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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7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67/194)



〈 167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보다 손쉽게 몬스터를 사냥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총기는 단검과 다르게 근거리 무기가 아닌 원거리 무기.

활과 새총처럼 거리를 두고서도 사용할 수 있기에 아침의 공선자라고 해도 망설이지 않고 적을 공격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터!

‘……솔직히 말해서 과연 총이 마법사나 무술가 같은 초인들에게도 통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야.’

현대 지구에서도 단순히 총기를 다루어내는 병사들은 초능력자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초능력, 지금은 권능사용자라 공선자가 명명한 그들이 만들어낸 초자연적인 현상, 이능에 속하던 권능이란 능력은 총기의 탄환을 너무나도 손쉽게 무력화시켰으니 말이다.

공선자의 경우에는 아예 탄환에 맞아주지 않았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가 쏘아낸 탄환을 자신이 쏜 탄환으로 튕겨내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화염을 다루는 초능력자를 상대로는 애초에 총을 쓸 수가 없었다. 총을 쓰려고 한다면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탄약이 폭발해버렸으니까.

설령 멀리서 저격하려고 한다고 해도 인지하지 못한 저격이 아닌 이상은 탄환이 신체에 닿기도 전에 녹아서 증발해버렸으니 말이다.

공간 계열의 능력을 다루는 권능사용자의 경우에는 상대가 쏘아낸 총알을 상대에게 되돌아가게 공간을 굴절시키는 식으로도 대응을 했던 것.

그처럼 ‘이능’에 속하는 권능사용자들을 상대로 솔직히 말해서 총기는 그렇게까지 큰 효용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같은 권능사용자인 공선자가 사용했기에 간신히 ‘무기로서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

까놓고 말해서 평범한 사람이 검이 아닌 총을 사용하면 전투력이 극단적으로 상승하는 것과 비교해서 권능사용자들 사이에서 총은 어디까지나 검과 다를 게 없는 수준의 무기 취급이었던 것.

공선자가 총을 사용한 이유는 ‘총이 가장 오랜 시간 다루어온 무기’였다는 점과 권능사용자가 아닌 ‘평범한 인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살해하기에 안성맞춤인 무기’였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결코 검이나 창과 같은 무기보다 총이 ‘강력했기에 총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 만약 공선자의 권능이었던 시안이 총이 아닌 검이나 창을 사용했을 때 더 효율적인 능력이었다면 아마 공선자는 검이나 창을 사용했을 것이었다.

허나, 시간을 다루어내는 시안은 총을 사용할 때보다 효율적으로 적을 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에이전트로서 처음 활동할 때 총을 사용했고, 그 결과 총을 오랜 시간 사용하였기에 총을 주력무기로써 사용했던 것.

총이 권능사용자들을 상대로 강력한 무기였기 때문에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 요컨대 결국 총도 무기일 뿐이며, 무기는 무기 그 자체의 성능보다는 ‘사용자의 역량’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그런 의미에서 공선자는 자신이 총을 든다고 해도 플라워 차원에 존재한다는 권능과는 다른 형태의 이능인 무술과 마법을 다루는 초인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다.

권능사용자(초능력자)들도 어렵지 않게 대처해낼 수 있는 게 총기라는 무기였다. 마법사나 무술가들이 대처할 수 없다는 생각은 안이하기 그지없는 판단인 것.

그런 이유로 공선자가 총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은 총이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그가 총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은 ‘총이 그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무기’이며 적어도 이능력자가 아닌 존재들을 상대로 절대적인 효율을 발휘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아침의 공선자일 때도 망설이지 않고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원거리 무기라는 점이 그 이유에 해당했다.

‘밤의 나일 때는 몰라도 아침의 나일 때는 결국 프로아씨들이랑 함께 활동할 수밖에 없어. 그것은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프로아씨들이 모험가 활동을 할 수 없을 때는 나 역시 모험가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

밤의 공선자라면 혼자라고 해도 어렵지 않게 모험가로서 활동할 것이었다. 그것은 밤의 공선자는 21마리의 쌈닭을 홀로 사냥하는 것으로 이미 증명해낸 상황.

