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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23/194)



〈 123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하지만 떨거지인 우리들이 앞으로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단은 숫자가 많을 필요가 있다. 아무리 몬스터가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해도 일단은 챌린저. 거기에 겁쟁인 걸 빼면 오히려 아직 몬스터와 만나보지도 못한 우리보다 나을 수도 있지. 그런 의미에서 곧바로 섭외 제안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괜히 뜸을 들이다가 그 빌어먹을 자식들이 채가면 어쩔 생각이냐?”

아니, 그러니까 쫌 공선자가 이해를 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해줬으면 좋겠다. 분명 번역 시스템을 통해서 제대로 단어의 뜻은 이해할 수 있는데 어째 말하는 문장의 뜻은 죄다 이해를 못 하겠다.

그렇기에 자신이 어찌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공선자가 눈치를 모며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프로아와 밀리언은 자기들끼리 아는 내용으로 이어서 말을 주고받았다.

“당장 우리들의 숫자가 부족한 건 알고 있어. 그래서 저 사람이 챌린저라는 걸 안 뒤에 나도 제대로 사정을 설명하고 제안을 해볼 생각을 떠올리기도 했고. 하지만 다시금 이야기하지만 막 정신은 잃었다가 깨어난 사람이야. 일단은 진정할 수 있게 시간을 줘야지. 거기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니어서 일단 이 방에서 나가서 현재 챌린저들의 사정부터 설명하기로 했잖아?”

“그래, 그렇군. 방금 그 모습으로 방을 나가면 눈에 띄니까 장비의 착용을 해제하게 만든 거기도 하고 말이지. 거기에 이 이상 내 방을 더럽히고 싶지도 않고. 확실히 내가 성급했나.”

정말이지. 공선자로서는 조금 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의 대화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런 자신의 의사를 담아 그들을 바라보는 공선자. 지금의 공선자는 차마 그들의 말에 끼어들 정도의 용기가 없으니 그저 당혹스러워하는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서로 대화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프로아나 밀리언이라면 모를까 조금 멍한 인상의 쿠루미는 공선자의 눈빛을 눈치챈 것인지 프로아의 옷깃을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또다시 당사자인 공선자는 빼놓고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가 큼큼 하고 헛기침을 한 뒤에 이번에는 공선자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 일단은 이 방에서 나가서 1층의 로비에서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을래? 일단은 거기에 우리의 동료……라고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일단은 이쪽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행동을 같이하기로 한 사람이 있거든. 그러니 그 사람까지 포함해서 우선은 현재 챌린저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줄게.”

아마 아침의 공선자가 아니라 밤의 공선자였다면 프로아라는 저 소녀의 제안을 거절했을 확률이 높았다.

이쪽 세계에 도착한 뒤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공선자는 이 여관에 도착한 뒤 홀로 움직였다.

그렇기에 당장 자신을 제외한 챌린저들이 어떤 식으로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며 또 앞으로 어떤 식으로 움직이기로 했는지 전혀 정보가 없는 것.

같은 처지라고는 하지만 그들과 공선자는 사정이 달랐으니 말이다. 일단 공선자에게는 본래 자신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는 점부터 차별화되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공선자의 경험은 그가 홀로 활동할 때 빛이 나는 경험들이었다. 밤의 공선자는 그 사실을 이성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즉, 그가 정신을 되찾자마자 활동한 것은 자신이 이제는 밤에도 무리 없이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단지 그뿐이었다면 안전을 위해서 함께 움직일 동료가 없을까 우선적으로 알아봤을 테니깐 말이다.

허나, 공선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밤에 홀로 활동했다. 그것은 그가 제대로 알고 있었기 때문.

자기 자신이 누군가와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계열의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야 플라워 차원에 떨어지기 전부터 그는 반생을 홀로 정부의 개로서 작전을 수행해왔다.

가끔씩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들과 작전을 수행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경험을 지극히 드문 것.

거기에 그들은 동료라기보다는 그냥 함께 싸우는 같은 처지라는 느낌이 강했고 말이다. 요컨대 믿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

거기에 그는 죽기 전에 세계를 적으로 돌렸다. 그의 편은 그 누구도 없는 것. 당연히 그가 쌓은 경험은 압도적으로 홀로 움직이기 위한 경험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밤의 공선자는 혼자서 활동하기 위해, 그리고 뭐가 되었던지 ‘사람’이라는 존재를 믿지 못하기에 아무리 다른 챌린저들의 현황이 궁금해도 일단 거절했을 것이다.

