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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19/194)



〈 119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저기……? 무슨 일 있나요? 이상한 소리가 나서 확인하러 나와 봤는데……. 어? 왜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내, 낸들 알겠나?! 아, 처자! 처자가 좀 도와주게! 얼굴이 기억에 있는 걸로 봐서는 처자처럼 어제 단체로 몰려왔던 길드장의 방을 내주라고 한 사람들 중 한 명 같은데 보아하니 처자랑 같은 처지의 사람이 아닌가?!”

“네, 네?! 그럼 이 사람도 챌린저라는 건가요? 아, 그러고 보니까 확실히 얼굴을 본 기억이…….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 사람이 쓰러졌는데 그걸 저한테 떠미는 건가요?! 할아버지도 도와주세요!”

“도, 도와주기는 하겠는데 보다시피 늙은 몸이어서 사람을 들쳐업는 건 무리네! 그러니 일단 처자가……!”

점점 사라지는 자신의 의식을 느끼던 공선자는 귓가에 들려오는 한 노인의 목소리와 소녀의 목소리를 끝으로 간신히 붙잡고 있던 정신줄에서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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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내려가고 있었다. 깊게 깊게, 깊은 곳으로 끊임없이 떨어져 내려가고 있었다. 한도 끝도 없이 밑으로, 밑으로 떨어져 내려가고 있는 상황.

여기서 탈출할 방법은 없었다. 그저 이 깊은 구렁텅이의 밑바닥에 닿아 자신의 목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으니깐 말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는 저 높은, 자신이 이 구렁텅이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던 시작점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는다.

‘안 돼……! 돌아가야……! 돌아가야 해……!’

그것은 자신의 생각일까? 아니, 자신이지만 자신이 아닌 자의 생각. 아직은 찾아오지 않은 미몽에 불과했다.

허나, 그렇다고 이것이 단순한 꿈결의 생각은 아니었다. 그래, ‘이 순간’의 자신은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결코 이대로 떨어지고만 있어서는 안 되었다.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어서는 안 되었다.

어떻게든 올라가야 한다. 이 심연을 바득바득 기어서라도 돌아가야 한다. 저 위에는, 저 위에는 그가 간신히 찾은, 이제는 결코 잃어서는 안 되는 무엇인가가 있었으니까.

그러니 이대로 절망으로 추락해서는 안 되었다. 무슨 수를 쓰든지 아득바득 올라가야 했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죽음을 재촉하는 일이 된다고 해도……!

‘이대로……, 이대로 잃을 수는 없어! 제발……, 제발……!!’

간절하게 빌었다. 자신의 사고지만 도저히 자신의 사고라고 할 수 없는 사고가 머릿속을 장악하며 간절하게 빌고 또 빌었다.

신이시어 제발 부탁입니다. 부디 이대로 제가 잃어서는 안 될 것은 다시금 잃지 않게 해주소서……!

그렇게 빌고, 빌고 빌며, 추락하고, 추락하며, 추락하고 있을 때 공선자의 뇌리를 강하게 흔드는 심령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방금 전과는 다르다. 자신이지만 자신이 아닌 자의 의사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지금 이 순간의, 그래, 이 광경에 억지로 동조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공선자의 의지였다.

‘방법을 찾아! 그렇게 누군가에게 빌고 있을 시간에 방법을……! 방법을 찾으란 말이야!’

공선자는 신을 믿지 않았다. 아니, 믿기는커녕 증오하는 수준이었다. 그가 살아온 인생이,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그렇게 그를 만들었다.

그러니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무기력하게 신에게 비는 것만큼은 사양이었다. 신이라는 족속이 자신을 도와줄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오히려 괴롭히면 괴롭혔을 것이다. 그러니 신에게 비는 자신 따위 용납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저 깊은 심연으로 떨어진다는 공포고 나발이고 없었다.

있는 것은 오직 분노. 그의 천성이 공포조차 집어삼킨 정도의 분노, 거기에 더불어 잃어서는 안 될 것을 잃게 될 것 같다는……, 죽음의 공포마저 집어삼키는 공포.

그렇기에 공선자는 뇌리에서 소리쳤다. 본능의 영역에서, 결코 누군가에게 무기력하게 빌고만 있는 자신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전력으로 담아 소리쳤다.

