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그렇기에 밀리언이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그를 밀친 뒤에 방패를 붙잡고 있는 손에 힘을 단단히 주며 자신의 방패를 정면에 세우는 것이었다.
카아앙!!
“크으으윽!!!!”
“고그! 블러드! 지금이야! 공격! 공격! 밀리언이 만들어낸 기회를 헛되게 날리면 안 돼! 이대로는 우리들의 체력만 소모될 뿐이라고!”
그리고 직후, 세 번째로 쌈닭과 밀리언의 방패가 부딪치며 강렬한 소음을 만들어내었다. 그 소음에 다시금 팔이 부서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흘린 밀리언의 신음이 가려지는 것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밀리언의 바로 등 뒤에 서 있었던 쿠루미와 고그는 그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지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그에 고그조차 ‘이 녀석 괜찮은 건가?’ 라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 프로아가 고그와 공선자를 향해 명령하는 것이었다.
평소라면 나한테 명령하지 마라! 라고 반발했을 고그도 지금이 기회라는 것은 인정하는 것이었는지 두말하지 않고 그대로 강력한 반작용에 의한 충격에 비틀거리고 있는 쌈닭을 향해 달려들었다.
공선자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죽음의 공포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해 대놓고 빈틈을 보이고 있는 쌈닭에게조차 달려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먼저 고그가 달려드는 모습에 트리거를 당길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다. 이 순간이야말로 자신이 새롭게 작성한 파생스킬을 사용할 때다, 그러헥 생각한 공선자는 곧바로 감정치환을 발동시켰다.
사용법은 본능의 영역으로 깨닫고 있었다. 시안을 발동시킬 때와 비슷한 느낌의 사용법.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이쪽은 자기 최면에 가깝다는 점이랄까?
“죽어! 죽어! 이 빌어 처먹을 닭대가리 자식! 오늘 저녁은 네 녀석의 닭가슴살로 결정이다, 개 같은 치킨 자식아아아아!!!!!!!!!!!”
“으아아아아!!!!”
그렇게 순간적으로 감정치환을 사용하여 자신의 공포를 혐오감으로 바꾼 공선자는 눈앞의 거대한 닭대가리에 대한 혐오감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그대로 포효를 내지르며 쌈닭을 향해 덤벼드는 것이었다.
공선자보다 0.6초 정도 더 먼저 휘둘러진 고그의 대검이 드디어 쌈닭의 등 쪽에 정확하게 내리꽂혔다.
그래, 등을 베어버린 것이 아니라 마치 공성추가 성벽의 문을 들이박는 것처럼 그대로 내리꽂힌 것이었다.
박힌 것도 아니었다. 들고 있는 무기가 검이 아니라 거대한 몽둥이라는 것처럼 휘둘러진 고그의 대검을 그 질량을 통해서 쌈닭의 등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저것은 검으로 벤 것이 아니라 검으로 뭉개버리는 것에 가까운 공격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운 적이 없고 그저 힘으로 대검을 휘두르고 있는 고그가 저 정도 질량을 가진 검을 처음 다루면서 제대로 무엇인가를 베는 방법을 알고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러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해야 대검의 질량으로 상대를 으깨버리는 것이 한계. 허나,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끼레레렉?!!!!! 크륵?!”
막 정신을 차리려던 쌈닭이 자신의 등을 아작 내버리는 거대한 충격에 비명을 내질렀다.
동시에 등 쪽에 존재하던 척추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거대한 질량을 지닌 대검에서 전달된 충격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던 것인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마는 것.
그리고 곧이어 공선자의 단검이 바닥에 쓰러진 쌈닭의 목덜미에 꽂히는 것이었다. 아무리 아침의 공선자라고 해도 몸에 배인 기술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고그와 다르게 공선자의 단검을 깨끗하게 쌈닭의 목을 가르며 꿰뚫을 수 있었던 것. 허나, 정작 공선자의 표정을 좋지 않았다.
밤의 공선자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에 쌈닭을 일격에 죽일 수 있는 급소는 이미 파악을 마친 상태.
그리고 지금 공선자의 단검을 순간적으로 떠오른 기억에 노렸던 그 급소에서 꽤 벗어나 있는 상태였다.
이것은 고그의 공격에 의해서 쌈닭이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순간적으로 단검의 궤도를 바꾸었기 때문에 생겨난 오차.
그에 밤의 공선자였다면 정확하게 급소를 뚫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곧바로 단검을 회수하고 다시금 급소를 노렸을 것이었다.
