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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2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42/194)



〈 142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길드의 사무원으로서 길드 회관 내부에서 범죄가 벌어지는 일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랍니다. 후후, 그리고 저분에 관한 건은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길드장님이 직접 챌린저 여러분들은 상식이 부족할 수 있으니 한두 번 정도 큰 사고를 치는 게 아니라면 눈 감아달라고 이야기하셨거든요. 그러니 물건을 강탈당한 뒤라면 모를까 어디까지나 미수인 만큼 한 번 불문으로 부칠 수밖에 없습니다.”

단, 이후에도 똑같은 짓을 하려고 하다가 적발이 되면 그때는 얄짤 없이 방금 전에 간판 아가씨가 했던 경고처럼 모험가의 자격을 박탈하고 범죄자 취급을 할 생각이니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그녀였다.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는다고 도와줬음에도 불구하고 예의 바르게 똑 부러지게 설명을 해주는 간판 아가씨의 어조로 고그는 더 이상 따지고 들지 못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설령 제가 이번 일을 불문에 부친다고 해서 이 자리에 있는 목격자분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깐 말이죠. 아마 그 사람은 앞으로 모험가 활동하는 것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여기에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페널티가 적용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니 그들은 더 이상 따지고 들지 않기로 하는 것이었다.

눈뜨고 코가 베일 뻔했다는 사실에 머리끝까지 울분이 치솟아 올라 잊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저런 녀석이라도 일단은 프로아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챌린저가 속해 있는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한 상태인 것이다.

거기에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각성 스킬 소유자라는 이유로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런 프로트와 이 이상 엮어봤자 귀찮은 일만 벌어질 것 같았기에 그들은 화가 나도 더 이상은 프로트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으으……, 드디어 모험가로서 활동을 시작하는데 초반부터 왜 부정이라도 타는 것 같은 사건이 벌어지는 건데……. 이쪽은 단순히 흥미본위가 아니라 생계가 걸려 있는 문제라고?!”

그래, 프로아들에게 모험가로서의 활동은 직장생활이나 다름없었다. 취미활동이나 꿈을 이루기 위한 활동, 뭐 그런 게 아니라 앞으로 이쪽 세계에서 살아가려면 필히 이어가야 하는 생계활동이라는 소리.

그래야 돈을 벌고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를 손에 넣을 수 있을 테니깐 말이다. 그런데 그런 직장생활이나 다름없는 활동을 시작하려는 순간 프로트라는 이름의 거한 액땜을 해버린 것이다.

시작부터 어째 징조가 좋지 않았다. 그 사실에 아무리 긍정적인 성격이 자랑인 프로아라고 해도 어깨가 축 늘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후후, 보아하니 여러분도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모험가로서 일하기 위해서 오신 것 같은데 신기하네요. 본래라면 이제 막 모험가를 시작한 챌린저분들에게는 제대로 된 장비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일단 스프라우트 등급의 잡일부터 시작해서 돈을 모아 장비를 장만하게 만드는 쪽으로 일을 추천 드릴 생각이었는데 오늘 찾아오신 챌린저들 여러분들은 전원 기초적인 수준이라고 해도 장비를 마련한 상태였으니깐 말이죠.”

공선자들이 입고 있는 장비를 살펴보며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묻는 간판 아가씨의 질문에 에볼루션 시스템으로 지급받은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어 그저 어색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는 그들.

공선자들뿐 아니라 여태까지 그녀에게 찾아와 의뢰를 수주받거나 모험가에 대해서 이것저것 질문을 했던 다른 챌린저들 역시 그들처럼 기초 장비 세트를 지급받고 착용하고 다니는 것 같았다.

그에 어제까지만 해도 맨몸이나 다름없었던 챌린저들이 어디서 구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심지어 디자인도 똑같은 장비들을 걸치고 다니니 일주일 정도 챌린저들을 집중 담당하기로 한 간판 아가씨가 신기해할 법도 하였다.

“아차, 이런 이야기를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큼큼! 말씀드렸다시피 장비를 장만하기 전까지는 웬만해서는 의뢰를 수주받는 방식이나 달성보고 등등, 모험가로서 활동하는 것에 익숙해지시라는 의미에서라도 잡일 쪽의 의뢰를 추천 드릴 생각이었지만 기초적인 장비라고 해도 전원 제대로 장비를 가지고 계신 만큼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강요를 할 수 없겠죠. 그러니 토벌 의뢰를 하신다고 해도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만, 무엇인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프로트라는 액땜에 의해서 만나게 되었지만 이왕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게 된 것도 인연이라고 간판 아가씨가 프로아들에게 자신이 도와줄 것이 없나 물어보는 것이었다.

프로트 때문에 초반부터 일이 꼬인 것 같다고 조금 좌절감을 표하는 프로아가 조금 딱하게 보인 것도 굳이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 이유라고 한다면 이유라고 할 수 있을까?