……허나, 아침의 공선자는 무리였다. 겁쟁이인 그는 그럴 실력이 있다고 해도 도저히 혼자서 몬스터와 싸울 자신이 없는 것.

실력이 있다고 해도 그 실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는 정신이 딸려오지 않으니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그렇기에 파티원들이 모험가의 활동을 하던 도중 지쳐서 휴식을 취하게 된다면 공선자 역시 함께 휴식을 취해야 했다.

물론 파티원들과 함께 활동하는 만큼 공선자 역시 지치기는 매한가지일 터. 허나, 말했다시피 지쳤다고 해서 그저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만 하는 것은 공선자에게는 괴로운 일이었다.

그런 인생을 살아왔으니 공선자라는 인간에게 부과된 어쩔 수 없는 성질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 공선자는 정말로 어지간히 지쳐서 몸이 꼼짝도 할 수 없다, 라는 상황이 아니라면 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낼 방법이 필요했다.

파티원들의 휴식을 취하는 동안 공선자 혼자서 몬스터를 사냥하러 가는 것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정신적으로 무리에 가까운 일.

그렇다면 그렇다고 자신이 쉬고 싶지 않다고 다른 파티원들을 억지로 이끌고 사냥을 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전투에서 피로에 축적에 의한 컨디션 저하는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요소였다. 공선자는 최대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것이지 죽고 싶은 것이 아닌 것.

그런 만큼 괜히 피로 때문에 제대로 싸우기도 힘든 파티원들을 이끌고 자살 지도를 할 생각은 공선자에게도 없었다.

그러니 전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해서 자신이 강해질 수 있는 방식을 필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었다.

지금처럼 2시간 이상의 시간을 그냥 멍하니 보내고 싶지 않기에 더욱더 이런 시간을 이용해서 전투가 아니라고 해도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절실했던 것.

허나, 방금 전까지만 해도 딱히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존재하지 않던 공선자. 그렇기에 일단은 앞으로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기초 자금을 벌어들이기 위해 자신이 사냥했던 쌈닭을 한 마리 매각하는 것에 시간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당장 떠오르는 아이디어도 없었지만 그냥 시간을 보내기도 그러니 어차피 언젠가는 처리해야 하는 일은 처리하기로 결정했다는 느낌.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레를 만들어서 쌈닭을 운반하자는 발상이 곧바로 또 다른 발상으로 이어졌다.

수레를 자신이 직접 만든다. 요컨대 도구를 만든다는 사고 논리가 ‘내가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공통점’을 시작으로 ‘도구뿐만 아니라 무기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발상까지 이어진 것.

‘그 결과 스킬을 이용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고, 마스터리 스킬을 확인해본 결과 내 주력 무기였던 총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어.’

그리고 그 가능성에 대해서 고심해본 결과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분명히 플라워 차원의 ‘기술력’만으로는 총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 이유는 앞에서도 늘어놓은 대로인 것.

하지만 거기에 ‘마법’이나 ‘권능’과 같은, 물리 법칙을 초월하는 요소가 개입하게 된다면?

다양한 기술력이 동원되어야 하는 총기 제작이라는 결과물도 물리 법칙적으로는 과정을 초월해서 결과를 이끌어내는 ‘이능’을 통해서 성립시킬 수도 있을지 몰랐다!

냉동 기술은 빙결 계열의 이능으로, 장약의 폭발력을 견뎌야 하고 거기에 고열에 의한 팽창과 수축도 견뎌야 하는 총열과 약실의 재질이 될 금속 역시 이능이 가미된 물질이나 이능을 통해서 재질의 강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장약의 제조의 경우에는 정 안 되면 이능적인 폭발물질을 찾아보는 것으로 대처해낼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굳이 그럴 것 없이 제작 계열의 마스터리 스킬 중에 화약 작성 마스터리와 같은 스킬이 있는 것을 보면 스킬을 통해서 장약 제조를 해낼 수 있을지도 몰랐고 말이다.

본래라면 방대한 양의 화학적인 지식과 그 지식을 살릴 수 있는 기초적인 재료와 설비가 존재해야 가능했을 장약의 제조.

그것을 전부 스킬로 대처한다는 게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 과학적으로는 분명히 불가능으로 보일 것이다.

