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그 사실을 깨달은 공선자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당황하다가 일단은 파티원들의 행동을 막기 위해서 그들에게 손을 뻗는 것이었다.
“자, 잠깐만 기다리세요?! 뭐하시는 거예요?! 갑자기 왜 저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시려는 거죠?!”
이를 악문 상태에서도 자신들이 착용하고 있던 방어구에 손을 대어 벗으려고 하는 그들의 모습에 공선자가 황급히 일단은 프로아와 고그의 팔목을 한쪽씩 붙잡아 그들을 막는 것이었다.
동시에 워낙 당황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너무 큰 소리로 입을 열어 다른 모험가들의 시선까지 모으기 시작한 것이었다.
“……너, 너 뭐야?!”
그리고 그런 공선자의 행동에 희희낙락하며 장비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던 프로트는 당황해서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공선자에게 삿대질을 하는 것이었다.
그에 공선자가 어째서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당황이 가득한 표정으로 ‘네?’ 라고 자신도 모르게 반문하자 프로트가 자신이 당황해 하는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어째서 움직일 수 있는 거야?! 난 분명히 너까지 포함해서 각성 스킬을 사용했단 말이야! 그런데 어째서 내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거야?!”
양아치의 친절한 설명에 공선자는 어째서 그가 저렇게 당황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본래라면 공선자 역시 프로트의 명령에 따라 멋대로 몸이 움직이고 있는 네 사람처럼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장비를 벗어서 그에게 넘겨주었어야 했었다.
허나, 공선자는 애초에 상대의 각성 스킬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것처럼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실제로 대상이 되지 않은 게 아니라 대상이 되어 스킬의 영향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사실에 여태까지 자신의 각성 스킬이 무적이라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던 프로트가 패닉에 빠지는 것도 당연했다.
처음 자신의 각성 스킬을 깨닫고 이 각성 스킬만 있으면 자신에게 거스를 수 있는 자는 결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의기양양한 상황이었던 그다.
심지어는 자신의 각성 스킬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자기가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라는 것조차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던 그.
그야 과거를 신경 쓰기에는 당장 현실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매력적인 현실에 오물을 투척하는 존재가 등장한 것이다.
자신의 각성 스킬이 있다면 자신은 무적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그에게 공선자의 존재는 자신은 무적이라는 그 당연한 ‘상식’을 붕괴시키는 오염물질인 것.
그렇기에 정도 이상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결코, 있을 수 없다고 현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공선자의 존재를 부정했다.
자신이 상상하던 현실은 이런 게 아니라는 의지를 담아서 공선자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소리를 치는 것.
“그 자리에서 ‘멈춰!’ 당장 ‘멈추라고!’ 젠장! 왜 움직일 수 있는 거야?! 내 명령이 안 들리는 거냐?! 네놈은?!”
“……무슨 일이야 저거?”
그리고 그렇게 프로트가 있는 힘껏 공선자에게 계속해서 명령할 때마다 공선자는 아직까지 완전히 상황 파악이 되질 않아 그저 멀뚱멀뚱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동시에 공선자의 목소리에 모인 상태였던 모험가들의 시선이 프로트의 목소리에 의해서 더욱더 집중되는 것 역시 당연한 수순.
그러나 프로트는 자신의 명령, 정확히는 각성 스킬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선자의 존재에 의해 반쯤 패닉에 빠져 다른 모험가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어……? 움직인다! 어째서……? 아니, 아니지!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 저 또라이 자식이 각성 스킬 하나 믿고 이따위 짓을 벌여?!”
“쿠루미도 움직임. 좋아, 고정세의 섹션의 눈치 따위 보지 않고 이대로 저 미친 녀석의 옥수수를 털어버리는 거임!!”
거기에 더불어 공선자에게 각성 스킬을 집중시키기 시작한 영향인지 프로트의 명령에 의해서 막 착용하고 있던 장비를 벗으려던 프로아들의 몸이 다시금 그들의 의사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에 이 기회를 놓칠세라 곧바로 잽싸게 고그와 쿠루미가 프로트를 향해 달려들려고 하는 것. 프로아와 밀리언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하고 했는데…….