오히려 세계를 적으로 돌렸던 남자가 덥석 누군가와 손을 잡고 활동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원래 세계에서 한창 바이러스를 가지고 테러를 계획할 때는 공선자처럼 세계에 원한이 많다는 것처럼 접근해 도와주는 척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려는 사람들이 수두룩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원래 세계에서 공선자는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정말로 어지간히 미치지 않고서야 정말로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움직이는 공선자를 진심으로 도와줄 미친놈이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아니, 설령 그런 미친 녀석들이 있다고 해도 진짜로 세계와 싸우고 있는 공선자가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에 결코 공선자에게 손을 내밀 리가 없다는 것.

그러니 다시금 이야기하지만 ‘밤의 공선자’였다면 도와준 것은 고맙지만 급한 일이 있다고 어떻게든 둘러댄 뒤에 혼자서 활동했을 것이다.

공선자 자신을 도와준 은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절한 공선자에게 잠깐 침대를 빌려준 수준의 은혜였다.

까놓고 말해서 공선자는 그들이 도움을 받지 않고 그대로 여관 문앞에서 쓰러져 있어도 상관없었다는 이야기. 그야 그 정도로는 죽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물론 그 상태로 방치되었으면 정신을 되찾은 뒤에 전신이 찌뿌둥한 경험을 해야 했지만 그 정도 견디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말이다.

다시 말해서 은혜를 입기는 입었는데 그렇게 크게 입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도와줘서 감사하단 말을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 은혜 때문에 굳이 그들과 함께 행동을 할 이유가 없는 것.

그렇기에 밤의 공선자라면 거절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당장은 다른 챌린저들의 사정보다 자신의 사정을 해결하는 게 급하다면서 인벤토리에 있는 쌈닭의 시체를 처분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을 터.

다른 챌린저들의 현황이야 일단 일주일 동안 같은 여관을 사용하고 있으니 그 사이에 시간을 내서 따로 조사하면 되는 거였고 말이다.

그러니 뭐가 되었던지 거절했을 것이다. 일단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을지언정 어떤 변명을 대어서라도 말이다.

……허나, 지금의 공선자는 아침의 공선자였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아니, 어떤 의미로 감정에 휘둘리는 공선자라는 이야기.

그렇기 때문에 당장 그가 쌓은 경험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야 그가 쌓아온 경험을 제대로 발휘하기도 전에 감정에 휩쓸려 멋대로 반응해버릴 게 분명하니까!

“어, 저, 저기 그러니까……. 1층으로 내려가면 되는 건가요?”

“응! 일단 우리를 따라오면 돼! 로비로 가면 현재 챌린저들의 현황을 알려줄 게! 같은 챌린저로서 서로 알고 있는 정보를 교환하자!”

“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고는 하지만 몬스터와 직접 마주친 경험이 있는 녀석이다. 파티원이 될 건지, 되지 않을 건지는 둘째 치고 정보 교환이라는 의미에서 손해는 없겠지.”

“사람 많으면 좋음. 그러면 인원에 따른 역할 분담이 가능. 요컨대 내가 할 일이 줄어서 게으름을 피울 수 있음!”

……뭔가 뒤쪽에 영 아닌 것 같은 대사가 끼기는 했지만 아침의 공선자는 바보같이 자신의 의견조차 말하기 힘들어하는 소심한 성격인 것이었다.

거기에 일단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부채감까지 느끼고 있으니 어느새 세 사람에게 휩쓸려 그들을 따라 1층 로비로 내려가는 공선자.

공선자가 빌려 쓰고 있던 밀리언이라는 소년의 방의 2층의, 그것도 계단 쪽에 가까운 방이었다.

덕분에 방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곧바로 1층의 로비, 여관에 머무는 이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고, 또 겸사겸사 식당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둔 공간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

어쩐지 여관의 크기가 크기인데 공선자가 비명을 질렀다고 곧바로 몰려오더니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다름 아닌 이것이었다.

1층과 가장 가까운 방인 만큼 그대로 공선자의 비명을 1층 로비에서 들을 수 있었던 것. 그 사실을 생각하니 새삼 비명을 지른 것이 조금 부끄러워지는 공선자였다.

