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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9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29/194)



〈 129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그야 공선자는 그런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게 사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았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니 당장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라고 해도 무리였다. 때문에 자신도 모르고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의지하고 싶은 것은 이성으로 꾸역꾸역 참아내느라 표정이 요지경으로 변하고 가고 있는 것.

“여하튼 그런 이유로 정보 교환 겸 파티에 들어올 수 있는지를 알아볼 겸, 거기에 만약 파티에 들어온다면 서로에 대해서도 알 겸 블러드의 사정에 대해서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지! 솔직히 말해서 블러드가 어째서 아침부터 여관 앞에서 쓰러져 있었던 건지……는 이야기를 들었나? 몬스터랑 마주쳤다고 했지? 그러면 그 몬스터에 대해서, 그리고 몬스터와 마주치게 된 계기가 된 의뢰에 대해서도 듣고 싶고!”

그야 그들은 일단 모험가로서밖에 앞으로 돈을 벌 수단이 한정되어 있는 것. 그러니 고작해야 그들보다 약간 더 빨리 활동했을 뿐인 공선자의 경험이라도 일단 들어두고 싶은 것이다.

그들이 모험가로서 살아가기 위한 정보로서. 그리고 프로아의 그와 같은 발언에 공선자는 도대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뻐끔뻐끔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을 때였다.

꼬르르르르르르르륵!!!!!!!!!!!!!!!

“………………………………………………………………………………….”

갑작스럽게 공선자의 뱃속에서 천둥·번개가 치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진 것은. 그 갑작스러운 소리가 순간적으로 눈이 점이 되어버리는 네 사람.

밀리언과 서로 노려보며 으르렁거리고 있던 고그는 물론 상대하고 있던 밀리언도 뭐 이렇게 기똥차게 우렁찬 배꼽시계가 있느냐는 표정으로 공선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 그야말로 쥐구멍이라고 있으면 머리를 쑤셔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수치심에 시달리는 공선자. 수치심에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공선자에게 프로아가 어색한 미소를 보낸다.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어떤 식으로 말을 걸어야 할지 알 수 없어 그녀가 당황하고 있을 때 쿠루미가 네 사람이 아닌 다른 방향을 향해서 소리치는 것이었다.

“아주머니! 여기 메뉴판 주셈!”

……배가 고픈 관계로 일단 식사를 주문한 뒤 식사를 이어가며 대화를 이어가기로 한 다섯 명이었다고 한다.

+++

일단 공선자가 있던 로비에는 식사를 하고 있는 이들도 몇 명 있었다. 요컨대 식사를 주문할 수 있는 시간대라는 이야기.

거기에 여관에 머무는 동안에는 시간만 맞으면 삼시세끼가 공짜이기에 돈 걱정은 없이 식사를 주문할 수 있었다.

물론 먹지도 못할 양을 주문할 수는 없었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먹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는지 주문을 거절하지는 않은 것.

그리고 공선자는 일단 식사가 나오기 전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자신의 복장을 정돈하고 나오기로 하였다.

당장 피 묻었던 가죽 경갑은 인벤토리에 보관해두었어도 경갑과 함께 피나 먼지투성이가 된 옷은 그대로 입고 있었으니깐 말이다.

거기에 식사 전에는 제대로 손을 씻어야 하니 자신의 방에 있는 욕실의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 방으로 돌아온 것.

아직 의료 문명이 어느 수준인지 알 수가 없는 플라워 차원에서 손을 안 씻고 음식을 먹었다고 기생충에라도 감염되면 앞날이 두려웠으니 꼼꼼하게 손을 씻는 공선자였다.

덤으로 옷도 일단 먼지는 털고 쌈닭의 피가 묻는 부분만 물에 적혀 빠는 것. 빤다고 해도 예비로 입을 옷이 없으니 최대한 적는 면적을 적게 하여 간신히 묻는 피가 닦아내는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 정도만으로도 공선자가 입고 있던 옷이 어느 정도 깔끔해진 인상을 주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깔끔해졌을 테고 말이다.

그렇게 그가 방으로 돌아가 준비를 하는 사이에 식사 준비가 끝난 것인지 공선자가 다시 로비로 돌아왔을 때에 테이블에는 꽤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당장 먹을 거라고는 비상식량으로 보이는 초기 일주일 분의 식량밖에 없었던 공선자에게는 상당히 군침이 도는, 제대로 된 음식들인 것.

