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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3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73/194)



〈 173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혹은 무슨 흥미진진한 사건이 터진 것인지 기대한다는 것과 같은 호기심 넘치는 시선들이 모이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기억이 없는 챌린저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딜 가던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었다.

그와 같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일단 자신이 말이 고그에게 거슬렸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면서도 곤란해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프로아.

프로아의 그와 같은 반응에 뒤늦게 자신이 너무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그가 당황해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사과를 입에 담지는 않고 그저 그대로 테이블에 앉으며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입을 여는 고그.

“아, 알면 됐어. ……소리를 지른 건 그것만큼 나한테는 의리 없다는 말이 결코 넘겨들을 수 없었던 말이었을 뿐이니까 앞으로 주의나 하라고!”

“쿠루미는 이해가 안 됨. 사람으로서 확실히 의리 없다는 말은 기분이 나쁠 수 있지만 저 정도로 노발대발할 일임? 남자라서 그런 거임?”

“그, 글쎄요? 저는 그냥 웃어넘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애초에 의리를 따지기 이전에 세상 사람들이 죄다 적이었던 공선자인데 이제 와서 의리가 없다니 뭐니 해도 썩소를 지으며 상큼하게 중지 손가락을 펴줄 뿐이었다.

“……블러드한테 물은 내 잘못이었던 거임. 됐고, 쿠루미들은 음식이나 받아오겠음.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고그는 의리 있게 여기서 테이블이나 지키고 있으면 되는 거임.”

단지, 공선자의 사정을 모르는 쿠루미의 경우에는 무슨 말을 해도 어색하게 웃어넘길 것 같은 무해한 소동물인 그에게 물어본 자신이 실수했다는 의미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말이었다.

“끄으으응! 조, 조금 목소리를 크게 낸 것 가지고 그렇게 비꼬는 것처럼 이야기할 필요는 없잖아? 제길! 빨리 음식이나 받아와라!”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곧바로 쿠루미가 착각인지 조금 부루퉁해 보이는 목소리로 자신들에게 목소리를 높인 고그에게 비꼬는 의미를 담아서 이야기해왔다.

그에 고그가 사과는 안 했다고 해도 자기가 먼저 잘못한 것은 알고 있는 것인지 따지고 들거나 하지는 않는 것.

그저 괜히 크게 소리를 쳐가지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모이게 만들어버렸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후회하며 인상을 구기는 것이었다.

문제는 스스로도 어째서 크게 목소리를 낸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어(기억이 없으니까) 미간이 좁혀져 저절로 사거리가 만들어진다는 점이었다.

새삼스럽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기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짜증이 치솟는 고그. 하지만 그의 성격이 아무리 더러워도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에게 화풀이를 할 정도로 경황이 없는 타입은 아니었다.

“……!”

단지, 화풀이로 인상을 잔뜩 구기고 고그의 목소리에 다시금 공선자들에게 시선을 모았던 다른 챌린저들을 노골적으로 ‘뭘 꼬나 봐?! 눈 안 까냐?!’ 라는 의지를 가득 담아 일일이 노려볼 뿐이었지만 말이다.

“어어……. 그, 그럼 저도 음식을 받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뭔 놈의 사내새끼가 그렇게 맥 대가리 없이 일일이 보고를 하고 행동하는 거야? 누가 막는데? 냉큼 받아오면 될 거 아니야?”

공선자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인지 숨기지 못하는 짜증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고그의 목소리에 공선자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잽싸게 프로아와 쿠루미와 함께 음식을 받으러 가는 것이었다.

“쿠루미,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굳이 그렇게까지 비꼴 필요는 없지 않았어? 사람마다 역린이라는 게 있잖아?”

그렇게 공선자와 쿠루미와 함께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져 저녁 식사를 받으러 가는 프로아가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쿠루미가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딱히 작정하고 비꼰 건 아님. 그런 의미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진심도 담겨 있었던 거임.”

“저, 저기 그건 무슨 의미인 거지?”

아직도 쿠루미와 프로아를 똑바로 쳐다보면 얼굴이 붉어지는 공선자였지만 그럼에도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가 묻자 쿠루미가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역시 사람은 행동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건지 고그는 의외로 의리를 따지는 사람인 것 같았음.”

“……저기, 사람은 보통 행동으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요?”

