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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30/194)



〈 130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요컨대 열심히 의뢰를 하다 보니 밤이 되었고 돌아오던 도중 몬스터를 만나 그대로 밤 새도록 숲을 헤매게 되었다, 라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

“어떻게 살아 돌아옴? 길 잃었던 거 아님?”

“아, 아뇨……. 몬스터를 피해서 도망친 뒤에 아침이 될 때까지 덜덜 떨면서 나무 위에 올라가 있었거든요. 그리고 아침이 된 뒤에 왔던 길을 찾아서 돌아올 수 있었고요.”

그렇게 되면 잘도 밤에 숲 속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는 의문일 들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의문을 쿠루미가 꺼내서 묻자 이번에도 어떻게든 그럴듯한 거짓말을 지어낼 수 있었던 것.

공선자의 거의 본능의 영역에서 지어낸 공선자의 거짓말에 네 사람은 수긍할 수 있었던 것인지 더 이상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공선자가 어째서 이른 아침에 여관에 그 꼴로 돌아오게 된 것인지는 일단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보다는 그들이 가장 궁금한, 쌈닭이라는 이름의 몬스터에 대해서 그에게 집중적으로 묻는 것.

“그러면 그 쌈닭이라는 거 말이야. 지금의 우리들로 어떻게든 사냥할 수 있을까? 모험가가 되려면 뭐가 되었던지 몬스터와 싸워야 하잖아?”

“틀린 말이 아니기는 한데……, 마주치자마자 도망친 저한테 그런 걸 물어보셔도 대답하기가 고, 곤란한데요.”

아니, 애초에 지금 이건 공선자의 사정을 듣는 것보다는 공선자가 어제 무엇을 경험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것 아닌가?

뭐, 공선자도 그들의 설명을 통해서 어제 챌린저들 사이에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

또한 기억이 제대로 남아 있는 자신과 그렇지 않은 다른 챌린저들의 메인 스트림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알게 되었고 말이다.

그러니 쌈닭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아침의 공선자라면 몰라도 밤의 공선자는 질릴 정도로 많이 잡은 녀석이니 말이다.

“그래도 딱 보면 알 수 있는 게 있잖아? 뭐랄까……, 아! 이 녀석은 나 같은 사람만 10명 있으면 사냥할 수 있겠다! 뭐, 이런 거.”

“그, 그렇게 말씀하셔도 그, 살기라는 것 때문에 저 같은 건 10명이든 100명이든 모여도 아무것도 못 하고 학살당할 것 같은데요…….”

“살기?”

자신이 마을로 돌아올 때 들었던 경비병처럼 보이던 남자들이 나누던 말 속에 들어 있던 단어.

그 단어 덕분에 공선자는 자신이 마지막에 와서 쌈닭과 마주쳐 도망치는 그 순간, 자신을 옥죄어오던 형상화된 살의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본능적인 공포심을 건드리는 무형이지만 확실히 느껴지던 ‘힘’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살기라는 이름의 무엇인가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그 경비병들의 대화를 통해서 깨닫게 된 것.

그렇기에 그 살기에 노출되는 이상 겁쟁이인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성 있는 판단에 공선자가 주눅이 들어 거의 혼잣말에 가깝게 중얼거렸는데, 그것을 들은 쿠루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이들 역시 공선자가 언급한 살기라는 단어를 포착한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마디 씩 하는 것이었다.

“살기라면 요컨대 기세라는 거잖아? 즉, 단순히 쫄아서 도망쳤다는 거네. 네가 겁쟁이일 뿐인데 뭘 그렇게 거창한 거에 당했다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살기니 뭐니 과학적이지 않은 이야기군. 아니, 이쪽은 마법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이니 완전히 바보 같은 이야기 취급하는 것도 그렇지만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야.”

“그……,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살기라는 게 그렇게까지 대단한 거야?”

고그는 고작 기세에 쫄았을 뿐이라며 공선자를 무시했고, 밀리언은 애초에 공선자가 이야기한 살기라는 단어 자체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인지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네 사람 중 가장 친절한 타입에 속하는 프로아조차 공선자가 겁쟁이인 것을 커버 쳐주기 힘들다는 것 같은 반응을 보여 왔고 말이다.

쿠루미는 딱히 공선자에게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공선자가 그렇게까지 겁에 질린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것인지 연신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었다.

