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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2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52/194)



〈 152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젠장! 그러면 그때 가서 그렇게 몰려오는 쌈닭들을 유인하던가! 우리들은 이제 간신히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애초에 네놈이 갑자기 이상한 고함을 지른 게 원인이잖아?!”

공선자가 여기에 머무는 것도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내자 고그가 짜증을 내며 소리치는 것이었다.

그에 쿠루미가 ‘그게 처음 어그로를 대차게 끌어버린 네 녀석이 할 소리냐?’ 라는 의미를 담아 게슴츠레한 눈으로 고그를 바라보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고그는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야 지금 그는 등 뒤를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몸의 자유를 되찾은 상황이 아니었으니 말이었다.

그러니 쿠루미를 비롯한 밀리언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고 자기가 저지른 실수를 생각하지 않고 공선자를 쪼아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으, 으으……. 네, 네……. 노력해보겠습니다.”

공선자로서는 무의식적으로 고함을 트리거로 자신의 울분을 폭발시켜 그 감정을 이용해 자살 충동을 이용하고, 감정치환이라는 파생스킬을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허나, 그로 인하여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쌈닭들의 어그로를 끌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자신과 크게 다를 것 없었던 고그의 발언에도 반발하지 못하고 그저 수긍을 표하는 것이었다.

……상당히 자신 없는 목소리라는 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하게 들렸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결국 홀로 쌈닭과 마주하게 된 공선자. 그러나 감정치환이라는 새로운 힘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그로서는 섣불리 먼저 눈앞의 쌈닭에게 달려들 수도 없었다.

거기에 고그는 물론 본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공선자가 이 부근의 어그로를 아주 대차게 끌었으니 상당히 높은 확률로 등장할 새로운 쌈닭들의 어그로도 공선자가 담당해야 하는 상황.

그렇기에 일단 당장에라도 쌈닭이 움직이면 그때부터 철저하게 도망치며 시간을 끌 생각을 하면서도 공선자는 식은땀이 전신을 흠뻑 적시는 것을 느끼며 그 자리에 못 박힌 듯이 서 있는 것이었다.

공선자가 먼저 움직일 수는 없었다. 눈앞의 쌈닭이 먼저 덤벼온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의 목적은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

거기에 말했다시피 고그와 공선자의 실수가 있으니 새로운 쌈닭이 등장한 확률이 상당한 것이었다.

만약 새롭게 쌈닭이 등장하면 그들의 어그로도 담당해야 했으니 오로지 눈앞의 쌈닭한테만 집중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일단 눈앞의 쌈닭을 상대로 최대한 대치 상황을 만들어 시간을 끈다. 이 과정에서 앞에 있는 쌈닭이 덤벼들면 어쩔 수 없이 할 수 있는 만큼 회피기동을 하며 시간을 끌고, 다른 쌈닭들이 등장하면 그 쌈닭들의 어그로까지 자신이 담당한다.

그것이 지금 공선자가 할 수 있는 최선. 그렇기에 섣불리 먼저 움직일 수 없었다. 공선자의 입장에서는 이대로 최대한 대치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가장 바람직한 상태일 것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침을 삼키며 상대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쪽의 대응은 어디까지나 대처.

상대가 움직임을 보이면 그에 맞춰서 최대한 시간을 끄는 쪽으로 행동한다. 그 사실을 잊지 않고 먼저 움직이는 게 아닌 상대가 움직일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것은 쌈닭 역시 마찬가지였다. 말하지 않았는가? 쌈닭은 파티원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자신과 같은 종족의 피 냄새를 두르고 있는 공선자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공선자만이 자신의 살기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그런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면 아무리 쌈닭이 지적능력이 낮은 몬스터라고 해도 싫어도 알 수밖에 없었다.

저것은 단순한 ‘사냥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쩌면 사냥을 하려다가 이쪽이 사냥당할 수 있는, 자신이 여태까지 사냥해왔던 짐승들이나 나약한 인간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은 유전자 깊숙한 곳에 새겨져 있는 정보였다. 본래라면 나약하기 그지없는, 단순히 사냥당할 뿐인 인간들.