허나, 공선자가 초능력이라 불리던 ‘권능’은 21세기 지구의 과학자들조차도 결코 해명해내지 못했던 미지.

괜히 공선자의 시안의 정체를 파악하겠다고 그를 생체 실험의 모르모트로 삼았다가 포기하고 에이전트로 키운 게 아니라는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파악할 수 없었던 그 미지는 그들이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물리 법칙조차 초월한 ‘이적’을 너무나도 쉽게 현실에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모조권능으로서 그런 ‘권능의 일부’인 스킬이 과연 물리 법칙에 묶여 있을 것 같은가?

그러니 공선자가 확인했던 화약 작성 마스터리 스킬이 과학적인 과정을 초월하여 오로지 장약 제조라는 결과만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은 것.

공선자 중세 시대의 기술로는 웬만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은 이상은 정제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 질산칼륨조차 스킬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정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

질산칼륨의 정제가 까다로운 것은 냉각이나 복분해, 분리, 석출들과 같은 ‘현상’을 자의적으로 일으킬 만한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기술력 없이 이와 같은 현상을 ‘이능’을 통해서 조작할 수 있다면? 아니, 그럴 것도 없이 준비된 재료를 합하여 ‘물질을 제조’한다는 개념 그 자체를 구현하는 이능이 존재한다면?

그래, 분명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무연 화약에 필요한 나이트로글리세린, 나이트로셀룰로스, 나이트로구아니딘과 같은 물질조차도 정제하여 흑색화약이 아닌 현대에서도 사용하던 무연화약을 제작하는 게 가능할지도 몰랐다.

그런 추측을 떠올린 순간 공선자의 뇌리에서 ‘이쪽 세계에서는 총을 만들어낼 수 없다,’ 라고 결론이 나있던 사실이 ‘어쩌면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고 전환되었다. 자신의 손으로 총을 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을 떠올린 것이 모험가로서 활동이 끝난 뒤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그 휴식시간 동안 자기 발전을 위해서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던 것이 원인이라는 점.

이 두 가지 요소가 겹치는 순간 공선자는 하나의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다름 아닌 아침의 자신으로 있는 동안에는 한 번 ‘자신이 사용할 무기를 직접 제작’해보자는 결심을.

‘파티원들과 모험가 활동을 끝낸 뒤 갖게 되는 휴식시간 동안만이라도 좋아. 어차피 그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어. 그렇다면 차라리 그 시간을 이용해 내가 사용할 무기를 스스로 제작하는 것으로 전력 강화를 노린다. 아니, 무기뿐만이 아니라 방어구나 각종 도구들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내는 거야!’

제작계열의 마스터리 스킬들. 이 스킬들을 익힌다고 한다면 해당 분야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기술도 지니지 않은 공선자라고 해도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발전하다보면 나중에 가서는 그가 주력무기로 사용하던 총조차 만들어낼 수 있을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어쩌면 무슨 바보 같은 소리인 것이냐고 할 수도 있었다. 사람이란 본래 한우물만 파도 성공하기 힘든 존재.

그런 의미에서 전투 계열의 스킬만을 익혀도 모험가로서의 실력이 상승할지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작계열의 마스터리 스킬까지 익힌다는 것은 무모한 짓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공선자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2가지 능력이 있지 않은가? 본래 그의 권능(초능력)이었던 시안이기에 이 능력이 전투에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공선자.

일야몽은 아직 제대로 사용해본 적이 없었지만 오늘 새롭게 작성한 파생스킬인 감정치환을 생각하면 사용하기에 따라서 충분히 전투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굳이 전투 스킬에 모든 SP를 투자하지 않아도 공선자 스스로 어느 정도 평균적인 전투 능력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

‘무엇보다 내가 스스로 장비나 도구를 만들어낼 수 있으면 파티원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밤의 공선자와 다르게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는 아침의 공선자는 단순히 전투를 함께 하는 것을 넘어서 그 외에도 파티원들을 보조해준다면 좀 더 그들과 친밀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작은 소망을 품기도 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애초에 밤의 나랑은 다르게 지금의 내가 나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 수준이고…….’

겁쟁이인 아침의 공선자는 목숨을 걸고 싸울 필요가 없이 장비나 도구를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파티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끌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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