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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4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24/194)



〈 124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쿠루미의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것 같은 어조로 발언에 밀리언이 조금 황당하다는 것 같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쿠루미는 신경 쓰지 않고 고그가 앉아 있던 테이블에 앉는 것이었다.

그에 한숨을 내쉬며 프로아와 밀리언도 테이블에 이어서 착석하기 시작했다. 공선자의 경우에는 다른 챌린저들의 현황을 듣고 나발이고 그냥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허나, 여기까지 따라온 마당에 지금 와서 도망치기도 그랬다. 무엇보다 그러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것 아닌가?

그냥 단순히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거라면 몰라도 그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보이면 도저히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그렇기에 덜덜 떨면서도 일단은 테이블에 앉는 공선자. 그렇게 다섯 명 전원이 테이블에 착석하자 프로아가 먼저 입을 여는 것이었다.

“좋아. 그러면 일단은 각자 자신에 대해서 소개해볼까? 위층에서 먼저 소개를 했지만 그래도 앞으로 함께 할지 모를 사람들이 다 모인 건 처음이니까 형식상으로라도 말이야. 뭐, 그렇다고 해도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기억을 잃은 건 매한가지니까 말할 수 있는 이름이랑 나이 정도겠지만 말이야!”

자신들이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별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처럼 조금 활발한 톤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프로아라는 소녀는 꽤나 긍정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의견에 일단 고그를 비롯한 다른 이들 역시 이견은 없었던 모양. 그야 이렇게 앉아서 그냥 잡담을 하든 아니면 정보를 교환하든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일단 각자 자신에 대해서 소개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프로아가 이야기한 대로 해봤자 스테이터스 창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자신들의 이름과 나이 정도였지만 말이다. 일단 시작은 말을 꺼냈던 프로아부터였다.

“내 이름은 프로아. 나이는 19살이라는 것 같아. 일단 당장은 어떻게 행동할지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지만 모쪼록 잘 부탁해!”

“뭐야? 너 나보다 한참 어린 꼬맹이였잖아? 그런 주제에 반말을 쓰던 거냐? 앙?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딱히 흠잡을 데가 없는 프로아의 소개에 신경질을 내며 딴죽을 건 것은 고그라는 청년이었다.

딱 봐도 프로아가 고그보다 나이가 어려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설마하니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주제에 자신에게 그렇게 반발을 찍찍 내뱉던 것인 줄은 몰랐던 모양.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화를 내는 그 모습에 프로아가 그럴 줄 알았다는 것처럼 반박했다.

“흥! 어차피 자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죄다 까먹은 주제에 이제 와서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거기에 원래 나는 막 다른 사람들한테 시비를 걸고 다시는 건달한테는 존댓말 안 쓰거든? 정 존대를 쓰게 만들고 싶으면 그쪽부터 먼저 존댓말을 쓰던가!”

“흐음, 다른 건 몰라도 지금 우리들의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확실히 서로 존댓말을 쓸 게 아니면 반말을 써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 여자의 이야기대로 어차피 나이를 먹으며 쌓아왔던 경험을 죄다 날려버린 건 사실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전부 1살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프로아뿐 아니라 밀리언이 그녀의 의견에 동조. 쿠루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공선자? 공선자는 그냥 어쩔 줄 몰라 하며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여하튼 그렇게 또다시 혼자서 고립된 고그가 이를 악물면서도 신경질적으로 멋대로 하라고 소리치며 물러나자 이번에는 쿠루미가 나섰다.

“나이는 한창때인 16세. 이름은 나나미 쿠루미. 잘 부탁!”

“……저 녀석처럼 존댓말을 쓰라고는 하지 않겠는데 그 말투는 어떻게 안 되냐? 영 적응이 안 되는데? 처음에는 그런 말투가 아니었다며?”

“기억을 잃은 영향이었던 듯. 지금은 이쪽이 더 편함. 기억을 잃기 전에도 이런 말투였을 듯.”

어조에 변화가 없으면서도 어째서인지 조금 들뜬 것처럼 느껴지는 쿠루미의 자기소개에 밀리언이 조금 아니다 싶다는 것 같은 반응을 보였지만 쿠루미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휴우……. 밀리언. 나이는 21세라고 적혀 있군. 일단 갈 곳이 생기기 전까지는 할 수 있을 만큼 해보마.”

“뭐야 그거. 갈 곳이 생기면 그대로 파티를 떠날 생각이라는 거야?”

