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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3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33/194)



〈 133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같이 행동 못하겠다고? 웃기는군. 우리가 지금 그런 걸 따질 처지인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시도해 봐도 시원치 않을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 갑은 우리가 아니야. 저 녀석이지. 그러니까 시답지 않은 헛소리 그만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

공선자가 제대로 된 대답을 돌려주지 못하는 것이 어지간히 짜증이 났던 것인지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치는 고그.

그러나 그런 고그의 말을 끊으며 날이 선 목소리로 현재 그들의 처지를 재인식시켜주는 밀리언의 목소리에 고그는 말을 하다가 입은 다문 뒤 한 번 혀를 차고 침묵하는 것이었다.

공선자라고 해도 고그의 이야기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확실히 그의 이야기처럼 현재 공선자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딱 봐도 겁이 많은 사람. 거기에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한 이들처럼 보이를 다룰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즉, 단순히 겉모습과 분위기만으로도 ‘아, 이 녀석은 무리네,’ 라는 느낌이 팍팍 드는 타입이라는 소리.

거기에 공선자는 자신의 입으로 쌈닭이 무서워서(정확히는 살기에 압도당해) 도망쳤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과 파티를 짜자는 이들의 제안을 거절하는 바보가 어디 있는가? 공선자에게 숨기는 게 없고 단순히 겉모습과 그가 언급한 그대로의 상황이었다면 사실 이렇게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프로아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대로 네 사람과 함께 모험가로서의 생활을 시작했겠지. 허나, 문제는 공선자에게 숨기는 게 많다는 이야기.

특히 밤의 공선자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그렇기에 고민하는 것이었다. 아니, 사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본래라면 거절하는 게 맞는 것. 그러니 고민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자연스럽게 그들의 제안을 거절할 것인가, 라는 내용이 될 터였다. 허나…….

‘어, 어떡하지? 받아들여야 하나? 하지만 난 밤이 되면 완전히 개별적으로 활동하게 될 텐데? 무엇보다 같은 나라고 해도 아침의 나는 밤의 내가 어떻게 움직일지 전혀 예상이 되질 않아!’

공선자는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의 제안을 어떻게 거절할 것인지가 아니라 받아들인 것인지,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지로 고민하고 있는 것.

이성은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이, 감정이 ‘받아들여도 괜찮지 않을까?’ 라고 그에게 속삭이고 있는 것.

사람을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뒤쪽 세계에서 살아온 공선자는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사람에게는 사람보다 무서운 존재는 없는 것.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공포는 몬스터를 마주쳤을 때의 공포와는 완전히 별개의 카테고리에 속해 있었다.

몬스터의 살기를 마주했을 때 느꼈던 공포가 죽음의 공포라면 사람이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공포는 ‘절망’의 공포인 것이다.

그런 만큼 공선자는 사람이 무서웠다. 사람이 미웠다. 사람이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 사람과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허나, 그 이상으로 사람의 온기가 고팠다. 누군가와 함께하고 있었다. 평생을 느껴보지 못했던, 그리고 동시에 느껴보았던 사람의 신뢰라는 것에 기대고 싶었다.

또 다른 자신에게밖에 받지 못했던, 그렇기에 여태까지 쭉 느껴봤지만 도저히 그게 ‘진실’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타인의 ‘호의’라는 것을 받고 싶었다.

무서웠다. 싫었다. 하지만 동시에 원했다. 증오스럽지만 사랑스러운, 일종의 애증. 그 애증이 지금 공선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거절하는 게 옳았다. 공선자는 결코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이가 아니었다. 네 사람과 다르게 기억을 온존하고 있었다.

세 사람과 다르게 희망이, 아니, 정확히는 무지에서 시작한 것이 아닌 ‘절망’에서 스타트 라인을 끊었다.

그리고 그들과는 다르게 싸울 줄 알았으며, 그들과는 다르게 어둠 속에서 싸워갈 사람이었다.

