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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4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74/194)



〈 174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테이블에 앉자니 그들이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것이 오늘 쌈닭을 사냥한 것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향후 자신들의 파티들이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 자신만 다른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그런 이유로 조금 울상이 되었던 공선자이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서 좀 더 가까운 자리였던 프로아의 옆에 앉는 것이었자.

딱히 쿠루미보다 프로아가 더 편해서라는 이유는 아니었다. 지금의 공선자에게 쿠루미나 프로아나 고그보다는 조금 못한 수준으로 불편한 사람이었으니까.

애초에 공선자에게 편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한 일이었고 말이다. 아니, 있다고 한다면 자신도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적’이 아닐까?

여하튼 그런 이유로 딱히 쿠루미와 프로아를 비교해서 자리에 앉은 것이 아닌 저기나 여기나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에 체할 것을 각오하고 가까운 자리에 앉은 공선자.

프로아와 쿠루미의 경우에는 밀리언이 식사를 받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공선자가 누구의 옆에 앉는지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이봐, 너희들도 저놈한테 뭐라고 좀 해보라고. 우리들 중에서 가장 늦었잖아? 다음부터는 더 빨리 나와라, 뭐, 그런 식으로.”

막 프로아와 쿠루미가 테이블에 앉아 밀리언을 기다린 뒤 함께 식사를 시작해야 할지, 아니면 어차피 고그는 먼저 먹기 시작한 거 자기들도 먼저 먹어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어? 밀리언이 늦은 게 아니라 우리가 조금 더 빨리 온 거잖아? 밀리언은 딱 시간에 맞춰서 왔다는 모양인데?”

“쳇! 원래 약속 시각에는 10분 먼저 도착해 있는 거라고! 그게 약속을 한 사람에 대한 배려라는 거 몰라? 앞으로…….”

역시 밀리언이 정확하게 약속시간에 맞춰서 나온 것인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프로아와 쿠루미에게 동의를 구해왔는데 두 사람은 약속시간에만 맞추면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으냐는 의견이었다.

확실히 정확하게 약속시간에 맞춰서 도착한 것은 조금 인간미가 없어 보일지도 몰랐지만 그거야 그 사람 개인의 특성이니 굳이 바꾸려고 들 필요가 없는 것.

그에 고그가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두 사람의 대답에 역시나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인지 반론하던 말을 끊지 않고 좀 더 강하게 무엇인가를 주장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런 고그의 말을 끊으며 때마침 자신이 먹을 저녁 식사를 받아온 밀리언이 고그와 쿠루미의 사이에 태연한 표정으로 앉으며 입을 여는 것.

“그 부분은 나랑 의견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겠군. 나는 그런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할 바에는 할 수 있으면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쓰자는 타입이니 말이야. 약속시간이야 뭐가 되었든 정확하게 지키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왜 굳이 10분 더 일찍 나오는 것에 집착하지?”

“하? 딱히 집착 같은 거 하지 않았거든? 그냥 네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라고.”

아니, 말로는 부정하면서도 고그 역시 체감하고 있었다. 자신이 약속이라는 개념에 꽤나 연연하고 있음을 말이다.

문제는 기억을 잃은 고그로서는 스스로에 대한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째서 자신이 그렇게 약속과 약속시간에 연연하는 것인지 잘 알 수 없다는 것.

차라리 이유라도 안다면 속이 시원할 텐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괜한 짜증을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눈치챈 밀리언이 태연하게 고그의 옆에 앉은 상태로 자신 역시 식사를 시작하며 입을 여는 것이었다.

“흠, 설령 기억이 없다고 해도 인격은 그대로이기에 본래부터 자신이 집착하던 것에 집착을 하게 된다는 건가. 이유도 모른 채로. 사돈 남 말 할 처지가 아니군.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으니 굳이 기억을 되찾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역시 기억은 될 수 있으면 되찾아야겠어.”

