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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6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56/194)



〈 156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쿠루미에게 눈을 부라리고 있어서 반응하는 게 늦어버린 고그. 무엇보다 현재 그는 세부 스텟을 조절해 신속 수치가 바닥을 기고 있는 것.

그런 의미에서는 오히려 쌈닭의 공격에 정통으로 당하지 않고 반응하여 들고 있던 대검을 자신도 모르게 방패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이 기적에 가까운 대응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잘못했으면 그대로 가슴팍에 쌈닭의 부리에 의해서 구멍이 날 수도 있었던 상황. 그것을 어떻게든 대검의 넓은 검날로 막아낸 고그였지만 그 위력까지 죽이지는 못해 그대로 대검을 놓치고 뒤로 1미터 정도 날아가 바닥을 구르는 것이었다.

“윽?! 밀리언!”

“말하지 않아도 안다! 제길! 기억은 안 나지만 난 원래 남을 위해서 위험을 자초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본심을 말하자면 고그가 죽든 말든 일단 자신의 몸을 중요시하고 싶었던 밀리언이었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여기서 고그가 죽으면 쌈닭을 상대로 승률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그렇다면 결국 자기 자신이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밀리언이 이를 인상을 구기며 움직였다.

일단 어깨는 어느 정도 괜찮아졌다. 거기에 방금 전에 밀리언이 막은 돌진과 다르게 쌈닭이 돌진을 시작한 지 몇 미터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

방금 전에 밀리언을 향해 돌진한 것과 다르게 고그의 경우에는 상당히 가까운 위치에 있었으니 말이다.

돌진의 돌파력은 가속도가 붙으면 본격적으로 더욱 강해지기 마련. 그러니 아직까지 제대로 돌파력이 붙지 않은 쌈닭의 공격이라면 아까보다 수월하게 말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판단에 밀리언은 내심 마지막까지 망설이다가 고그를 지키기 위해서 들고 있던 방패를 정면에 세우며 쌈닭과 고그의 사이에 끼어드는 것이었다.

까앙!

다시 한번 철과 철이 맞부딪히며 울리는 둔탁한 소리가 숲 속에 울려 퍼지는 것이었다. 밀리언의 판단대로 방금 전에 그가 쌈닭의 돌진을 막아냈을 때보다 돌진에 실린 힘이 약했다.

이 정도 충격이라면 한 번 정도는 더 막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밀리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돌연 쌈닭이 공격의 수단을 바꾸는 것이었다.

팅! 팅! 팅! 팅! 팅! 팅! 팅!!!!!!!!

“끼르르르르르르륵!!!!!!!!!!!!”

“으억?! 이, 이 녀석?! 돌진은 막으면 잠깐 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게……! 제길! 돌진 자체에 실린 힘이 약해서 막았을 때 돌아가는 충격 역시 약했던 건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부리를 세우고 전력으로 돌진해오던 공격밖에 하지 않았던 쌈닭. 허나, 설마 자신의 공격이 여러 번 피해지고, 2번이나 막히자 아무리 지능이 부족한 생명체라고 해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낀 것 같았다.

전과 같이 쌈닭이 충격이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에 슬쩍 빠져서 일단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었던 밀리언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머리를 고속으로 앞뒤로 이동하며 마치 딱따구리처럼 밀리언의 방패를 빠른 속도로 쪼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에 방패를 두들기기 시작하는 쌈닭의 부리에 조금씩 방금 전에 쿠루미의 새총에 얻어맞은 어깨가 다시금 아파오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밀리언이 당혹스러워할 때였다.

쉐엑!! 타악!!

“끼렉?!”

“아! 드디어 맞췄음! 좋아! 대충 감 잡은 것 같음! 이제부터는 사양하지 않고 팍팍 쏘겠음!”

“아니, 부디 사양해줬으면 하는데 말이지?! 방금 전에 아슬아슬하게 내 옆구리 옆을 스치고 지나가지 않았나?! 잘못했으면 갑옷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위치에 맞았을 거라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장이 다칠 수도 있다!”

갑작스럽게 또다시 고속으로 날아온 돌멩이가 이번에는 제대로 쌈닭의 날개에 착탄 하는 것이었다.

그에 이번에는 제대로 쌈닭을 맞췄다고 쿠루미가 환호성을 내뱉자 뭐가 되었던지 덕분에 쌈닭이 방패를 쪼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밀리언이 식은땀을 흘리며 대꾸하는 것이었다.

돌멩이가 맞은 덕분에 쌈닭의 공격이 멈춘 것은 좋았지만 그 돌멩이가 상당히 아슬아슬하게 밀리언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

“괜찮음! 혹시라도 프랜들리 파이어를 대비해서 살살 쏘아냈음. 맞아도 아마 멍이 드는 수준이었을 거임. 위력 조절하는 방식은 대충 익힌 것 같으니 말임. 단지, 그래서 그런지 별 데미지는 못 주고 화만 돋게 만든 것 같지만 말임.”

