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3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43/194)



〈 143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여기에 일반인이 아닌 이능을 알고 있는 이능력자들이라면 요구되는 정신 간섭 계열의 이능 수준이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된다는 것.

그렇기에 격의 차이가 어지간히 심하지 않은 이상은 정신 간섭 계열의 이능으로 타인에게 간섭하는 것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간판 아가씨는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방금 전의 사람이 여러분의 행동을 강제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이 아직 정신 간섭 계열의 이능에 저항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고, 또 그 사람의 이능에 여러 가지 제약이 걸려 있기 때문이겠죠.”

“제약? 제약이 붙어있는데 어째서 더 강력하다는 것처럼 들리는 거냐?”

제약이 붙으면 오히려 더 약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을 입에 담는 고그에게 그녀가 설명해주었다.

“그야 제약이 붙으면 확실히 제약이 붙은 쪽으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겠죠. 대신 제약이 붙지 않는 쪽으로는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법. 일종의 일점 집중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물의 넓이를 좁히는 대신에 임시방편으로 우물의 깊이를 좀 더 깊이 판다고 해야 할까요?”

아마도 방금 전 프로트가 프로아들의 행동을 강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많은 양의 ‘힘’을 소모했고, 또 강제성의 지속시간이 극히 짧았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라고 그녀는 추측하는 것이었다.

공선자는 여기서 그녀가 이야기하는 힘이라는 게 오라라고 추측하는 것이었다. 요컨대 본래 사용하는 것보다 더욱 많은 양의 오라를 사용해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일시적으로 자신과 동급의 상대에게 명령을 강제할 수 있었다, 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거기에 그녀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 강제성조차도 프로아들이 정신 공격에 저항하는 방법을 어설프게라도 알고 있었으면 실패했으리라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일반인이라고 해도 지금의 저처럼 모종의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있다면 저런 어설픈 종류의 이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고요.”

그러니 프로트에 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확신을 담아 이야기하는 그녀. 그가 무슨 수단을 동원하든 지금의 그 수준이라면 고작해야 프로아들의 행동을 십수 초 정도 강제하는 게 고작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무의식의 영역에서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 행동을 애초에 강제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그녀의 의견.

“거기에 마법이든 아니면 밝혀지지 않은 모종의 이능이든 타인의 의사에 간섭하려는 행위는 어느 나라에서든 극형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범죄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이번에야 미수에 그쳤기에 불문에 부쳤지만 만약 그 힘을 이용해 모종의 사고를 저지른다면 사형을 면하기 힘들겠죠.”

오싹!

……냉정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사형을 언급하는 그녀의 발언에 고그들은 일순간 전신에서 오한이 내달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간판 아가씨는 단순히 예쁘다고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닌 것 같았다.

“큼큼……. 그럼 프로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쳐도 막 사람을 세뇌하거나 할 수 있는 능력자는 있을 수 있지 않나?”

“아뇨. 무리겠네요. 말씀드렸다시피 타인의 정신 간섭하는 계열의 이능이 워낙 비효율적이다 보니깐 말이죠.”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묻는 밀리언의 질문에 간판 아가씨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적어도 그녀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요컨대 발전 대비 요구되는 자원의 양, 이라는 개념을 떠올리시면 돼요.”

“……아씨!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줘!”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창과 방패가 있다고 치죠. 여기서 창은 정신 간섭 계열의 이능, 방패가 그 이능에 대항하는 정신 방벽이라고 친다면 창이 방패를 뚫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기 위해서 소모되는 자원이 양이 100일 때, 이렇게 발전한 창을 막기 위해 방패를 발전시키는데 소모되는 자원의 양은 고작해야 10, 아니, 어쩌면 5도 안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요.”

즉, 정신을 꿰뚫기 위한 이능은 성능을 강화시키는 것에 너무나도 많은 자원과 시간이 소모되지만 정작 그걸 막기 위한 정신 방벽을 발전시키는 것에는 그다지 많은 양의 자원과 시간이 소모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니 설령 모종의 세뇌 수단이 등장한다고 해도 곧바로 파해법이 등장하지 마련이죠. 아니, 애초에 다른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발전해야 하는 정신 간섭 계열의 이능이 그저 경지나 격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튼튼해지는 정신 방벽에 막힌다는 거예요.”