……그리고 그런 공선자의 의지가 닿은 것일까? 아니면 그저 우연인 걸까? 밑으로, 밑으로 추락하며 그저 절망에 허우적거리던 사내가, 자신이지만 자신이 아닌 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저 저 위를 향해 손을 뻗는 것을 그만두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그저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서 아득바득 움직여야 했다. 설령 그것이 답이 아니라고 해도, 결과가 자신이 바라던 것이 아니라고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라도 해봐야 했다.

공선자의 외침에 그 의사를 되찾은 건지, 아니면 그저 타이밍이 좋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내는, 공선자는 혀를 깨무는 것으로 자신의 정신을 각성시키고 피를 삼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끝낼 수 없다는 의지를 담아서, 결코 이것으로 끝을 낼 수는 없다는 염원을 닿아서 저 위쪽이 아닌, 자기 스스로가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쪽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공선자가 움직이는 순간, 거기에 동조하고 있던 또 다른 공선자의 의식이 암전되었다.

물리적으로 가라앉는 것이 아니었다. 의식이 가라앉았다. 애초에 지금까지 동조하고 있었던 모든 광경이 그저 미몽에 불과했다는 것처럼 거품이 되어 흩어져 버렸다.

남은 것은 칠흑은 같은 어둠뿐. 하지만 사람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어둠이 아니었다. 오히려 포근하기 그지없는, 사람의 정신을 치유시켜 주는 계열의 어둠인 것.

그런 어둠 속에 휩싸인 공선자는 방금 전까지 동조하고 있던, 절망적이기 그지없는 광경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끼며 의식을 더욱더 깊이 침잠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 완전히 의식을 잃는 공선자. 자기 자신조차 잊고 그저 휴식을 취하는 기분으로 편안한 어둠에 휩싸여 있는 한참.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공선자의 의식이 각성했다. 그리고 동시에 다시금 떠오르는 방금 전의 그 광경.

그 광경을 의식하는 순간 반쯤만 각성한 상태였던 공선자의 의식이 마침내 완전히 각성하며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으아아아아악?!!!!!!”

헐레벌떡 상반신을 일으키며 공선자가 비명을 질렀다. 꿈? 꿈인 건가? 아니, 하지만 방금 그 광경은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실감 났다.

저 바닥이 보이지 않은 깊은 어둠으로 떨어져 내리는 꿈. 단순히 비유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떨어져 내리는 꿈.

하지만 꿈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현실감이 짙은 광경이었다. 심지어 모든 오감이 도저히 꿈이라고 말하기 힘든 레벨로 공선자에게 동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꿈이었다. 꿈일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과 다르게 완전히 의식을 각성한 공선자는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깊은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고 있지 않았다. 공선자가 현재 누워 있던 장소는 침대였다. 그것도 낯익은 침대.

공선자의 기억이 맞다면 그가 현재 누워 있는 침대는 분명 모험가 길드장이 준비해줬던 여관에서 사용하던 침대였을 터였다.

그렇다면 지금 그가 있는 장소는 그 숙소인가? 하는 의문이 떠올랐던 공선자는 이내 뇌리에 자신이 의식을 잃기 전의 마지막 풍경이 떠올랐다.

‘아, 그, 그래……. 나, 감정 제어가 풀린 뒤에 어떻게든 숙소로 돌아오려고 하다가 결국 숙소에 도착한 뒤에 기, 기절을 한 것 같은데……?’

다행히도 공선자가 의식을 잃은 뒤 그대로 방치한 게 아니라 누군가가 도움을 준 것일까? 이렇게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다면 여긴 내 방?’

어디까지나 일주일 동안, 아니, 앞으로는 6일 동안 빌려 쓰는 것이기에 자신의 방이라고 말하기도 뭐했지만 적어도 일단 앞으로 6일의 공선자의 소유이기는 하지 않은가?