허나, 아침의 공선자는 어디까지나 ‘공포’를 ‘혐오’의 감정을 치환했을 뿐인 상태인 것. 그렇기에 다른 감정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요컨대 ‘당혹감’이라는 감정이 순간적으로 그의 뇌리를 지배하여 반응을 늦게 만들고 말았다는 것.
“으악?!”
“젠장?! 안 죽었잖아, 이 녀석! 쫌 죽으라고! 등짝을 그렇게 묵사발을 내버렸는데 왜 아직도 살아있는 건데?!”
그렇기에 일격에 숨이 끊어지지 않은 쌈닭이 발버둥을 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목을 꿰뚫려 제대로 된 울음소리조차 내지를 수 없는 상황에서 피 끓는 소리와 함께 전신을 뒤틀고 날개를 퍼덕이며 공선자와 고그를 떨쳐냈다.
그에 단검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고 다급하게 바닥을 구르며 쌈닭에게서 거리를 두는 공선자.
고그 역시 쌈닭의 날갯짓에 순간적으로 팔을 얻어맞아 들고 있던 대검을 놓쳐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로 인하여 무기를 놓쳐버린 두 사람이 당황하며 후속타를 가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새 공선자의 옆으로 프로아와 쿠루미가 각자의 무기에 화살과 돌멩이를 메기는 것은.
“응! 좋아! 이 정도 거리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녀석이라면 나라고 해도 충분히 맞출 수 있어!”
“쿠루미도 가능! 마무리는 우리 두 사람이 하겠음! 안전하고 확실하게!”
쌈닭이 날개를 파닥이며 버둥거리고 있다고 해도 공선자와 고그의 공격에 데미지가 축적되었기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아직까지 활과 슬링샷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프로아와 쿠루미라고 해도 충분히 맞출 수 있을만한 과녁이 되어버린 상태.
그에 프로아와 쿠루미가 자신들이 들고 있던 무기의 시위를 놓아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직후, 푸슉! 하는 파육음과 함께 쌈닭의 신체에 꽂히고 뼈를 부수는 화살과 돌멩이.
“………!!!!!!!!!!!!!!!!!”
그에 목에 단검이 꽂혀 제대로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는 쌈닭이 고통에 더욱 몸부림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혹시라도 쌈닭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팔이 한계였기에 즉시 피할 준비를 하고 있던 밀리언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이대로 안 죽는다고? 몬스터라는 건 원래 저렇게 끈질긴 생명체인 거냐? 이 정도쯤 되면 죽어주는 게 예의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젠장! 그걸 나한테 물어봐도 알 리가 있겠냐?! 난 몬스터라는 녀석은 태어나서 오늘 처음 본다고! 물론 기억이 없으니까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어제 정신을 차리고 처음이다! 그런데 몬스터가 저렇게 끈질긴 족속들인지 내가 알고 있었겠냐?!”
밀리언이 어처구니없다는 감정을 담아 내뱉은 발언에 고그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뭐 이런 종족이 다 있냐는 얼굴을 하는 것이었다.
당장 죽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점점 더 강해지는 그들을 덮치는 쌈닭의 살기에 안색이 서서히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살기에 저항하는 방법을 알았기에 당장 몸이 마비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신을 압박하기 시작하는 강렬한 살기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 영향으로 쿠루미와 프로아, 밀리언과 고그의 안색이 서서히 창백해지는 건. 단, 이들과 다르게 공선자는 강해지는 살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럴 것이 공선자는 그들처럼 ‘저항’하는 것이 아닌 ‘수능’하는 방식으로 살기를 대처했기 때문.
그렇기에 살기라는 개념 그 자체가 가져오는 최소한의 공포, 즉, 생명체가 본능적으로 죽음이라는 현상에 가는 공포는 어쩔 수 없었지만 그 외의, 살기 자체가 가져오는 공포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 것.
비유를 하자면 프로아들이 심해에 가라앉고 있을 때 심해가 가져오는 공포와 심해의 수압이 가라앉을수록 강해지며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을 때 공선자는 수압에서는 자유롭고 심해 자체가 가져오는 공포만을 느끼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후우! 후우! 몬스터라는 것들은 우리가 상상하던 것 이상이네. 방심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일단은 눈앞의 녀석을 마무리한 뒤에 생각하는 거임. 한 번으로 안 되면 계속해서 돌멩이를 맞추면 되는 거임.”