그런 음식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당장 허기 때문에 뱃가죽이 등짝에 달라붙을 것 같았던 공선자가 눈이 돌아가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현재 공선자의 세부 스텟은 재생속도가 한계까지 낮춰져 있는 상태. 이것은 다시 말하자면 소화대비 체력 전환률 역시 낮춰진 상태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먹고 먹어도 체력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아 배가 고픈 상태. 즉, 배불리 먹어도 배는 빵빵한데 허기가 지는 상황이 오게 된다는 소리.

재속을 낮추면 부여되는 단점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공선자는 눈이 돌아가 꾸역꾸역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을 입에 넣으면서도 세부스텟을 건드린 뒤 24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원래대로 바꾸어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배, 배가 많이 고팠나 보네?”

“아무리 배가 고팠어도 저건 쫌 심하지 않냐? 어디 일주일은 굶고 온 사람도 아니고…….”

그리고 그런 공선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네 사람. 프로아는 음식을 목격한 순간 자신들은 본 척도 안 하며 음식에 고개를 처박은 수준으로 들이대며 음식을 흡입하다시피 먹고 있는 공선자를 어떻게든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에 비하여 고그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뭐 이딴 녀석이 다 있냐는 의미를 품은 발언을 입에 담는 것.

고그의 그와 같은 목소리에 음식에 집중하다가 번뜩 정신을 차린 공선자가 부끄럽다는 것처럼 얼굴을 붉히며 변명하는 것이었다.

“그, 그게 여태까지 한 끼도 못 먹은 상태여서 그만…….”

“에? 여태까지 한 끼도 못 먹은 거면 어제부터 지금까지 쭈욱? 어째서? 시간만 제대로 맞추면 세끼는 여기서 제대로 지급해줄 거임?”

플라워 차원에서 정신을 되찾은 뒤 제대로 식사를 하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거기에 쌈닭을 사냥하느라 체력을 전부 사용해버린 상황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기에 여태까지 밥은커녕 제대로 물 한 모금 마시기도 힘들었던 상황. 그러니 이쪽 세계에 떨어져 먹는 첫 번째 끼니에 눈이 돌아가지 않고 버티겠는가?

“이, 이것저것 바빠서 음식을 먹을 생각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네요. 하하하…….”

아직도 배가 고픈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그나마 어느 정도 배를 채우니 제정신이 되돌아온 공선자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변명하는 것이었다.

그런 공선자의 이야기에 게걸스럽게 밥을 먹고 있던 공선자의 기세에 밀려 얼마 동안 그가 밥을 먹을 것을 지켜보던 네 사람이 그제야 정신을 되찾았다.

일단 공선자가 배가 고파 보여서 식사를 주문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딱히 식사를 하자고 이 로비에 앉아 있던 것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공선자에게 자신들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또 공선자의 사정을 듣고 할 수 있다면 그를 자신들의 파티에 섭외하기 위해서.

그런 상황에서 공선자가 바빠서 제대로 식사를 못했다고 하니 호기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고정세의 섹션 건도 있고, 그 결과 사람이 부족해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던 그들과 다르게 공선자는 혼자라고는 하지만 모험가로서 움직였다.

그 사실에 앞으로 모험가로서 살아가야 할 이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그냥 살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

그러니 네 사람의 입장에서는 설령 공선자를 섭외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가 자신들과 다르게 활동한 하루 동안 겪은 일에 대해서 들어두고 싶은 것.

“헤에……. 바빴단 말이지? 실례만 안 된다면 어떤 식으로 바빴던 건지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는데? 무엇보다 몬스터랑 조우했다고 했지? 할 수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 자세하게.”

모험가로서 살아가게 된다면, 정확히는 높은 등급의 모험가로서 살아가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자신들보다 고작 하루 일찍 활동을 시작했다고 해도 몬스터와 마주친 전적이 있다는 공선자의 경험에 흥미진진한 것.

‘아니, 실례인데요…….’

허나, 공선자로서는 곧이곧대로 자신이 겪었던 일을 그들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입 안에 들이붓다 한 스프를 삼키며 뒤룩뒤룩 눈알을 굴리는 공선자. 그야 일단 그들에게 스프라우트 등급의 의뢰 중 운이 나빠서 몬스터와 조우한 뒤 도망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아침과 달리 냉정 침착, 거기에 냉혈이기까지 한 공선자는 무려 21마리의 쌈닭과 조우한 것을 넘어서 그 쌈닭들을 죄다 사냥한 상태.