“뭐, 이득이 있다면 그럴 생각이다. 무슨 문제라도? 사람의 자유의사는 존중해줬으면 좋겠군. 애초에 너희들과 함께 하려는 것도 그 외에는 선택지가 없어서 그런 거니 말이지.”

밀리언의 소개가 끝나자 프로아와 밀리언이 또다시 이해하기 힘든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일단 그 부분은 이 뒤에 설명해줄 것이라는 생각에 나서지 않는 공선자.

“흥, 결국 우리랑 다를 것도 없으면서 있어 보이는 척하기는. 네 녀석 같은 녀석한테 다른 선택지가 생길 리가 없잖아?”

“사람의 앞날은 모르는 거다. 거기에 툭하면 만만해 보이는 녀석한테 스트레스 푸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네 녀석보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난 생각하는데 말이지.”

“이 자식이……!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이거지?!”

“전에도 말했다시피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그런 이유로 네 녀석이랑 깊게 엮이는 건 나까지 더러워질 것 같으니 거절하도록 하지.”

밀리언이 시비를 거는 것인지 안 거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더욱 사람이 화나게 만드는 말투에 고그가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내리치며 일어나려고 하자 프로아가 나서는 것이었다.

“정말! 두 사람 다 그만둬! 여기 공공장소라니까?! 거기에 이렇게 싸우기만 하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되잖아?! 그럴 시간에 빨리 자기소개나 끝내!”

프로아의 이야기에 다시금 크윽! 하며 이를 간 뒤 제자리에 앉는 고그. 그러면서도 결코 네년이 나서서 물러난 게 아니라는 의사를 담아 프로아를 노려보는 것으로 자존심을 세우려고 하는 것이었다.

“……고그다. 27살. 아마도 네 녀석들 중에서 가장 연장자일 테지. 그러니까 세상 사는 게 힘들다는 걸 느끼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기어.”

“딱 생긴 대로의 나이. 완전 아저씨. 하는 짓도 꼰대.”

“뭐, 뭐?! 너 지금 할 말 다했어?! 아저씨?! 내가 아저씨라고?! 20대 후반이면 아직 팔팔할 나이야!”

“겉모습만 보면 30대 중반은 되어 보임. 과연 꼰대!”

정말인지 무서울 게 없는 중학생이라는 것인지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는 고그를 상대로 정말로 할 말은 다 하는 쿠루미였다.

그런 쿠루미의 모습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밀리언. 그리고 열불이 터져 죽을 것 같다는 모습을 보이는 고그.

허나, 그들의 소란스러운 행동에 이미 시선이 모일 만큼 모인 상태였기에 쿠루미를 향해 손찌검을 하려거나 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에 비하여 밀리언은 완전히 반대. 난 나랑 동갑인 줄 알았음. 그런데 설마 하던 성인.”

“윽! 그러고 보니까 정말 그러네. 난 나보다 어린 녀석이 왜 저런 말투를 쓰는 건가 했는데 설마 연상이었을 줄이야.”

“……네 녀석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사람의 아픈 곳을 지르는구나. 작은 키에 어려 보이는 모습은 콤플렉스다.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조금 이기적이게 느껴지던 밀리언의 자기소개에 가려져서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인데 쿠루미가 지적한 것처럼 21세라고 생각하기에 밀리언의 외모는 너무 어렸다.

아무리 잘 쳐줘도 쿠루미보다 약간 연상, 간신히 프로아와 동갑으로 보이는 정도? 그렇기에 공선자도 밀리언을 소년이라고 칭했던 것이고 말이다.

허나, 놀랍게도 그는 공선자와 1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이다. ……아니, 공선자를 기준으로 보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닌가?

170센치미터를 넘는 키를 가지고는 있지만 당장 생김새만 보면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공선자였으니 말이다.

각종 실험의 영향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신체가 원인인 것. 그리고 밀리언은 그런 공선자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어려 보이니 그와 1살 차이밖에 나지 않음에도 소년으로 보이는 밀리언의 모습을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는 소리.

그렇게 다시금 살펴보니 놀랄만한 나이를 지닌 밀리언에서 집중되던 시선이 이번에는 공선자에게 몰리는 것이었다.

그 시선에 부담감을 느끼고 눈을 뒤룩뒤룩을 굴리던 공선자였지만 이내 어쩔 수 없이 그들처럼 자신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었다.

“브, 블러드라고 합니다. 나이는 22살이라고 하네요. 자, 잘 부탁드립니다.”