밀리언의 그 발언에 공선자는 새삼스럽게 파티원들이 처한 현실이 자신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그들은 공선자처럼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생존에 필요한 요소를 제외한 모든 기억이 지워진 것.

에볼루션 시스템이라는 영문을 모를 ‘권능’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앞으로 살아가면서 늘 자신에 대해서는 ‘왜?’ 라는 의문을 안고 가야 하는 운명인 것.

자신이 무엇인가를 좋아해도 ‘왜?’ 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취향의 계기조차 기억이 나지 않으니 어째서 자신이 그것을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

그렇기에 평범한 사람은 그저 좋아하니까 즐긴다, 라는 선택지도 그들에게는 좋아하기는 좋아하는데 왜 좋아하는지 모르니까 찝찝하다, 라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생각 이상으로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요소가 될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밀리언은 포함한 챌린저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를 목표로 하게 되는 것.

그럴 것이 지금 밀리언이 이야기한 것처럼 언제까지나 자신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은 찝찝함을 넘어서 스트레스로 다가오니 말이다.

어지간히 신경이 굵지 않은 이상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과거에 대해 신경이 쓰일 테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큰 고통으로 작용할 테니깐 말이다.

‘이게 천사가 말했던 유도…….’

새삼스럽게 밀리언의 이야기를 통해서 천사들이 말했던 유도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깨달은 공선자는 자신 역시 프로아들과 마찬가지로 과거를 전부 잊은 채로 그저 천사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치를 떠는 것이었다.

물론 설령 기억을 잃지 않았다고 해도 그들이 장기말에 가까운 처지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동시에 새삼스럽게 밀리언의 언급한 것으로 인하여 자신들이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다시금 인식하게 된 파티원들의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말했다시피 기억을 잃어 자신에 대해서 그 무엇도 알 수 없다는 것은 사소한 점부터 시작해 자신을 이루는 근본적인 인격에조차 ‘왜?’ 라는 의문을 떠올리게 만들어 그저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렇기에 사람의, 인격에 따라서는 기억이 없다는 것 자체를 견디지 못할 거대한 공허로써 느끼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할 터.

예를 들자면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격이라면? 그 의존하는 누군가가 없을 때는 제대로 살아갈 수도 없는 타입이라면?

그런 사람이 인격은 그대로인데 과거를 송두리째 잃어버려 자신이 의존하던 사람조차 잊어버렸다고 해봐라.

그렇다면 과연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심할 경우에는 빈 기억에 의한 공허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 충동에 시달릴 수도 있었다.

실시간으로 자살 충동에 시달리며 또한 시도하는 삶이 과연 제대로 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결코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의 과거를 되찾는 것이 선택사항이 아닌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필수사항’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그런 의미에서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언급은 챌린저들에게 있어서 당연히 분위기를 무겁게 만드는 요소에 해당했다.

비유를 하자면 물이나 음식과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생필품인데 그것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당장 목숨이 지장이 가지는 않아도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과연 누가 기쁜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크, 크크큭!”

그렇기에 조금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서 갑작스럽게 밀리언이 혼자서만 작게 웃음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어째서 갑자기 웃기 시작하는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공선자들.

고그는 이 녀석이 미쳤나? 라는 자신의 의문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표정으로 내비치며 밀리언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야 지금의 이야기에서 웃을 만한 요소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프로아들로써는 이해할 수 없었으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저기, 웃을 거면 이유라도 말해주고 웃지 않을래? 딱히 웃는 것까지는 막을 생각이 없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으니깐 말이야. 거기 옆에 앉아 있으신 분은 그 이상 웃으면 때려버리겠다! 라는 얼굴이고.”

그런 상황이었기에 일단 프로아가 나서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작게 웃음을 띠는 밀리언에게 그 이유를 묻는 것이었다.

밀리언의 웃음이 계속해서 이어질수록 바로 옆에 앉아 있던 고그의 기분 나쁘다는 분위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었으니까.