자신의 특이성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에 그 사실을 숨기느라 몬스터와 도망쳤다고 거짓말을 한 상황인 만큼 자신의 경험을 그들에게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니 공선자에게 그가 겪은 일을 묻는다는 것은 충분히 그에게 실례인 이야기였다.

허나, 여기서 무심코 실례인데 말 안 할게요! 라고 이야기하면 자신이 숨기는 게 있다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도 다를 게 없지 않은가?

그것도 일단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말이다. 밤이라면 몰라도 아침의 공선자는 결코 그 정도로 얼굴에 철판을 깔 수 있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결국에는 다시금 거짓말을 섞어서 설명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그런 이유로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며 어떻게든 뇌를 짜내 거짓말을 떠올리려는 공선자.

그나마 다행히도 그럴듯한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무난한 수준의 거짓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에, 저기……, 몬스터 말인가요? 제, 제가 조우한 건 쌈닭이라는, 큰 닭처럼 생긴 몬스터인데…….”

“닭?! 뭐야, 몬스터니 뭐니 해도 고작해야 닭인 거야? 넌 그런 닭에 불과한 몬스터한테 쫄아서 도망친 거고? 푸하하하!”

설마 하니 공선자의 입에서 닭이라는 단어가 나올 줄을 몰랐던 것인지 폭소하기 시작하는 고그.

그런 고그의 행태에 공선자가 더 이상 설명을 이어가지 못하고 주눅이 들어 깨작깨작 식사를 이어가기 시작하자 다른 세 사람이 날이 선 시선으로 고그를 노려보았다.

최중요 정보……, 라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 그들에게 있어서 상당한 도움이 될 법한 정보였다.

그야 사람의 숫자가 부족하고 무기를 다루어본 경험이 없는 만큼 고정세들의 섹션이 막 한 단계 위인 노비스 등급의 의뢰를 행할 때 그들은 안전을 생각해서 스프라우트 등급부터 해나갈 수밖에 없는 것.

그러니 스프라우트 등급을 행하다가 마주하게 된 몬스터에 대한 정보는 현재 그들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

그런데 그 정보를 아무런 대가도 없이(정확히는 거짓말이지만!) 설명해주려는 공선자한테 저런 태도를 보이니 눈초리가 보일 수밖에 없는 것.

그런 그들의 시선을 눈치챈 고그가 웃던 것을 멈추고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으며 따지고 드는 것이었다.

“왜?! 뭐?! 내가 틀린 말 했냐? 덩치가 크다고 해도 닭은 고작 닭이야! 그런데 그런 닭한테 쫄아서 허둥지둥 도망쳐온 것 맞잖아?!”

“그 덩치 큰 닭이라고 해도 일단은 몬스터다. 아직 몬스터랑 마주친 적도 없는 우리가 ‘고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 상당히 어폐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돌려서 뭣도 모르면 넌 그냥 입 다물고 있어! 라는 의사를 담아 이야기하는 밀리언의 발언에 고그가 째리는 눈으로 그를 쳐다봤지만 밀리어는 본 척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자신을 노려보는 고그를 신경 쓰기보다는 지금 공선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든 의문을 풀기 위해서 그에게 질문을 하는 것을 선택한 것.

“그것보다는 그전에 묻고 싶은 게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네 녀석이 되돌아온 건 거의 새벽이 아니냐? 그건 즉, 밤에 의뢰를 하러 갔다는 이야기겠군?”

“에? 에?”

순간적으로 찌르고 들어오는 밀리언의 질문에 공선자는 진심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고그처럼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이 더 상대하기 편하게 느껴질 정도.

그야 적어도 고그의 발언은 자신의 거짓말을 들추어내려고 하지는 않았기 때문. 허나, 지금의 밀리언이 내뱉은 것과 같은 의문은 공선자의 거짓말을 파고드는 계열의 질문인 것이다.

공선자가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일부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신이 떠올린 의문을 입에 담은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저 의문에 의해서 공선자의 거짓말이 밝혀질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 그렇기에 그는 당황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거짓말을 짜내는 것이었다.

“그, 그러니까……, 밤에 의뢰를 하러 간 게 아니라, 조금 늦은 오후쯤에 갖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다는 느낌일까요? 하하하……!”

필사적으로 떠올린 그의 거짓말에 네 사람은 조금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단은 수긍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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