그에 공선자는 순간적으로 역으로 직접 경험해본 적도 없으면서 살기라는 것을 그렇게 가볍게 보지 말라고 한 마디 해주고 싶었다.

당했을 때는 자신이 무엇에 당한 것인지 정확하게 할 수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쌈닭과 싸울 때마다 몬스터가 내뿜는 살기를 직접 경험해본 공선자는 단언할 수 있었다.

몬스터가 ‘괴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로 불리는 이유가 있다고. 인간들이 공선자가 알고 있는 21세기 지구처럼 어떠한 천적도 없이 대지 위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 성벽을 짓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고.

그래, 몬스터는 인간들의 천적이었다. 아직 쌈닭밖에 상대해본 적이 없는 공선자는 모든 몬스터가 그런 살기를 내뿜는 것인지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선자는 쌈닭을 통해서 겪은 살기만으로도 몬스터가 인간들의 천적이라 단언할 수 있는 것.

만약 쌈닭뿐 아니라 모든 몬스터가 쌈닭과 같은 살기를 다룬다면 그저 일상 속에서 평화롭게 하루하루 살아가던 인간들은 결코 몬스터를 상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

그런 확신을 주는 것이 바로 쌈닭이 가지고 있던, 그리고 어쩌면 모든 몬스터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살기’라는 단어의, 분명하게 힘을 내포한 ‘살의’였으니깐 말이다.

살기라는 단어를 모르고 있었을 때조차도 몬스터와 마주치면 본능적으로 자신이 사냥감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그 살의를 품고 있는 힘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경비병처럼 보이는 남자들이 나눈 대화를 통해서 자신이 경험한 것이 살기라는 단어를 가진 현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납득했다.

그래, 그것은 도저히 ‘살기’라는 단어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는 현상이었다고. 그리고 그 살기를 감정이 제어되고 있을 때와 감정이 제어되지 않을 때에 두루두루 경험해본 공선자는 단언할 수 있었다.

정말로 어지간히 정신력이 강한 이들이 아니라면 살기를 처음 경험할 경우 도저히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살기는 애초에 그런 성질의 현상이었다. 몇 번이고 경험해서 내성을 쌓거나, 아니면 애초에 정신력이 남다르지 않으면 도저히 대응할 수 없는 종류의 현상.

“그, 그렇게 이야기하셔도……, 서, 성문을 지키시는 경비병분들도 살기를 처음 겪으면 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한 거라고…….”

공선자가 변명처럼 우물거리며 이야기한 내용처럼 확실히 성문을 지키는 이들이 그런 취지의 대화를 나눈 적이 있기는 했다.

그렇기에 순간적으로 공선자의 살기니 하는 이야기에 이 녀석 정말로 어지간히 겁쟁이인가보다, 하는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반전되었다.

단순히 공선자가 겁쟁이였기에 몬스터에게 기세가 밀려 공포에 삼켜져 도망쳤다고 하기에는 그들과 다르게 애초에 플라워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얘기해준 정보는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

“……뭐지? 그럼 진짜로 막 살기라는 게 존재한다는 거야? 단순히 기세만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그런 비과학적인 현상이?”

“이미 마법이니 하는 것도 있는데 살기니 하는 게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겠지. 하핫!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국 모험가라는 건 그런 살기를 다루는 몬스터와 싸워야 하는 직업이잖아? 즉, 극복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그걸 극복하지 못한 저놈이 단순히 쫄보라는 이야기지!”

밀리언이 믿기 힘들다는 것처럼 중얼거리는 말에 고그도 살짝 얼굴색이 안 좋아진 것이 살기라는 현상이 진짜로 있다고 하니 걱정이 되기는 했나 보다.

단지, 자신이 걱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인지 공선자를 살기를 극복하지 못한 공선자를 깎아내려 덩달아 살기라는 현상도 별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며 허세를 부렸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지 말래도?! 혹시라도 파티에 들어 와주지 않으면 어쩔 생각인 거야?! 거기에 실제로 살기라는 게 존재하면 경험해본 적도 없는 우리들이 뭐라고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게 없어!”

요컨대 살기라는 현상이 실제로 있으니 경험해본 적도 없으면서 자신은 다를 거라고 허세를 부리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처음에는 살기라는 현상 자체를 믿을 수 없어 그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있다고 하니 프로아가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는 것.

