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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8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58/194)



〈 158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그 시체를 바라보며 바로 직전에 죽음을 문턱을 넘었던 고그가 자신도 모르게 참고 있었던 숨을 토해내는 것이었다.

“푸헙?! 뭐, 뭐야?! 이 닭대가리?! 죽은 척하고 있었던 거야?! 미친!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이번에는 죽은 거 맞지?! 확실하게?! 아니, 뭔 놈의 조류가 이렇게 끈질겨? 몬스터여서 그런 거야?”

바로 직전에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재인식하고 덜덜 몸을 떨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고그.

생각해보면 어떻게 사냥하기는 했는데 몇 번 정도 더 쌈닭한테 죽을 뻔한 위험한 순간이 있다는 사실 역시 떠올릴 수 있었다.

정신없이 싸울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끝나고 보니까 새삼스럽게 무서워지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그가 쓸데없이 자존심이 강한 타입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을 정도의 무서운 기억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려고 하는 것.

그 덕분에 본의 아니게 어떻게든 쌈닭과 싸우다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공포를 견뎌내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겉으로나마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기 위해서 일부러 위험했던 기억을 가슴 속에 묻어두는 것이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에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덕분에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있었던 고그.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고그에게 한정된 이야기였다.

다른 파티원들은 살기의 근원이 쌈닭이 완전히 숨을 거두는 것으로 눈 씻은 듯이 사라지는 살기에 다리의 힘이 풀린 것인지 그 자리에서 주저앉기도 하는 것.

“허억……! 허억……! 우, 우리 이긴 거지? 우와아아아아……! 진짜로 죽는 줄 알았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위험한 건 둘째 치고 엄청나게 무서웠어!”

“으으……! 살기, 듣기는 했지만 상상했던 것 이상의 현상이었음. 앞으로도 몬스터들과 싸울 때마다 저런 기이한 힘에 노출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골치가 아플 지경임.”

프로아와 쿠루미가 쌈닭이 정말로 죽었다고 생각한 것인지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으며 혼이라도 빠져나갈 것 같은 목소리로 자신들의 느낀 점을 이야기하자 밀리언 역시 거기에 한 몫 거드는 것이었다.

“모험가라는 직업은 이런 괴물들을 먹고살기 위해 일상처럼 사냥해야 한다는 건가? 사람을 상대하는 게 전제인 용병보다는 낫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사망률은 이쪽이 더 높은 이유를 알 것 같군.”

자신이 들고 있던 방패의 상태를 확인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야기하는 밀리언의 발언에 어떻게든 자신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던 프로아와 쿠루미, 고그가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에? 그게 무슨 소리야? 용병이라면 분명……, 모험가랑 비슷하면서도 주로 호위 임무나 전쟁에 고용되는 직업 말하는 거지? 전쟁이면 지금보다 더 위험한 거 아니야? 그런데 모험가보다 사망률이 낮아?”

“쿠루미도 조금 이해하기 어려움. 용병이라는 직업도 만만치 않게 힘든 직업을 것 같은데 말임.”

프로아와 쿠루미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묻자 밀리언도 자신도 자세히는 아는 것은 아니라며 어디까지나 모험가의 ‘생존율’에 대해서 길드의 간판 아가씨에게 물었다가 들은 내용이라고 설명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용병이라는 게 생각했던 것보다 사망률이 낮은 직업이라고 하더군. 그럴 것이 사람을 상대한다고는 하지만 그건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이성’을 지닌 이들을 상대하는 것이기도 한다며 말이야.”

요컨대 결코 말이 통하지 않는 몬스터나 마수, 문답 무용으로 침입자를 격퇴하려는 던전과 같은 장소보다 ‘말이 통할 요건’이 존재한다는 이야기.

그렇기에 용병들은 의외로 잘 죽지 않는다. 물론 아예 죽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모험가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

용병도 충분히 다른 직업들과 비교하자면 산적이나 해적, 군대를 상대해야 했으니 위험한 직업인 것은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전쟁 같은 게 벌어져도 포로에 대한 대우가 국제법으로 제정되어 있다고 하니깐 말이지. 설령 용병이라고 해도 항복만 하면 일단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 모양이니깐 말이야.”

거기에 상행의 호위 같은 것도 산적이나 해적을 조우해도 실제로 산적이나 해적을 상대하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는 모양이었다.

절반 이상의 산적이나 해적이 어느 정도의 통행세와 같은 것은 받아 챙기면 그대로 통과시켜주는 모양이었으니 말이다.

