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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80/194)



〈 180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뭐, 그 여자의 개인자금을 누가 관리하든지 하는 건 당사자들끼리 결정하고 공동자금에 관한 건으로 돌아와서 애초에 네가 안 하면 따로 할 사람이 없다고밖에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없겠군.”

“몰라, 알아서 해. 빌어먹을. 난 낼 만큼의 돈만 낸 다음에 신경 끌 생각이니까. 아, 그렇다고 만약 사전에 약속했던 것보다 제공하는 의식주의 질이 떨어지면 아주 날을 잡아서…….”

“그렇게 이야기해도 당장 계획한 것에 따르면 정말로 최소한의 의식주만 제공할 생각이다만?”

“아니, 그러니까 그 최소한의 의식주만이라도 제대로 제공해달라는 거잖아?! 의식주라고 이야기하면서 길바닥에서 노숙하고 물만 마시게 하는 짓 같은 건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제발 부탁이니까 다른 건 안 바라니 말한 대로 최소한의 의식주만큼은 확실하게 챙길 수 있기를 원하는 고그였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챌린저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로 다른 세계로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해도 완전히 길바닥에 내던져진 신세는 아니었다.

그 위대한 존재이니 하는 녀석의 최소한의 배려인지, 아니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챌린저들은 자기가 원하는 장기말로 사용하기 힘들어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소나타 모험가 길드의 길드장이라는 사람에게 약간이지만 간섭을 하는 것으로 최소한 챌린저들이 먹고살 수 있는 수단은 만들어둔 것이었다.

그러니 적어도 그 수단을 십분 이용해서 최저한이라도 좋으니 제발 먹고사는 것만큼은 지장이 없으면 하는 게 지금 챌린저들의 공통적인 바람일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도 그들에게 남겨진 난제는 수두룩했지만 적어도 굶어 죽는 것만큼은 어떤 인간이라고 해도 사양하고 싶지 않겠는가?

“으윽! 아, 아무도 내 편을 들어서 쿠루미를 어떻게든 갱생해줄 생각은 없는 거야?! 딱히 쿠루미의 자금 정도야 관리해줘도 문제는 없지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에 한정된 이야기고! 정작 당사자인 쿠루미한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잖아!”

예를 들자면 원할 때에 프로아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사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없다던가, 지금보다 더 게을러진다든가, 지금보다 더 게을러진다든가, 지금보다 더 게을러진다든가! 하는 거 말이다.

“특히 공동자금은 경우에 따라서는 파티원들 네 명한테 적대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억지력이라도 존재하지 개인자금은 수틀려도 1명하고밖에 적대 관계가 되지 않기도 하다고? 즉, 사람에 따라서는 훨씬 돈을 떼먹기 좋은 이야기라고. 특히 조금씩, 조금씩 돈을 빼돌리기.”

그런데 도대체 자신의 뭘 믿고 자기한테 개인자금을 맡기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처럼 고개를 도리질 치는 프로아.

그러나 그런 프로아의 설득에도 쿠루미는 요지부동인 것이었다. 자신이 게으른 거야 기억은 없지만 원래 그렇다고 해야 할까, 태생이 그러하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으니 이제 와서라는 느낌.

원할 때 원하는 물건을 프로아의 허락을 받고 사야 한다는 것도 문제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래야지 쓸데없는 지출이 줄어들 것 같으니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것.

그렇다면 결국 남은 것은 프로아를 믿을 수 있는가, 뿐이었는데 쿠루미는 이것 역시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그야 어제 처음 만난 사람을 투덜거리면서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못해서 데리고 다니고, 씻겨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사람임. 거기에 지금 이야기도 결국 쿠루미를 걱정해서 하는 말 아님? 이 정도의 호구……, 아니, 친절한 사람은 드문 거임. 그런 이유로 쿠루미는 충분히 프로아를 믿음.”

“지금 호구라고 하려고 했지?! 아니, 확실하게 이야기한 것 같은데?! 나, 취급이 너무한 거 아니야?!”

어떻게 봐도 자신을 이용해먹기 좋은 사람처럼 이야기하는 쿠루미의 발언에 프로아가 조금 울상이 되어서 옆자리에 앉아 있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따지고 드는 것이었다.

아니, 그 이전에 먹여주고 재워주기까지 한 겁니까? 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런 프로아를 바라보는 공선자.