“큼큼! 미안하군. 그저 타인에게 그런 시비를 거는 태도가 평상 운전이면서 약속시간을 무조건 10분 더 빨리 나오고,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의리에 죽고 사는 사람이라. 큭! 그런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던 기억의 잃기 전의 이 녀석이 뭘 하던 녀석인지 전혀 예상이 가질 않아 조금 헛웃음이 나왔을 뿐이다.”

프로아의 질문에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는지 자신이 웃고 있던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밀리언이었다.

물론 그런 밀리언의 설명을 옆에서 듣고 있던 고그의 얼굴이 설명이 이어질수록 더욱더 기괴하게 일그러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나 고그를 제외한 다른 이들 역시 밀리언이 꺼낸 이야기에는 적든 크든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아, 확실히……. 뭐하던 사람이었는지 전혀 예상이 가질 않는 요소가 모여 있기는 하네? 쿠루미는 알겠어?”

“전혀 연관성이 없는 요소들만 모여 있는 게 예상이 가겠음? 오히려 이쪽이 묻고 싶음. 도대체 뭐하는 인간이었기에 저런 요소들이 모이는 게 가능한 거임?”

역시 함께 목욕을 하는 것으로 전보다 조금 더 친밀해진 것 같은 프로아와 쿠루미였다. 자신의 옆에 앉아 어느새 식사를 시작한 쿠루미에게 조금 거리낌없는 느낌으로 의견을 묻는 것을 보면 말이다.

쿠루미 역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대답하는 모습에 공선자는 사람이라는 게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쉽게 친밀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조금 감탄을 하는 것.

사람과 사람으로서의 관계를 가지어 본 적이 없는 공선자에게 쿠루미와 프로아가 어느새 서로의 사이에 있던 벽 하나를 허물었다는 사실은 조금 눈부시게 보일 정도.

물론 어디까지나 벽 하나를 허물었다는 것일 뿐이었다. 어제 막 만난 두 사람이 아무리 빠르게 가까워져도 한계가 있기도 할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십년지기와 같은 수준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계기만 있으면 사람은 저렇게 빨리 친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한 느낌은 받는 공선자.

“너희들……. 듣자듣자 하니까 사람을 무슨……!”

물론 공선자가 쿠루미와 프로아를 보며 그런 어떤 감탄을 하고 있던지 와는 상관없이 두 사람의 발언에 결국에는 터져버린 것인지 고그가 으르렁거리며 당장에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것 같은 분노를 표출하는 것.

“자자, 진정하도록.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다. 거기에 전원 식사를 가져왔고 자리에 착석했으니 슬슬 약속했던 대로 전원이 모인 뒤에 나누기로 했던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고그의 과거가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그것은 지금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에 관련된 이야기도 이제부터 나눌 본론에 포함되어 있는 만큼 밀리언의 언급에 파티원들 전원이 저녁 식사를 이어가면서도 본격적으로 본론에 들어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젠장! 아주 사람을 가지고 놀고 있기는……! 뭐, 좋아. 이 이상 너희들하고 어울릴 바에는 빨리 나눌 이야기만 나누고 내 방으로 돌아가는 게 내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으니깐 말이야.”

밀리언의 발언에 괜히 여기서 더 열을 내어봤자 자기만 손해라는 느낌을 받았기에 일단 열을 삭이는 고그.

그렇게 고그가 진정 아닌 진정을 하자 드디어 3시간 만에 다시금 한자리에 모인 파티원들은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준비를 끝마칠 수 있었다.

“그래서? 향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좋다고 치자고. 그냥 될 대로 움직이라는 것보다는 역시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게 효율적이니 말이야. 그런데 그 계획이라는 거,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세울 건데?”

단지, 그럼에도 완전히 열을 식히지는 못한 것인지 조금 삐딱한 목소리로 따지고 드는 고그의 발언에는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자신들이 다시금 3시간 만에 모인 이유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 그 대화의 포문을 여는 고그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에도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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