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6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76/194)



〈 176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단, 공선자가 떠올린 것을 지금 고민해볼 정도로 그들은 모험가로서 다음 단계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프로아가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자! 하고 깔끔하게 뒤로 밀어버리자 공선자는 조금 주눅이 들어 깨작깨작 음식을 먹는 것.

그리고 직후 프로아가 언급한 화제에 대해서 고그가 이미 결론이 난 것 아니냐는 투로 턱을 괴며 말하는 것.

“딱히 결정할 건 없지 않냐? 네가 말한 대로 자유 의뢰를 달성하는 걸로 페널티를 없앨 수 있다면 일단 어느 정도 강해질 때까지 쌈닭을 사냥하며 지내는 걸로…….”

“응, 무리. 그야 이번 일로 우리가 얻은 교훈이 2가지잖아? 첫 번째로 귀속 의뢰는 정말로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에만 수주받는 것. 그리고 두 번째로…….”

다 해결된 거 아니냐는 고그의 발언을 단호하게 부정하는 프로아의 태도에 고그가 미간을 좁혔지만 직후 쿠루미가 그녀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된다는 것처럼 말을 이어받았다.

“……나중에 라면 몰라도 당장의 몬스터 사냥은 그렇게 큰돈이 되지 않는다, 라는 거임?”

“그 말대로야. 요컨대 우리는 패널티 때문에 잡일 의뢰를 수행해야 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잡일 의뢰를 수행해야 한다는 거야! 이거 돌아오는 길에도 언급했었지?”

프로아의 그 발언에 그제야 쌈닭을 사냥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누었던 대화를 잠깐 떠올린 고그의 인상이 꺼멓게 죽는 것이었다.

고그는 정말로 어지간히도 잡일 의뢰를 하고 싶지가 않았던 모양. 허나, 당장 하루에 한 마리씩 쌈닭을 사냥하는 것으로는 도저히 먹고살 수 있을만한 돈을 벌 수가 없는 것.

“토벌 증표만 가져오면 1만 원. 이걸 다섯이서 나누던 한 명단 2천 원. ……살짝 무리해서 서너 마리를 잡는다고 해도 하루에 4천 원에서 6천 원. 확실히 무리군. 이걸로 먹고 사는 건.”

“뭐, 에볼루션 시스템이 있는 이상 우리도 점점 강해지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때까지 시간이 걸리잖아? 그러니 몬스터 사냥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 때까지 결국 잡일 의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지.”

밀리언이 쌈닭을 사냥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잠깐 계산한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프로아가 그런 이유로 잡일 의뢰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쌈닭을 사냥하고 남는 시간에 잡일 의뢰를 수행하면 적어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은 벌 수 있을 거야. 물론 그것도 아껴 쓴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지만.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한 달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한가!’ 에 대한 부분이지!”

그리고 이 부분이 다름 아닌 프로아가 제안할 향후에 대한 계획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야 먹고살겠다고 제대로 모험가 활동을 못해서 강해지지 못하면 의미가 없잖아? 언젠가 멸망하는 세계에서 죽을 뿐이야. 결국 우리의 최종 목표는 세계의 멸망을 막고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거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기억 쪽은 몰라도 세계의 멸망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도저히 실감이 되질 않는 목표였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아는 최종 목표 이전에 단계적으로 달성해 나아갈 수 있으며 제대로 실감되어 보다 의욕을 낼 수 있도록 세계 멸망을 막는 것을 ‘대목표’로 설정하고 거기에 도달하기까지의 ‘소목표’를 만들자고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그 소목표의 일환으로 우선 첫 번째, 1달 동안 생활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을 계산하고 그 금액을 맞추기 위해서 잡일 의뢰를 한다! 두 번째, 최소한의 금액을 벌 수 있을 만큼 잡일 의뢰를 수행하고 남은 시간을 최대한 모험가 활동에 투자하여 우선 직업이라는 걸 얻을 수 있는 레벨 10을 달성한다는 것을 소목표로 잡자는 거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1달 동안 생활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이라는 부분이었다. 요컨대 1달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할지를 계산한다는 것.

