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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3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83/194)



〈 183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우선은 이쪽 세계의 지식을 손에 넣는 걸 위주로 하자. ……밤의 나는 당장 레벨을 올려서 강해지는 걸 우선하고 있으니까.’

정확히는 메인 스트림에서 제시한 레벨 10을 달성하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아침의 공선자 역시 할 수 있으면 밤의 공선자처럼 레벨을 우선적으로 올리고 싶었다. 일단 레벨을 10 달성해야지 정말로 본격적으로 챌린저로서의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으니까.

……무엇보다 메인 스트림이라는 것을 진행하면 멸망이 예정되어 있다는 이 플라워 차원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이다.

이것은 논리적인 귀결에 의해서 나온 결론이었다. 그럴 것이 현재 진행 중인 레벨 10을 달성하라는 메인 스트림에 대놓고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며 그를 위해 레벨 10을 달성하라고 하지 않는가?

그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레벨 10조차 달성하지 못하면 세계의 멸망을 막을 ‘최소한의 자격조차’ 없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었다.

즉, 반대로 레벨 10을 달성하는 게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그 조건을 달성하면 추측건대 메인 스트림을 통해서 세계의 멸망에 간섭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고 예상하고 있는 것.

그런 이유로 사실 아침의 공선자 역시 이 추측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레벨10을 달성하고 싶었지만…….

‘지금의 나로는 밤의 나처럼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무리야. 그나마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꼴사납게 도망치지는 않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고작 그것이 한계인 상태였다. 도망치지는 않지만 제대로 싸우기도 힘들었다.

몇 시간 전에 쌈닭과 싸울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아군이라고 할 수 있는 파티원들이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지금의 공선자에게는 몬스터를 앞에 두고 몬스터의 살기에 도망치지 않고 간신히 맞서 싸워 운이 좋으면 일격을 꽂는 게 가능한 것 정도가 한계인 것.

이것으로는 도저히 밤의 공선자처럼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물론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나아질 수도 있었지만 이것도 당장은 가능한 일이 아닌가?

거기에 경험은 앞으로 파티원들과 함께 행동하면 무리 없이 쌓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굳이 무리하게 혼자 행동하여 경험을 쌓을 이유도 없는 것.

그런 이유로 일단 공선자는 레벨을 10달성하기 전에는 이쪽 세계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 위주로 파티원들이 잡일과 휴식을 취할 때 생기는 시간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레벨을 10달성하면 그 뒤에는 제작 계열의 스킬을 습득하여 이것저것 제작에 도전해볼 생각인 것.

그리고 덤으로 시간이 되면 식재료의 채취도 해볼 생각이었다. 물론 파티원들이 공선자의 의견을 각하했으니 일부로 혼자 나아가 식재료를 채취하지는 않아도 지식을 쌓아두었다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채취해보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럼 블러드가 제시한 금액을 결국 각하하는 거임?”

“그렇게 되겠네? 단지, 지금 블러드가 내어준 의견 덕분에 떠올린 게 있는데 말이야. 들어볼래?”

공선자가 그렇게 앞으로 뇌리에서 개인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결과적으로 공선자의 의견은 반려가 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가 조금 용기를 내어서 제시한 의견이 아무런 성과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공선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프로아가 무엇인가를 떠올린 것 같은 반응을 보여줬으니 말이다.

그에 파티원들이 그녀에게 시선을 모으며 어디 한번 떠올린 것을 꺼내보라는 시선을 보내자 그녀가 조금 자신만만하게 입을 여는 것.

“일단 지금 우리는 잡일 의뢰로 최소한 얼마만큼의 돈을 벌어야 할지를 결정하고 있는 거잖아? 그렇다면 우리가 결정한 최저한의 생활비에서 ‘모험가 활동을 통해서 벌 수 있는 돈’을 빼야 하지 않을까?”

공선자가 꺼낸 식재료를 직접 채취해서 식비를 삭감한다, 라는 의견을 통해서 ‘다른 활동으로 필요한 생활비를 삭감한다,’ 라는 공통점이 있는, 모험가 활동을 통해서 번 돈으로 잡일을 통해서 벌어야 하는 최저한의 생활비를 삭감한다, 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프로아.

그녀의 그와 같은 아이디어에 여태까지 자신들이 모험가 활동을 함으로써 벌 수 있는 돈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고 있었던 세 사람이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 같은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 애초에 잡일 의뢰는 우리들이 모험가로서 실력이 쌓이면 그만둬야 하는 일들이니 당연히 모험가로서의 수입도 생각해두었어야 했는데 완전히 잊고 있었다.”