쿠루미의 설명을 듣던 공선자가 도저히 찾지 못하고 이견을 제시하자 쿠루미가 으음! 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뭐라 설명해야 좋을지 그에 맞는 적당한 단어를 고민하는 것이었다. 그에 그녀를 대신해서 프로아가 입을 열었다.

“으으음……. 그러니까 요컨대 행동이 거칠어도 의외로 마음이 여린 사람이 있고, 반대로 블러드처럼 소심한데 의외로 마음이 강한 사람이 있다! 뭐 이런 이야기 아닐까?”

프로아의 비유에 순간적으로 크게 놀라 자신도 모르게 걸음이 꼬일 뻔했던 공선자. 허나, 그 사실을 어떻게든 내색하지 않으면서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에 침을 삼키는 것이었다.

그야 프로아의 비유처럼 딱히 공선자가 겉은 소심해 보여도 마음은 강하다, 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지금의 공선자는 자신의 감정조차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진실 된 겁쟁이가 분명했으니 말이다.

허나, 그와 비슷한 형태로 공선자가 숨기는 것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우연이라고는 해도 그 사실을 찌르고 들어오는 것 같았던 프로아의 발언에 순간적으로 극심한 혼란을 내보였던 것.

어떻게든 그 혼란을 수습하고 떨리는 동공을 통해 프로아를 슬그머니 살펴보는 공선자였지만 그런 그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로 프로아가 자신이 생각한 바를 이어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첫인상과는 다른 의미로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된다, 라는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평소에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도 의외로 마음속에 담아두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대충 그런 의미지!”

“응, 응! 쿠루미는 그걸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임. 여하튼 그런 이유로 쿠루미는 생각한 걸 그대로 이야기한 거임.”

프로아의 설명에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속 시원하게 설명해줘 막힌 속이 뻥 뚫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쿠루미.

그리고 직후 이어진 그녀의 어째서 그런 식으로 비꼰 것인가, 하는 설명에 순간적으로 이해가 따라가지 않은 프로아와 공선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었다.

“어……? 그러니까 비꼼의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진짜로 고그씨가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어서 그 사실을 그대로 입에 담았을 뿐이었다는 이야기인가요? 일종의 감탄을 담아서?”

“그런데 그게 어째서 비꼬는 것처럼 들렸던 건데?”

“그야 의리를 그렇게 따지면서 행동거지가 왜 그런 거냐는 의미로 비꼬는 의미를 담기도 했으니까?”

자신이 말해놓고서도 어째서 마지막에 가서는 의문형인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쿠루미의 대답에 공선자와 프로아가 슬쩍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서로 다른 목소리로 같은 말을 입에 담는 것이었다.

““그거 그냥 비꼬는 거 아닌가요(아닌가)?””

“……그런 거임?”

아니, 자기가 말해놓고서 그걸 왜 자신들에게 묻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공선자와 프로아였지만 마이페이스인 쿠루미가 상대이니 이제는 포기했다는 것처럼 그저 한숨을 푹 쉬는 것으로 이 화제는 그만두기로 하는 것이었다.

“주변에 시비를 걸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할 것 같은 그 고그가 의리를 중시한다는 게 의외이기는 하지만 뭐, 그런 사람도 있는 거겠지.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앞으로 고그에게는 의리가 없다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걸로 마무리 짓자. 응, 이번에는 열길 불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교훈을 얻은 걸로 결과적으로는 올라 잇!”

“그거 이런 때에 얻을 수 있는 교훈이었나요. 뭔가 그럴듯하면서도 그럴듯하지 않은 게…….”

보통은 배신당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아닐까 하는 딴죽을 조심스럽게 거는 공선자였지만 프로아는 공선자의 그런 딴죽을 듣지 못한 것으로 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정작 쿠루미들은 자기 자신들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말임. 그런 의미에서 고그는 운이 좋았던 거 아님? 노린 건 아니라고 해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었으니깐 말임.”

“정말! 기억상실이니 하는 우중충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지금은 그것보다 밥을 먹자! 밥을!”

“아니, 쿠루미는 그래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꺼냈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말임…….”

