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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3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53/194)



〈 153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본인들은 아직 거기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저 드디어 간신히 쌈닭의 살기 속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할 뿐이었으니까.

“휴우……. 아직 전신이 저릿저릿한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군. ……거기에 운이 좋게도 증원은 없는 것 같은 느낌이고, 이대로 첫 실전을 치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군.”

어떻게든 움직이기 시작한 자신의 신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방패를 들고 있지 않은 팔의 어깨를 돌려보는 밀리언.

그러면서도 주변을 둘러보며 공선자와 고그가 그렇게 어그로를 끌었음에도 눈앞의 쌈닭 외에는 다른 쌈닭들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불행 줄 다행이라는 녀석일까? 아니면 악운이 강하다는 녀석일까? 잘못하면 전멸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적어도 최악의 상황만큼은 벌어지지 않은 것이었다.

그 사실에 새삼스럽게 신에게 감사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느끼며 프로아를 비롯해 드디어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 파티원들이 어색하지만 일단 포지션을 잡으며 전투 준비에 들어가는 것.

드디어 움직일 수 있게 된 밀리언이 가장 앞에 서고 그 옆에 쌈닭을 향해 이를 박박 갈고 있는, 그러면서도 당한 게 있으니 겁을 먹은 것인지 섣불리 덤벼들지 못하는 고그가 자리를 잡았다.

그 뒤에 드디어 파티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공선자가 자리를 잡았고, 마지막으로 맨 뒤쪽에 프로아와 쿠루미가 각자의 무기를 매만지기 시작하는 것.

“흐으으음……. 마음 같아서는 우선은 이 일대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말이야. 아마도 힘들겠지?”

“하! 보면 모르냐?! 저 자식, 우리들이 꼼짝도 못할 때는 관심도 없던 녀석이 이제야 우리한테도 경계심이 드는 모양이네! 어느 정도 큰 움직임을 보이면 바로 덤벼들 기세라고!”

정확히는 공선자만 움직일 수 있을 때에는 공선자한테만 신경이 집중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랬던 것이 공선자를 제외하고도 먹잇감으로밖에 보지 않았던 다른 파티원들 역시 움직여 자신의 앞을 막고 서자 그제야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몬스터이기에 저지른 실수였다. 설마하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살기에 저항을 하지 못하던 ‘사냥감’들이 저렇게 저항할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다.

본래라면 공선자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당장은 움직이지 못해도 후에 증원이 될 수가 있는 파티원들부터 공격을 했어야 했지만 쌈닭에게는 그런 수준의 사고를 진행할 지적능력이 없는 것.

그야 몬스터라고는 해도 닭대가리였으니 말이다. 그로 인하여 자신의 살기에 처음에는 저항하지 못했던 파티원들은 먹잇감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오로지 공선자만을 자신의 ‘적’으로서 생각하다가 낭패를 본 것이었다.

허나, 그렇다고는 해도 몬스터는 몬스터. 자신에게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어지간히 격의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은 도망치지 않는 것이 몬스터라는 족속들이었다.

그렇기에 쌈닭은 오히려 더욱 거대한 경계심을 보이며 고그의 이야기처럼 만약 그들이 무엇인가 큰 행동을 할 기미가 보인다면 즉시 덤벼들 준비를 끝낸 상황.

자세를 낮추고 부리를 앞으로 내밀고 있는 모습이 어떻게 봐도 당장에라도 부리를 이용해 공격해볼 것 같은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프로아가 이야기한 것처럼 일단 공선자와 고그의 어그로 당장은 새로운 쌈닭이 등장하지 않아도 이후에 증원이 올 수 있으니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단순히 슬금슬금 어색하지만 포지션에 맞춰서 자리를 잡을 때하고는 달랐다. 쌈닭이 즉시 냅다 달려들 터.

그렇게 된다면 괜히 후퇴하려는 상황에 공격을 당해서 전열이 흐트러질 수 있는 것. 그렇다면 결국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공선자들은 파티로서의 첫 실전을 치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쯧, 결국에는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느낌적으로는 이런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은 결코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기억이 없어서 확신을 할 수 없지만 밀리언은 자신은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뛰어드는 타입이 아니라고 반쯤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쫑알쫑알 불만을 말할 시간이 있으면 빨리 앞으로 가서 방패가 들이밀어! 그동안 이 몸께서 저 닭대가리는 두 쪽 내버릴 테니깐 말이야!”