“자, 저기저기. 저 딱 봐도 ‘나는 건달이다!’ 라고 주장하는 얼굴, 덤으로 ‘나는 몹시 기분이 나쁘다!’ 라는 의사까지 얼굴에 덕지덕지 바르고 있는 남자. 저 사람이 1층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던 동료……는 아니고 당장은 우리랑 같이 움직이기로 한 고그라는 남자야! 그, 생긴 대로 성격이 엄청 더럽기는 하지만 당장은 뭐가 되었던지 함께 움직여야 하니까 참아줬으면 좋겠어.”

“히, 히이익?!”

세 사람을 따라 로비로 내려온 공선자는 그들에게 로비 한쪽에 배치된 식탁으로 안내받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주할 수 있었다. 프로아가 소개시켜준 고그라는 이름의 남자와. 약간 허름하게 느껴지는 테이블 앞에 앉아 미간에 잔뜩 주름을 잡고 있는, 누가 봐도 마피아 쪽 사람처럼 보이는 남자와!

동시에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공선자는 비명을 내지르고 싶은 것은 간신히 참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공선자는 그와도 일단은 구면이었기 때문. ……그래, 그 고그라는 남자는 동굴에서는 물론 길드 회관에서 공선자가 여관으로 오는 약도를 가지러 갈 때 그에게 시비를 걸었던 사내인 것!

“누가 성격이 더럽다는 거야?! 내 성격은 더러운 게 아니라 터프한 거다! 그리고 네놈! 드디어 정신을 되찾은 거냐?! 제길, 사람을 몇 시간이나 기다리게 하다니! 거기에 우리, 서로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지 않냐? 앙?”

프로아와 다르게 밀리언처럼 눈앞의 고그라는 남자 역시 공선자를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

그렇기에 공선자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프로아의 설명에 반발하면서도 그를 향해 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고 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에 당연히 아침의 공선자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고 덜덜 떨며 어버버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단순히 눈앞의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이글거리는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가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니, 무섭기는 했다. 허나, 그 이상으로 저렇게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어 크게 당황한 것이 공선자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길드 회관에서는 잘도 날 무시하고 도망쳤겠다! 감히 이 고그님을! 그에 상응하는 각오는 되어…….”

“아, 정말! 여기는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쓰는 공공장소니까 목소리 좀 줄이라고 이야기했지! 거기에 뭐가 되었던지 앞으로 모험가로서, 그리고 챌린저로서, 무엇보다 이 플라워라는 세계에서 살아가려면 얘를 포섭하는 게 급선무인데 그렇게 애한테 겁을 주면 어떻게?!”

그리고 공선자가 겁을 먹은 것 이상으로 당황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때 그것이 상대가 움츠려 들은 것으로 판단했는지 더욱 기세를 몰아서 그를 압박하려던 고그.

허나, 그런 고그와 공선자의 사이에 프로아가 끼어들어서 그를 제지하는 것이었다. 허리춤에 양손을 올리고 공선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선 프로아가 고그를 째려보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보다 어린 소녀가 째려본다고 딱 봐도 성격이 더러워 보이는 고그가 그냥 물러날 일은 없었다.

곧바로 네가 뭔데 끼어드느냐는 의미를 담아서 그녀를 째려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프로아의 경고대로 이 장소에는 다섯 사람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챌린저인지, 아니면 단순히 여관에 숙박하는 사람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몇 사람이 로비에 앉아 음식을 먹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

그러니 당연하게도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가 고그의 목소리에 시선이 모일 수밖에 없었고, 거기에 프로아뿐 아니라 쿠루미와 밀리언도 공선자의 쪽에 서 있는 상황.

그것이 딱히 공선자의 편에 선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분위기가 자기에게 딱히 좋지는 않다고 느낀 것인지 고그가 일단 혀를 차며 박차고 일어났던 의자에 다시금 앉는 것이었다.

“젠장, 운 좋은 줄 알아라. 당장 한 사람이라도 많은 챌린저를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면 넌 내 손으로 묵사발을 내줬을 테니깐 말이야.”

“으, 으으으…….”

그런 고그의 조금, 아니, 상당히 허세가 깃든 으름장에도 겁을 먹을 만큼 아침의 공선자는 여리다 못 해서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흠, 초장부터 망한 듯.”

여하튼 그렇게 마주한 공선자와 고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멍한 표정으로 객관적이면서도 내정하기 그지없는 판단을 내리는 쿠루미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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