하지만 확실히 그 정도로 도와줬다면 쿠루미가 프로아에게 상당한 신뢰를 보내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어떻게 들어도 상당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거의 보모에 가깝게 쿠루미를 도와주었던 모양이니 말이다.

공선자라고 해도 프로아 같이 누군가가 친절하게 도와준다면 분명히 신뢰가 갈……,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이것 딱히 프로아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냥 공선자가 아무리 순수한 호의로 접근해도 그 순수한 호의를 순수한 호의로써 받아들일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을 뿐이니 말이다.

여하튼 이건 쿠루미도 문제가 있었지만 사람이 좋다 못 해서 말랑말랑하게 무르기 그지없는 프로아에게도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공선자였다고 한다.

물론 그런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낼 정도의 용기가 공선자에게 있을 리는 없었지만 말이다.

“브, 블러드! 그래! 블러드, 너도 쿠루미한테 뭐라고 쫌 해줘! 원래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야지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저희는 이미 훌륭한지, 아닌지를 따지기 이전에 어른이 아닐까 하는데요. 오히려 굳이 따지자면 글러 먹은 어른이 아닐지…….”

공선자가 그와 같은 생각을 뇌리에 떠올리고 있을 때 돌연 프로아가 자신을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고그와 밀리언을 포기하고 공선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에 도와주고 싶어도 도대체 어떤 식으로 도와줘야 할지 알 수가 없었던 공선자는 슬쩍 시선을 피하며 그녀의 도움을 외면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아무도 듣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프로아가 도움을 요청할 때 내뱉은 발언에 딴죽을 거는 그.

거기에 살짝 자조의 느낌이 담겨 있었다. 다른 파티원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선자라는 인간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도저히 제대로 된 어른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

‘아니,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나란 고그씨, 밀리언씨는 몰라도 프로아씨랑 쿠루미씨는 아직 미성년자라고 하지 않았나?’

분명히 19세와 16세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게 공선자가 주로 사용하는 한국의 나이인지, 아니면 세계적으로 통하던 만으로서의 나이인지는 잘 모르겠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결국 아직 20살도 채 되지 않은, 어른보다는 청소년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나이라는 것을 깨달은 공선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 그러니까 지금……. 고그씨랑 밀리언씨랑 나는 자기들이 자금관리를 하기 싫다고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았을 여자애한테 죄다 떠맡겨버린 거네?’

오히려 이렇게 이야기하니 쿠루미보다 자신들이 더 글러 먹게 느껴졌다! 아니, 실제로도 글러 먹었었다!

그야 쿠루미는 16세밖에 되지 않은, 어떤 의미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인생의 선배한테 의지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에 비하여 공선자를 비롯한 고그와 밀리언은 자신들보다 나이가 어린 학생에게, 그것도 여자아이한테 일을 떠맡겨 버린 것이었다.

물론 같은 챌린저라는 입장에 처해있고 앞으로도 함께 모험가로서 활동해야 하는 사이인 만큼 그런 걸 굳이 일일이 누가 따지냐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모험가라는 직업이 적어도 경험이나 경력은 몰라도 단순한 나이를 따질 만큼 무른 직업은 아니라는 사실을 오늘 쌈닭과 2번이나 마주한 아침의 공선자는 뼈저리게 깨달았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능력만 있다면 뭐, 나이에 상관없이 파티 내부에서 중요한 요직을 떠맡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닌 것.

모험가라는 직업은 몬스터를 전문으로 상대하는 직업인만큼 결국 요구되는 것은 실력, 즉, 나이와 무관하게 실력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직업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느낌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자신보다 몇 살은 나이가 어린 여고생한테 의지해야 하는 어른이라니……!

이렇게 생각하니까 스스로의 특수한 사정을 제외하고 생각해도 단순히 글러 먹은 어른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 사실에 왠지 그냥 죽고 싶어지는 기분이 드는 공선자. 그런 이유로 어깨를 늘어트리며 공선자가 조금 주눅이 들고 있을 때였다.

결국 공선자를 비롯해서 이 자리에 자신의 편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프로아는 각오를 다지는 것은 말이다.

“으으……! 뭐, 좋아. 내가 할 수밖에 없다면 내가 해야겠지! 이왕 하는 거 확실하게 관리해서 한 치의 낭비도 없이 최고의 품질의 의식주를 제공할 수 있게 할 테니깐 말이야!”

“그래, 부디 선전을 부탁하지.”

“흥, 그래 봤자 지금 머물고 있는 여관하고 먹고 있는 식사보다 훨씬 떨어지는 질일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야.”