“그거 결국에는 대검이 무거워서 제대로 휘두르기 힘드니 내가 탱킹이라는 걸 하고 있지 않으면 공격하는 것도 힘들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 주제에 참으로도 잘난 듯이 이야기한다고 밀리언이 어이가 없다는 투로 이야기하자 양손으로 들었음에도 땅에 대검을 질질 끌고 있던 고그가 욱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었다.

“뭐, 뭐?! 이게 말이면 단 줄 아냐?! 좋아!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면 잘 보고 있으라고! 이따위 덩치만 큰 닭대가리는 타조에 불과하다고! 타조에! 나 혼자서도 아주 떡을 치니까 이 고그님의 활약을 지켜보고나 있으라고!”

“어……? 자, 잠깐?! 저 멍청한 자식이?!”

……그런데 설마하니 자신의 이야기에 고그가 그대로 전열이고 나발이고 무시하고 대검을 땅에 끌며 쌈닭을 향해 홀로 덤벼들 줄은 상상도 못했던 밀리언.

고그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솔직히 그는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태였다. 공선자의 설명처럼 쌈닭은 고작해야 덩치가 쫌 커 보이는 닭이었다.

물론 그것은 고그가 봤을 때의 이야기고 평범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잘해봐야 무릎까지밖에 안 오는 닭이 저 정도 덩치를 자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압감이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허나, 중요한 것은 고그는 쌈닭을 겉모습만 보고 그저 덩치가 큰 닭으로만 생각했다는 것.

그렇기에 그가 이야기하길, 닭대가리에 불과한 조류 녀석한테 겁을 먹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 그의 프라이드를 처참하게 박살 낸 것이었다.

이미 하루 전에 고정세라는 다른 챌린저에 의해서 자존심이 뭉개져 버린 고그로써는 이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구겨지고 뭉개진 자존심, 더불어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혼자서 저런 닭대가리 정도는 처리해야 한다! 라고 생각해도 이상할 게 없는 것.

그런 상황에서 밀리언이 조금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했을 뿐인데 그것이 트리거가 되어 그대로 혼자서 쌈닭을 처리하겠다고 냅다 달려든 것이었다.

“우왓?! 뭐하는 거야?! 저 인간?! 밀리언! 일단 방어! 방어! 달려든다?! 달려든다고?! 그런데 저 인간 피할 생각을 안 하잖아?!”

“어……, 음……. 늦은 것 같다……만?”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고그가 달려들어 밀리언을 물론이고 뒤에서 지켜보던 프로아와 쿠루미는 당연하게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고그가 냅다 달려들며 행동하는 순간 쌈닭이 기다렸다는 듯이 고그의 움직임을 신호탄으로 전투의 시작을 깨닫고는 그대로 고그를 향해 부리를 세우며 돌진하는 것.

그 행동에 고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덩치는 다른 닭들과 비교해서 산만하게 생겼기에 빨라 봤자 얼마나 빠르겠냐?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그의 어설픈 사고가 무색하게 쌈닭의 움직임은 고그로서 대응하기 힘들 정도의 속도였다.

적어도 가만히 서서 집중을 하고 있었으면 모를까 정면으로 내달리고 있는데 그대로 자신을 향해 돌진해오는 쌈닭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고그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야 가만히 서 있는 사람한테 차가 달려드는 것보다 서로 마주 본 상태에서 각자 차가 가속하고 있을 때 하나의 차에서 보았을 때 눈앞의 차가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달려오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겠는가?

체감상으로는 거의 2배 가까운 속도로 느껴질 터. 그야 저쪽이 다가오는 만큼 이쪽도 저쪽에 다가가고 있으니 말이었다.

그런 이유로 고그는 도저히 쌈닭의 돌진을 피할 수 없었다. 아니, 억지로 피하려고 한다면 어떻게든 피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가 양손으로 더럽게 무겁기 그지없는 대검을 들고만 있지 않았다면 말이다. 허나, 상당한 무게의 대검을 들고 있어 빠르게 움직일 수 없었던 고그는 당연하게도 쌈닭의 돌진을 피할 수 없었다.

그 모습에 순간적으로 파티원들 전원의 안색이 창백해질 수밖에 없었다. 당사자인 고그도 뭔가 크게 실수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늦게 피하는 건 포기하고 들고 있던 대검이라도 돌진해오는 쌈닭을 향해 휘둘러보려고 했는데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가 묵직한 대검을 어떻게든 낑낑거리며 휘두르려고 해도 그 이전에 쌈닭이 먼저 부리로 그의 배때기에 큼지막한 관통상을 만들어낼 것이었기 때문.

“으아아아아아아……! ……아아? 으어?!”