거기에 애초에 현재 그녀의 업무는 챌린저들을 전담해서 그들이 모험가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불과한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최대한 챌린저들을 집중적으로 서포트하도록 길드장에게서 명령을 받은 상황인 것.

그러니 챌린저인 쿠루미들을 자신이 먼저 나서서 돕는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터였다. 만약 그들이 제대로 장비조차 갖추지 않고 있다면 모를까 제대로 된 장비도 갖추고 있었다.

여태까지 그녀에게서 의뢰를 수주해간 다른 챌런저들과 비교하자면 숫자가 조금 적은 것 같기도 했지만 그 대신에 다른 챌린저들이 노비스 등급부터 시작할 때 이들은 제대로 스프라우트 등급부터 순차적으로 난이도를 밟고 올라갈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이들인 만큼 그녀가 나서서 도와주는 것도 딱히 문제가 될 법한 요소는 없다는 것이겠지.

“아……! 저기 그러면 저희가 쌈닭과 관련된 의뢰를 찾고 있거든요? 그런데 의뢰가 워낙 많아서 제대로 찾기가 힘든데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길드의 간판 아가씨가 직접 나서서 도와줄 수 있다는 이야기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프로트라는 액땜 때문에 조금 좌절하고 있었던 프로아가 화색을 하며 그녀에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쿠루미 역시 쌈닭에 대한 의뢰를 찾는 것이 은근히 귀찮았던 것인지 그 일을 대신 해준다고 하니 초롱초롱하기 그지없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었고 말이다.

고그의 경우에는 아직도 울분이 다 풀리지 않은 것인지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고 프로트가 물러난 방향을 노려보고 있었고 밀리언의 경우에는 무엇인가 고민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고 말이다.

공선자의 경우에는 잠깐 동안 어째서 자신에게는 프로트의 능력이 통하지 않았던 걸까? 하는 생각에 잠겨 있다가 뒤늦게 간판 아가씨의 제안에 의식이 현실로 돌아온 상황이었다.

“쌈닭 말인가요? 흐음……. 확실히 몬스터를 처음으로 상대할 거라면 쌈닭은 무난한 편에 속하는 몬스터죠. 살기 자체도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어서 정신만 바짝 차리면 혼란에 빠질 일은 없을 테고, 자체적인 무력 자체도 무기만 제대로 갖추고 있다면 평범한 성인 남성도 큰 부상 없이 처리할 수 있는 몬스터니깐 말이죠. 그러니 이 정도 인원수라면…….”

잠깐 동안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것처럼 고민하던 간판 아가씨는 답이 나왔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더니 수긍을 표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일이 잘못되어도 목숨이 위험한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쌈닭과 관련된 의뢰를 몇 가지 골라 드리도록 하죠. 일단 의뢰 형태는 어느 쪽이 좋으신가요? 토벌? 아니면 채집? 몬스터와 싸우는 게 주목적이면 토벌이 낫지만 돈을 버는 게 메인이라면 저로서는 채집형 의뢰를 추천 드리고 싶네요.”

그렇게 이야기하며 곧바로 스프라우트 등급의 게시판에서 몇 가지 의뢰를 찾아내어 그들에게 소개시켜주는 간판 아가씨.

설마하니 바로 그들이 원하는 쌈닭과 관련된 의뢰를 찾아낼 줄은 몰랐던 프로아들이 감탄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설마 의뢰 게시판에 게시된 의뢰를 전부 외우고 있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곧바로 찾아내는 건 힘들 텐데?”

프로트가 사라진 뒤 무엇인가에 정신을 팔려 있던 밀리언조차도 조금 경악 어린 시선으로 간판 아가씨를 쳐다보며 묻자 그녀가 별것 아니라는 어조로 대답해주는 것이었다.

“후후, 이래 봬도 예전에는 마법사를 지망하고 공부했었답니다. 재능이 치명적으로 부족해서 얼마 가지 않아 좌절하고 말았지만 말이죠. 그렇다고 해도 마법사를 목표로 할 정도의 머리는 있었기에 기억력만큼은 자부한답니다.”

단순히 예쁘기만 해서는 하나의 길드 회관의 간판 아가씨가 될 수는 없는 법. 그녀는 외모뿐 아니라 사무직으로서의 재능 또한 뛰어났기에 하나의 모험가 길드 회관을 대표하는 간판 아가씨가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수많은 의뢰들을 전부 외워두는 건 도저히 인간이 할 짓이 아니잖아? 난 10개도 못 외울 것 같은데……. 나랑 같은 사람 맞아?”

“그건 고그가 단순히 머리가 나쁜 것뿐이라고 쿠루미는 생각함. 사람이라면 최소 30~40개는 외울 수 있어야 하지 않겠음?”