그러니 일단 자신의 방이라고 이야기해도 괜찮을 터. 그렇기에 그는 여기가 자신의 방인가? 하는 생각에 주의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주의를 둘러보며 더욱 확신을 가졌다. 방금 전의 그 풍경은 꿈이 분명했다고. 그야 공선자는 여기에 있었다.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심연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여관의 침대 위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방금 전의 그 있을 수 없는 광경은 꿈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었다. 허나, 도저히 꿈이라고 말하기에는 있을 수 없었던 그 광경의 현장감에 공선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꿈임에도 불과하고 도저히 꿈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의 실감 나는 풍경. 그렇다면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미래시, 미래시에 의한 예, 예지몽. 내 정신력이 약해져서 의식을 잃고 있던 동안에 또다시 예지몽을 꾼 거야.’

어째서……, 어째서 꾸어도 빌어먹을 정도로 절망밖에 느껴지지 않는 그런 예지를 꾼단 말인가?

자신의 겪은 현상에 대한 답이 떠오르는 순간 공선자는 또다시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자신의 이성을 침식하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절망적인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공포가, 거기에 약하기 그지없는 정신력으로 다시금 예지몽을 꾸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자괴감이, 어쩌면 그저 실감 나는 꿈이었을 뿐일 수도 있다는 현실도피가 그를 괴롭혔다.

이제 막 정신을 되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정신을 읽을 것 같을 정도로 이성이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정신을 잃은 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했기 때문인지 피로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저 배가 고플 뿐이었다.

허나, 공선자의 감정이 다시금 피로가 풀린 정신을 고통스럽게 조여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다시금 의식을 잃게 될 정도로 정신이 지칠 터.

그렇기에 공선자는 억지로 사고를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일단은 방금 전까지 살펴보던 주변 풍경으로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여기는 내 방이 아닌 건가?’

처음에는 누군가가 기절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방으로 옮겨준 것인 줄 알았다. 허나, 자세히 살펴보니 이곳은 공선자의 방이 아니었다.

공선자의 방이라고 한다면 있을 수 없는 물건들이 몇 가지 여기저기 굴러 다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생각해보면 공선자의 방 열쇠는 현재 그의 인벤토리에 보관되고 있는 중. 그렇기에 공선자가 아니면 그 누구도 꺼낼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공선자의 방 열쇠를 찾아 그를 그의 방으로 옮겨주는 것은 불가능한 것. 그리고 두 번째 사실.

‘……내가 기절한지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지는 않은 건가?’

길어 봤자 몇 시간 정도밖에 잠을 자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증거로 아직까지 날이 밝아 공선자가 일야몽의 영향에서 벗어나 감정 제어를 받고 있지 않은 상태였고 말이다.

뭐, 그런 것치고는 상당히 회복된 상태인 것 같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신’에 한정된 이야기였다.

신체의 회복을 담당하는 스텟은 재속. 그 재속이 스텟 조절로 바닥을 치고 있기에 신체 자체는 아직까지도 피로했다.

허나, 정신의 회복을 담당하는 스텟은 사고 스텟의 세부 스텟 중 정신 스텟이었다. 이 정신 스텟은 정신의 피로도 회복을 담당한다.

재속에 비하여 정신 스텟은 정신력도 담당하기에 건들지 않았으니 제대로 일야몽의 응용 스킬 중 하나인 야몽순환의 영향을 받아 수면 효율 11배의 효과를 받았을 터.

그러니 신체는 지쳐도 정신을 멀쩡한 이 상황은 공선자가 잠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었다.

‘차라리 밤에 깨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감정 제어가 아직까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많은 감정을 스스로 견뎌낼 수밖에 없는 공선자는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는 것이었다.

단순히 감정 제어 없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감당하는 것도 힘들기는 했다. 하지만 이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그러니 여기까지 우울해하는 것은 이상한 일. 허나, 예지몽을 꾼 직후의 상황이라면 달랐다.

너무나도 불길한 그 예지몽에 공선자는 자신이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다시금 정신적인 한계에 몰리고 있는 것.

그렇게 점점 더 공선자가 자신의 약간 정신력에 대한 자괴감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홀로 지쳐가고 있을 때였다.

갑작스럽게 공선자가 누워있던 침대가 있는 방 밖이 소란스러워지는 것 같더니 이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몇몇 사람들이 헐레벌떡 공선자가 있던 방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뭐, 뭐, 뭐야?! 방금 전의 비명소리는?! 무슨 일 터졌어?! 역시 어디 심각한 상태였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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