“너희들이 하도 잡일, 잡일, 잡일! 하고 노래를 부르니까 그렇지! 나도 잊고 있었잖아!”

“그야 당장은 큰 벌이가 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잊는 것도 어쩔 수 없지 않음?”

밀리언과 고그, 쿠루미가 순서대로 자신들이 왜 모험가 활동을 통해서 벌 수입을 잊고 있었는지 그 이유를 입에 담는 것.

그리고 직후, 지금이라도 떠올릴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안도한 뒤에 프로아의 의견을 받아들인 뒤 대화를 나누며 세세한 조정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공선자를 마지막으로 각자 생각하던 금액을 전부 입에 담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그 금액들을 합쳐서 최종적인 금액만 제시하면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

“그럼 최종적으로 개인당 한 달에 최소 60만 원씩을 잡일 의뢰를 통해서 벌고 40만 원을 공동자금으로 제공. 이때 제공되는 공동자금은 20만 원이 숙박비, 20만 원이 식비로 사용되고 그 외의 나머지 20만 원과 함께 모험가 활동을 하며 벌어들이는 돈을 옷을 사는 것과 모험가 활동을 위해서 필요하게 될 물건들을 사기 위한 개인자금으로 책정한다. 이걸로 결론을 내도록 할까.”

밀리언이 정리한 것과 같은 내용이 되는 것이었다. 일단 본래라면 30만 원 정도였을 식비가 10만 원 수준이 줄어들어 개인당 20만 원씩 한 달에 5명이서 100만 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되었다.

결코 외식을 하지 않고 쓸데없는 군것질을 하지 않으며 요리를 직접 해먹으면 충분히 100만 원으로도 5명의 식비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밀리언의 냉정하기 그지없는 계산이 그 이유인 것.

정 부족하다 싶으면 모험가 활동을 통해서 벌게 되는 돈과 개인자금으로 알아서 사 먹으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에 처음에는 극심하게 반발하던 고그였지만 밀리언과의 언쟁 끝에 말빨로 완전히 발려버려 씩씩거리면서도 결국에는 반박할 거리가 없어 수긍할 수밖에 없게 된 것.

그로 인하여 20만 원씩 40만 원이 공동자금으로 책정되어 매달 공동자금을 관리하는 프로아에게 맡겨지는 것이 되었으며 남은 20만 원은 어디까지나 개인자금으로 개인이 관리하는 것이 되었다.

“개인자금의 경우에는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이라는 거네? 강제는 하지 않지만 할 수 있다면 그 정도 돈은 벌어두라는 느낌의?”

“솔직히 이것도 강제사항으로 하고 싶었지만 말이야. 그럴 게 정작 필요할 때 돈이 없어서 피해를 보는 건 본인뿐만이 아니다. 같은 파티인 우리들 역시 함께 피해를 볼 확률이 높지.”

그럴 것이 개인자금은 경우에 따라서는 모험가 활동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때 소비되기도 하는 것.

그런데 돈이 없어서 모험가 활동에 필요한 물건을 못 사면? 모험가 활동에도 지장이 생기니 함께 모험단으로써 활동하는 파티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밀리언이 강제하고 싶다고 했지만 개인이 쓸 돈을 버는 것을 강제하는 것은 강압에 불과하다는 프로아의 강한 반발에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것.

“굳이 강제하지 않아도 내가 쓸 돈은 내가 알아서 벌 거라고.”

“어느 정도 모험가로서 안정되면 굳이 잡일을 통해서 벌 필요도 없을 테니 걱정할 거 없음!”

고그의 짜증이 담긴 대꾸와 쿠루미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밀리언은 결국 완전히 포기한다는 의미가 담긴 한숨을 내뱉은 뒤에 다시금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이었다.

“그럼 일단 소목표는 결정되었군. 개인당 60만 원. 잡일을 통해서 한 달 동안 벌 최저한이자 최대한의 금액은 결정되었다. 모험가 활동에 최대한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서 이 이하의 금액은 물론 이 이상의 금액을 잡일 의뢰로 버는 것은 금지하도록 하지.”

밀리언의 마무리를 짓자 공선자를 포함한 파티원들은 이견이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좋아, 그럼 소목표를 채우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얼마나 일을 해야 할지 예상을 해보도록 하자! 일단 일당을 대충 시간당 1만 원으로 계산한다고 하면…….”