그러니 거절해야 했다. 거절하는 게 정답이었다. ……허나, 공선자는 도저히 안 된다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이유가 뭐지? 이유가 있나? 아니, 이유는 있었다. 정확히는 변명이었다. 분위기가 거절하는 못하게 하고 있었다.

거절한 명분이 떠오르지 않았다. 거절하는 게 정답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허나, 이것은 전부 변명이었다.

그래, 변명. 공선자는 그저 ‘거절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으니까. 믿을 수 없었다. 그의 경험이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허나, 동시에 믿고 싶었다.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 한 번도 제대로 사람의 호의라는 것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공선자가 받아본 호의라고는 또 다른 자신에게서 받던 호의. 그 호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주는 호의였을 뿐 결코 타인의 ‘신뢰’에서 오는 호의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한 번도 다른 이에게서 받아본 적이 없는 ‘정’에 굶주렸다. 사람이라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인간이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생명체였으니까.

“그래서 결론은? 거절? 승낙? 거절할 경우 밝힐 수 있다면 이유를 알려줬으면 좋겠음. 그래야 우리가 수긍하고 포기할 수 있음.”

그런 이유로 머릿속이 뒤죽박죽되고 있는 공선자. 그리고 그런 공선자에게 쿠루미가 마치 더 이상은 우유부단한 것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처럼 최후의 통첩과 같은 목소리를 전해오는 것이었다.

쿠루미의 특유의 이상한 말투에 어떻게든 정신을 수습한 공선자는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네 사람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런 네 사람을 살펴보며 생각했다. 설령 내가 파티 가입을 승낙한다고 해도 과연 이 사람들과 잘해나갈 수 있을까? 하고.

결론은 당연하게도 ‘아니’였다. 그야 공선자 본인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고그나 밀리언, 쿠루미의 성격도 결코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성격이 아닌가?

그런 이들과 무난하게 파티 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오히려 여기서 잘 지낼 수 있다! 라고 판단한다면 그게 더 현실감이 없는 판단일 것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선자는 도저히 거절의 의사를 입에 담을 수 없었다. 어째서? 무엇 때문에? 거절하면 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가 없어서?

아니면 거절하게 되면 자신이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눈치챌까 봐? 아니, 아니었다. 공선자는 단순히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람의 온기를, 정을, 외로움을 녹여줄 ‘요소’들을 포기하지 못하고 그저 붙잡고 질질 끌고 있을 것이었다.

이들과 함께하면 안 되었다. 함께 해봤자 공선자에게 이득이 될 요소는 하나도 없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거절해야 했다.

최대한 빠르게 강해져야 했다. 그게 힘들면 무슨 수를 써서든 멸망을 막아내기 위해서 움직여야 했다.

멸망을 막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그를 위해서 살아갈 공선자에게 과연 이들이 도움이 될까?

아니, 오히려 방해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그들과 함께해서는 안 되었다. 무엇보다 그들과 함께하게 된다면 공선자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위한 행동에 제약이 발생할 터.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선자는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는 온기를, 정을 포기하지 못하고 ‘혹시’ 라는 가능성에 매혹되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 하게 된다면 어쩌면 이들에게서 자신의 반신이었던 ‘그’에게서 받았던 것과 같은 온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만약이라는 가능성을 포기하지 못하고, 혹시 라는 기적에 매달리고 싶어 하고 있었다. 그게 지금의 공선자였다.

감정에 휘둘리고 휘둘려 손익을 따지기 이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에 휘말려 행동하고 마는 아침의 공선자.

그런 그이기에 발생하는 실수. 밤이라면 저지르지 않았을, 아침이기에 저질러 버리게 되는 실수.

“며, 몇 분만. 몇 분만 더 고민하게 해주세요. 지금은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제대로 된 생각을 하기 힘들어요.”

“알았어! 그럼 우리는 이제부터 10분 정도 조용히 있을 게. 너무 막 부담 갖지 말고 느긋하게 생각해줘!”

