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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6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36/194)



〈 136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어……, 다, 단검이라면 그 단검을 말하는 거지? 우리들이 생각하는 그 보통의 단검? 특히 리치가 짧은……?”

“네, 뭐……. 보여 드릴까요?”

그 말과 함께 인벤토리에 보관해주었던 단검을 꺼내서 보여주는 공선자의 행동에 프로아가 살짝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하앗! 잘도 자기처럼 빈약하기 그지없는 무기를 선택했잖아? 이런 걸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자기 주제 파악을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야 하는 건가?”

그리고 공선자가 보여준 짧고 가벼워 보이는 단검에 노골적으로 그를 비웃는 고그의 행동에 공선자가 으으, 하며 신음을 흘리는 것이었다. 허나, 그런 고그에게 밀리언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하는데…….

“허, 확실히 칭찬을 하기는 칭찬을 해야겠군. 적어도 누구처럼 자기가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무기를 억지로 선택하는 것보다야 훨씬 괜찮은 선택이니 말이다.”

“크윽……! 이 자식이 진짜……!”

“시비를 걸려는 게 아니다. 적어도 자기가 저지른 일을 생각하고 남을 무시해도 남을 무시하라는 거다.”

밀리언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뱉은 발언에 고그라고 해도 반발을 할 수 없었는지 칫! 하고 혀를 차고 마는 것이었다.

이 이상 공선자에게 계속해서 비웃기에는 고그 역시 저지른 짓이 있으니 사돈 남 말 하는 처지가 되기 때문.

그렇다면 애초에 처음부터 비웃지 말라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 부분은 고그의 성격이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느낌이었다.

각설하고 어쨌든 그렇게 공선자의 무기를 확인하게 된 그들은 결과적으로 고그와 공선자, 두 명 모두 딜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큼큼! 자, 자! 어쨌든 이걸로 그럼 고그랑 블러드는 딜러인 거네? 대검까지는 아직 정상참작이 되지만 단검을 가지고 탱커를 하거나 할 수는 없을 거 아니야?”

아니,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회피 탱커라고 어그로를 끌고 막는 것이 아닌 회피하는 탱킹을 한다면 단검을 들고도 탱킹을 하는 게 가능은 했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회피를 하면서 몬스터의 어그로를 끄는 게 가능할 경우의 이야기였다.

공격을 막는 것이 아니라 피하면서 어그로를 끄는 기술을 공선자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것이 스킬이든, 단순한 기술이든. 그런 의미에서 결국 단검이 무기일 수밖에 없는 공선자는 탱커가 될 수는 없는 것.

그러니 고그와 함께 공선자는 딜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이미 빼도 박도 못할 결정사항이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나랑 밀리언 중에서 누가 탱커를 할 거냐, 아니면 두 명 다 탱커를 할 것인가, 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딜러든 탱커든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애초에 내가 뭘 잘하는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결정되는 포지션이야. 나중에 맞지 않는다 싶으면 그 때 가서 바꾸면 될 뿐인 이야기겠지.”

밀리언의 그와 같은 발언에 프로아가 잠깐 동안 고민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결정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밀리언이 탱커로 하고, 나는 딜러로 하기로 하자. 그런 이유로 밀리언은 기초 장비 셋트를 개봉할 때 방패를 선택해! 난 활을 선택에서 원거리 공격을 하는 딜러를 할 테니깐 말이지!”

“……아니, 잠깐. 분명히 난 탱커를 하든 딜러를 하든 상관없다고 이야기하기는 했다. 허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기다렸다는 것처럼 나한테 위험한 역할을 떠넘기는 건 조금 아니라고 보는데? 심지어 네 녀석은 혼자서 안전한 장소에서 공격하는 포지션을 맡을 셈인 거냐?!”

조금 노골적인 프로아의 선택에 밀리언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어조로 따지고 들자 프로아가 한숨을 쉬면서 설명하는 것이었다.

“확실히 보기에 따라서는 나 혼자서 안전한 역할을 맡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일부로 그런 건 아니거든? 봐봐, 고그는 대검, 블러드는 단검. 둘 다 근거리 공격을 하는 딜러야. 그러니까 밸런스적인 의미에서 원거리 공격을 하는 딜러가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아니면 반대로 내가 탱커를 하고 네가 활 같은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딜러를 할 거야? 난 그래도 상관없는데?”