프로트가 사라진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덕분이지 고그도 더 이상 혼자서 열을 내며 씩씩거리지 않았다.

덕분에 간판 아가씨한테 신경을 돌릴 수가 있어서 그 역시 그녀의 기억력에 감탄을 토해냈는데 그때 역시나 그와 같이 프로트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한 쿠루미가 은근슬쩍 고그를 놀리는 것.

“크윽?! 내, 내가 머리가 나쁜 건 도저히 부정할 수 없지만 그 사람도 아니라는 어투는 뭐냐?! 적어도 사람 수준은 되거든?! 그러는 네년은 얼마나 똑똑하다고?!”

“쿠루미는 괜찮음. 힐러 지망이기에 이후 스테이터스를 사고 스텟 위주로 투자. 즉, 스텟을 통해 지적능력을 커버!”

당당하게 설령 지금은 바보라고 해도 이후에도 바보는 아니다! 라는 주장을 설파하는 쿠루미의 발언에 고그는 순간 얼이 빠지고 마는 것이었다.

“으음……. 일단 우리들이 목적은 몬스터를 경험해보는 거잖아? 그렇다면 역시 토벌 의뢰 쪽을 받는 게 낫겠지? 밀리언은 어떻게 생각해?”

“나 역시 그쪽이 괜찮다 생각한다. 단지,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 말이지.”

쿠루미와 고그가 어느새 본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와 서로에게 으르렁거리고 있을 때 밀리언과 프로아, 그리고 공선자는 간판 아가씨가 찾아준 의뢰를 살펴보고 있는 것이었다.

공선자의 경우에는 같이 파티를 하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그들을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혼자서 조용히 의뢰들을 살펴보고 있었고, 밀리언과 프로아는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걱정되는 부분? 그러고 보니까 그 또라이 양아치가 사라진 뒤로도 뭔가 고민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지? 왜? 설마 하니 그 녀석이 또 우리한테 찾아와 아까 같은 짓을 벌일까 봐 걱정되는 거야?”

“비슷하다. 당장은 사무원분이 도와줬지만 길드 회관에서 벗어난 뒤에도 우릴 도와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러니 혹시라도 나중에 찾아와서 다시 그 각성 스킬로 해코지를 하려고 하면 대응할 방법이 없어서 말이지.”

프로트와 싸워서 고정세의 섹션과 적대적이 되는 것도 골치 아프지만 그 이상으로 프로트의 각성 스킬 자체가 사람을 참 골치 아프게 만드는 요소인 것이었다.

“그 부분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방금 전의 그 사람이 사용한 것과 같이 타인의 행동에 간섭하는 계열의 이능은 상당한 제약이 붙기 마련이니 말이죠.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렇게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아닙니다.”

그때 밀리언과 프로아의 대화에 끼어들며 추측이 아닌 단언에 가까운 어조로 확신에 찬 설명을 해주는 간판 아가씨의 목소리에 공선자를 포함한 다섯 명이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을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어떻게 프로트의 능력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면서도 그녀처럼 확신에 가까운 어조를 할 수가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

그리고 그런 그들의 시선에 간판 아가씨는 플라워 차원의 당연한 상식으로서 그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물리적인 힘으로 상대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이능은 똑같이 물리적인 힘으로 저항할 수 있고, 정신적인 힘으로 상대의 행동에 간섭하는 이능은 물리적인 힘으로 대응할 수 없는 대신에 그만큼 비효율적이기 그지없으니깐 말이죠.”

“어째서 비효율적이라는 거지? 아니, 애초에 정신을 직접 공격하는 이능이 비효율적이라는 기준을 알 수가 없는데…….”

밀리언이 간판 아가씨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리자 간판 아가씨가 당연하다는 어조로 설명을 이어갔다.

“그야 사람들은 저마다 정신을 보호하는 방벽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경지가 높은 사람이면 높은 사람일수록 정신력이 강한 만큼 따로 힘을 쓰지 않아도 정신 방벽은 튼튼해지는 법. 여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의 이능으로 정신 방벽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정신에 간섭하는 공격들은 당연하게도 이 ‘정신 방벽’을 돌파하는 것이 전제였다.

특히 단순히 상대의 정신을 유도하여 환상을 보여주는 것과 같이 감각 정보에 혼란을 일으키는 것을 넘어 상대의 정신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무르기 위해서는 상대의 정신 방벽을 돌파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정신력으로 상대의 정신력까지 제압할 필요가 있는 법.

이능으로 정신방벽을 돌파한 뒤에도 자신의 정신력이 상대의 정신력보다 강하지 않으면 역으로 당하는데 이게 어딜 봐서 효율적이란 말인가?

“심지어 정신 방벽은 설령 이능을 모르는 일반인이라고 해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즉, 일반인을 완전히 제압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이능이 요구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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