프로아가 강해진 살기에 더욱 효율적으로 저항하기 위해서 호흡을 골라 자신의 정신을 안정시킨 뒤에 쿠루미의 말대로 자신 역시 쌈닭을 끝장내기 위해서 활에 화살을 메기는 것이었다.
그리고서는 시위를 당긴 뒤에 다시금 화살을 쏘아냈다. 이제 막 활을 잡은 초보가 쏘아내는 화살이기에 그 궤적은 상당히 흔들렸다.
허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웠고, 또 쌈닭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기에 프로아가 노린 장소에서는 크게 벗어났어도 쌈닭의 동체에 꽂히는 것은 성공하는 것.
그로 인하여 다시금 신체에 하나의 화살이 박히자 쌈닭이 비명을 지르듯이 몸을 비트는 것이었다.
이어서 쿠루미의 돌멩이 역시 쌈닭의 머리에 적중했다. 화살의 숫자가 정해져 있던 일단은 몸에 꽂는 것을 우선적으로 화살을 쏘아내는 프로아와 다르게 쿠루미는 대충 근처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주우면 되었다.
그렇기에 쌈닭을 맞추는 것보다는 정확하게 자신이 노린 위치에 돌멩이를 맞추는 것에 집중하며 슬링샷을 사용하는 연습을 하는 쿠루미.
그 결과 상당한 횟수의 돌멩이가 쌈닭을 맞추지 못하고 빗나갔지만 지금처럼 가끔씩 명중하는 돌멩이가 쌈닭의 머리에 큰 데미지를 입히는 것이었다.
“………!!!!!!!!!!!!!!”
그렇게 한동안 프로아와 쿠루미가 쏘아내는 화살과 돌멩이에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몰매를 맞던 쌈닭.
……그리고 이내 마지막으로 무음의 단말마를 토해내는 것처럼 신체를 강하게 비틀고 경직시키던 쌈닭이 바닥에 축 늘어져 버리는 것이었다.
못해도 5발을 꽂힌 프로아의 화살과 10발은 넘게 쏘아져 뼈를 부순 쿠루미의 돌멩이가 마침내 쌈닭의 목숨을 거두어들인 모양.
“……드디어 죽은 건가?”
“하아, 질긴 자식. 빨리 좀 죽을 것이지. 뭐 이렇게 끈덕지게 굴어? 아니, 그것보다는 일단 내 대검.”
땅에 축 늘어진 쌈닭을 바라보며 밀리언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정말로 죽은 게 맞나? 하는, 의미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고그가 짙게 피로가 느껴지는 한숨을 내쉰 뒤에 쌈닭을 향해 다가가는 것이었다.
그리고서는 쌈닭의 근처에 굴러다니고 있던 자신의 대검을 집어 들려고 하는 것이었는데, 그 순간 죽은 것처럼 축 늘어져 있던 쌈닭이 돌연 움직이더니 그대로 자신의 부리로 고그의 심장을 노리는 것이었다.
“뭣?!”
설마 죽은 줄 알았던 녀석이 덤벼들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대응을 할 수가 없었던 고그. 무엇보다 그는 현재 스테이터스가 근력으로 치중된 상태였다.
설령 반응을 한다고 해도 그의 신체가 움직이는 속도는 결코 쌈닭의 기습에 대응을 할 수가 없을 터인 상황.
그런 상황에서 고그를 구해낸 것은 그와 마찬가지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단검을 회수하기 위해서 쌈닭에게 다가가고 있던 공선자였다.
푸슉! 촤아아아악!!!!!
쌈닭의 기습에 누구나가 대응을 하지 못해 그저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을 때 공선자는 본능적으로 고그를 구하기 위해서 기습적으로 고그의 심장을 노리고 부리를 내지른 쌈닭의 목에 꽂힌 자신의 단검을 붙잡았다.
그리고서는 그대로 단검을 있는 힘껏 뽑아내는 공선자. 단검을 회수하여 공격을 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단검을 회수하기 위해서 뽑는 행위 그 자체가 쌈닭의 마지막을 장식할 공격으로서 적용될 것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았기에 행한 행위.
그리고 공선자가 노린 대로 목에 꽂혀있던 단검을 뽑는 순간 단검이 꽂혀 있던 목에서 피 분수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빠르게 고그의 심장을 노리고 머리를 날리던 쌈닭의 신체는 그대로 힘을 잃고 다시금 땅에 엎어지는 것이었다.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로 인하여 마지막 반격에 실패하고 그대로 땅을 뒹구는 쌈닭의 시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