정신을 공격하는 쪽이 각종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것에 비해서 정신 공격을 막는 쪽은 딱히 정신 공격을 막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발전을 한 것도 아닌데 해보니까 막는 게 된다, 라는 게 가능한 상황이라는 소리.

이것이 타인의 정신에 간섭하려는 이능과 그것을 막아내려는 이능의 관계성인 것이었다. 이러니 비효율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

“여기에 더불어 단순히 감각정보를 혼란시키는 것이라면 모를까 상대의 정신에 직접 간섭해서 자신이 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다니……, 정말로 어지간한 자원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하죠.”

“……그, 그건 다르게 이야기하면 시간과 자원만 충분하다면 가능하다는 거 아닌가요? 요컨대 모종의 단체가 움직인다면?”

그때 여태까지 그녀의 설명을 듣고만 있었던 공선자가 돌연 반론을 펼치는 것이었다. 그것은 과거 하나의 국가가 실행한 실험에 의해서 세뇌를 당했던 경험이 있는 공선자이기에 입에 담을 수 있는 반론.

그리고 그런 공선자의 반론에 간판 아가씨 역시 부정하지는 못하는 것이었다. 그야 실제로 개인이라면 모를까 비효율적으로 요구되는 자원과 시간, 거기에 인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단체’로 넘어가면 지금 그녀가 이야기했던 일이 완전히 불가능하다, 라고 단언할 수도 없었으니 말이다.

“……확실히 완전히 불가능하다, 라고 말하기도 힘드네요. 암살 관련 조직들은 하나같이 조직원의 정신에 금제를 가한다는 건 거의 정설처럼 퍼져 있는 이야기고.”

완전히 타인의 정신을 조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어떤 행동을 할 수 없도록 금제를 가하는 방식은 충분히 현실성이 있는 정신 간섭 방식에 속해 있었다.

여기에 자원과 시간, 인력만 충분하면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를 현실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닐 터.

그 증거로서 간판 아가씨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암살 관련 조직들은 조직원들에게 정보를 누출할 수 없도록 금제를 가한다는 게 정설처럼 이야기되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정신 간섭 계열의 이능을 그렇게까지 경계할 필요가 없는 건 현실이에요. 그럴 게 말했다시피 그 어느 나라라고 해도 타인의 정신에 간섭하는 것은 극형에 처해지는 범죄로써 취급받고 있으니깐 말이죠.”

거기에 그렇게까지 정신에 간섭받는 게 걱정되면 강해지면 된다고 간판 아가씨는 말하는 것이었다.

그야 경지나 격이 상승하면 저절로 정신 방벽도 더욱 두꺼워져 정신 공격에 대한 방어력이 저절로 상승한다는 모양이었으니 말이다.

……공선자로서는 경지니 격이니 하는 단어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거기에 요즘은 마법이 워낙 발전하는 중이어서 제가 착용하고 있는 아티팩트처럼 이능을 막아주는 아티팩트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거든요. 정 걱정이 된다 싶으면 마탑에 가서 하나 장만하세요. 그렇게 비싸지도 않으니깐 말이죠.”

그렇게 비싸지 않은 아티팩트 하나로 웬만한 정신 간섭 계열의 이능은 죄다 막히니 요즘 시대에서는 더욱더 프로트 같은 힘을 지닌 이들이 설치기 힘든 시대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트는 어쩌면 자신의 각성 스킬을 제대로 활용하기 힘든 세계에 떨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

“흐음……. 그렇게까지 이야기한다면 딱히 그 양아치 녀석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의뢰를 수행해도 되겠군.”

“이 도시, 소나타는 던전 도시기는 하지만 치안은 상당히 좋은 편이에요. 소나타의 영주님이 무려 공작 위를 가지신 귀족분이니 말이죠. 그런 만큼 소나타 내부에서는 제정신이 박혀 있다면 함부로 사고를 칠 수 없을 테니 너무 크게 걱정 마시고 의뢰를 수주받으시면 된답니다.”

단, 어디까지나 그건 도시 내부에서의 이야기이니 혹시라도 나중에 던전을 들어가게 된다면 주의하라고 설명해주는 간판 아가씨.

거기에 의뢰를 하기 위해서 도시를 벗어날 때도 미행은 없는지 확인하는 건 기본적인 상식이라는 가르침도 받을 수 있었다.

“너무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할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방심하지도 말라는 거네.”