“고그는 제발 분위기 파악 좀 했으면 좋겠음. 꼭 그렇게 의욕을 떨어트리는 말을 입에 담아야 하는 거임?”

프로아가 각오를 다지며 열의를 불태우며 입에 담은 결의에 밀리언은 크게 기대는 안 하지만 그래도 노력해준다고 하니 그건 그거대로 좋다는 투의 어조로 받아주는 것이었다.

고그는 애초에 기대를 안 하면 배신을 당할 일도 없다는 어떤 분의 명대사를 그대로 실천하여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었고 말이다.

그야 지금 그들이 머무는 여관과 그 여관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기본적인 수준이라고 해도 중위 수준의 실력을 지닌 모험가들이 머물고 먹는 수준의 공간과 음식이었다.

즉,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하위 모험가, 그것도 제대로 모험가라고 이야기하기 힘든 잡일 의뢰를 통해서 벌 수 있는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의식주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

어떻게 생각해도 6일 뒤부터는 의는 몰라도 식주는 지금 그들이 누리고 있는 것들보다 지극히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인 것이었다.

그러니 고그의 발언은 기대를 배제한 것 외에도 지극히 현실성 있는 발언이라는 소리.

물론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굳이 희망을 가지고 앞날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런 장소에서 해야 하냐는 쿠루미의 핀잔도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무, 뭐……. 괘, 괜히 높은 수준의 의식주를 제공하는 걸 기대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프로아씨도 너무 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다른 분들에 대해서는 제가 함부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적어도 저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요.”

“으으!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면 오히려 반발심 때문에 더욱 의욕이 나는걸! 좋아! 기대하라고! 반드시 그럴듯한 의식주를 제공해 보일 테니깐 말이야!”

“그건 상관없다만, 그 이전에 구체적인 슬슬 구체적인 소목표의 상정에 들어갔으면 하는데 말이지. 그래서 결국 한 달에 얼마 정도의 금액이 우리 다섯 명의 최저한의 의식주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프로아가 의욕을 내주면 파티원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굳이 억지로 그녀의 의욕을 꺾을 생각은 없었던 고그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공동자금을 관리할 사람이 결정된 이상은 이야기를 다음으로 진행해야 했기에 밀리언은 곧바로 다음 화제를 꺼내 드는 것이었다.

그에 일단 불타오르던 의욕은 집어넣고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온 프로아가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계산해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다른 파티원들 역시 자기 딴에는 대충 한 달에 얼마나 필요할지 계산을 해보더니 각자 생각했던 금액을 입에 담는 것이었다.

“으음……, 이 몸은 못해도 100만 원은 있어야 하거든? 풍족하게 먹지는 못해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먹고 컨디션 유지를 위한 편안 잠자리를 위해서는 말이야. 옷이야 뭐……, 대충 싼 물건을 사서 입으면 되는 거니까.”

“아니, 그럼 100만 원을 죄다 식과 주에만 때려 박는다는 건데 그것조차 풍족하지 않으면 풍족한 수준은 어느 정도라는 거냐?”

먼저 고그가 입을 열어 자신이 생각한 금액을 이야기하자 밀리언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많은 양이었던 것인지 이런 낭비벽을 봤나! 라는 표정으로 고그를 바라보며 질책하는 것이었다.

그에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미간에 이마에 사거리를 만든 고그가 곧바로 밀리언을 향해 ‘그럼 네놈은 얼마나 잘났기에 어느 정도의 금액을 떠올렸는지 들어볼까?!’ 하고 으르렁거리는 것.

고그의 그 발언에 밀리언은 딱히 표정변화를 보이지 않으며 그저 태연한 얼굴로 자신이 생각한 금액을 입에 담는 것이었다.

“흐음, 나는 대충 70만 원 상당이 적정수준이라고 생각한다. 20만 원씩을 숙박비, 여기에 30만 원씩 모아서 식비를 사용하고 남은 20만 원을 각자의 개인자금으로 원하는 옷을 사거나 모아두었다가 모험가로 활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소모품이나 장비를 마련하는 쪽으로 사용하면 되겠지.”

“으엑? 그건 너무 빡빡하지 않을까……? 20만원씩 5명이면 100만원. 그걸 다시 남자와 여자로 나누던 50만 원씩. ……한 달에 숙박비가 50만 원밖에 안 하는 여관은 그다지 질이 좋을 것 같지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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