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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6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26/194)



〈 126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그 빌어먹은 자식. 사람들이 당황하는 걸 이용해서 아주 좋을 대로 설치는 꼴이 아가리를 짓뭉개버리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는 것인지 고그가 콧김을 내뿜으며 으르렁거리는 모습에 혀를 쯧쯧 차는 밀리언.

그의 얼굴은 잘도 네 녀석이 그럴 수 있겠다, 라는 그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는데 밀리언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이유를 공선자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공선자의 그와 같은 의문은 밀리언이 아니라 그의 옆에 앉아 있던 프로아가 대신 풀어주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 뒤에 우리들이 섹션의 가입에 거절당했을 때 냅다 덤벼들었다가 뭣도 못 해보고 졌잖아?”

“애초에 우리가 거절당한 건 여기에 있는 전원이 다룰 줄 아는 무기가 없어서 그런 것임. 즉, 다르게 말하면 거절당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전원이 무기를 다루거나 무술을 배운 적이 있는 사람이라는 소리. 그런데 무턱대고 덤비니 탈탈 털리는 게 당연.”

“무, 뭐?! 이년이! 말 다했어?! 어디 한 번 네년 아가리부터 탈탈 털어줄까?!”

확실히 고정세가 챌린저들을 이 여관의 로비에 모았을 때 무슨 일이 있기는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네 사람이 공선자 알지 못하는 일로 저렇게까지 열을 내며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을 테니깐 말이다.

물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설명을 듣던 도중 갑자기 자기들끼리만 아는 이야기로 열을 대는 고그와 다른 세 사람의 모습에 공선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쩔쩔매는 모습을 보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하아……. 바보 같은 짓은 그만해. 애초에 우리 챌린저들은 초기 신체 능력이 똑같이 고정되어 있다고. 그 고정세라고 하는 사람처럼 상당한 수준의 무술을 익히고 있지 않은 상태로 막 싸움을 하면 남자든 여자든 결국 이기는 건 운이라고. 설령 체격 차이가 있어도 말이야.”

“아니, 그렇게 되면 의지의 차이라고 해야겠지. 누가 더 고통을 잘 참는지에 대한 싸움이 될 테니까.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그 싸움에서 네 녀석이 이기는 건 힘들어 보이는데 말이지?”

“이것들이 진짜……!”

고그가 더 이상을 못 참겠다는 것처럼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프로아가 짙은 한숨을 내쉰 뒤에 높은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강한 억양을 지닌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제발 쫌! 앞으로 챌린저로서, 그리고 모험가로서 먹고 살아가려면 당장은 뭐가 되었던지 동료가 필수야! 그런데 이런 식으로 서로 싸우기만 해서 뭘 제대로 할 수 있겠어?! 당장 우린 세계의 멸망이니, 기억이니 하기 전에 일주일, 아니, 6일 뒤부터 먹고 살아야 할 걱정을 해야 한단 말이야!”

프로아의 현실을 지적하는 이야기에 고그를 향해 비꼬아 말하던 밀리언이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고그는 아직도 자신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씩씩 거리고 있었는데 그에 프로아도 더 이상은 참지 못한 것인지 우씨! 하는 소리 내며 그에게 소리쳤다.

“거기에 너! 다시금 말하지만 여기 있는 챌린저들은 시작하는 순간 스테이터스 시스템으로 신체 능력이 똑같이 고정되거든?! 즉, 쪽수가 장사라는 거야! 계속해서 신경질만 내고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이쪽에서도 쪽수로 밟아버릴 거야! 팍팍! 푹! 푹! 하고!”

“응, 팍팍, 푹푹. 4대1. 다구리에 장사 없음. 주제 파악을 요구함.”

프로아와 쿠루미의 경고에 공선자는 조금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확실히 이론적으로는 반론한 여지가 없는 정론이었다.

하지만 원래 사람이라는 게 겉모습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까놓고 미소녀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귀염귀염한 인상의 소녀들이 저런 식으로 협박을 해봤자 딱히 와 닿는 것이 없는 것.

공선자도 그럴 정도인데 고그라면 오죽할까? 오히려 자신을 무시한다고 더 열불을 내지 않을까 걱정하는 그.

“제, 젠장. 비겁하게 쪽수로 협박하고 있어. 나라고 좋아서 신경질을 내던 게 아니라고. 억울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억울해서!”

