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하! 지금 이 대검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밸런스고 나발이고 뭐가 중요한데?! 저 녀석들한테 잠깐 기다리라고 해봐! 곧바로 합류해서 이 고그님이 단칼에 저 쌈닭을 두 쪽 낼 테니까!”
그 말과 함께 허공을 뚫어지라 쳐다보기 시작하는 고그. 그것이 그가 자신의 스테이터스 시스템을 통해서 세부 스텟을 조작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공선자는 한숨을 쉬며 일단 혼자서 움직이는 것이었다.
고그와 공선자가 대화를 나누는 십수 초 동안 어떻게든 뒤쪽으로 물러난 상태로 들고 있던 활에 화살을 메기는 프로아와 슬링 샷에 돌멩이를 장전하는 쿠루미.
밀리언은 일단 방패를 들고 정면에서 쌈닭과 마주 보고 있는 상태였다. 쌈닭의 경우에는 한 번 돌진에 실패해서인지 곧바로 다시 돌진을 해오지는 않았다.
허나, 몇십 초 안으로 확실하게 다시 공격을 해올 분위기인 것. 그런 상황에서 프로아들에게 접근하는 공선자.
그런 공선자의 모습에 프로아가 고그는 어디 가고 그 혼자서 온 것이냐는 시선을 보내자 공선자가 대답해주는 것이었다.
“저기……, 고그씨는 세부 스텟을 조절하고 조금 뒤에 오신다고…….”
“세부 스텟? 아? 그러고 보니까 그런 게 있었지! 그래서 블러드 네가 그렇게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거구나?”
“네, 저는 여러분들에게 도움받기 전에 위험할 때 도망칠 수 있도록 속도 쪽을 높여본 상태여서……. 한 번 설정하면 다시 설정하는 데 24시간이 걸려서 아직도 재설정을 못 하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러면 고그는 세부 스텟을 조절해서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하는 대검을 휘두를 수 있게 하고 온다는 거임? 그러면 일단 도움이 될 것은 같음.”
공선자의 설명에 프로아에 이어서 쿠루미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것처럼 수긍을 나타냈지만 정작 공선자는 상당히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그, 글쎄요? 시험 삼아서 세부 스텟을 조절해본 제 입장에서는 근력을 올리게 되면 그 외의 스텟에 밸런스 문제가 생겨서 너무 심하게 스텟 수치를 조절하며 역으로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그리고 고그가 들고 있는 대검은 적어도 20%나 30% 정도로 근력이는 수준으로는 다룰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은 무기였다.
최소 50%. 제대로 다루려면 100%의 수치는 근력으로 끌어와야 될 것 같은데 그 정도 수치를 다른 스텟에서 끌어오게 된다면 역으로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게 공선자의 입장인 것.
그야 당장 전투에 필요 없다고 느낀 재속을 10%까지 낮춰 그 낮은 수치가 어떤 느낌인지를 실감하고 있는 공선자였으니 말이다.
“뭘 그렇게 떠드는 거냐?! 저 녀석,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 같은 모습이다! 이제 어쩔 생각이지?!”
“아! 이, 일단은 나랑 쿠루미가 공격을 해볼게! 밀리언은 최대한 방패로 막아줘! 그리고 블러드는……, 기회가 있으면 공격을 하는 쪽으로. 네 무기는 리치가 짧으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아, 네, 아, 알겠습니다.”
프로아의 지시에 일단 단검을 꺼내 들고 밀리언의 뒤쪽에 위치하는 공선자. 그렇게 공선자가 단검을 꺼내 드는 순간이었다.
“끼르르르륵!!!!!!!”
쌈닭이 다시는 울부짖음을 토해내며 밀리언을, 정확히는 밀리언의 뒤쪽에 있는 공선자를 향해 돌진을 시작한 것.
아마도 공선자의 단검에서 더욱 짙게 느껴지는 동족의 피 냄새가 트리거가 된 모양. 그렇기에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다시금 쌈닭이 돌진을 해오자 밀리언이 작게 신음을 흘리며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크윽! 막아야 하겠지? 하지만 방패가 있다고 해도 역시 정면으로 막는 건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데…….”
잠깐 동안 피하고 싶다는 본능과 막아야 한다는 이성이 싸우는 것 같았던 밀리언이었지만 이내 일단은 한 번 이를 악물고 막아보기로 결정하는 것이었다.
카앙!!
그리고 직후 들려오는, 마치 창과 방패가 부딪쳤을 때 나는 것과 같은 소리 직후 밀리언의 신음성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으윽! 파,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지 않은가?! 이거 한 번은 몰라도 두 번 연속 막는 건 무리다!”
