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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8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38/194)



〈 138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좋아! 전원 늦지 않고 제대로 모였네! 그럼 늑장 부리지 말고 곧바로 출발하자! 길드 회관에서 쌈닭의 토벌 의뢰를 받은 뒤에 쌈닭의 서식지로 향하는 거야!”

약속했던 30분이 지난 뒤, 각자의 장비를 착용한 다섯 명이 여관 앞에 모여 서로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약속한 대로 파티원들 전원이 모인 것을 확인한 프로아가 전원 문제없이 장비를 착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이 이상 꾸물거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곧바로 자신이 앞장서서 모험가 길드 회관이 있는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하는 것.

어제 그들이 머물고 있는 여관에 도착하기 전에 한 번, 그리고 그 뒤에 모험가에 대해서 파악하기 위해 최소 한 번은 더 길드 회관에 가본 적이 있는 프로아들.

그렇기에 일단 길드 회관으로 향하는 길은 헤매지 않고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활발하다고 해야 할까? 활기 차다고 해야 할까? 어느 쪽이 되었든지 간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몬스터와 조우하러 간다는 사실에 긴장하고 있는 네 사람과 다르게 프로아는 상당히 즐거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만사가 태평할 것 같은 쿠루미는 물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 같은 고그조차 바싹 긴장한 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 없었다.

밀리언도 일단은 냉정함을 가장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라운드 실드의 형태를 하고 있는 방패를 들고 있는 손이 조금씩 떨리는 모습을 숨길 수 없는 것.

공선자의 경우에는 뒤늦게 자신이 쌈닭에게 겁을 먹고 도망쳤던 과거가 떠올라 당장에라도 다시 여관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기분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꾹 참고 버티고 있었다. 일단 첫 번째로 아침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 아니라면 결국 몬스터에 대한 공포는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는 게 이유였다.

두 번째 이유는 전과는 다르게 지금의 자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이지만 공선자에게 자신감을 안겨주고 있었고 말이다.

밤의 공선자와 다르게 아침의 공선자는 지극히 소심한 성격에 겁쟁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밤의 공선자와 완전히 별개의 인격이라는 것도 아니었다.

밤의 공선자와 아침의 공선자의 차이는 어디까지나 감정 제어에 의해 감정이 극한까지 짓눌러져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불과했으니까.

즉, 요컨대 아침의 공선자라고 해도 밤의 공선자처럼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렇기에 아무리 무섭다고 해도 언제까지나 겁에 질려 있을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혼자가 아닌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공선자에게 하나의 긍정적인 요소로써 작용하고 있다는 소리.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그 사실이 아침의 공선자가 자그마한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등을 밀어주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공선자가 프로아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파티에 참가한 것은 아침의 공선자에게 한정해서 플러스 요소에 해당할지도 몰랐다.

용기도 나발이고 필요가 없는 밤의 공선자에게는 해당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될지도 몰랐지만 그건 이후 밤의 자신에게 맡기자고 공선자는 은근슬쩍 그쪽에 관해서는 사고를 중지하는 것이었다.

“……소풍을 가는 것도 아닌데 아주 자기 혼자서 신이 났군. 저 녀석 바보냐? 우리는 이제부터 몬스터라고 불리는 괴물하고 싸우러 가는 거라고? 그런데 왜 저렇게 발랄해? 발랄하다 못해서 발할라로 승천할 것 같은 기세잖아?”

“넌 지금 그걸 말장난이라고 한 거냐? 거기에 쌈닭은 어차피 덩치만 큰 닭에 불과하다고 큰 소리 뻥뻥 쳐놓고서는 이제 와서 겁먹을 먹다니…….”

“누, 누가 겁을 먹었다고 그래?! 확실히 덩치가 크다고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몬스터라고 불리는 괴물이잖아?! 뭐가 되었던지 위험한 녀석을 상대하러 가는 거라고?! 그러니까 긴장감을 갖자는 거지! 긴장감을!”