그에 쿠루미는 딴에는 새총의 탄력성이 있는 끈을 덜 당겨서 쏘았다고 변명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쿠루미가 이야기한 대로 위력을 조절해서 그런지 돌멩이가 품고 있던 힘은 그렇게 크지 않았던 모양.

전력으로 쏜 것이라면 쌈닭이라고 해도 맞았을 때 통증을 호소할 법했는데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처럼 돌멩이를 쏜 쿠루미를 노려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돌진을 막은 밀리언에게 열심히 부리를 쪼아대던 쌈닭의 어그로가 돌멩이로 인해 쿠루미에게 쏠려 버린 것.

요컨대 어그로가 튀었다, 라고 이야기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렇기에 밀리언을 공격하던 것을 중지했던 것이고 말이다.

뒤늦게 쿠루미의 발언을 통해서 그 사실을 깨달은 밀리언이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여기서 쌈닭이 바라보는 방향을 막아서 그의 어그로를 다시 자신이 붙잡아야 하는지, 아니면 이대로 그냥 쌈닭을 그냥 보내줘야 할지 말이다.

본래라면 뭐가 되었던지 어그로를 끌고 다니는 것이 탱커의 역할이었지만 지금 밀리언은 쌈닭의 돌진과 순간적으로 고작 몇 초 동안 수십 번 내리꽂힌 쌈닭의 쪼기 공격을 막느라 다시금 어깨와 팔이 한계인 상태.

그렇기에 여기서 더 쌈닭의 공격을 정면에서 막아내다가는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

“칫! 그쪽으로 간다! 알아서 피해라! 이봐! 네 녀석! 빨리 일어나지 않고 뭐하냐?! 지금은 네 녀석의 힘이라고 필요하단 말이다!”

그렇기에 일단 쌈닭을 막는 것을 포기한 밀리언이 그 대신에 쌈닭의 공격을 대검으로 막은 결과 팔이 욱신거리는 것인지, 아니면 바닥에 구를 때 어디 잘못 구른 것인지 바닥에서 낑낑대고 있는 고그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었다.

“씨x! 알아! 지금 일어나려고 했거든?! 그냥 쫌 팔이 욱신거렸을 뿐이라고! 제길! 구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구해줘 놓고서는 생색내기는! 내 대검은 어디 있어?!”

밀리언이 쌈닭을 막는 대신에 고그를 일으켜 세웠는데 그 과정에서 그의 팔을 붙잡고 있던 밀리언의 손을 고그가 쳐내며 짜증을 내는 것이었다.

“으악?! 또 이쪽으로 오잖아?! 아니, 쿠루미를 노리는 건가?! 쿠루미! 도망쳐! 나는……, 오히려 지금 공격하기 딱 좋은 것 같아!”

“쿠루미, 탱커 아닌데 갑자기 회피 탱킹을 하게 생겼음. 일단 도망은 쳐보겠는데 그렇게까지 오래는 무리임.

“제,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리고 고그가 탱킹을 포기하자 곧바로 쿠루미를 향해서 달려드는 쌈닭 그 모습에 프로아가 기겁을 하며 쿠루미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이번에는 쿠루미와 프로아 중 누구를 노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돌진이 아닌 명확하게 쿠루미만을 노리는 돌진.

그렇기에 그녀 혼자서만 도망치던 쌈닭의 돌진을 회피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프로아는 쿠루미를 도망치게 만들면서도 오히려 활에 화살을 메긴 채로 시위를 당기는 것이었다.

쌈닭과 딱 달라붙을 정도로 가까운 파티원이 없는 지금이 바로 자신이 부담 없이 화살을 날릴 수 있는 기회라고 그녀는 판단을 내린 것.

쿠루미 역시 쌈닭이 자신을 노리고 돌진해오는 것을 알았기에 곧바로 쌈닭의 돌진 궤도 상에서 도망치는 것이었다.

허나, 쌈닭이 들이박기 직전 몸을 날리는 방식이 아니었기에 당연히 쌈닭은 쿠루미가 도망친 방향으로 돌진의 궤도를 조정하는 것이었다.

그에 결국 쌈닭과 쿠루미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발생했는데 그 과정에 여태까지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기 힘들었던 공선자가 어떻게든 도움이 되려고 끼어드는 것.

단검을 들고 그대로 쌈닭에게 달려드는 것은 당장은 무리였지만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돌멩이를 쥐어들고 쌈닭을 향해 집어 던져 쿠루미에게 집중된 어그로를 분산시키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쉐엑! 깡!!

‘으악! 역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활이라는 거 쏘기 어렵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의뢰를 하기 전에 각자의 무기에 익숙해지는 시간이라도 가질걸!’

