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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2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72/194)



〈 172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공선자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다시 달려 있는 게 신기한 자신의 한쪽 팔을 살펴보며 사지결손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돌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거기에는 막 잠을 자다가 깨어난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고그가 헝클어진 머리를 벅벅 긁으며 짜증을 내고 있었던 것.

“어, 저기……. 어, 어서 오세요.”

“뭐야 그거? 여기가 뭐 네놈 가게냐? 어서 오기는 뭘 어서 와. 됐고, 난 먼저 내가 먹을 식사 받아올 테니까 넌 그대로 자리나 맡아두고 있어라.”

당장 눈에 낀 눈곱도 땔 생각을 하지 않고 허기가 도는 배를 붙잡고 곧바로 식사를 받아올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하는 고그의 모습에 공선자는 자신의 팔에 주던 시선을 거두고 자신도 밥을 받아올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일단 당장은 파티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향후 행동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기로 약속이 되기는 했다.

허나, 현재 공선자는 신체 스텟을 조작하여 재속의 수치가 고작해야 10%, 즉, 수치상으로는 1밖에 되지 않는 상황.

10이 평범한 성인 남성 수준의 재속이라고 한다면 즉, 성인 남성의 10%밖에 되지 않는 재생 속도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체력의 회복 속도가 매우 느렸고, 그 결과 보다 빠른 체력 회복을 위해서 신체가 음식을 요구하고 있었다.

요컨대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팠다.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혼자 먼저 음식을 가지려 가는 고그를 바라보며 입에 침을 고이게 만들고 있는 것.

자기도 먼저 먹고 있을까? 라는 유혹을 아무리 그래도 뿌리치기가 매우 힘들었던 것이었다.

그에 결국 갈등에 휩싸였던 공선자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테이블에서 일어날까 생각하던 그 순간이었다.

“어? 뭐야? 블러드는 그렇다고 쳐도 고그가 우리보다 먼저 와있다고? 난 당연히 제일 늦게 도착할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구나.”

“쿠루미들이 다 도착한 뒤 10분은 지나도 오지 않아서 데리러 갔을 때 쿨쿨 잠을 자고 있을 줄 알았음. 흠, 의외로 약속시간은 잘 지키는 타입인 모양임. 하지만 여기서는 겉만 보고 판단한다는 게 아니라 행동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게 더 올바른 표현 아님?”

공선자가 식욕이라는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움직이려고 했던 그 순간 로비에 두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방금 전에 목욕을 끝낸 것인지, 아니면 헤어드라이어 같은 물건이 존재하지 않기(마법 덕분에 아예 없다고는 단언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이 여관에는 없었다)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카락에 물기를 머금은 채로 말이다.

각각의 보랏빛과 흑발이라는 머리카락이 젖은 상태였기에 묘한 색기를 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두 소녀의 외모가 나쁜 편은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수준은 아니었는데 지금만큼은 두 소녀의 등장에 로비에 있던 챌린저들의 시선이 한순간 그녀들에게 모였을 만큼 말이다.

챌린저들 중에서 여성의 비율은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많은 편은 아닌 것. 일단 비율적으로는 7대3 정도?

그 덕분에 현재 로비에 몰려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남자 챌린저들인 상황. 여자 챌린저들은 아마도 각자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아니면 아직까지도 모험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했다.

여하튼 그런 남자 챌린저들의 시선이 한순간 모일 정도로 공선자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오는 프로아와 쿠루미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이것이 바로 멋대로 상상하게 만들어 흔히 남자들의 가슴에 물을 지핀다는, 막 씻고 나온 여성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어, 어. 저, 저기…….”

그리고 그녀들의 생각지도 못한 모습에 당황하기는 공선자 역시 마찬가지였었다. 지금의 공선자는 그저 여자 경험이 없는 숙맥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반신 인격이라면 여자가 홀딱 벗으며 미인계를 사용해오면 ‘수상하니까 일단 사지를 자르고 시작하자!’ 라고 쿨하게 여자를 정보를 토해내는 고깃덩어리 정도로 취급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게 대놓고 벗으면 오히려 매력이 없지! 아슬아슬하게 보일 정도로 입어주는 게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 거다! 그런 기초도 모르는 녀석은 일단 죽어! 캬하하!’ 라고 광소를 내뱉으며 일단 시체로 만들고 시작했을 수도 있었고 말이다.

아, 여기서 일단 죽이고 본 것은 수상하니까 죽인 게 아니라 기본도 모르는 주제에 미인계를 걸어온 게 괘씸해서 죽인 것이었다.