운이 나쁘면 그대로 심장에 바람구멍이 날 수도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남은 길은 대검을 휘두르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전신을 이용해서 대검을 휘두르려던 고그였는데 직후, 그런 고그를 옆으로 냅다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그에 갑작스럽게 옆으로 끌려가며 얼이 나간 것 같은 비명소리를 입 밖으로 새게 만드는 고그.

“허억! 허억! 허억! 어, 어떻게든 늦지 않았다…….”

“사, 살아있네?”

어느새 고그의 옆으로 접근하여 냅다 그를 끌어당긴 사람은 다름 아닌 공선자였다. 고그가 냅다 쌈닭에게 달려드는 순간 다른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본능적으로 위험할 것 같다 싶은 생각에 잽싸게 그의 뒤를 따라왔던 공선자가 위기의 순간에 고그를 도와주었던 것.

“빠, 빠르다? 블러드의 스테이터스, 우리랑 다르지 않은 거 맞지?”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었던 프로아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밀리언이 잽싸게 고그를 통과해서 그대로 속도를 죽이지 않고 자신을 향해 달려든 쌈닭의 돌진을 피하며 소리쳤다.

“지금 그런 거 신경 쓸 때인가?! 정신 차려라! 그쪽으로 간다!”

“꺄, 꺄아?! 탱커가 탱킹을 안 하고 피하면 어쩌자는 거임?! 후열이 위험해지지 않음?!”

공선자의 도움을 받은 고그와 밀리언이 연달아 쌈닭의 돌진을 회피하자 그대로 쌈닭의 공격에 노출된 쿠루미가 부랴부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프로아를 끌어당기며 공격을 회피하는 것이었다.

그에 프로아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쿠루미가 이끄는 대로 몸을 날려 쌈닭의 공격을 피해내는 것.

그로 인하여 간신히 쌈닭의 돌진을 땅을 구르며 전원 피해내는 것에 성공하자 쿠루미가 밀리언에게 태클을 거는 것이었다.

“미안하군. 나도 모르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말이야. 뭐, 전원 무사히 피했으니까 됐지 않나?”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함?! 전열이 전부 흐트러진 상태임! 당장 이쪽으로 오셈! 프로아! 우리는 저쪽으로!”

“미, 미안! 잠깐 당황했어! 블러드! 고그는 무사해?! 무사하면 당장 이쪽으로 오라고 해봐! 쌈닭이 다시 공격에 오기 전에 일단은 다시 전열을 구축해야 해!”

“아, 네. 네! 알겠습니다. 저, 저기, 고그씨? 가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괜찮으시겠어요? 어, 어디 접질리거나 하지는 않으셨어요?”

“젠장! 이거 놔. 멀쩡하니까. 그보다, 너 뭐야? 그 속도는 도저히 우리랑 같은 스테이터스가 아닌 것 같은데?”

공선자가 자신도 모르게 일단 구해내고 본 고그의 상태를 안절부절못하며 살피며 묻자 고그가 공선자의 손을 쳐내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는 것이었다. 그에 공선자가 딱히 숨길 것도 없다는 생각에 설명을 해주는 것.

“스, 스테이터스는 분명히 여러분과 똑같은 수준이에요. 단지 세부 스텟의 수치를 조금 건드렸을 뿐이에요.”

이는 진실이었다. 분명히 친화 스텟을 제외한 다른 모든 스텟이 아직 레벨이 1인 파티원들과 다를 게 없는 공선자였으니 말이다.

단지, 현재 공선자는 아직까지 세부 스텟을 건드린 상태로 고정된 상태였기에 다른 이들보다 속도와 신속, 즉, 반응 속도가 빠른 상태였을 뿐.

여기에 감각 역시 140%로 조절되어 있는 상태이니 다른 이들이 당황할 때 무의식적으로 기민하게 반응하여 고그를 구해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세부 스텟? 그러고 보니까 그런 것도 있었지? 즉, 너는 다른 스텟을 낮추고 속도를 올린 상태다?”

“네, 네……. 일단 빨라야지 위험할 때 도망칠 수 있겠다 싶어서…….”

밤의 공선자가 속도와 신속을 놀린 이유는 다른 이유였지만 일단은 당장 생각나는 이유를 변명으로 입에 담는 공선자.

그에 고그가 좋은 것을 깨달았다는 것처럼 눈을 빛내며 자신의 대검을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그런 고그의 반응에 그가 어떤 것은 생각하고 있는지 깨달은 공선자가 당황해 하며 그에게 조언을 건네는 것이었다.

“어, 저기……. 제가 직접 세부 스텟을 건드려보니까 이게 밸런스가 한쪽으로 너무 몰리면 문제가 생기니 웬만해서는 건드리시지 않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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