밀리언이 막은 것은 단순한 창이 아니었다. 쌈닭의 사람을 훌쩍 뛰어넘는 속도로 인한 가속력이 붙은, 말을 타고 달려드는 랜서 차징을 막은 것이나 다름없는 공격인 것.
물론 진짜 기사의 랜서 차징과 비교하자면 많이 모자란 부분이 존재하기는 했다. 말과 중갑의 질량까지 공격의 무기로 삼는 랜서 차징에 비하여 쌈닭의 몸무게는 상당히 가벼웠으니 말이었다.
허나, 속도는 곧 힘으로 치환되는 것이 돌진 공격. 그 사실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가벼운 쌈닭의 몸무게라고 해도 방금 전과 같은 속력이라면 충분히 강력한 힘으로서 작용하기 마련이었다.
“끼르르르륵!!!!!”
그런 힘을 정면에서 막아낸 것이었다. 심지어 이제 막 방패를 들기 시작한 밀리언은 방패를 제대로 사용할 줄도 몰랐다.
즉, 기술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방패의 표면을 비스듬하게 만들어 충격을 흘려보내거나 막는 그 순간 몸의 중심점을 이동시켜 충격을 흘려보내는 등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때문에 그저 정면에서 막을 뿐. 그로 인하여 쌈닭의 돌진이 지닌 충격을 그 몸으로 전부 받아내야 했던 밀리언에게 커다란 충격이 축적될 수밖에 없었던 것.
단지, 그렇게 우직하게 정면에서 막아낸 덕분에 돌진을 해왔던 쌈닭 역시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법. 순간적으로 뇌를 강타하는 반작용에 살짝 어지러운 것인지 2초 정도 머리를 흔들며 비틀거리는 쌈닭.
그 2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렇기에 밀리언은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의미로서, 즉, 다시금 방금 전과 같은 돌진을 해오면 곧바로 막는 건 무리이니 지금 당장 공격해 돌진하는 것을 막으라는 의미로써 자신의 파티원을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 것.
“기, 기다려 봐! 이거 이대로 쏘면 안 될 것 같은데?! 밀리언! 너랑 쌈닭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잘못하면 네가 맞겠어!”
허나, 그런 절호의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아는 화살을 메긴 활의 시위를 당기지 못했다. 쌈닭과 밀리언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당장 활을 써본 적이 없는 프로아가 처음으로 실전을 겪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활과 화살을 수족처럼 다룰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나마 활이라는 개념 자체는 가지고 있었기에 화살을 활에 메기고 시위를 당기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단지, 활을 사용할 기술이 없었기에 쌈닭을 조준하려고 해도 잘되지 않았다. 아니, 설령 조준이 잘되었어도 쌈닭에게 정확하게 화살이 날아갈 것이라는 자신감이 없었다.
오히려 쌈닭의 공격을 막아내고 양손이 부러질 것 같은 충격에 쌈닭의 바로 옆에서 인상을 쓰고 있는 밀리언에게 화살이 날아갈 것 같아서 무서웠다.
그렇기에 시위를 당겼지만 도저히 그 시위를 놓지 못하는 프로아. 밀리언이 못해도 5미터 정도만 떨어주면 일단 한 번 쏴보겠는데 5미터는커녕 1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상태이니 도저히 활의 시위를 놓을 수가 없었던 것.
‘지, 지금 공격해야 할까? 하지만 정말로 괜찮을까?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무서운데? 역시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감정치환을 사용해야…….’
거기에 밀리언의 뒤쪽에서 단검을 꼬나 쥐고 쌈닭에게 일격을 먹일 기회를 엿보고 있던 공선자도 절호의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쌈닭을 향해 덤벼들지 못했다.
프로아와는 이유가 달랐다. 그것은 망설임, 그리고 공포에 의한 도피.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쌈닭의 목에 칼을 박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허나, 정말로 그래도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서는 무서웠다. 혹시라도 덤벼들었는데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어서 반격을 받는다면?
그렇다면 그대로 죽는 것 아닌가? 감정치환을 사용하지 않으면 극복하지 못했던 공선자의 생명체로서의 본능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가 공선자가 즉시 판단을 내리고 덤벼드는 것을 막았다.
몸은 움직였다. 허나, 쌈닭을 향해 달려들 용기가 부족했다는 단순한 이야기. 그렇기에 공선자는 2초 정도 쌈닭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다시금 정신을 되찾을 때까지 그 자리에서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프로아와 공선자가 절호의 기회에 공격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였다.
돌연 튀어져 나온 ‘돌멩이’가 고속으로 날아가 밀리언의 ‘가죽 경갑옷’으로 보호된 부위에 적중된 것은.