허나, 그런 인간들 중에서 돌연변이라고 불릴만한 존재들이 있었다. 본래라면 살기에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그저 덜덜 떨다가 잡아먹힐 뿐인 나약한 녀석들 사이에서 태어나는 불가해한 ‘괴물’들.

괴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몬스터들보다 더 괴물 같은, 몬스터를 사냥하는 괴물들. 쌈닭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힘을 휘두르며 인간이면서 도저히 인간이라고 부르기 힘든 존재들.

그런 존재들을 쌈닭은 본능의 영역에서 알고 있었다. 몬스터의 천적. 본래라면 인간의 천적일 몬스터에게 천적으로서 군림하는 인간들.

그야말로 아이러니한 관계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천적이라는 말은 틀린 이야기였다. 인간들 중에서 어디까지나 소수에 불과한 돌연변이들의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인간이면서 인간과는 다른 종족처럼 보이는 괴물들이. 그리고 그런 괴물들의 존재를 본능의 영역에서 경계하고 있는 쌈닭은 그렇기에 공선자에게 섣불리 달려들지 못했다.

눈앞의 녀석은 그 괴물들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몬스터들 사이에서도 괴물이라고 불리는 그 인간이 아닌 인간들과.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살기에서 이렇게 자유롭게 움직이고, 또 자신의 동족의 피 냄새를 이렇게 뒤집어쓰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경계심이 쌈닭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본능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면 살해당한다, 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

물론 쌈닭의 그런 본능의 말로라고 할 수 있는 경계심은 착각이었다. 밤의 공선자라면 모를까 아침의 공선자는 감정치환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그저 열심히 도망 다니는 것이 한계였으니 말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연히 벌어진 기적에 가까운 상황. 밤의 공선자가 집중해서 맡으면 쌈닭들이 자신들의 동족을 피 냄새를 맡을 정도로 많은 숫자의 쌈닭을 단시간에 처리했기에.

또 그렇게 피 냄새가 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인 아침의 공선자는 맡을 수 없어 제대로 피 냄새를 지우지 않았기에.

……마지막으로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사라졌을 피 냄새가 사라지기 전에 공선자가 새로운 파티원들과 또다시 쌈닭의 사냥에 도전했기에 벌어진 우연과 운이 겹쳐서 벌어진 그런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쌈닭과 공선자는 그저 서로를 마주 보고 상대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대치한 상태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었다.

상대가 상대를 경계한다. 그로 인하여 결코 먼저 움직이지 않고 상대가 먼저 움직이기만을 기다린 결과 결국에는 두 존재 모두 그저 가만히 선 채로 상대와 눈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이었다.

휘이이이잉……!

서늘한 바람이 숲의 나무 사이를 가르며 불어왔다. 본래라면 이 바람을 신호탄으로 누군가가 움직일 법도 하건만 역시나 공선자와 쌈닭은 모두 요지부동.

오히려 긴장감만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시간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파티원들이 더 똥줄이 타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

“……저기,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생각?”

그리고 결국 그 모습을 지켜보다 못해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쿠루미가 이제 슬슬 어느 정도 움직이기 시작하는 신체 상태를 확인하고 공선자에게 물었다.

그에 쌈닭과 눈을 마주하고 있는 상태이기에 시선을 돌리지 못한 상태로 공선자가 조금 얼이 빠진 것 같은 목소리로 대답을 돌려주는 것이었다.

“……어? 그, 글쎄요?”

곤란했다. 매우 곤란했다. 공선자는 당연히 쌈닭이 먼저 달려들 줄 알고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인데 어째서인지 상대 쪽에서는 도저히 덤벼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그런 상황에서 쿠루미가 저런 질문을 던지기 공선자로서는 도저히 어떻게 대답을 돌려줘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곤혹스러웠다.

그렇기에 자신도 모르게 저런 나사가 빠진 것 같은 대답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런 공선자의 대답에 파티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싶어지는 기분이었다.

아니, 공선자가 역할을 생각하면 그는 맡을 바 역할을 아주 잘해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야 그는 어디까지나 파티원들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끄는 역할이었으니 말이다.

그 역할에 맞춰서 시간을 끌 수 있으면 그 방식이 어떤 방식이든지 문제는 없을 터. ……그래, 문제는 없을 터였다.