뭐, 이렇게 이야기해도 반신 인격에게 미인계를 걸어오는 여자들은 죄다 ‘정보를 지닌 고깃덩어리’에 불과했고 그냥 평범한 여자는 애초에 인연을 맺을 기회도 없었기에 여자 경험이 없는 동정이라는 것은 근본 인격과 다를 게 없었지만 말이다.

아니, 일단 변명을 하자면 공선자는 어려서부터 생체실험을 당해온 여파로 고자가 되었다! ……라는, 눈물이 찔끔 나오는 그런 상태는 아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각종 생체실험 과정에서도 생식 기능은 무사했다. 아니, 일부로 무사하게 내버려두었다고 해야 할까?

정 연구의 진척이 없고, 또 공선자가 연구를 견디지 못하고 죽을 경우를 대비해서 공선자와 같은 초능력(권능)을 지닌 샘플(모르모트)를 준비해두고 싶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작 동정인 주제에 유전자적으로 공선자는 아들과 딸이 꽤 여럿 되었다는 이야기.

……뭐, 그 아들과 딸들은 제대로 사고 능력을 갖추기도 전에 실험에 혹사당해 전부 죽어버렸던 것을 확인했으니 생각하면 그저 그 빌어먹은 과학자들에 대한 증오심만 커질 뿐이었다.

각설하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근본 인격은 물론 반신 인격도 동정이었다. 뭐, 반신 인격은 광기 때문이라도 도저히 숙맥이어서 여자를 만나지 못했다고 말하기에는 뭐했지만 말이다.

허나, 여자를 만날 기회는커녕 성욕 해소를 위해서 여자를 안을 기회도 없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한창 때의 나이였으니 성욕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성욕보다는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쳐야 하는 인생을 살아온 것이었다.

1초, 1초도 낭비해서는 안 되었다. 그랬다가는 언제 폐기처분 될지 알 수가 없었으며 애초에 공선자의 인생 80% 이상이 공선자의 의지로는 제대로 컨트롤 할 수도 없었던 인생이었다.

그야 세뇌를 당해서 명령에만 따르는 기계 같은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어지간한 변태가 아니고서야 자신이 소유한 기계가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성관계를 갖는다고 시간 낭비하는 걸 좋게 생각할 사람이 있겠는가?

특히 공선자가 속해 있던 비공식적인 첩보 단계는 구성원들 전원이 인간보다는 명령에 따르는 기계 같은 녀석들뿐이었다.

그런 녀석들이 잘도 공선자에게 여자를 만날 시간과 자유의지를 줄 것 같은가? 어떻게든 공선자가 망가지기 전에 1초라도 더 효율적으로 그를 부려 먹으려고 들었던 것.

또한 세뇌를 유지해야 한다는 그들의 입장에서 ‘정’이라는 감정은 최대의 변수에 해당했다. 그러니 공선자가 애초에 정을 붙일만한 사람들을, 특히 여자를 만나지 못하게 만들려고 혈안이 되었어도 이상할 것은 없는 것.

즉, 결론만 말하자면 근본 인격은 물론 광기 덕분에 근본 인격을 포함한 자신을 제외한 타인 따위 그저 이용해먹기 좋은 도구로밖에 보지 않았던 반신 인격마저 여자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

반신 인격의 경우에는 그저 성욕을 풀기 위해서 여자를 그를 위한 도구로써 취급해 마치 자위를 위한 기구처럼 사용했을 수도 있었을지 몰랐다.

……그럴 시간만 있었다면 말이다. 성욕을 풀 시간? 세뇌받은 상태에서는 명령받은 일 외의 행동을 하는 게 금지였고 세뇌에서 벗어난 뒤에는 자유와 복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전부 갉아 넣었는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었겠는가?

여자를 안다가 그 여자의 신체 내부에 폭발이 심어져 있어서 자폭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해야 했던 인생에서 여자 따위 사치 중의 사치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지금의 공선자가 혼자서 활동하는 게 더 효율적이면서도 굳이 프로아들과 함께 행동하는 것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고 말이다.

아니, 딱히 여자가 고파서 프로아나 쿠루미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게 아니라 그동안 공선자에게는 사치 그 이상의 무엇이었던 사람들끼리의 ‘정’에 대한 욕망을 이기지 못했다는 이야기.

프로아나 쿠루미는 물론 밀리언과 고그에게도 공선자는 동료로서의 유대감을, 과거 자신은 결코 손에 넣을 형편이 안 되었던 그 무엇인가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앞에서 언급한 것과 이유로 근본 인격을 베이스로 반신 인격의 경험을 흡수했다고는 해도 결국 지금의 공선자는 여자 경험 따위 하나도 없는 숙맥에 불과했다.

