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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2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32/194)



〈 132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그런 의미에서 처음부터 토벌 의뢰를 수주하려는 네 사람은 경우에 따라서는 무모해 보일 수 있는 것.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평범한 사람일 경우의 이야기였다. 평범한 사람, 정확히 평범한 시골 출신의 이들은 모험가가 되려고 해도 밑천이 없었다.

즉, 장비조차 제대로 구입할 돈이 없는 것. 그렇기에 일단 잡무 의뢰나 안전한 채집 의뢰로 돈을 번다.

덤으로 모험가로서의 경험도 쌓는다. 그 뒤 제대로 된 장비를 맞춘 뒤에 본격적으로 사람을 보아 토벌 의뢰에 도전하는 것이 정석.

허나, 이것은 챌린저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었다. 모험가로서의 경험은 몰라도 ‘장비’만큼은 초반에 지원이 되니 말이다.

그러니 거기에 혼자서 첫 번째 사냥에 도전하는 것도 아니고 여럿이서 도전한다. 여기에 더불어 일단 여자라고 해도 신체 능력이 성인 남성 수준으로 맞춰져 있는 상태.

또한 챌린저들 대부분이 기억은 잃었어도 각종 ‘무기’를 다루어본 경험이 있는 이들, 설령 여기 있는 네 사람처럼 그런 경험이 없다고 해도 처음부터 여럿이서 활동하니 어느 정도 안전은 보장되는 것.

즉, 숫자를 믿고 스프라우트 등급의 위쪽 등급인 노비스 등급의 의뢰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코 ‘무모’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 오히려 제대로 된 기초 장비가 있는 주제에 며칠씩이나 잡무를 하며 시간을 때우는 것은 세계의 멸망을 알고 있는 챌린저로써의 자각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이 이상 공선자가 위험하니까 그만두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오지랖이라고밖에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꼭 쌈닭이어야 함? 다른 종류의 토벌 의뢰는 없었음?”

“나한테 물어도 말이야……. 어제 잠깐 살펴봤던 의뢰 게시판의 의뢰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잖아? 거기에 설령 다른 의뢰가 있다고 해도 현재 우리가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몬스터는 쌈닭이잖아?”

“그렇기는 함. 도망치는 것밖에 못 했다고 해도 여기 경험자도 있고. 역시 처음으로 도전해볼 몬스터는 쌈닭이 나을 것 같음.”

서로 노려보고 있는 밀리언과 고그의 모습에 이제는 익숙해졌다는 것처럼 두 사람은 무시하며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쿠루미와 프로아.

그런데 왜인지 쿠루미가 당연하게도 공선자 역시 함께 움직일 것처럼 느껴지는 어조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요컨대 자기 파티에 쌈닭을 상대해본 경험자가 있으니 쌈닭을 상대하는 게 낫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

물론 일단 그녀가 입에 담은 문장 자체는 해석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충분했다. 같은 파티에 있기에, 가 아니라 ‘쌈닭과 마주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에게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쌈닭을 상대하는 게 낫다,’ 라는 쪽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

그러나 이미 공선자는 그녀들에게 쌈닭에 대해 알려 줄 수 있는 것은 전부 알려준 상태.

부리로 공격한다, 못 난다, 덩치가 큰 닭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닭보다는 타조 같다, 라는 등등의 사실을 언급……, 하지 않았었네?

생각해보니 언급한 것은 살기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그녀들이 물은, 자신들도 상대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말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공선자가 입을 열었다.

“어……, 저, 저기……. 어째서인지 저도 당연하게 같이 간다는 전제가 된 것 같은 것은 기분 탓이죠?”

“응, 기분 탓. 기분 탓. 아직 파티 가입에 대한 거, 대답 안 해 줬음.”

“그, 그렇죠? 그러니 일단 그 부분은 뒤로 미루어두고 살기를 제외하고 쌈닭에 대한 특징을 이야기해 드리고 싶은데요. 여, 여러분이 상대할 수 있을까? 라고 물으신 질문에 대단 대답으로.”

왜인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늦으면 영락없이 이들과 빼도 박도 못하고 엮일 것 같다는 생각에 공선자가 빠르게 쌈닭에 대한 특징을 이야기해주는 것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특징을 비롯해서 부리로 공격한다든지 하는 특징을 도망치면서 공격당해봤다는 거짓말 등으로 얼버무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결론은…….