다른 이들과 다르게 전혀 긴장하는 것 같지 않은 가벼운 걸음걸이로 혼자서 앞서 나가는 프로아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투덜거리는 고그의 발언에 밀리언이 진짜로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느냐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밀리언의 그 시선과 발언에 괜히 찔리는 게 있는 것인지 과민 반응을 보이던 고그였는데 그때 긴장한 것인지 여태까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쿠루미가 입을 여는 것이었다.

“……프로아, 긴장하지 않은 게 아님. 일부로 긴장하지 않은 척하고 있는 거임. 말투랑 행동에 여기저기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띔.”

생각지도 못한 쿠루미의 지적에 자신들보다 10미터 정도 앞서 나가고 있는 프로아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세 사람.

그리고 그제야 쿠루미의 지적처럼 프로아의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나치게 발랄해 보이는 걸음걸이였다. 그냥 스쳐 지나간다면 모를까 집중해서 바라본다면 어떻게 봐도 연기하고 있는 게 티가 난다고 해야 할까?

거기에 미묘하게 걸음걸이의 박자도 어긋나는 곳이 있었다. 그 사실에 그들은 자신들이 긴장하느라 눈치채지 못했던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프로아는 긴장을 하지 않아 활발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긴장을 했기 때문에 발랄함을 가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뒤늦게 눈치챈 고그가 칫! 하고 혀를 차더니 더 이상의 불만을 입에 담지 않고 걷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밀리언 역시 자신의 사정에만 집중하느라 이제야 프로아의 연기를 꿰뚫어봤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미간에 주름잡고 인상을 쓴 뒤 걷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공선자의 경우에는 살짝 프로아에게 감탄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처음으로 몬스터와 마주하러 가는 상황에서도 긴장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그녀의 담력에 감탄했다.

허나, 사실을 긴장하고 있음에도 어떻게든 그것을 티를 내려고 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녀의 담력이 아닌, ‘용기’에 감탄하는 것이었다.

공선자와는 달랐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이 존재하지 않을 터. 그렇기에 지금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를 상황에 스스로 발을 들이미는 경험을 없을 터였다.

아니, 설령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해도 기억이 완전히 삭제된 상황이니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스스로를 가장했다.

다른 이들이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만이라도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서 파티원들의 긴장감을 풀어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스스로의 용기를 북돋기 위해서 한 행동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허나, 어느 쪽이 되었던지 지금 같은 상황을 처음 겪음에도 저런 행동을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공선자에게는 놀랍기 그지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일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공선자 역시 프로아의 뒤를 따라 모험가 길드 회관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뒤 긴장감에 휩싸인 상태에서도 어찌어찌 길드 회관에 도착할 수 있었던 다섯 사람은 자신들이 상상하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광경을 눈앞에 두고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이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서 새로운 던전이 발견되었다는 모양인데 어떻게 한 번 가볼까?”

“미쳤냐? 이제야 간신히 한 사람 몫 한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인데 이제 막 발견돼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신던전을 노리겠다고? 넌 목숨이 10개라도 되냐? 거기에 당장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릴 게 뻔한데?”

“으윽……! 하지만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고. 운이 좋으면 일확천금도 불가능한 일은…….”

“야야, 일확천금을 노리다가 니 모가지가 날아가는 수가 있어. 모험가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라는 명언도 몰라? 됐고, 늘 가던 던전이나 가자. 괜한 욕심은 폭망의 지름길이다.”

“이해가 안 되네……? 요즘 소나타에서 활개를 치는 조폭들에 대해서 조사를 해달라니……. 보통 이런 의뢰는 용병들 쪽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사람들을 주로 상대하게 될 거 아니야? 흐음. 조폭들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조사해달라는 의뢰여서 조사형 의뢰로 구분되어서 그런 건가?”

“좋아, 오늘은 마정석의 품질이 좋아서 상당히 벌이가 짭짤했어. 이대로만 가면 내 집 마련도 꿈은 아니라고!”

……저쪽을 바라봐도 사람, 이쪽을 바라봐도 사람. 사람, 사람, 사람!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사람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드글드글 거리며 길드 회관을 들락날락 거리고 있었다.