……아니, 어떻게 봐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신경질을 내다가 두 소녀의 협박이라고 말하기도 뭐한 협박에 쫄아서 물러나는 걸로밖에 안 보이는데?

그런 자신의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꺼낼 뻔한 공선자는 입술을 깨물고 꾹 참는 것이었다.

……이 고그라는 남자. 행동을 생 양아치인데 공선자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상당한 겁쟁이인 모양이었다.

아니,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그야 소녀들이 말한 것처럼 스테이터스로 신체 능력을 결정되는 챌린저들에게 성별도, 체격도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 말이다.

거기에 현재 챌린저들은 공선자처럼 바로 사냥을 나선 것이 아니라면 단 1의 스텟도 차이가 나지 않는 초기 상태일 터.

이런 상황이라면 확실히 겉보이게는 귀여운 인상의 소녀들이라고 해도 성인 남자 한 명과 똑같은 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실제로는 성인 남자 4명이 다구리를 깐다고 협박을 한다고도 생각할 수 있으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

‘그, 그래도 상당히 없어 보여.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서워서 상종하고 싶지 않은 느낌의 타입이었는데 이제는 조금 만만하게 느껴질 정도.’

아, 물론 그렇다고 곧바로 고그에게 싸움을 걸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만만해 보인다고 해도 시비를 걸 정도로 공선자는 성격이 활발한 타입이 아니었으니까.

“흠……. 그러고 보니 분명히 동굴에서 네 녀석이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냅다 바닥에 내동댕이를 쳐 버렸다고 했지?”

“그래! 그래 놓고서는 뭐?! 마치 내가 먼저 덤벼든 것처럼 이야기했다고! 그런데 그런 녀석한테 정면에서 덤볐다가 깨진 거라고!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어도 이상하지 않잖아?!”

“음, 확실히 로비에 챌린저를 모아놓고 그가 벌였던 짓을 생각하면 동굴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고 엉뚱한 사람 잡아서 냅다 패대기쳐도 이상할 게 없기는 함. ……단지, 그 엉뚱한 사람이 저 사람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아니, 그러니까……!”

……이 역시 공선자로서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내용의 대화들이었다. 그렇기에 공선자 이제는 포기하고 멍하니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을 때 프로아가 그제야 공선자만 따로 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수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그가 쿠루미의 말에 반발하려던 것이 그대로 프로아의 목소리에 잘려버렸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아, 미, 미안! 완전히 잊고 있었어! 우리 지금 블러드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설명하던 도중이었잖아!”

“아, 아뇨. 나누시던 대화 그대로 나누세요. 저는 옆에서 얌전히 들으면서 알아서 열심히 혼자서 파악해볼게요.”

“미, 미안! 진짜로 미안! 어,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그러니까 분명히……, 그래! 챌린저들의 향후에 대해서 챌린저들끼리 의논하기 위해서 고정세가 로비에 사람을 모았다는 곳까지 이야기했지?!”

완전히 주눅이 들어서 자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공선자의 모습에 프로아가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간신히 화제를 본론으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다른 네 사람 역시 너무 자기들끼리만 떠들었다는 인식은 있었던 것인지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프로아가 설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일단 고정세가 챌린저를 한 자리에 모은 실제 목적이 달랐다고 했는데 사실 큰 틀에서 보면 딱히 다른 것도 아니었어. 일단 고정세가 챌린저들을 모으고 꺼낸 이야기가 챌린저들이 어떤 식으로 모험가로서 활동하며 기억을 되찾고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강해질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맞았으니까.”

단지, 챌린저들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고정세는 이미 결론을 내리고 그것을 챌린저들에게 통보했다는 게 그들의 생각과 다른 점이었다.

그들은 한자리에 모인 챌린저들끼리 의견을 교환하며 각자 알고 있는 정보를 교환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결정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허나, 고정세는 그러려고 챌린저들을 불러 모은 것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닌 독단적으로 자신이 내린 결정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통보’하기 위해서 그들을 모은 것.

“챌린저들끼리 모여서 하나의 모험가 단체를 만든다. 그게 그가 내린 결론이었어. 그것도 단순한 모험가 단체가 아니야. 챌린저들은 에볼루션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그러니 이 에볼루션 시스템, 정확히는 에볼루션 시스템의 프랜들리 시스템을 통해서 단순히 이쪽 세계의 규칙으로만 묶인 단체가 아닌, 시스템적으로도 묶인 단체를, 조직을 만드는 것.”