프로아의 질문에 밀리언은 잠깐 상상을 해보았다. 여자인 프로아가 정면에서 방패를 들고 적의 공격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남자치고 덩치가 작은 편이라고 해도 뭐라고 해도 사내자식인 자신이 뒤에서 활로 깔짝깔짝 공격을 하는 모습을.

……음, 아무리 생각해도 밀리언의 프라이드가 허락할 수 있는 광경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쪽이어도 자신은 괜찮다는 프로아의 발언에도 항복의 의미를 고개를 내젓는 그.

그리고서는 결국에는 프로아가 이야기한 대로 자신이 방패를 선택해 탱커를 하고 프로아가 활을 선택해 원거리 딜러, 줄여서 원딜을 하기로 결정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결국에는 다섯 명 모두 포지션을 결정하는 것에 성공하는 그들. 근거리 딜러, 근딜로써 고그와 공선자가, 원거리 딜러, 원딜로서 프로아가, 탱커로 밀리언, 힐러로 쿠루미가 선택된 것이었다.

“블러드하고 고그가 단검하고 대검, 내가 활, 밀리언이 방패를 선택해서 기초 장비 셋트를 개봉하게 된다면 남은 건…….”

각자 선택할 무기, 혹은 이미 선택한 무기를 말로 꺼내어 정리하던 프로아의 시선이 쿠루미에게서 멈추는 것이었다.

일단 포지션은 결정되었다. 그리고 그 포지션에 맞춰서 제공받을 무기도 결정되었다. 그러나 그런 다섯 명 중에서 단 한 명, 포지션은 결정되었는데 기초 장비 셋트를 통해 제공받을 무기가 결정되지 않은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힐러를 선택한 쿠루미였다. 그야 일단 포지션은 나눈 뒤 그 중 힐러를 선택하기는 했는데…….

“……생각해보니깐 말이야. 힐러라는 건 결국 회복시켜주는 사람이라는 의미인데 어떤 식으로 회복을 시켜준다는 거야?”

……이런 것이었다. 그래, 일단 힐러라는 포지션을 구분 짓기는 했는데 정작 포지션에 맞는 장비가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었던 것! 덤으로 장비 이전에 힐러가 어떤 식으로 활동하는지조차 떠오르는 게 없다!

“……회, 회복 마법?”

그렇기에 문득 떠오른 의문을 당사자에게 던지는 프로아의 목소리에 자기 편하자고 힐러를 선택했던 쿠루미는 당황해서 더듬거리며 대답하는 것이었다.

아니, 대답을 돌려주었다고 하기에는 어조가 의문형이었다. 그에 프로아가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금 묻는다.

“그러면 회복 마법이라는 거 사용할 줄 알아? 아니, 애초에 우리 챌린저들은 마법이 아니라 스킬을 사용하거든?”

“그, 그러면 회복 스킬?”

“그 회복 스킬이라는 거 지금 쓸 수 있어?”

“……메, 메스!”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압박해오는 프로아의 모습에 쿠루미가 참지 못하고 스킬을 통한 치료가 아니라 물리적인 의미의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공선자가 얼이 빠진 표정을 지으며 마음속으로 ‘아니, 그건 스킬이 아닌 것 같은데요?’ 라고 딴죽을 거는 것.

……아니지, 생각해보면 치료계열의 스킬 중에서 수술이라는 개념을 담당하는 스킬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치료 스킬로 치료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눈 부신 빛이 상처를 감싸며 상처를 아물게 하는 그런 이능적인 치료가 아닌, 수술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계열의 스킬이 작동해 마치 20년은 수술 경험을 해본 베테랑 의사처럼 순식간에 상처를 봉합하는 식으로 치료를 하게 해주는 치료 스킬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

그런 의미에서 쿠루미가 메스! 라고 소리친 것도 딱히 잘못된 것은 아닐 수도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이능적인 방식을 ‘구현’해서 치료를 해주는 스킬이든, 아니면 이능적인 방식으로 치료하는 방식을 ‘보정’해서 치료할 수 있게 해주는 스킬이든 현재 쿠루미는 배우지도 않았고, 배울 수도 없다는 점이었다.

“풉! 푸하하! 즉, 이 녀석, 힐러니 뭐니 했지만 정작 당장은 힐러고 나발이고 당장은 도움도 안 된다는 거잖아?”

“으으으……!”

그 모습에 무슨 상황인지 이해한 고그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배꼽을 잡으며 비웃기 시작하자 쿠루미가 자기가 생각했던 건 이런 게 아닌데! 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신음성을 흘리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당장 도움이 안 된다는 고그의 발언에 도저히 반박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인지 식탁에 턱! 하고 머리를 박으며 엎드리는 것이었는데…….