“그런 의미에서 블러드가 어떻게 그 양아치의 능력에서 자유로웠는지도 알고 싶은데 말이지. 혹시 네 녀석, 각성 스킬 소유자냐?”

“네……? 네?!”

그런데 갑자기 밀리언이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찌르고 들어오자 공선자가 놀라서 그야말로 펄쩍 뛸 것 같은 모습으로 기겁을 하는 것이었다.

그럴 것이 갑자기 뜬금없이 공선자가 숨기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알려줄 생각이 없었던 각성 스킬에 대해서 그가 찌르고 들어오니 순간적으로 어안이 멍멍해지는 것.

“그럴 게 우리들 전원이 프로트의 각성 스킬에 당했을 때 네 녀석만 무사했지 않은가? 그에 어째서 그게 가능한 건지 고민해봤단 말이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면 우리도 프로트의 각성 스킬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

방금 전까지 밀리언이 깊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은 프로트에 대한 걱정과 함께 어떡하면 혹시 나중에 프로트와 엮이게 된다고 해도 그의 능력에 저항할 수 있을지에 대해 머리를 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과 다르게 프로트의 능력에 영향을 받지 않은 공선자의 모습에 어째서 그만 그게 가능했던 것인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던 밀리언은 한 가지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똑같이 어제 막 챌린저로서 눈을 뜬 우리들과 너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고민해봤지만 도저히 떠오르는 게 없더군. 그 차이점이 분명 프로트의 능력에 저항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요소일 텐데 말이다. 허나, 그러던 중에 한 가지 떠오른 게 있었다. 4명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각성 스킬 소유자. 그 중 현재 챌린저들 사이에서 밝혀진 사람은 프로트를 비롯해서 2명뿐. 그리고 그 2명 모두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된 상황이지.”

그리고 그것은 다르게 말하자면 아직 2명의 각성 스킬 소유자에 대한 정체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었다.

고정세는 일단 자신의 섹션에 가입한 사람들 중에서 자신이 각성 스킬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는 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그게 아니라 고정세의 섹션에 그 외의 각성 스킬 소유자가 없었던 거라면? 그래, 고정세가 섹션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혼자서 활동하던 각성 스킬 소유자가 있었던 거라면?”

그렇다면 2명의 각성 스킬 소유자의 정체가 전부 밝혀지지 않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챌린저들 전원이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한 것도 아니었으니 충분히 그럴 가능성은 충분한 것.

“그리고 방금 전, 프로트 녀석의 각성 스킬에 또 다른 각성 스킬로 대항했다면 충분히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지, 아닌가?”

“어……, 어……. 그, 글쎄요?”

밀리언의 추측에 공선자는 그저 얼이 빠진 대답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그야 공선자가 각성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딱히 그 스킬로 프로트의 능력에 대항한 기억은 없었으니까!

아니, 애초에 공선자는 어째서 그들이 챌린저들 사이에 각성 스킬 소유자가 4명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마치 어딘가의 두뇌는 어른, 몸은 꼬마인 탐정 나리처럼 ‘모든 비밀을 풀렸어!’ 라는 기세로 공선자를 추궁하는 밀리언의 목소리에도 공선자는 ‘어떻게 알았지?!’ 라거나 ‘나, 나는 무죄야!’ 라는 식의 발뺌 반응이 아닌 ‘어……? 이거 내 이야기인가?’ 라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니, 애초에 아침의 공선자는 상당히 얼빵한 구석이 있는 타입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기에 순간적으로 기대한 반응이 아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에 가까운 반응에도 연기가 아닌 진심처럼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것.

그리고 그에 의해서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어? 라는 시선으로 공선자를 바라보다가 ‘아니, 생각해보니까 이 녀석 원래 이런 녀석이었지?’ 라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는 밀리언.

“들어보니까 확실히 이제 막 챌린저로서 활동을 시작한 우리들 사이에 무엇인가 차이점이 있다고 한다면 각성 스킬밖에 없기는 하지. 설마 진짜로 너 각성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거야? 아니, 딱히 막 억지로 캐물을 생각은 없지만 앞으로 같이 파티로서 활동하게 될 거라면 파티원들의 전력을 알아두고 싶으니까 말해줄 수 있으면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그 시선에 상당히 무안해진 공선자였지만 뒤늦게 자신이 추궁이라고 해야 할까……, 캐물어 지고 있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그에게 묻는 프로아의 목소리를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