산적이나 해적과 같은 녀석들 입장에서도 괜히 날뛰는 걸로 자신들이 피해를 입고 싶지 않았고, 또 나라의 눈밖에 제대로 찍히는 것으로 토벌당하고 싶지도 않았으니 자중할 줄 아는 것.

그런 이유로 의외로 몬스터나 마수와 같은 괴물들과 문답 무용으로 살육전을 벌여야 하는 모험가보다 용병들이 생존율이 높다는 모양이었다.

“젠장! 이런 괴물보다 사람들을 상대하는 쪽이 더 나은 게 당연하다는 이야기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용병을 시켜달라고!”

“으으……. 그, 그렇다고 해도 나는 사람을 상대로 무기를 휘둘려야 하는 용병을 도저히 못 할 것 같은데 말이야.”

“난 하려고 한다면 용병질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공감을 못 해주겠지만 말이야. 그것보다 당장 우리가 얻은 신분은 모험가다. 용병이나 모험가나 결국 실력이 있어야지 먹고 살 수 있는 것은 분명하고, 거기에 듣기로는 용병은 모험가라는 생존율이 아닌 다른 의미로 위험한 직업인 것 같기도 하니깐 말이지.”

아마 지금의 우리로는 생존 이전에 좋은 꼴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하며 그러니 지금은 모험가로서의 활동에 집중하자고 말하는 밀리언.

그에 프로아는 물론 쿠루미도 확실히 사람을 상대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살인의 스페셜리스트들 사이에 끼면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에 어깨를 부르르 떨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역시 살인마랑 다를 게 없다고 느껴지는 살인의 스페셜리스트들보다 같은 생명을 거두는 직업이라면 몬스터와 같은 괴물을 상대하는 모험가들 쪽이 훨씬 건전하다는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혼자서 쌈닭의 시체를 살펴보며 쌈닭의 신체에 박혀 있는 화살을 회수하고 있던 공선자는 조금 씁쓸한 기분이 되는 것이었다.

그야 그들이 공포에 떠는 살인의 스페셜리스트. 지구에서는 그 극한에 존재했던 것이 바로 공선자였으니 말이다.

뭐, 몬스터와 마법이 존재하는 이쪽 세계에서는 공선자는 잘해봐야 밑바닥 수준에 불과할 테지만 적어도 ‘사람을 죽인 수’만큼은 그 누구한테도 뒤지지는 않을 터.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공선자가 가지고 있는 칭호가 아닌가? 그 사실을 새삼스럽게 자각하니 상당히 울고 싶어지는 기분인 것.

그렇기에 그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쌈닭의 시체에 박혀 있던 화살을 회수하던 공선자는 문뜩 주위에서 느껴지기 시작하는 기척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어……? 어? 저, 저기……. 지금 생각해보니까 저희가 이렇게 떠들고 있을 만한 상황이었나요?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하는 게……?”

밤이 아닌 아침의 공선자조차 느낄 정도로 대놓고 사방에서 부스럭거리며 들려오기 시작하는 기척들.

고그를 포함한 프로아들은 간신히 쌈닭과의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에 안도하여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공선자는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회수한 화살들을 어떻게 할지 몰라 손에 들고 파티원들에게 이야기하자 파티원들도 그제야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다시금 자각할 수 있었다.

“그, 그래! 일단 쌈닭을 처리했으니까 토벌 증표로 부리를 가져가야 하고……, 어? 내 화살들 블러드가 회수해준 거야? 고마워!”

“아, 아뇨……. 이건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회수하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일단 비싸 보이는 거라…….”

“글쎄? 나는 화살을 지급받을 때 함께 그 검은 상자에서 나왔던 걸 그냥 쓰고 있는 거니까 비싼 건지는 잘 모르겠네. 하지만 소모품인 건 사실이니까 제때, 제때 회수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지금 우리들의 자금 사정으로는 감당이 안 될 테니깐 말이야.”

그러니 자신을 대신해서 화살을 회수해준 공선자에게 감사의 말을 하며 그에게 다가와 그가 회수한 화살들을 건네받는 프로아.

공선자는 그녀의 감사 인사에 화살을 건네주며 조금 쑥스러워하는 얼굴을 하다가 현재 자신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깨닫는 것이었다.

이렇게 쑥스러워할 때가 아니라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는 것.

“쯧, 여러 가지로 지쳐서 당장이라도 돌아가서 뻗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럴 수도 없나? 야! 너! 빨리 쌈닭의 부리를 빼내봐! 네가 가진 단검이라면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지?”