……소목표를 세웠으니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시간을 잡일에 소모해야 하는지를 계산해보는 것.

그 계산에 따라서 앞으로 모험가 활동에 투자하게 될 시간도 달라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프로아가 언급하자 쿠루미가 대충 자신이 떠올린 계산 방법을 입에 담았다.

“잡일 의뢰는 쉬운 일은 1시간에 5천 원, 힘든 일은 많게는 1시간에 2만 원도 버는 것 같았음. 평균을 내서 대략 1시간에 1만 원 정도 번다고 생각하면 3시간 정도 일하면 3만 원. 30일이면 90만 원에 해당함.”

“흥, 하루에 3시간씩만 해도 최소 금액은 달성할 수 있다는 거잖아? 거기에 30만 원이나 더 많은 금액으로. 낙승이네, 낙승.”

쿠루미의 계산에 고그가 별것도 아니라는 어조로 이야기하자 밀리언이 혀를 쯧쯧 차고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낙승은 개뿔이다. 우리들이 모험가 활동까지 행하며 잡일 의뢰를 맡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나? 몬스터와의 전투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잡일 의뢰보다 먼저 모험가로서 활동해야겠지.”

괜히 잡일 의뢰를 하여 체력을 소모했다가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낭패를 볼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반대로 모험가 활동 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지친 상태로 잡일 의뢰를 해야 한다는 소리. 힘든 일, 즉, 시급이 높은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나? 거기에 같은 일을 매번 하기도 힘들 테고…….”

결과적으로 쿠루미가 이야기한 것처럼 시간당 매번 1만 원씩 버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소리.

즉, 운이 나쁘면 쿠루미가 이야기한 것처럼 하루에 3시간씩만 잡일 의뢰를 하면 되는 것이 아닌,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잡일 의뢰에 투자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끄응……. 뭐, 결국 잡일 의뢰를 직접 해보지 않는 이상은 알 수 없는 일 아닐까? 그러니까 일단 내일부터 직접 경험해본 뒤에 보다 확실하게 견적을 내린다는 거는 어때?”

“정석이라면 정석이겠군. 나쁘지 않아. 당장 계획을 세웠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탁상공론이다. 직접 체감해보며 세세하게 수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깐 말이야.”

“뭐가 정석이냐……. 결국에는 직접 겪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잖아!”

프로아가 꺼낸 이야기에 밀리언이 그녀의 아이디어를 칭찬하며 이야기하자 고그가 전혀 칭찬할 게 아니라는 어조로 짜증을 내는 것이었다.

그에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뒤에 그에게 묻는 것이었다.

“그 정석조차 제대로 떠올리지 못한 어디의 누군가에게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지. 적어도 그녀는 우리들이 제대로 된 계획도 입에 담지 못할 때 제대로 파티원들을 이끌 목표를 세운다는 실적이 있다만?”

밀리언의 말에는 반론의 여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밀리언의 어조에 얼굴에서 짜증을 숨길 수 없는 고그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칭찬해주어도 쑥스럽기만 한데 말이지. 거기에 내가 꺼낸 이야기는 결국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그래, 밀리언의 말대로 ‘정석’에 ‘불과’한 계획이었잖아?”

“난 적어도 그 정석을 자신의 책임질 생각으로 입에 담는 ‘용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깐 말이지. 그런 의미에서 네 녀석의 ‘리더십’을 칭찬하고 있는 거니 그냥 받아들여라.”

조금 늦었지만 솔직하게 프로아의 실적을 칭찬하는 밀리언의 발언에 프로아가 냐하하! 하고 쑥스러운 듯한 웃음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에 고그가 잘든 논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낯간지러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화제를 돌리는 것.

“서로 얼굴에 금칠해주는 건 그쯤하고, 그래서 결국 내일부터는 모험가 활동을 끝낸 뒤에 잡일을 한다는 거냐? 구체적으로는 어떤 일을 할 생각인 건데?”

“잡일 의뢰는 많았음. 일단 거기에서 최대한 편하면서도 시급이 높은 일을 골라서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음.”

고그의 질문에 쿠루미가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스프라우트 등급의 게시판에 존재했던 잡일 의뢰들을 떠올리며 이야기하자 프로아 역시 밀리언의 칭찬에 조금 상승한 자신감을 토대로 의견을 입에 담는 것이었다.

“운반업 같은 건 괜찮을 것 같아. 인벤토리가 있으니까 무거운 물건이라고 해도 좀 더 쉽게 옮길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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