챌린저들을 위해서 어제 하루 전세를 냈었던 것과 다르게 오늘은 정상 운영을 하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

허나, 이제 막 플라워 차원에서 활동을 시작하려는 그들에게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렇기에 어제와 같은 한산한 모험가 길드의 회관만을 상상하고 있던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압도당하고 만 것이었다.

“……사, 사람이 엄청나게 많네. 못해도 수십은 넘어서 잘하면 100단위는 되는 것 같은데? 이 사람들이 전부 우리랑 같은 모험가라는 거야?”

“우리 같은 쪼렙은 물론 비교도 하기 힘든 고렙도 존재하는 듯. 장비에서부터 어마어마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음.”

익숙하다는 것처럼 똑같은 디자인의 가죽 경갑옷을 착용하고 각자의 장비를 꼬나 쥐고 있는 공선자들을 무시하고 지나가며 자기들끼리의 대화에 집중하는 수많은 모험가들.

그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에 깊은 것은 모험가마다 차이가 상당해 보이는 장비들이었다. 어떤 모험가는 딱 봐도 비싸다 못해 억 소리가 날 것 같은 품질의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에 비하여 어떤 이들은 공선자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수준의 장비들을 착용하고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엄청나게 비싸 보이지는 않지만 베테랑이라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장비들을 착용하고 있었다.

가지각색, 백인백색의 장비와 모습을 하고 길드 회관을 들락날락 거리는 모험가들.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험가로서 활동하고 있으니 현대 지구였으면 코스프레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는 공선자들이 묻혀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이, 일단은 들어가는 게 어떨까요?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 걸 보면 우리처럼 이제 막 모험가로서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드문 것도 아닌 것 같으니 당당하게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요?”

“어? 어어……. 그, 그래.”

멍하니 길드 회관을 들락날락 거리는 모험가들을 구경하고 있던 파티원들에게 어떻게든 가장 먼저 정신을 되찾은 공선자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공선자의 그 목소리에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을 수 있었던 파티원들은 방금 전과는 다른 긴장감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다른 모험가들의 눈치를 보며 길드 회관에 말을 들이는 것이었다.

“무기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몰려 있으니까 장난 아니게 흉흉하다고 해야 할지…….”

길드 회관 내부에 들어오자 역시나 상당한 숫자의 모험가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게시판에서 의뢰를 살펴보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모험가로서의 업무를 처리해주는 사무원들 앞에서 의뢰를 수주받거나 의뢰 달성을 보고하고 보상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1층은 어디까지나 가장 낮은 등급의 모험가들이 이용하는 게시판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그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지 않았다.

이 도시의 모험가들 수준이 높은 것인지 대부분의 모험가들은 1층을 지나쳐서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일 층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이 일 층에서 업무를 보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1층을 지나가는 길목으로 사용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것.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숫자의 모험가들이 북적이고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기에 고그조차도 압도당했다는 것처럼 살짝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쓰읍, 휴우……! 정신 차리고, 우리도 새내기라고 해도 모험가니까 그렇게까지 쫄 필요 없어. 우선은 스프라우트 등급의 게시판에 가서 쌈닭의 토벌형 의뢰가 없나 찾아보자.”

그렇게 일행들이 압도당하고 있을 때 한 번 심호흡을 하더니 프로아가 일행들을 이끌고 스프라우트 등급의 의뢰가 게시되어 있는 게시판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에 자신들도 모르게 우르르 그녀를 따라 스프라우트 등급의 게시판으로 향하는 네 사람.

도중에 ‘굳이 다 같이 몰려갈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떠올리는 공선자였지만 그래도 이 인파에 혼자 따로 떨어져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일단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었다.

“이쪽은 사람이 별로 없음. 그런데 옆은 엄청나게 몰려 있음.”

“저 녀석들……, 고정세 녀석의 섹션에 속한 녀석들 아니야? 쯧, 숫자가 많다고 곧바로 노비스 등급의 의뢰를 수주하려는 건가? 재수 없는 녀석들.”

그렇게 그들이 스프라우트 등급의 게시판 앞에 도착했을 때 의외로 1층에 있는 게시판들 중에서 가장 낮은 등급의 게시판임에도 스프라우트 등급의 게시판에 모인 사람들의 숫자가 가장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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