그리고 공선자 수준으로 다급한 것은 아니지만 고그를 비롯한 다른 이들도 일단은 이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좋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기에 이동할 준비를 하는 것.

고그가 토벌 증표에 해당하는 부리를 빼내기 위해서 공선자에게 명령의 어조에 가깝게 이야기하자 쌈닭과 싸우는 동안 실컷 트롤링을 한 사람이 잘도 저렇게 위압적인 태도를 할 수 있다며 밀리언이 질렸다는 것에 가까운 감탄의 반응을 보였다.

쿠루미는 그저 당장이라도 잠들고 싶다는 것처럼 피곤해 절은 표정으로 눈을 끔뻑거렸고, 프로아는 그런 말투로 이야기할 것 없지 않으냐고 고그를 나무라면서도 공선자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 미안. 우리들 중에서 부리를 뽑아낼 만한 장비를 가지고 있는 게 블러드 뿐이어서 말이야. 부탁 좀 해도 될까? 아! 정 힘들면 단검만 빌려주면 내가 알아서 뽑아낼 수도 있는데……?”

프로아의 조심스러운 부탁에 공선자는 할 수만 있다면 그대로 부탁을 들어주고 싶었다.

……허나, 방금 전부터 공선자의 귀를 어지럽히고 있는 기척들이 이미 이 인근까지 가까워진 상황.

“으으……, 저, 저기. 저야 당연히 부리를 뽑아낼 수 있으면 뽑아 드리고 싶은데 도저히 그럴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기에 공선자는 안색이 창백해진 표정으로 고작 쌈닭을 1명 상대했을 뿐인데 피곤함에 찌들어 있는 파티원들의 면면을 살펴본 뒤 그와 같이 입을 여는 것이었다.

공선자의 발언에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는 그들. 고그의 경우에는 그저 도와주기 싫어서 그런 것이라고 인상을 구기며 공선자를 노려본 뒤 성큼성큼 그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아니, 다가오려고 했다. 바로 직후, 고그의 정면에 위치한 나무들 사이에서 빼꼼! 하고 거대한 닭대가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면 말이다.

“……어?”

설마 이 타이밍에 새로운 쌈닭이 등장할 줄 몰랐던 고그가 얼이 빠져 멍한 표정으로 쌈닭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고그와 밀리언의 고함 소리뿐 아니라 파티원들이 쌈닭과 싸우는 과정에서 정신없이 내뱉었던 고음들.

그 고음들에 이끌려 무슨 일인가? 하고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쌈닭이 고그와 눈을 마주친 순간 방금 전의 쌈닭과 마찬가지인 살기를 흩뿌리기 시작한 것은.

“미, 미친?! 지, 진짜로 다른 녀석이 나타났잖아?! 제길! 이거 어쩔 거야?! 싸, 싸워?! 이미 한 마리 처리했으니까 다른 한 마리 정도야……!”

“무, 무리야! 다들 지쳐있는 상태라고! 신체의 피로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지쳤어! 이런 상황에서는 살기 속에서 제대로 싸우기 힘들어!”

고그가 생존 본능에 따라 당장 들고 있던 대검을 눈앞의 쌈닭의 향해 치켜세우며 쌈닭이 일단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서는 즉시 파티원들에게 싸워야 하는 것인지 의견을 묻는 것. 본래라면 멋대로 행동했을 고그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당장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상황에서까지 무식하게 방금 전까지 고전한 몬스터에게 덤벼들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단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운다는 발상을 먼저 떠올린 것이 그가 어지간히 무식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여하튼 그런 고그의 물음에 즉시 다른 파티원들의 의견을 프로아가 대표해서 꺼내 들자 이어서 공선자가 조심스러운, 그러면서도 겁에 질린 목소리로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 그게……. 저 쌈닭뿐 아니라 주변에 다른 쌈닭들도 있는 건 같아요. 기척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느껴지는 상황인데요.”

“윽?! 엎친 데 덮친 격이로군! 아니, 그것보다 그거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 네 녀석은 어떻게 그 사실을 파악하는 거지?!”

“그……. 도, 도망칠 때 도움이 될까 해서 세부 스텟에서 감각 스텟을 높인 상황이라서…….”

밀리언이 자신들과 다를 게 없을 터인 공선자가 어떻게 다른 쌈닭들의 기척을 느끼는 것인지 미심쩍어하며 묻자 공선자가 일단 사실의 일부분은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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