쿠루미는 열심히 달리면서 쌈닭을 피해 도망치고, 공선자는 어떻게든 돌멩이를 주워서 쌈닭을 때려 맞추며 어그로를 분산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여기에 프로아는 열심히 활과 함께 지급된 화살을 시위에 메긴 뒤 당기며 부리를 세우고 쿠루미의 뒤를 쫓는 쌈닭을 향해 쏘아내는 것이었다.

허나, 그녀의 활 실력으로는 도저히 고속으로 기동하며 쿠루미를 쫓고 있는 쌈닭을 맞추기에는 역부족.

계속해서 그녀가 쏘아낸 화살을 애꿎은 나무나 땅에 박힐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화살이 상당히 튼튼해 보였기에 회수하면 다시 재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정도?

“저기 있다! 빨리 다시 주워라! 그리고 쿠루미! 이쪽으로 달려와라! 어느 정도 팔이 회복되었으니까 내가 막겠다! 네 녀석하고 블러드는 내가 공격을 막으면 그때 공격해라! 설마 내가 막고 있는 상황에서도 공격을 못 맞추지는 않겠지?!”

“이게 누굴 빙다리 핫바지로 보나?! 네놈이 도와주지 않아도 나 혼자서 저 닭대가리를 요리하는 건 일도 아니거든?!”

그렇게 쿠루미가 도망치며 어떻게든 십몇 초 정도 시간을 끌었을까 밀리언이 어느 정도 회복된 자신의 팔 상태를 확인하며 땅에서 일어나 저기 떨어져 있던 자신의 대검을 주어든 고그의 발언에 미간에 사거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제기랄! 지금은 목숨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방금 전에 배나 심장에 구멍이 뚫릴 뻔했음에도 그따위 쓸데없는 허세를 부리는 거냐?! 나도 좋아서 네 녀석을 대신해서 공격을 막는 게 아니란 말이다! 진짜로 네 녀석 혼자서 싸우게 해줄까?!”

여태까지 가장 냉정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던 밀리언이 더 이상은 못 참겠던 것인지 이를 갈며 분노하자 움찔 어깨를 떤 고그가 더 크게 반발하지는 못하고 시선을 피한 뒤 혀를 차며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칫!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렇다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할 것까지는 없잖아? 사내자식이 까탈스럽게 굴기는. 생긴 것도 계집애처럼 생겼으면서.”

“……이 자식은 진짜로 사람은 열 받게 만드는 대에 도가 큰 자식이군. 이런 상황만 아니면 죽게 내버려두고 싶은데 말이야!”

밀리언은 자기 자신이 상당히 이기적인 타입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있었다. 기억이 없어도 자신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것은 저절로 이해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밀리언은 프로아나 공선자를 비롯한 다른 파티원들을 ‘동료’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살아가기 위해서 서로 이용해먹는 관계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기에 고그의 태도가 더욱 열 받아 그냥 다 때려치우고 도망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특히 평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괜히 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외모를 걸고넘어지니 더욱 짜증이 나는 것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양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그냥 다 때려치우고 도망치면 고그뿐 아니라 자신을 믿고 있는 프로아나 쿠루미, 공선자에게도 폐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일단은 참았다.

……아니, 솔직히 실수라고 해도 자신을 맞춘 쿠루미나, 자신이 탱킹을 하는 동안 전혀 도움이 안 된 프로아와 공선자를 생각하면 역시 그냥 도망치고 싶었지만 최후의 양심이 그것을 막았다.

무엇보다 도망친다고 해도 그다음에 어떻게 해야 모험가로서 살아갈지 막막하기도 했고 말이다.

“헤엑! 헤엑! 와, 왔음! 바톤 터치! 여기서부터는 부탁드림! 쿠루미는 지쳐서 더는 못 뛰겠음!”

“스테이터스 수치가 동일해서 그게 엄살이라는 건 잘 알고 있거든? 됐고, 비켜! 이 고그님이 일격에…….”

“너야말로 비켜라! 너랑 블러드가 공격하는 건 내가 막은 뒤다! 또 꼴사납게 나가떨어지기 싫으면 내 뒤에 숨어 있어! 온다!”

그때 때마침 밀리언의 부름에 응답해 열심히 도망치던 쿠루미가 전력으로 돌진해오는 쌈닭을 끌고서 밀리언의 등 뒤로 도착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숨을 헐떡이는 그녀의 모습에 고그가 쯧쯧 혀를 차며 곧바로 자신의 대검을 들고 돌진해오는 쌈닭을 향해 내려치려고 하는 것.

자기 딴에는 저렇게 돌진해오면 못 피하겠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봐도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물론 내려치는 대검에 정면으로 얻어맞은 쌈닭도 큰 데미지를 입겠지만 그 이상으로 대검을 휘두르는 고그에게도 큰 데미지가 갈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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