그리고 여기서 다시금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 말 그대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계산하는 부분이었다.

“다시금 말하지만 먹고 사는 것에 바빠서 몬스터의 사냥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돼. 우리들의 ‘대목표’를 위해서라도 말이야. 그러니까 잡일 의뢰는 정말로 ‘최소한’으로 줄여야 해. 그를 위해서 잡일 의뢰를 통해서 달성해야 하는, 말 그대로의 ‘최저한’의 ‘소목표’를 결정해두는 거야.”

그리고 그 ‘소목표’를 달성하면 더 이상 잡일 의뢰는 하지 않고 최대한 자신들의 ‘본업’에 집중한다.

“프로아가 이야기하는 최저한의 생활비라는 거 말 그대로 먹고 자고 입는 것 외에는 모든 걸 배제한 생활비라는 의미인 거임?”

“그런 거지!”

쿠루미가 약간의 당혹감을 담아서 프로아에게 묻자 그녀가 상큼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에 약간 현기증이 일어난다는 것 같은 반응을 보이는 쿠루미. 그에 그다지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프로아의 발언에 어째서 그녀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해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최저한의 생활비만 벌고 그 외 나머지 시간을 모험가의 활동을 위해서 소비한다. 최저한의 생활비만 벌겠다는 건 다르게 이야기하면 최저한의 생활만 유지하겠다는 의미. 요컨대 우리는 그만큼 질이 떨어지는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그야 질이 놓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돈이 필요하니 말이다. 즉, 당장은 모험가로서 수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좋을 질의 생활을 유지하려면 그에 비례하여 잡일 의뢰를 맡는 시간을 더 늘릴 수밖에 없다는 소리.

그런 의미에서 지금 프로아가 내놓은 방책은 자신들의 생활의 질을 희생하는 것으로 좀 더 빠르게 모험가로서의 실력을 기르자는 의미인 것이었다.

“자, 잠깐?!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적어도 최소한은 아니라 어느 정도 생활 수준을 유지하며 모험가로서의 경험을 늘려도 되는 것 아니야?!”

밀리언의 프로아의 계획에 담긴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자 고그 역시 쿠루미와 마찬가지로 굳이 그렇게까지 무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반론을 입에 담는 것이었다.

그야 어느 누가 자신의 생활을 희생해서까지 일을 하고 싶겠는가? 그래서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었다.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인데 일을 위해서 자신의 생활을 희생해야 하다니!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였고 챌린저들에게는 결코 해당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저기, 우리한테 정말로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모험가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고그의 반론에 프로아가 조금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에 도저히 반박할 논리가 떠오르지 않은 고그는 이를 악물며 그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해주는 것이었다.

그래, 프로아의 이야기대로 공선자들은, 아니, 챌린저들은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넘치는 입장이 아니었다.

세계의 멸망을 막고 기억을 되찾아야만 한다. 그 ‘대목표’가 존재하는 이상은 챌린저들은 자신의 생활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희생시킨다고 해도 도저히 ‘여유롭다’는 입장에 설 수가 없는 것.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고그는 결국 조금이라도 더 빨리 자신들의 ‘대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생활의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납득을 표하는 것이었다.

“뭐,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결국 우리가 무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대목표 때문이잖아? 그러니까 그걸 포기하면 돼.”

세계가 멸망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기억도 없으면 없는 대로 괜찮지 않으냐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보다 여유롭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터. 하지만 말이 쉽지 그게 가능할 것 같은가?

“으으음……. 쿠루미라면 가능할 것 같음. 하지만 프로아들은 힘들지 않겠음?”

……예외적으로 워낙 태평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하나? ……취미가 뭐라고 묻는다면 당당하게 멍하니 있는 거라고 대답할 수 있는 쿠루미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다른 것 같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런 그녀조차도 자신의 과거가 아예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심지어 세계 멸망의 경우에는 언제 자신이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무시하며 지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고 말이다.

