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4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34/194)



〈 134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좋아! 이걸로 어찌어찌 5명이 모였으니까 이제부터는 어떻게 쌈닭을 사냥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굳이 회의를 해야 하나? 일단 사람 수도 어느 정도 모였겠다, 그냥 바로 길드 회관에 가서 의뢰를 수주받은 뒤에 사냥을 하러 가면 안 되는 건가?”

공선자가 마침내 파티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자 프로아가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해서 이 자리에 모인 다섯 명은 이후 모험가로서 활동하기 위한 파티를 맺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파티의 결성이 결정된 직후, 프로아는 곧바로 쌈닭의 사냥을 위한 구체적인 의견을 모으는 회의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밀리언의 경우에는 사람이 모였으면 곧바로 그냥 사냥을 가면 되는 거 아닌데 왜 이 자리에 앉아서 탁상공론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아는 사람이 5명이 되었다고 곧바로 길드 회관으로 가서 모험가 활동을 시작하는 것을 반대하고 여관의 로비에 그들을 묶어두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녀가 굳이 그렇게까지 하며 그들을 이 장소에 묶어두고 회의를 하자고 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정말! 사냥을 하러 간다고 해도 포지션 정도는 짜고 가야지! 각자 자기들이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를 알아야지 자기한테 맞는 역할을 가지고 보다 기민하게 협력할 수 있지!”

“……틀린 말은 아니군. 드디어 제대로 모험가 활동이라는 건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들뜬 건가.”

굳이 회의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프로아의 목소리에 밀리언은 자신이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린 것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쿠루미의 경우에는 멍해 보이는 표정으로 알아서들 하겠지, 라는 의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분위기를 두르고 있었고 고그는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인상을 쓰고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인상을 쓰고는 있지만 프로아의 의견에 반발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 역시 밀리언처럼 프로아가 일단은 싸우기 전에 각자의 포지션은 정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응응! 무엇보다 포지션에 따라서 기초 장비를 지급받을 때 어떤 무기를 지급받을 것인지가 결정되니깐 말이지. 그러니 일단은 각자의 포지션은 정하고 기초 장비를 지급해주는 상자를 열고 착용한 뒤에 길드로 가야 한다고 난 생각해!”

“장비 착용하지 않고 토벌형 의뢰를 받는 건 확실히 눈치 보임. 그러니 포지션을 결정해서 일단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은 수긍.”

“그런 의미로 포지션을 우선적으로 정할 생각이니까 혹시라도 자기한테는 이런 포지션이 알맞다! 싶은 사람은 곧바로 이야기를 해줘. 그걸 조합해서 각자의 포지션은 결정지으려고 회의를 하자고 한 거니깐 말이야.”

살짝 높아진 것 같은 텐션으로 입을 여는 프로아의 얘기에 다른 이들이 생각에 잠기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면 결국 파티에 가입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공선자가 슬쩍 조심스럽게 손을 드는 것.

그 모습에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말해도 된다는 대답을 돌려주는 프로아였는데 그에 공선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묻는 것이었다.

“저기……. 포, 포지션을 정하는 건 찬성인데 일단 그 이전에 포지션 자체를 어떤 식으로 나눌지를 결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아……, 확실히. 그걸 먼저 정하지 않으면 애초에 포지션 자체는 정하는 게 무리구나. 으으……, 까먹을 게 따로 있지 설마 이런 걸 모르고 있었을 줄이야…….”

설마하니 매우 중요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공선자가 지적한 부분을 공선자가 지적하기 전까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축 어깨를 늘어트리는 프로아.

그러나 그녀는 생각 이상으로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인지 이제라도 깨달았으면 되었다는 것처럼 금세 기운을 되찾고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좋아! 그럼 일단은 포지션을 어떤 식으로 나눌 것인지부터 결정하도록 할래? 흐음, 일단 내가 당장 생각해낼 수 있는 건 원거리, 근거리……. 뭐, 이 정도?”

우선 자신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자신이 먼저 떠올린 포지션에 대한 종류를 입에 담는 프로아.

허나, 그런 프로아의 이야기에 밀리언은 긍정적인 반응이 아닌 부정적인 반응을 돌려주는 것이었다. 그야 너무나도 대충이라고 해야 할까……, 종류가 적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포지션은 나눌 거면 좀 더 제대로 된 방식으로 확실하게 구분이 되고 또 전문화될 수 있도록 나누어야지 고작해야 원거리, 근거리가 뭔가? 차라리 애가 훨씬 더 제대로 된 규격화를 해낼 수 있겠군.”