다행히도 공선자의 입에서 나온 대답이 부정이 아닌 어디까지나 보류여서 그런 것일까, 프로아는 거절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것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떻게든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서 10분 정도의 시간을 더 얻어낸 공선자는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고민했다.

아니, 그것은 고민이 아니었다. 이성과 감정의 충돌. 상반되는 두 정신 활동의 힘겨루기.

사람을 사람답데 하는 욕망과 사람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생존 논리의 기 싸움인 것이었다.

그렇게 공선자의 머릿속에서 서로 다투는 이성과 감정. 이성이 공선자의 감정을 비웃었다.

인간이라는 생명체에게 그렇게까지 괴롭힘을 당했으면서 아직도 포기하지 못 했느냐고 그 자신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그에 감정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따스함을, 온기를, 정을 원한다고.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더 타인의 정을 원한다고.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정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그 기회에 왔을 때 어떻게든 붙잡고 싶다고 호소했다.

아니다. 그것은 호소가 아니었다. 비명이었기에 마음속 깊은 속에서 솟아오르는 비명. 차라리 과거가 나았다.

설령 세계가 적이라고 해도 절대적으로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반신’이 존재했으니까. 허나, 이제는 없었다.

그래, 이제는 없는 것이다. 그는 소멸했다. 근본 인격인 공선자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소멸했다.

그렇기에 마음이 비명을 질렀다.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가 소실되어 설령 그것이 자기 위로에 불과했다고 얻을 수 있었던 하나뿐인 따스함.

그마저도 빼앗겨버린 마음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소리치는 것이었다. 설령 이게 실수라고 해도 상관없다고.

바보 같은 일이라고 해도 상관없다고. 또다시 실패하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자기는 기필코 어떻게든 이 기회를 붙잡고 싶다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소리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음의 외침에 이성은 짓눌렸다. 여태까지 쌓이고 쌓여온 ‘자기 자신’의 비명소리에 압도되었다.

그야 이성은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자신의 감정을, 그 근본이 같기에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소리를 칠 수 있을지언정 도저히 감정 그 자체를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실수를 한다. 이성이 안 된다고 소리를 친다고 해도 감정이 이성을 압도했다.

늘 그랬듯이, 설령 인간을 미워한다고 해도 결국 공선자 자신도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감정 제어의 영향에서 벗어난 감정은 이성을 짓눌러 버리는 것이었다.

“저, 저는……. 생각하셨던 것보다 훨씬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도 꼭 저를 파티에 가입시키실 생각이신 건가요?”

“괜찮아! 괜찮아! 애초에 우리들도 도움이 안 된다고 섹션에 가입하지 못한 상황이잖아? 그러니까 결코 도움이 안 될 일은 없어! 서로 도와가면 되는 일이니까!”

“잘도 그렇게 낯부끄러운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군. ……그렇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가. 애초에 여기 있는 전원, 도움이 안 된다고 못 박힌 떨거지들이니 말이지.”

공선자가 자신에게 괜한 기대를 해도 곤란하다는 어조로 이야기하자 프로아와 밀리언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해오는 것이었다.

그런 두 사람의 이야기에 공선자는 결국 결심하는 것이었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결심을.

설령 그들이 공선자가 기대했던 것과 다른 결말을 가져온다고 해도 좋았다. 지금은 그저 가슴 깊은 곳에서 메아리치는 자신의 이 비명을 무시하고 싶지 않았으니깐 말이다.

아니, 무시할 수 없었다. 이 비명을 무시한다면 더 이상 공선자는 스스로가 공선자로서 남아있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충동을 거스르지 않았다. 설령 훗날 이 결정을 후회하게 된다고 해도 지금만큼은 이 충동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그, 그럼 파, 파티에 가입할게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훗날, 후회가 아닌 처절할 정도로 절망을 하게 된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는 감정에 몸을 맡겨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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