“결국은 그냥 타조에 가깝다는 거잖아? 넌 겁에 질리면 땅에 머리부터 박고 보는 새대가리가 무서워서 도망쳤다는 거고?”

“그, 그게 살기가…….” 깔끔하게 한 문장으로 결론을 낸 뒤 공선자를 깔보는 어조로 이야기하는 고그의 목소리에 공선자는 그저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그 살기라는 것만 극복하면 확실히 덩치 큰 닭, 아니, 타조에 불과하다는 건가. 흠, 네 명, 아니, 다섯 명이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군.”

……어째서인지 밀리언마저 공선자가 파티에 가입하는 것을 기정사실처럼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니, 그야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공선자가 파티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기는 했다. 거기에 당장 그들에게 자신이 경험했던 쌈닭에 대한 정보를 아낌없이 주고 있으니 심정적으로 이미 동료로 받아들여도 이상할 게 없기는 했지만…….

‘아니, 그러니까 나는 파티 같은데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데?!’

그야 공선자의 전투 스타일을 생각하면 당연했다. 그래, 당연히 거절해야 하는 것이었다. 허나, 공선자는 어째 점점 분위기가 파티를 거절하는 게 어려워지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는 것.

“좋아, 그러면 일단 이 이후의 행동 방침에 대한 결론은 정면에서 쌈닭을 상대해보는 것으로 몬스터에 대한 경험을 쌓아보자! 라는 걸로 생각하면 좋을까?”

“위험하겠지만 당장 우리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이상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테니 말이야. 결국, 빠르든 늦든 경험해야 할 일이고 말이지.”

여하튼 그런 식으로 앞으로 자신들의 행동 방향에 대해서 결론을 내놓는 4명이었다. 아니, 어째서인지 거기에 공선자 역시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지만 신경 쓰면 지는 거다.

그야 공선자는 아직까지 그들의 파티에 가입할 것인지, 가입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돌려주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저기……, 결국 저도 파티에 가입한다는 게 전제인 건가요? 아니, 딱히 절대로 가입하지 않겠다! 뭐, 그런 건 아닌데…….”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절대로 가입하고 싶지 않았다, 보다 정확히 말해서는 절대로 가입해서는 안 된다.

공선자의 이성은 그렇게 소리치고 있는 것.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이성에 해당하는 이야기. 당연하게도 그의 감정과는 따로 놀고 있었다.

거기에 감정 제어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아침의 공선자는 이성보다 감정에 더 크게 이끌려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이기에 자신이 파티에 가입하는 게 마치 거의 확정사항이라는 것 같은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 섣불리 저항하지 못하고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아! 미안, 미안. 딱히 막 강요하거나 할 생각은 아니었어. 정말로 싫다면 거절을 해도 돼. 아무리 사정이 급해도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붙잡고 있어도 해결될 일은 아니니깐 말이야. 대신, 가능하다면 어째서 거절하는지 정도는 알려줄 수 있을까?”

그리고 공선자의 그 당혹스럽다는 모습에 프로아가 자신들의 실수를 자각한 것인지 공선자의 눈치를 보며 이야기하는 것.

하지만 공선자는 오히려 그렇게 자신을 배려해주는 프로아의 모습에 더욱더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야 고그라면 모를까 밀리언과 쿠루미, 그리고 프로아는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 것.

그렇기에 차라리 공선자 자신의 의지를 무시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자신의 의지를 존중해주겠다는 그 태도에 더욱 거절하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일종의 악의보다 선의가 더 거절하기 어렵다는 그것이었다. 밤의 공선자라면 모를까 아침의 공선자이기에 순수하게 자신에게 전달되는 호의를 그저 이득과 손해만을 따져서 받아들이거나 거절하는 게 힘들었던 것.

“으, 으으……. 그, 그게 딱히 무슨 이유가 있어서 거절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보다시피 제 성격이 이런 성격이라 집단생활을 하게 되면 민폐가…….”

그리고 그런 아침의 공선자이기에 거짓말로 자신을 배려해주는 프로아를 속이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기에 일단 떠오른 사실을 그대로 언급하는 그.

물론 그것이 모든 이유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거짓말도 아니었다. 공선자에게는 숨기는 것이 있었지만 그것 외에도 아침의 공선자의 성격이 어딘가 집단에 속하기에는 힘든 성격이라는 것도 사실.