그게 바로 고정세라는 남자가 챌린저들을 한 자리에 묶어놓고 통보한 그가 생각해낸, 챌린저들이 이 플라워 차원에서 살아남고, 강해지기 위한 방법이었다.

숫자는 때로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된다. 그러니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뭉치자. 그것도 단순히 뭉치는 것이 아닌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에볼루션 시스템’을 무기로 삼아서.

“그래, 단순히 모험가가 뭉쳐서 모험단을, 모험대를, 모험연맹을 구성하는 것과는 달라. 챌린저들로 모험대를 만들지만 그 모험대는 단순히 모험가 길드의 규칙에 따라 묶인 것을 넘어서 에볼루션 시스템의 프랜들리 시스템에 의해서 ‘섹션’이라는 시스템 조직으로서도 뭉쳐진 조직인 거지.”

그런 챌린저들끼리 뭉쳐서 만든 조직이 고정세라는 남자가 내놓은 정답이었다. 허나, 그는 다른 챌린저들의 의견을 구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통보’를 했을 뿐이라는 모양.

“자신은 이미 그러기도 결정을 내렸고 그런 자신에게 동조하는 챌린저들이 10명이 넘는다고 하더라. 거기에 이미 프랜들리 시스템으로 섹션을 조직해서 그 사람들 전부를 포함시켰다는 모양이야.”

그런 고정세의 통보에 10명에 속하지 않아 설마 이 자리에 모이기 전에 그런 물밑 작업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다른 챌린저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다른 챌린저들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고정세는 나머지 챌린저들에게 강요를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섹션에 들어올 것인지, 들어오지 않을 것인지를 말이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강압적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하는 고정세의 행동.

실제로 챌린저들 대다수가 통보에 가까운 고정세의 행동에 불쾌감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허나, 의외로 고정세의 통보에 반발하는 이들은 적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고정세가 꺼내 든 해결책 자체가 나쁜 해결책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금 이야기하지만 때로는 숫자 그 자체가 힘이 될 수가 있었다.

그런 만큼 세계멸망이니 기억의 회복이니 하기 전에 앞으로 이쪽 세계에서 먹고 살아가고, 또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 숫자를 늘리는 것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무난한 선택지였기 때문.

그렇기에 고정세가 나서지 않았어도 챌린저들은 자기들끼리 파티나 섹션을 만들어 서로 뭉치려고 했을 것이다.

그야 그러는 편이 앞으로 플라워 차원에서 살아갈 챌린저들의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을 테니깐 말이다.

혼자보다 다수와 함께할 때가 더 안전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챌린저들 전원이 알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고정세의 강압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가 제안한 챌린저 ‘전원이 하나의 섹션’에 가입한다는 것은 나쁜 제안이 아니었던 것.

당장 자신들이 앞으로 맞이하게 될 미래를 알 수 없는 이상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았다.

그래야 무슨 일이 생기든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을 확률이 높아지니깐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억을 잃어 플라워 차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같은 처지의 챌린저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

거기에 더불어 고정세의 이야기대로 따로따로 다른 파티나 섹션에 속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시스템 조직으로 챌린저 전원이 묶이는 것은 분명히 괜찮은 생각이었다.

숫자가 곧 힘이 될 수 있는 만큼 따로따로 나누어지는 것은 힘을 분산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러니 힘을 밀집시킨다는 의미에서 50명의 모든 챌린저들이 하나의 단체에 속하는 것은 확실히 괜찮은 이야기였던 것.

때문에 불쾌감을 표해도 고정세의 의견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을 나오지 않았다. 즉, 그 자리에서 챌린저들을 대표하는 모험가 단체이자 시스템 조직이 발족되는 것이 결정되었다는 이야기.

“……응? 그, 그럼 여러분들도 그 고정세라는 사람이 만든 섹션에 가입하게 되신 건가요?”

“아니, 그게 또 그렇지만은 않아. 그랬으면 우리가 여기서 이러고 있지는 않았겠지. 오늘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모험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한 고정세의 섹션의 사람들과 함께 의뢰를 해결하러 활동하고 있었겠지.”

공선자로서는 모르고 있었지만 고정세라는 사람이 만든 섹션에 속하게 된 챌린저들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모험가로서 활동을 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하긴, 앞으로 6일 뒤에는 공짜 숙식이 사라지니 부지런히 정보를 모으고 돈도 모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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