“으악?! 머, 멈춰! 다가오지 마!”
네 사람이 자신의 각성 스킬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덤비려는 모습에 기겁을 하며 다시금 공선자가 아니라 그들에게 각성 스킬을 사용하는 프로트.
그에 달리던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서 멈춰버리는 모습에 뒤늦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였다.
“어……, 어어어…….”
그 일련의 과정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던 공선자는 도대체 자신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우왕좌왕하는 것이었다.
일단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프로트의 각성 스킬은 공선자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었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선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
당장 보이는 것처럼 같이 파티를 하기로 한 네 명도 공선자처럼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공선자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신의 파티원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프로트를 향해 주먹질이라고 해야 할까?
어쩌면 그게 가장 정석적인 해결법일 수도 있었다. 허나, 프로트는 몰라도 공선자는 지금 자신들에게 상당수에 해당하는 모험가들의 시선이 쏠려 있는 상태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당당하게 주먹을 쓸 정도로 공선자는 신경이 굵은 타입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뭘 어째야 할지 몰라도 당황하고 있을 때…….
“후우……, 후우……! 좋아, 어째서 네 녀석한테 내 각성 스킬이 통하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됐어. 굳이 5명 전원의 장비를 받지 않아도 네 개 정도만 받으면 충분…….”
……어떻게든 공선자가 자신의 능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로 인하여 받았던 충격에서 벗어난 것인지 호흡을 고르며 공선자의 장비를 포기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프로트.
말하는 것만 들어보면 마치 인심을 쓴다는 것처럼 들렸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공선자라는 존재 자체가 거부감을 표하며 무의식적으로 그와 엮이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이었다.
허나, 그가 그렇게 공선자는 무시하고 나머지 네 명의 장비를 가져가기 위해서 다시금 명령을 내리려고 할 때 그전에 그의 말을 끊고 한 사람이 난입해 들어온 것이었다.
“거기까지 해주세요.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강제적으로 강탈해가는 것은 범죄입니다. 이 이상 이능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르려고 한다면 저희 모험가 길드 측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공선자들과 프로트의 사이에 끼어든 사람은 다름 아닌 어제 공선자도 얼굴을 익혀두었던, 일주일 동안 아침에 챌린저들을 담당해 그들에게 모험가에 대한 설명을 해주거나 의뢰를 수주해줄 것이라고 했던 모험가 길드 회관의 간판 아가씨였다.
“당신은……. 젠장……! 어느새 사람들의 시선이 이렇게 모인 거야?!”
설마 이 타이밍에 카운터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야 하는 그녀가 끼어들 줄은 몰랐던 프로트가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상황을 파악했다.
공선자들과 프로트들의 소란에 의해서 다른 모험가들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 그로 인하여 본래라면 카운터에서 업무를 보느라 이쪽에 신경을 쓰지 못했을 길드 회관의 사무원들도 그들의 상황을 눈치챈 것이다.
그리고서는 그들을 중재하기 위해서……, 정확히는 이능을 이용해 프로아들의 장비를 강제적으로 강탈하려는 프로트를 막기 위해서 끼어든 것.
본래라면 워낙 업무를 보는 것이 바쁘다 보니 이쪽은 신경 쓰지 못했을 텐데 공선자가 프로트의 각성 스킬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소란을 피우게 되어 그들이 이쪽의 상황을 눈치챌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프로트가 일단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 다시금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큼! 큼!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전 그저 빌려주었던 물건을 되돌려받으려고 하는 것뿐이니 신경 쓰지 말고 돌아’가세요.”
“소용없습니다.”
은근슬쩍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간판 아가씨를 돌아가게 만들려고 했던 프로트였지만 놀랍게도 공선자처럼 간판 아가씨한테는 프로트의 능력이 일절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사실에 또다시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목격하고 두 눈을 부릅뜨는 프로트. 그런 프로트에게 간판 아가씨가 가소롭다는 어조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저희 모험가 길드 회관에서 일하는 사무원들은 혹시 모를 사태, 혹은 부정을 일으키려는 경우에 대비해 모험가 여러분이 사용하는 마법이나 무술과 같은 이능에 최소한의 저항력을 갖게 해주는 아티팩트를 상시 착용하고 다닙니다. 그러니 무슨 수를 쓰시려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한테는 당신의 능력이 일절 통하지 않습니다.”