파티원들 중에서 가장 게으른 성격의 쿠루미조차 그럴 수준인데 과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쿠루미의 질문에 자신도 딱히 상관없다, 라는 식으로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하는 것만 봐도 답이 나오는 것.

생존 본능을 기준으로 뽑힌 챌린저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세계의 멸망이라는 예정된 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처럼 평범한 생활을 태연하게 유지하는 결코 우리라는 이야기.

자신들의 힘이 닿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그 멸망이라는 것을 막기 위해서 움직이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천사들이 말한 유도 중 하나겠지. 기억과 생존을 담보로 잡고 챌린저들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거다.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을 선택지가 없다는 이야기지. 뭐, 여기서 어지간히 일하기 싫어하는 타입이라면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말했다시피 챌린저들 중에서 그런 이가 나올 확률은 한없이 0%에 가깝게 수렴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결국 공선자들에게 남아있는 선택지는 결국 프로아의 계획대로 자신들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선만큼 희생시켜서 최대한 많은 모험가 활동을 경험해서 실력을 쌓는 것.

“그, 그래도 저희가 어느 정도 실력을 쌓으면 결국 나중에 가서는 모험가 활동만으로도 어느 정도 수입이 들어와서 생활 수준이 나아질 테니까 결국은 나중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대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어지간히도 자신의 생활을 희생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인상을 구긴 상태인 고그.

그런 고그를 설득해보고자 공선자가 조금 용기를 내어서 자신이 떠올린 것은 입에 담자 고그가 팔짱을 턱을 괴고 있던 손을 푼 뒤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제기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냐고. 어떤 자식이 남의 기억을 가지고 이따위 장난질이야?”

고그가 허공을 노려보면서 으르렁거리듯이 중얼거렸다. 아마도 자신의 눈앞에 떠있는 스트림 창을 노려보고 있는 것일 터.

기억을 온존하고 있는 공선자와 다르게 그들의 스트림에는 멸망을 막기 위해서 힘이 필요하다는 내용 외에도 멸망을 막으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수 있다고 표시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어떻게 보면 마치 기억을 담보로 잡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 스트림 창을 노려보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다른 챌린저들 역시 조금씩은 고그와 같은 심정일 터이니 말이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세계에서 돌연 눈을 떠보니 기억은 없고 세계의 멸망이니 하는 거창한 스케일의 사건에 휘말렸으니 당혹스러움이 가라앉은 뒤 ‘자신이 어째서 이런 일에 휘말린 거냐?’ 라는 억울함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

하지만 억울해하기만 해서는 자신들이 처해있는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저 불만을 늘어놓는 것으로 시간을 허비할 생각은 없었다.

“자자, 기분을 이해하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잖아? 휘말려버렸다는,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으니까 적어도 어떻게든 휘말린 상황에서도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결정해야지. 일단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소목표를 정하는 거려나?”

고그의 억울함에 동조하듯이 다시금 질척하게 분위기가 가라앉는 공선자들이었지만 프로아가 그런 분위기 조성을 막듯이 입을 열자 어떻게든 화제를 전환할 수 있었다.

“소목표라면 결정된 거 아님? 잡일로 최저한의 생활 유지, 그러면서 일단 레벨 10을 달성. 이게 소목표 아님?”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닌데 거기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요컨대 첫 번째 소목표인 최저한의 생활비 마련이라는 부분을 정확하게 수치화시키자는 이야기지.”

단순히 최저한의 생활비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목표 금액을 설정하는 것이 좀 더 명확한 목적의식을 통해서 의욕을 불태울 수 있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서 ‘이번 잡일 의뢰만 끝내면 이번 달은 더 이상 잡일 의뢰를 수주받지 않아도 된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일리 있군. 그래서 구체적으로 그 최저한의 생활비라는 녀석은 얼마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

“……글쎄요?”

여기까지 이야기했으면 적어도 생각해둔 금액은 있을 것이란 밀리언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대답에 순간적으로 감도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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