여하튼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끝에 공선자와 쿠루미, 프로아는 각자의 저녁 식사를 받아서 테이블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아직도 머리에 물기가 남아있는 프로아와 쿠루미에게서 거리를 두려고 하다가 오히려 그걸 이상하게 생각한 두 사람이 쌈닭과 전투를 벌이던 과정에서 무슨 후유증이 남은 건가? 하고 걱정하며 눈앞까지 거리를 좁혀와 눈앞이 팽팽 도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적어도 운이 좋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뭐야? 가장 먼저 올 것처럼 굴던 녀석이 어째 가장 나중에 도착하는 거냐?”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보는데 말이지. 약속시각은 정확하게 지켰을 터다. 몇 초 정도 오차가 있기는 했지만 늦은 것은 아니니 그 정도는 문제없지 않나?”

“크헥! 이제 보니까 가장 빨리 도착할 녀석이 아니라 가장 정확하게 도착할 녀석이었던 거냐? 네 녀석은 무슨 기계냐?”

“딱히, 약속을 깰 생각은 없지만 그 이전의 시간은 최대한 나를 위해서 효율적으로 사용했을 뿐이다. 민폐를 끼친 것도 아니니 문제는 없다고 보는데 말이지? 그보다는 나는 네 녀석이 약속시간보다 빨리 나와 있다는 사실이 놀랍군.”

“빌어먹을, 나도 몰라. 그냥 약속을 했으면 꼭 지켜야 하니까 10분은 먼저 나와 있어야 한다고 나도 모르게 생각했을 뿐이니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의외라는 것인데 말이지…….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억을 잃기 전부터 약속을 중시하는 녀석이었던 것 같은 네 녀석은.”

“아앙? 내가 확실히 그렇게 좋은 놈은 아니라는 자각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그 말투는 시비 거는 거냐? 엉?!”

그리고 공선자와 쿠루미, 프로아가 고그가 자리를 잡은 테이블로 돌아오자 거기에는 어느새 마지막 파티원인 밀리언까지 도착하여 고그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었다.

“아! 밀리언도 왔구나! 자자, 그럼 저기 가서 식사를 받아와! 약속했던 대로 저녁 식사를 하면서 향후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흠, 그러도록 하지. 메뉴는……, 아침하고 점심과 별반 다르지 않은가. 내가 알고 있는 것하고는 다르지만 이쪽은 이 메뉴가 주식이라는 느낌인 것 같군. 받아오겠다.”

그런 밀리언을 발견한 프로아가 말을 걸어오자 그녀와 그녀가 들고 있던 식사에 한 번 시선을 주었던 밀리언은 마지막으로 도착한 자신만 아직 저녁을 받아오지 않았다는 생각에 곧바로 프로아가 시키는 대로 자신의 저녁 식사를 받으러 가는 것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대화(말싸움)를 하고 있었으면서 이제는 자신은 신경도 쓰지 않고 가버리는 밀리언을 바라보며 고그가 한 번 혀를 차더니 아직 이제 막 식사를 가져온 공선자들은 아직 테이블에 앉지도 않았는데 자기 혼자서 식사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왕 같이 저녁을 먹는 거 같이 먹기 시작하면 좀 좋으냐는 의미를 담아서 그런 고그를 뾰로통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프로아였지만 이제는 포기했다는 것처럼 테이블의 의자에 앉는 것이었다.

그에 옆에서 연이어서 착석하는 쿠루미. 그에 공선자는 살짝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고그와 떨어진 자리에 앉은 결과 공선자는 어디에 앉더라고 고그와 쿠루미, 혹은 프로아의 사이에 끼게 앉을 수밖에 없는 것.

공선자로써는 프로아와 쿠루미는 그가 숙맥이라는 의미에서 적어도 머리카락의 물기가 다 마르기 전에는 옆에 앉는 곤란했다.

고그는 다른 의미로 옆에 앉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괜히 옆에 앉아서 식사를 하다가는 언제 화풀이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음식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알 수가 없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요컨대 어딜 앉든지 각각의 다른 이유가 겹치는 것으로 체할 것 같은 포지션이라는 이야기. 허나, 그렇다고 서서 식사를 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결국에는 고그의 옆자리 겸 프로아의 옆자리냐, 고그의 옆자리 겸 쿠루미의 옆자리냐, 라는 양자택일의 선택이었는데…….

‘……그냥 다른 테이블에 앉을까?’

자신들의 인원수가 5명이라는 사실에 의자가 숫자가 5개인 테이블에 먼저 앉아 있었던 것이 실수였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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