“으, 으윽! 그, 그렇게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잖아! 그야 어쩔 수 없는걸! 포지션의 기준을 결정하자고 해도 그런 걸 해본 경험이 없는 걸! 아니, 경험 이전에 기억이 없다고! 그리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잖아?!”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건데! 라고 밀리언의 반발에 불만을 표하며 뾰로통한 시선으로 공선자를 포함한 네 사람을 바라보는 프로아.

그리고 그런 프로아의 시선과 발언에 부정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네 사람 전원 프로아의 시선을 피하는 것이었다.

그에 잠깐 한숨을 내쉰 뒤 이후 일단은 상당한 시간 동안 함께 활동할 것으로 생각되는 이들과 골을 만들 생각이 없었던 프로아가 불만스러운 감정을 뒤로 한 채 그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었다.

“으으! 뭐, 됐어! 내가 모르고 있는 게 있다면 다른 사람한테 묻고 의견을 구하면 되는 거야! 그런 고로 자자! 난 기억에 남아 있는 지식이 빈약해서 이 이상 포지션에 대한 부분은 의견을 내기 힘드니까 떠오른 게 있다면 뭐라고 일단 말해보도록!”

자신이 모르면 아는 사람한테 물으면 된다는 마인드로 이제부터 함께할 파티원들에게 거리낌 없이 질문을 던지는 프로아.

그리고 그런 프로아의 행동에 공선자는 곤혹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야 이제부터 함께 활동할 거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들은 어제 처음 만난 사람들이 아닌가?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아의 행동은 거리낌이 없다고 해야 할까……, 마치 만난 지 몇 달은 되는 이들에게 하는 것과 같은 친근함이 있었다.

심지어 딱 봐도 성격이 더럽기 그지없는 고그한테 조차도 친근감 있게 말을 거는 그녀였다. 여태까지 공선자는 저런 성격의 사람과 만난 적이 없었다.

아니, 설령 만났다고 해도 지금처럼 서로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리가 없었다. 공선자가 살아가던 세계는 그런 세계니까.

저렇게까지 순수하게 남과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그런 어두운 세계였으니깐 말이다.

그러니 공선자는 순수한 호의로서 사람을 대할 수 있는 프로아라는 존재가 낯설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이 어째서 파티에 가입하기로 한 것인지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다.

저런 사람이 있으니까 자신은 다시금 사람이라는 존재에게 기대를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렇기에 공선자는 프로아가 그들에게 의견을 묻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돌려줘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야 말했다시피 공선자는 프로아와 같은 계열의 호인과 엮인 적이 없었으니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경험이 없는 것.

여하튼 공선자가 그런 이유로 어떤 식으로 대답을 돌려줘야 할지 알 수가 없어 ‘어, 어……, 그, 그러니까……,’ 하며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흐음……, 포지션이라는 거 게임이라면 보통 탱커, 딜러, 힐러라는 방식으로 구분하지 않음? 여기는 현실이지만 에볼루션 시스템이 게임 시스템과 유사한 면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함!”

의외로 만사가 귀찮다는 감정을 전신에 그대로 드러내고 있던 쿠루미가 나서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딜러, 탱커, 힐러. 확실히 전투 포지션이라고 한다면 공선자와 같은 현대인이 가장 먼저 떠올리기 좋은 포지션들이었다.

실제로 게임에서도 자주 쓰이는 포지션들인만큼 익숙했다. 때문에 공선자도 쿠루미의 이야기를 듣고 걱정스럽게 구겨졌던 얼굴을 펴며 확실히! 라는 반응을 돌려주기도 했고 말이다.

허나, 그것은 쿠루미와 공선자처럼 ‘게임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이들에게 한정된 이야기였다.

“어……, 그러니까 딜러? 탱커? 힐러? 그게 무슨 의미의 단어인데? 아니, 일단 번역 시스템을 통해서 무슨 의미인지는 알아들었어. 공격하는 역할, 방어하는 역할, 회복하는 역할이라는 거지? 그런데 그렇게 말해서야 조금 감이 안 잡힌다고 해야 할까…….”

게임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이에게는 설령 번역 시스템에 의해서 딜러와 탱커, 힐러에 담긴 단어의 뜻이 의역되어 들린다고 해도 제대로 된 체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쿠루미 역시 지식이 없는 이를 대표로 말을 꺼낸 프로아를 비롯해서 밀리언이 미간에 사거리를 마크를 띄우며 ‘처음 듣는 단어인데?’ 라는 반응을 보이자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내심 낙담하는 것이었다.