그렇기에 공선자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 일단 꺼낼 수 있는 사실을 꺼내서 곤란하기 그지없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 그런 거라면 괜찮아! 애초에 우리들 네 사람 전부가 전부 각종 이유로 집단생활이 무리여서 섹션에 가입하지 못한 떨거지에 가깝잖아? 그러니까 성격 정도야 뭐, 서로 차차 맞춰 가면 되는 거지!”

생각해보니깐 그랬다! 확실히 공선자의 성격은 집단생활에 알맞지 않은 성격이었지만 그것은 여기 있는 이들 역시 다를 게 없는 것!

프로아는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지만 고그만 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는가? 툭하면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시비 거는 저 성격!

거기에 밀리언과 쿠루미도 집단생활에 적당한 성격이라고는 도저히 말하기 힘들었다. 일단 딱 봐도 쿠루미는 게으름뱅이라는 분위기가 전신에서 뻗어 나오고 있었다.

밀리언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그의 성격을 파악할 정도로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그 특유의 딱딱한 말투는 결코 친근감을 가지기 쉬운 말투라고는 말할 수 없는 상태.

그런 네 사람이 모인 것이었다. 확실히 무기를 다룰 수 있다, 없다, 라고 이야기하기 이전에 성격적으로 섹션인지 하는 것과 같은 조직에 속해 무난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은 성격은 아닌 것.

그런 네 사람이 모여 있는 만큼 확실히 현재 공선자의 성격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야 그렇게 조직 생활하기 힘든 이들이 플라워 차원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모여 조직한 것이 바로 그들의 파티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당장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말로 어지간히 문제가 되는 성격이 아니라면 참고 넘어갈 수 있다는 거겠지. 봐라 당장 어떻게 봐도 문제투성이인 고그마저 파티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공선자는 확실히 자신의 성격을 핑계로 거절하는 것을 무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어, 어……. 화,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닌데……, 그, 그렇다고 맞는 말 같지도 않은데요. 특히 제 입장에서는…….”

요컨대 그런 이야기였다. 확실히 전력이 급한 만큼 범죄자가 아니면 받아들일 수 있다! 라는 마인드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그거야 전력이 ‘부족할 경우’의 이야기였고.

아침의 공선자가 아닌 밤의 공선자라면 결코 모험가로서 활동하기 위한 전력이 부족하지는 않은 것.

말했다시피 공선자의 전투 스타일 자체가 첩보와 잠입, 암살 특화 쪽이다 보니 오히려 몰려다니면 전력이 약화될 수도 있는 것.

그런 의미에서 공선자에게 있어서 성격에 문제가 있는 이들과 파티를 짜는 것은 결코 전력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문제 있는 그들의 성격 때문에 스트레스만 잔뜩 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공선자였다. 그런 의미에서 공선자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옳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소리.

“흥! 뭘 그렇게 빼고 있어? 어차피 네놈한테 선택권이 있기는 하냐? 내 파티에 안 들어오면 그다음에는 뭐 어쩔 건데? 그 고정세라는 녀석의 섹션인지에 가입할 생각이냐? 못하잖아? 애초에 고작해야 덩치 큰 닭한테 쫄은 쫄보가 혼자서 뭘 할 수 있다는 건데?”

여하튼 그런 이유로 공선자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물거리고 있을 때 고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아 짜증이 짙게 어린 어조로 그를 향해 쏘아붙이는 것이었다.

확실히 공선자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고그의 입장에서는 공선자가 파티에 가입하는 것을 망설이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게 당연했다.

그가 보기에는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하지 못하는 이상 도저히 공선자에게 선택권이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공선자가 제대로 된 대답을 돌려주지 않고 우물쭈물 거리는 모습이 그냥 사람이 무서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처럼 보였기에 짜증이 치솟는 것.

뭐, 그의 생각처럼 섣불리 파티에 가입하기에는 사람들이 무섭다는 것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기도 했고 말이다.

그야 전에 살던 21세기 지구에서는 초능력자, 즉, 권능사용자라는 이유만으로 생체 실험을 당한 공선자다. 그런 그가 사람을 불신하고, 무서워하며 경계하는 게 뭐가 이상한가?

“잠깐?!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블러드한테도 사정이라는 게 있을 수 있으니까 그 부분은 배려해야지!”

“흥! 배려는 무슨! 내가 보기에 이 녀석은 그냥 겁쟁이야! 겁쟁이! 바보같이 겁만 많아서 제대로 된 선택도 못 하는 우유부단한 녀석이라고! 난 아무리 급해도 이런 성질나는 녀석하고는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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