스텟을 세부 분야에 따라서 특화시킬 수 있다는 소리였다. 재생속도를 담당하는 재속의 수치를 100%에서 50%로 낮추는 대신에 다른 스텟들에 그 50%의 수치를 분배할 수 있는 것.
그 사실을 떠올린 공선자는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당장 쓸데가 없는 세부 스텟을 버리고 다른 스텟들을 강화할 수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어디 보자……. 신체 스텟의 세부 스텟은 근력과 체력, 속도와 신속, 여기에 재속까지. 이 중에서 당장 나한테 필요 없는 스텟은…….’
다름 아닌 재생속도를 담당하는 재속. 여기에 추가로 체력도 빼려고 한다면 뺄 수 있었다.
현재 공선자의 암습을 통한 사냥 스타일을 일격에 적을 침묵시키는 것인 만큼 장기전에 도움이 되는 체력 스텟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것.
재생 속도는 애초에 최대한 부상 자체를 입지 않은 방식으로 싸우고 있으니 더욱더 필요하지 않고 말이다.
‘그렇다면 체력을 70%까지 낮추고, 재속을 최저 수치인 10%까지 낮추는 것으로 총 120%의 스텟 수치를 나머지 3개의 스텟에 고르게 분배하면…….’
머릿속에 떠올린 대로 신체 스텟의 세부 스텟을 조정하는 순간 공선자는 순간적으로 전신을 타고 흐르기 시작하는 힘을 체감하고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근력이 140%, 속도가 140%, 신속이 140%로 증가함으로써 신체 스텟 10이 각각 14, 14, 14의 수치로 적용되기 시작하는 것.
그 대신 체력이 7, 재속이 1라는 수치로 적용되었지만 그것을 무시할 정도의 힘이 전신에 넘쳐흐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거라면 굳이 암습이 아니라 정면에서 쌈닭하고 싸워도 별문제 없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공선자는 순간 흠칫, 어깨를 떤 뒤에 고개를 흔들어 털어내는 것이었다.
확실히 강해진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변화였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굳이 필요 없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결코 공선자의 스타일이 아니었으니까.
어떤 때라고 해도 안전이 제일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강해졌다고 정면에서 싸우는 것보다는 좀 더 안전하게 적을 일격에 해치울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쪽이 공선자에게는 건전하다는 느낌이었다.
‘일단 사고 스텟도 건드려둘까? 지혜나 지능은 당장 사용할 곳이 없으니까 80%까지 줄이고 암습에 용이한 감각을 140%까지 늘려둘까.’
다른 스텟인 사속과 정신은 건드리지 않기로 하였다. 전투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고 속도와 정신력은 전투에 분명히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자신의 스텟을 한 번 조정해본 공선자는 스텟을 조정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확인하고 슬쩍 만족스럽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동시에 단점 역시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역시 체감할 수 있었다. 다른 스텟을 올리기 위해서 한 가지 이상의 다른 스텟을 희생해야 한다.
그 사실 자체가 가져오는 단점 역시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근력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아까보다 조금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한 신체가 체력의 감소를.
거기에 노이즈가 끼는 것처럼 살짝 끊기는 사고가 지능과 지혜의 감소를 명확하게 증명해주고 있는 것.
‘……흐음,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한 건가. 이번에는 시험 삼아서 한 번 스텟을 건드려보기는 했는데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웬만해서는 100%씩 동일하게 스텟 수치를 분배해두는 게 좋겠어.’
어느 한 쪽으로 특화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약점’ 역시 뚜렷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약점은 곳 위기로 이어지는 법.
때문에 거의 병적으로 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공선자는 24시간이 지나면 그냥 스텟 수치를 원래대로 되돌려놓기로 하는 것이었다.
굳이 세분화 스텟을 건드리지 않아도 신체와 사고 스텟 그 자체를 증가시키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한동안은 친화 스텟을 위주로 올릴 생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세부 스텟 수치를 건드리는 건 단점 역시 만만치 않아. 당장 약간의 부상이라도 입으면 치료하는데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할 거야.’
장점 역시 대단했지만 그만큼 단점 역시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당장 위험한 상황도 아닌데 위기를 자조할 생각이 없는 공선자인 것.
‘휴우, 그럼 스테이터스 창 확인은 끝났으니 다시 쌈닭이나 잡으러 가볼까?’
스텟 포인트 말고도 스킬 포인트 역시 증가하기는 했지만 고작 3 증가한 것 가지고는 당장 쓸데가 없었다.
그와 같은 이유로 공선자는 스테이터스 창을 닫은 뒤에 다시금 쌈닭을 잡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당장 레벨 업이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경험을 해보기는 했지만 동시에 고작 레벨이 ‘하나’오른 정도로는 그다지 크게 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레벨 업은 포기해야 할까? 그럴 리가. 고작 레벨을 1 올리는 것으로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면 더 많은 레벨 업을 하면 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지금 공선자가 받은 상태인 메인 스트림은 레벨을 10 달성하는 것으로 직업을 습득하는 것.
뭐가 되었던지 하나의 직업을 습득하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스킬을 익힐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지 유의미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다. 처음 결정했던 목표인 레벨 10까지 쉬지 않고 달리면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