아니, 오히려 정보를 뜯어내기 위해서 여자라고 해도 거리낌 없이 약과 고문을 통해서 지독한 고통과 쾌감도 이용했던 반신 인격의 경험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조금 질이 나쁘다고 해야 할까?

그나마 저 경험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노리던, 여자라기보다는 ‘적’에 가까웠던 이들을 상대로 했던 경험이기에 지금은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여하튼 그런 이유로 평범한 여자에 대해서는 숙맥이나 다름없는 공선자인 만큼 한순간이지만 로비 남자들의 시선을 모을 만큼의 매력을 뿜어대는 프로아와 쿠루미 앞에 두고 어찌할 바를 몰라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는 것이었다.

경험상으로는 프로아와 쿠루미보다 더 예쁜 외모인 여자의 알몸도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지켜봤던 적도 있었다.

아니, 약에 의해서 여자로서는 지으면 안 되는 표정을 지으며 망가지는 모습도 본 적이 있었던 적(반신 인격이)도 있던 것.

그러나 말했다시피 그녀들은 ‘적’으로서 등장했던 이들이었던 만큼 공선자가 ‘적’이 아닌 자신과 같은 ‘사람’이 성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것은 완전히 처음 경험해보는 것.

“……? 뭘 그렇게 우왕좌왕하고 있는 거야? 화장실 가고 싶어 하는 강아지처럼. 아, 미안. 정말로 화장실 가고 싶었던 거라면 내가 조금 배려가 없었나?”

“그건 아니라고 생각함. 쿠루미들이 오기 전에는 식당 쪽에 시선을 두며 당장에라도 입에서 침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말임. 즉, 배가 고파서 저기 고그처럼 먼저 음식을 먹으려고 하던 타이밍에 쿠루미들이 와서 뻘쭘한 거 아님?”

때문에 그저 뺨을 붉히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공선자아 ‘으어어어!’ 거리며 새하얗게 변한 머릿속을 어떻게든 정리하려고 하고 있을 때였다.

다행이라도 해야 할까,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들은 막 씻고 나온 것 같은 자신들의 모습이 의외로 기준 이상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공선자의 반응에 대해서 멋대로 자기들끼리 추측을 내놓고 있는 것이었다.

……쿠루미의 추측은 묘하게 날카로운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허점을 찌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어떻게든 진정할 수 있었던 공선자.

“아, 그런 거야? 그럼 같이 가서 음식을 받아올까? 고그 녀석은 의리도 없이 혼자서 먼저 음식을 받아온 모양이니까 고그한테 자리를 지키라고 하고 우리도 저녁 식사를 받아오자.”

“잠깐?! 누구보고 의리가 없다는 거야?! 다른 건 몰라도 그 발언만큼은 그냥 결코 넘길 수 없어!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아무리 쓰레기가 된다고 해도 의리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도 가슴을 묘하게 간지럼 피는 감정에 쿠루미와 프로아를 똑바로 찾아보기는 힘들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것이 정곡을 찔린 공선자가 부끄러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테이블은 지금 막 음식을 받아서 돌아오는 고그에게 맡기고 자신들과 함께 음식을 받으러 가자고 제안하는 것.

물론 부끄러워해도 다른 의미로써 부끄러워하며 안절부절못하는 공선자로서는 혼자서 받아오는 게 편했기에 무의식적으로 있는 힘껏 고개를 내저으려고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자신의 저녁 식사를 받아온 고그가 프로아의 발언에 의외로 크게 반발해왔기에 공선자는 물론 말을 꺼낸 프로아와 걷는 것이 귀찮았던 것인지 그녀에게 엉겨 붙어 있던 쿠루미가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이었다.

설마 하니 그저 조금 비꼬는 의미로 꺼낸 발언에 고그가 저렇게까지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세 사람.

“아니……, 저기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면 미안하기는 한데 말이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사과를 할 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소리를 지를 필요는 없잖아?”

고그의 목소리에 쿠루미가 프로아의 허리에 매달려 질질 끌리다시피 해서 로비에 들어왔을 때와는 다른 의미로 다른 챌린저들의 시선이 모였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헤어지기 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쿠루미를 씻겨주었고, 그것을 계기로 더 친밀해진 두 사람인 것인지 쿠루미가 허리에 매달려 있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프로아.

그런 두 사람이 로비에 등장했을 때는 묘하게 열기 있는 시선들이 모였다면 이번에는 뭔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느낌의 시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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