타악!
“크악?! 뭐, 뭐냐?! 왜 날 쏘는 거냐?! 미친 건 아니겠지?!”
“아……, 실수. 화살이랑 다르게 돌멩이니까 혹시라도 밀리언이 맞는다고 해도 그렇게 큰 데미지는 아닐 거라는 생각에 일단 쏴봤는데……, 많이 아픔?”
“이, 이건 많이 아픈 수준이 아니다만?! 그나마 경갑옷으로 보호되는 부위에 맞아서 다행이지 잘못해서 뼈에 맞았으면 그대로 뼈가 부러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고?!”
……그래, 쌈닭이 아니라 밀리언을 맞춘 것이었다. 쿠루미가 슬링 샷으로 근처에 굴러다니던 돌멩이를 주워서 날린 공격이.
그나마 밀리언이 말한 것처럼 작은 면적이지만 급소를 보호해주는 경갑옷에 보호를 받는 부위가 적중 당하여 움직임에 지장이 생길 정도의 데미지를 입지는 않았다.
허나, 슬링샷, 새총으로 쏘아낸 공격이라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되었다. 단순히 장난감이 아닌 생명체를 죽이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슬링 샷을 무기로서 충분한 살상력을 가진 물건.
화살처럼 출혈을 일으키는 관통상을 낼 수준은 아니었지만 제대로 맞으면 어딘가의 뼈가 부러져도 이상할 게 없었던 것.
이번에는 그나마 악운이 좋았던 결과 경갑옷으로 보호받는 어깨부위를 맞아서 관절이 부서지는 결과는 피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직접 맞아본 밀리언의 체감하기에는 갑옷 없이 맨몸으로 맞았으면 어깨 관절이 나갔어도 이상할 게 없는 위력이었던 것.
“끼르르륵!”
“으악?!”
“자, 잠깐?! 막지 않고 피하면 어떡해?! 또 이쪽으로 오잖아?! 탱커이면 탱킹인지는 확실히 해줘야지?! 으엑?! 블러드! 쿠루미! 피해!”
하지만 가죽 갑옷으로 보호받았다고 데미지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방패를 들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고통스러워하던 밀리언.
그러던 직후 정신을 되찾은 쌈닭이 다시금 돌진해오자 기겁을 하여 옆으로 몸을 날려 바닥을 구르며 쌈닭의 공격을 피해내는 것.
그러자 당연하게도 쌈닭은 땅을 구르는 밀리언을 지나쳐 그 뒤쪽에 서 있던 공선자와 프로아, 쿠루미를 향해 달려드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공선자는 프로아가 말하기도 전에 이미 쌈닭의 돌진 궤도에서 벗어난 상태. 거의 본능적으로 행한 행동이었다.
생명체가 본능적으로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해당 공포의 원인에게는 달려들지 못하게 한다고 해도 무의식의 영역에서 살기 위해서 도망치는 것만큼은 착실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그렇기에 프로아가 말하기도 전에, 밀리언이 막는 것이 아닌 회피한 그 순간부터 공선자 역시 쌈닭의 공격 궤적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프로아는 쿠루미와 황급히 옆으로 몸을 날려 땅을 구르며 쌈닭의 공격을 피하느라 바쁜 상황이었기에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일까?
“미치겠군! 지금 내 상태에서 저 공격을 막았다가는 어깨가 나간다! 쏠 거면 제대로 좀 조준하고 쐈으면 안 되겠나?!”
“아니, 그러면 적어도 피한다고 말을 하고서 피하던가?! 그냥 냅다 피해버리면 그 뒤에 있는 우리가 회피기동을 펼칠 시간이 부족하잖아?! 거기에 난 맞을 것 같아서 아예 안 쐈거든?!”
“저기……, 그건 당당하게 말한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죄송. 다음부터는 제대로 노리고 쏨. 어느 정도 쏘다 보면 손에 익을 거임. 최소한 갑옷을 입고 있는 부분에는 맞지 않게 노력해보겠음.”
쌈닭의 돌진을 어떻게든 땅을 구르며 회피한 직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각각 밀리언, 프로아, 공선자, 쿠루미가 주고받은 대화들이었다.
이 네 명 중 공선자만이 땅을 구르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도 그런 것을 따질 여유는 없었다. 그보다는 각자의 실수에 대해서 따지고 드는 것.
“아니, 그거 내가 네 녀석의 새총에 얻어맞는 게 전제가 아니냐?! 맞추지 마라! 날 맞추는 게 아니라 쌈닭을 맞추란 말이다!”
“……한 번 쏴보고 알았는데 조준하기 힘듬. 자신이 없음. 연습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