고그에 와서는 ‘뭐야 그거? 먹는 거냐?’ 라는 반응을 보이며 난 모르는 일이오! 라고 주장하듯 귀를 후벼 파고 있었고 말이다.

“어……, 그, 그러니까 딜러, 탱커, 힐러는 알아들으신 대로 공격하는 사람, 방어하는 사람, 회복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요. 조,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탱커가 어그로를 끌며 막을 때 딜러가 딜을 넣고, 힐러가 집중적으로 어그로를 끌어 공격을 맞아주는 것으로 상처를 입는 탱커를 회복시킨다, 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세 가지 포지션은 각각 공격, 방어, 회복을 전문화하는 것으로 보다 안전하게 전투를 치를 수 있게 만들어주는 포지션들이었다.

혼자 전투를 치른다면 이 공격과 방어, 회복 모두 밸런스 있게 홀로 전부 담당해야겠지만 다수가 함께 전투를 치를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각자 자신에게 맡는 역할에 집중하고 자신에게 부족한 점은 타인의 도움을 받는 방식으로 1+1+1=3이라는 공식이 아닌 1+1+1=5, 아니, 6 혹은 7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내는 방식이었다.

그런 의미를 담아서 각각의 역할에 집중했을 때의 장점에 최대한 전달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공선자의 발언에 간신히 딜러, 탱커, 힐러라는 포지션에 대해서 이해하는 밀리언과 프로아, 그리고 고그였다.

여기에는 번역 시스템이 공선자가 이야기하는 딜이나 어그로라는 단어를 제대로 의역하여 데미지나 관심을 끌어준다 등으로 번역해준 것도 한몫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처럼 게임에 대한 지식이 있는 공선자가 자신을 대신해서 설명해주는 모습에 쿠루미가 그에게 탱큐! 라는, 어조의 변화가 없어 정말로 고마워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감사인사를 해오는 것이었고 말이다.

“흐으으음……. 대충 이해가 되기는 하는데 말이야. 그런데 그거, 실제로 효과가 있는 거야? 말로만 들어보면 나쁘지 않은 역할 분담인 것 같기는 하지만…….”

“그, 글쎄요? 이건 어디까지나 게임에서 주로 구분되는 포지션이니까 과연 현실에서도 효과가 있을지는 저도 잘…….”

애초에 공선자는 게임에 대한 지식은 있어도 그게 현실에서도 통용된다는 사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타입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전투에 한해서는 포지션? 그딴 건 지나가던 개나 줘버려! 포지션이고 나발이고 이용할 수 있는 건 전투 이용해서 적을 죽일 수 있으면 그게 정답이야! 라는 타입이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말했다시피 애초에 공선자의 전투 방식은 기습에 의한 일격필살, 즉, 암살이 주된 방식인 만큼 포지션이고 나발이고 없었으니 말이다.

또한 설령 암습이 아닌 정면에서 싸운다고 해도 세계를 적으로 돌려 늘 혼자 싸우던 공선자의 입장에서는 각자에게 역할을 분담해서 전문화해서 싸우는 포지션이라는 것은 나중에 딱 죽기 좋을 방식이었으니 말이다.

그럴 것이 무엇인가에 전문화된다는 것은 그만큼 장점이 뚜렷해지고 역으로 단점 역시 뚜렷해진다는 이야기.

그리고 단점이 뚜렷하다는 것은 요컨대 ‘약점’이 확실하게 생겨난다는 소리였다. 과거 전설의 에이전트이자 테러리스트로서 암살의 스페셜리스트였던 공선자에게 ‘약점’이란 최우선적으로 적을 공략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그런 만큼 스스로가 ‘약점’이라는 게 공략당하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수십, 수백 번은 넘게 경험할 수 있었던 산 증인이라고도 할 수 있었고 말이다.

그러니 공선자는 포지션이라는 개념에, 아니, 누군가의 힘을 빌려 싸운다는 사실 자체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럴 것이 누군가의 힘을 빌려야지 제대로 싸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약점’인 셈이었으니깐 말이다.

만약 자신이 그런 타입의 이들을 상대해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는 일단 홀로 고립시켜둔 뒤 타인의 도움이 없으면 돌출되어 버리는 그 치명적인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싸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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