어째서 간판 아가씨한테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것인지 깨달은 프로트가 날카로운 시선을 공선자를 노려보았다.
간판 아가씨처럼 공선자 역시 그녀가 설명한 것과 같은 아티팩트를 지니고 있어 자신의 능력에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그에 설마하니 자신처럼 어제 막 이쪽 세계에서 활동을 시작한 챌린저인 공선자가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또 괘씸해서 그를 째려보는 것.
물론 그런 물건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공선자는 프로트가 왜 자신을 째려보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 당혹스러울 뿐이었지만 말이다.
“복장을 보아하니 챌린저분이시죠? 길드장님께서 챌린저들은 여러모로 상식이 부족하니 한두 번 실수하는 것은 너그럽게 넘어가 달라고 미리 당부하신 것이 있으니 여기서 멈추시면 불문에 부치도록 하겠습니다. 허나, 이 이상 자신의 능력을 악용하려고 하신다면 이 이후, 모험가의 자격을 박탈하고 저희 길드에서도 범죄자로서 대응할 테니 멈추도록 하세요.”
여하튼 그런 이유로 프로트의 각성 스킬의 영향을 받지 않은 간판 아가씨가 절대영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가라앉은 목소리로 프로트를 향해 강하게 경고를 하자 화가 난 것인지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은 토마토처럼 얼굴을 붉히는 프로트.
허나, 다른 모험가들이 전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이상 사고를 칠 배짱이 있지는 않았는지 일단은 물러나는 것이었다.
단지,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악귀처럼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공선자를 강하게 노려보며 물러났지만 말이다.
“……어윽?!”
아니, 노려보면서 물러나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물러나려던 상태에서 그대로 바닥을 구르는 것이었다.
그 광경에 프로트를 지켜보고 있던 모험가들이 키득거리기 시작했는데 그로 인하여 프로트는 방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얼굴을 홍당무처럼 만들며 재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저건……. 그래, 오라가 고갈된 거야. 하긴, 나도 처음에 시안을 사용할 때는 짧은 수준밖에 사용하지 못했어. 같은 각성 스킬이라면 사용할 때마다 오라를 소모하니 사용횟수에 한계가 존재하겠지.’
공선자는 다른 모험가들의 비웃음을 받으며 물러난 프로트가 어째서 혼자서 바닥을 구른 것인지 그 이유를 눈치챌 수 있었다.
프로아들에게 각성 스킬을 사용했고, 또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고는 하지만 계속해서 공선자에게도 각성 스킬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아직 레벨도 제대로 올리지 못한 상태에서 쥐꼬리만 한 오라가 곧바로 바닥을 치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
그 사실에 공선자는 언뜻 보면 타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프로트의 각성 스킬이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스킬인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었다.
당장 사용횟수도 정해져 있었고 간판 아가씨와 공선자에게는 효과가 없는 것처럼 모든 이들에게 통용되는 것도 아닌 것 같았으니깐 말이다.
거기에 프로트가 물러나는 순간부터 곧바로 다시 자유를 되찾는 파티원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지속시간도 그렇게 길지는 않은 것 같았고 말이다.
“……후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두 눈 뜨고 코가 베어질 뻔했네요!”
“흐우……. 도와준 건 고맙긴 한데, 저런 녀석을 그냥 내버려둬도 되는 거야? 대놓고 정면에서 강도질을 벌이려고 했던 녀석이라고?!”
공선자가 그와 같은 판단을 내리고 동시에 어째서 자신에게는 프로트의 능력이 통하지 않았던 것인지 내심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다시금 신체의 자유를 되찾은 프로아들이 자신들을 도와준 간판 아가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이었다.
단지, 고그의 경우에는 어째서 프로트를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여주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