그러니 고그처럼 허세를 부리기보다는 오히려 직접 몬스터의 살기라는 것을 겪어본 공선자에게 의견을 구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고그가 저런 식으로 허세를 부리고 있으니 한마디 해줄 수밖에 없는 것. 그런 프로아의 목소리에 고그는 뭐라 따지고 싶었던 것인지 입을 뻥긋거리다가 혀를 차고는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더 허세를 부리기에는 공선자와 다르게 그는 살기라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근거 없는 허세를 그저 추할 뿐. 그렇기에 이 이상으로 허세를 부리지 않고 얌전히 입을 다무는 고그였다.

“하아……. 미안, 딱히 널 무시하는 게 아니라 보니까 그냥 원래 성격이 저런 녀석인 것 같아. 고작 하루밖에 어울리지 않은 내가 뭘 알고 있겠느냐만…….”

프로아가 이야기해주지 않아도 고그와 마주한 지 고작 몇 번이 되지 않는 공선자 역시 그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프로아의 이야기에 그저 이해한다는 의미를 담아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에 다행히도 공선자의 기분이 그렇게 나빠지지는 않았다고 판단한 것인지 안도한 프로아가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이어서 될 수 있으면 그 경험했다는 ‘살기’라는 현상과 우리들이 그 살기를 마주해도 괜찮을지 등등, 의견을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설령 허세에 가까웠다고 해도 모험가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살기라는 현상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고그의 발언도 거짓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미 쌈닭의 살기를 경험해본 공선자에게 자신도 모르게 조언을 구하는 프로아. 그에 공선자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그걸 왜 대답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이것은 정보 하나하나에 가치를 매기는 게 당연했던 인생을 살아본 공선자에게는 본능에 가까운 사고.

하지만 그 사고를 당장 순수하다고 해야 할지, 모질어지지 못하는 감성을 지닌 공선자가 행하는 것은 무리였다.

때문에 내심 ‘이거 내 사정을 설명하고 파티에 들어갈 수 있는지 아닌지를 이야기하는 자리 아니었어?’ 라고 생각하며 먹고 있던 음식을 삼키면서도 일단 프로아의 질문에 대답해주는 것이었다.

“그, 그렇게 물어보셔도……, 솔직히 그 당시에는 워낙 정신이 없어서……. 그, 그 자리에서 당장 벗어나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그저 미친 듯이 정신없이 도망쳤을 뿐이거든요.”

그렇기에 프로아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기가 뭐하다고 이야기하는 공선자. 사실 이건 어디까지나 공선자가 감정 제어의 영향에서 벗어난 뒤의 이야기였다.

그 전에는 쌈닭의 살기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전투를 벌였으니 말이다. 감정 제어로 인하여 살기가 불러일으키는 죽음의 공포조차 제어되니 살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

허나, 그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해줄 수도 없지 않은가? 그렇게 되면 공선자의 각성 스킬, 일야몽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야 하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그가 다른 이들과 다르게 기억을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밝혀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거짓말을 했다. 정확히는 사실을 전부 말하지 않았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밝힐 수 있는 진실에 한정된 정보뿐.

그리고 그 밝힐 수 있는 진실은 감정 제어가 해제된 뒤 마주친 쌈닭으로부터 경험한 살기에 대한 내용뿐이었다.

뭐,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감정 제어가 되고 있을 때의 살기는 영향을 받아도 다른 영향이 살기의 영향력을 찍어 누르는 형태여서 제대로 경험을 했다고 말하기도 힘들었다.

힘과 힘이 충돌하여 상쇄되어 애초에 힘에 대한 경험 자체가 없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감정 제어가 풀린 뒤에 겪은 경험은 제대로 된 살기를 받는 경험이었지만 그 경험을 뭐라 설명하기에는 당시에 너무나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 당시에 받은 살기가 어떤 느낌이었는지 설명하게 된다면 ‘!#$&^%*!#$??~~

!’ 라는 식으로 다른 이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느낌의 표현이 되기 때문.

그러니 어떻게 살기를 극복하면 좋을까? 라고 물어도 대답해줄 수 있을 리가 없는 것. 애초에 공선자도 극복해내지 못했다. 밤의 공선자는 극복이라기보다는 그냥 영향을 안 받는다는 느낌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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