단지, 파티원들이 상상했던 것과 너무나도 다른 방식이었기에 자신들도 모르게 이건 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온 것.

그들이 상상했던 것은 좀 더 긴박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공선자가 혼자서 피와 땀을 흘리며 시간을 끄는 사이 파티원들 전원이 전전긍긍하며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고 이를 악물며 기합을 끌어올리는 그런 광경이었으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로 쌈닭들이 몰려와 몇 사람은 부상을 입을 것을 각오하기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 공선자와 눈앞의 쌈닭은 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눈싸움을 하고만 있는 것. 그렇다고 그들을 짓누르는 살기와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어째 맥이 빠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것은 너무나도 사치가 넘치는 생각이었다. 무엇이 되었던지 쌈닭을 상대로 시간만 끌면 되는 이야기였으니까.

설령 그것이 자신들의 상상과 다르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아무런 피해도 없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좋은 게 좋은 게 아닌가?

아니, 오히려 그럴 수 있었던 기적에 새삼스럽게 감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허나, 당장은 그런 생각을 떠올릴 정도로 밀리언들은 경험이 많은 상태가 아닌 것.

그렇기에 자신들도 모르게 어처구니가 없는 공선자와 쌈닭들의 모습에 조금 신경이 느슨해지는 것은 그들을 추궁할만한 일이 아닐지도 몰랐다.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면 아무리 황당한 상황을 마주한다고 해도 눈앞의 상대가 몬스터라는 사실에 결코 경계를 느슨하게 만들지는 않았을 테니깐 말이다.

“어……? 제대로 움직인다!”

“후우! 후우! 제기랄! 드디어 이 빌어먹을 정체불명의 속박에서 벗어났네! 개 같은 닭대가리 자식! 딱 거기서 있어 아주 토막을 내서 닭 가슴살로 만들어버리마!”

그러나 이번만큼은 실수가 전화위복이 되는 것일까? 살짝 신경이 느슨해진 덕분인지 살기에 의한 공포감이 조금은 감소했던 모양.

그 덕분에 프로아를 포함한 고그, 쿠루미, 밀리언이 드디어 제대로 움직일 수 있기 시작한 것이었다.

당장은 어느 정도 신체 전신에 저린 느낌이 남아 있었지만 드디어 살기에 완전히 저항하는 것에 성공한 그들은 쌈닭의 살기 속에서도 상당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

자살 충동을 이용해 살기 그 자체를 받아들인 공선자와는 다르게 그들은 살기에 완전히 저항해내는 것에 성공한 것이었다.

그 결과 생존본능을 통해서 살기 그 자체에 대항하는 내성이라는 게 본능에 자리 잡게 되었다.

덕분에 이후 어지간히 경지와 격의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은 쌈닭을 제외한 다른 몬스터들의 살기를 받아도 곧바로 행동불능에 빠지게 되는 일은 없게 된 것.

거기에 공선자와 다르게 공격을 할 때 위축되지도 않았다. 그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생존에 대한 열망으로 ‘극복’해낸 것이었다.

공선자와 다르게 생명체가 갖는 당연한 죽음에 대한 공포에조차 ‘저항’할 수 있게 된 것. 공선자는 공포를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신체를 마비시킬 정도의 공포는 이겨낼 수 있었지만 생명체가 어쩔 수 없이 죽음에 대해 갖게 되는 공포만큼은 극복해낼 수 없었다.

그 공포는 받아들인다고 해서 어떻게 되는 녀석이 아니었으니까. 공선자 자신의 정신력을 극복하는 수밖에 없는 공포인 것.

허나, 공선자는, 그의 무의식은 그게 당장은 불가능하다, 라고 판단했기에 감정치환이라는 능력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대응한 것.

그에 비하여 파티원들은 신체를 마비시킬 정도의 공포조차도 자신들의 ‘정신’으로, 그래, 생존에 대한 ‘열망’으로 극복해낸 것이었다.

그렇기에 공선자와 다르게 생명체가 당연하게 갖게 되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조차 ‘저항’하는 게 가능했다.

때문에 죽음의 공포의 원인이 되는 쌈닭을 상대할 때도 이제부터는 결코 위축되지 않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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