“아니, 당장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어디까지나 힐러로써 ‘치료’ 쪽이라고 할 수 있겠군. 요컨대 제대로 힐러로서 활약하고 싶다면 치료 계열의 스킬을 배울 때까지 다른 쪽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소리다.”

밀리언의 이야기대로 당장 치료계열의 스킬이 없는 쿠루미는 아무리 자기가 힐러라고 외쳐도 도저히 힐러로써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적어도 힐러로서 활동하고 싶으면 다른 방식으로 경험치를 얻어 레벨을 올리든지 해서 치료 계열의 스킬을 습득해야 하는 것.

단, 그를 위해서는 결국 치료 계열의 스킬을 습득하기 전까지는 다른 이들처럼 직접적인 방식으로 전투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힐러라는 포지션은 어느 정도 성장해서 치료 스킬을 습득하지 않는 이상은 힐러로서 활약할 수 없다는 이야기네? 그러면 쿠루미는 일단 다른 방식으로 전투에 참가해야겠다.”

“으으, 이건 아님. 쿠루미는 어디까지나 싸우지 않고 마지막에 가서 치료나 조금 해주며 놀고먹는 힐러를 하고 싶었던 거임……!”

“네네, 알겠습니다. 힐러 하세요. 치료 스킬을 습득하면 원하는 대로 힐러로서 활약하게 해줄 테니깐 말이야. 대신 치료 스킬 습득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처럼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가해야 해. 그래야 경험치를 얻는 것으로 레벨이 올라서 나중에 치료 스킬을 습득하지!”

결국 그와 같은 이유로 놀고먹을 생각으로 가득했던 쿠루미는 적어도 치료 스킬을 습득하기 전까지는 힐러의 포지션이면서도 딜러의 포지션에 가까운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었다.

그를 위해서 쿠루미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새총이었다. ……새총이 무슨 무기냐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새총도 어엿한 무기였다.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사람 두개골도 우습게 박살 낼 수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새총이라는 무기인 것.

무엇보다 화살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 프로아의 활과 다르게 새총, 혹은 슬링 샷이라고 불리는 무기는 그냥 근처의 돌멩이를 줍는 것으로 탄환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하는 것.

즉, 유지비가 활에 비해서 쌌다. 그런 의미에서 당장 전문적으로 사용할 것이 아닌, 치료 스킬을 습득할 때까지 사용할 수준의 무기로는 적절한 인선이었다고 할 수 있을 리라.

“좋아! 그러면 이걸로 전원 포지션을 결정했고, 또 포지션에 맞게 제공받을 무기도 결정된 거지? 그러면 곧바로 아직 기초 장비 셋트를 개봉하지 않은 사람은 결정된 장비를 포함한 가죽 경갑옷을 습득하는 거로…….”

“아, 저기……. 죄, 죄송한데 그 이전에 잠깐 괜찮을까요?”

그렇게 쿠루미를 끝으로 정말로 각자의 역할분배가 마무리되어 그에 맞춰 장비를 제공받으려던 일행들.

그런데 그런 일행들을 멈춰 세운 것은 다름 아닌 이미 단검을 포함한 기초 장비 셋트를 제공받은 공선자였다.

“뭐야? 이제 와서 포지션을 나는 것에 무슨 불만이라고 있냐? 넌 어차피 이미 단검을 얻은 상태여서 바꾸지도 못하잖아?”

그런 공서자의 행동에 고그가 자신처럼 이미 기초 장비 셋트를 개봉한 녀석이 왜 나서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표하자 공선자가 조심스럽게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 여러분도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저희는 레벨을 10 달성하면 각 병과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잖아요?”

공선자의 이야기에 다른 네 사람 역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기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 직업을 고를 때 아마 높은 확률로 지금 선택하게 되는 무기에 관련된 직업을 고르게 될 테니까 신중하게 선택하시라는 의미에서 말씀드려봤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직업을 분류하는 카테고리인 병과도 결국에는 저희가 방금 전에 이야기했던 포지션을 기준으로 나눈 거잖아요?”

확실히 공선자의 이야기대로 파이터와 어쌔신, 캐스터 병과에 속하는 직업들은 딜러 포지션에 속할 수밖에 없었다.

가디언 병과는 탱커, 힐러 병과는 말 그대로 힐러 포지션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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