뭘 잘 부탁하겠다는 것인지는 공선자 자신도 몰랐지만 일단 말을 하고 보는 그. 그런 공선자의 소개에 이번에는 밀리언을 포함해서 밀리언이 자기소개를 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것.

“뭐냐? 왜 여기 모인 남자들은 나 빼고 죄다 생김새가 자기 나잇값을 못하는 녀석들뿐인데?”

고그의 그와 같은 반응에 공선자는 내심 ‘그쪽은 오히려 다른 의미로 나이 값 못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물론 겁쟁이인 아침의 공선자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그대로 입에 담을 리는 없었지만 말이다.

“흠, 생각지도 못한 동지인가?”

“이번에도 나보다 연상?! 으, 으으. 저 두 사람이 오빠라니……. 뭐지, 이 형용하기 힘든 감정은?”

“칫, 난 동갑 친구 생기는 줄 알았음. 그런데 둘 다 꽝이었음.”

고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공선자가 살짝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야 네 사람은 전원이 진명을 말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상 아마 진명을 말했을 터. 허나, 공선자는 혼자서 가명을 쓰고 있으니 양심이 찔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공선자의 내심을 알지 못하는 나머지 네 사람은 각자에 대한 소개가 끝났으니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것이었다.

“좋아. 그러면 서로 자기소개를 끝냈으니까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어. 여기에 모인 다섯 명으로 파티를 만들자는 이야기 말이야.”

“어……, 저기……. 아까부터 파티, 파티하시는데 그거 프, 프랜들리 시스템인가를 통해서 챌린저들끼리 짤 수 있는 조직을 의미하는 건가요?”

일단 에볼루션 시스템을 파악할 때 눈대중으로나마 프랜들리 시스템도 살펴봤기에 파티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알고 있었다.

다른 이들이 파티, 파티 거리면 단순히 물리적으로 함께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모르지만 챌린저들에게는 조금 의미가 다른 것.

프랜들리 시스템이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챌린저들끼리 시스템적인 조직을 짤 때 6명 이하의 챌린저로 이루어진 조직을 짜게 되면 파티로서 분리된다.

그리고 이렇게 파티로써 짜인 이들은 에볼루션 시스템에 의한 경험치를 공적치에 따라 균등하게 분배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공적치란 경험치를 얻을 시 인과관계를 따져 더 큰 역할을 한 이에게 더 많은 경허미를 분배할 때 쓰이는 기준을 이야기했다.

이 공직치의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너무 복잡해서 확실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쉽게 이야기하자면 몬스터를 사냥했을 때 더 큰 활약을 한 이에게 당연하게 더 많은 경험치가 분배된다는 이야기.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런 활약도 못하면 같은 파티라고 해도 단 1의 경험치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모양.

여하튼 챌린저들에게 파티란 단순히 물리적으로 묶인 단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에볼루션 시스템에 의해서 뭉친 ‘시스템 조직’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맞아, 그 프랜들리 시스템의 파티. 모험가로서 안전하게 활동하려면 혼자서는 힘들다고 하니깐 말이지. 그래서 챌린저들은 일단 모험가로 활동하기 전에 파티나 그 위의 단위인 섹션을 짜는 걸 우선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기에 모인 사람들도 파티를 짜려고 한다는 이야기야.”

“왜 굳이 이 다섯 명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군. 일단은 현재 상황을 설명해준다고 이야기했으니 설명해주기는 할 거다. 하지만 알고 있는 걸 귀찮게 설명하는 것도 그러니 일단은 묻지. 현재 우리를 포함한 50명의 챌린저들의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나?”

“어, 어……. 전원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이 플라워라는 이름의 세계에 떨어져 정신을 차려보니 모험가가 된 상태다……, 라는 것 정도?”

“즉, 챌린저들의 모험가가 된 후의 일은 모르고 있군. 하긴, 그 일이 터졌을 때 네 녀석의 얼굴을 본 기억이 없으니 그 일이 생기기 전부터 혼자서 움직이고 있었다는 건가.”

공선자가 여전히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밀리언을 바라보고 있을 때 고그가 콧방귀를 뀌며 신경질을 담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흥! 설명은 무슨 설명. 요점만 이야기하면 되잖아, 요점만 요컨대 살고 싶으면 잔말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거지.”

고그의 막무가내나 다름없는 발언에 공선자가 얼이 빠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밀리언과 프로아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반발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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