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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7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87/194)



〈 187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그 뒤에도 쿠루미는 딱 봐도 게으름뱅이어서 추진력이 없다고 기각시켰고, 공선자의 경우에는 소심한 성격 때문에 책임감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제외시켰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경우에는 남을 위해서 타인의 책임까지 짊어질 정도로 넓은 그릇이 아니라며 결코 리더가 될 수 있는 타입이 아니라고 단정을 짓는 것.

그렇게 되면 결국 소거법으로 남는 사람이 프로아밖에 없으니 결국 프로아밖에 할 사람이 없지 않느냐는 밀리언의 설득에 프로아도 듣고 보니 그렇다는 것처럼 점점 수긍하는 것이었다.

“으엑……. 그럼 진짜로 내가 해야 하는 거야?”

“정 싫다면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그럴 경우 최악에는 이 녀석이 파티장이 된다만? 딱 봐도 폭군이 될 상이 아니냐?”

“……내가 파티장이 되면 일단 네 녀석부터 줄기차게 미끼로 써주마. 때마침 탱커니까 딱 몬스터의 먹이로 던져버리기 좋겠네!”

밀리언이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고그를 엄지손가락을 가리키며 이야기하자 고그가 으르렁거리며 윽박을 질렀다.

그 모습에 도저히 밀리언의 설명을 부정할 수 없었던 프로아가 한숨을 내쉬자 밀리언이 쿠루미와 공선자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너희 두 사람의 의견은 어떻지? 불만이 있으면 지금 이야기하도록. 말했다시피 한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라는 것은 특히 우리처럼 그 숫자가 적을 때는 구성원 전원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법이니 말이야.”

“쿠루미는 딱히 상관없음. 솔직하게 누가 리더를 하든 고그만 아니면 된다는 느낌. 거기에 프로아라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함.”

“……저는 반대에요.”

쿠루미의 경우에는 밀리언이 예상한 것돠 다를 게 없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직후, 공선자가 내뱉은 발언은 그를 제외한 파티원들 전원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발언이었던 것.

스스로도 파티장이 되고 싶지 않아 하는 기색이었던 프로아조차 설마 공선자가 반대할 줄은 몰랐던 것인지 두 눈을 동전처럼 동그랗게 뜨는 것이었다.

“……이유는?”

밀리언 역시 공선자가 반대할 줄은 몰랐기에 당황한 목소리로 일단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공선자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에 공선자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도 될지 한참을 고민하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이다가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파티원들이 한계에 달하기 직전에 입을 여는 것이었다.

“……조, 조직의 수장이라는 건 독재자가 아닌 이상은 그 조직이 행하는 일의 ‘모든 책임을 짊어지는 자리’라고 할 수 있잖아요?”

아니, 독재자조차 그 조직이 벌인 일의 인과, 책임에서만큼은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그, 그런 자리를 스스로 앉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을 앉히는 건 납득할 수 없어요. ……조직의 규모가 거대해서 누군가 앉아야만 제대로 돌아가는 조직이라면 모를까 저희처럼 굳이 누군가가 ‘책임’을 대신 떠맡을 필요 없이 ‘개인이 개인의 책임을 짊어진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규모가 작은 조직이라면 특히 더욱더.”

굳이 조직의 수장을 결정하여 그 한 명에게만 조직을 이끄는 것을, 선택을 강요하고 결과적으로 책임을 홀로 짊어지게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었다.

적어도 그 조직이라는 것이 어마어마한 규모이기에 누군가가 나서서 이끌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조직이라면 모를까 공선자들의 파티는 결코 그 정도 규모의 조직이 아니지 않은가?

자기 자신의 책임은 자기 자신이 짊어져도 충분히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을 정도의 소규모 조직.

그런 조직에서 굳이 하기 싫다는 사람을 수장으로 추대하여 앉히는 것은 공선자가 보기에는…….

“……단순한 제물이 아닌가요? 자신이 저지른 짓의 책임을 자신이 짊어지기 싫어서 남에게 떠넘기기 위한 제물. 저는……, 저는 결코 그런 건 인정할 수 없어요!”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아침의 공선자조차 결코 넘게 만들 수 없는 선이었다. ……그래, 다수를 위해서 소수를 강제로 희생시키는 것만큼은 결코 인정할 수 없었다.

어쩌면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세계 그 자체를 희생시킨 공선자가 할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어디 그렇게 이성적으로만 돌아가는 것이겠는가?

설령 자신의 잘못을 알아도, 자신에게 그런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아도 결코 감정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그리고 애초에 반쯤 미쳐 있던 반신 인격에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성립할 수 있게 만들던 관계자들은 그 관계가 크든 작든 전부 ‘가해자’에 해당했고 말이다.

그 나라를 다스리던 정부관계자도, 그리고 그 정부관계자를 선출한 그 나라의 국민들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성립될 수 있도록 경제 순환에 일조하던 외국조차도 반신 인격에게는 자기 자신이라는 ‘소수’를 희생시킨 ‘다수’에 불과하기도 했다는 이야기.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정말로 무고한 이들까지 희생시킬 생각은 없었지만 애초에 공선자가 처했던 환경이 그런 무고한 이들까지 생각해줄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환경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것은 여유가 없었기에 다수를 위해서 소수를 희생시킨 자들과 다를 게 뭐가 있냐고 따질 수도 있는데 그 말 그대로였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똑같이 여유가 없었기에 소수를, 자기 자신을 위해서 ‘다수’를, 세계를 희생시켜준 것이었다.

역지사지, 인과응보. 똑같이 했기에 똑같이 대응했다. 선과 악도 존재하지 않는, 희생당한 이가 똑같은 방식으로 상대를 희생시켰을 뿐인, 비극이 비극을 불러왔을 뿐인 이야기.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다시금 다수를 위해서 소수가 희생되는 것을 결코 보고 싶지 않았던 공선자였다.

그런 비극은 더 이상 경험하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았다. 한 번 경험해봤기에 그 비참함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딱히 그런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만. ……아니, 아예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겠군. 일단 귀찮은 일은 떠맡기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으니깐 말이지.”

“아, 역시 그랬던 거지? 어쩐지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흐음, 티가 많이 났나? 나 딴에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말이야.”

“티가 났다기보다는, 밀리언은 상당히 이기주의자에 가깝잖아? 그런 사람이 자진해서 파티장이라는 역할을 나한테 넘기려는 모습에 어쩐지 자기가 하기 싫어서 떠넘긴다는 느낌을 받은 거지.”

공선자의 어딘지 모르게 무거운 감정이 담겨 있는 주장에 그의 주장을 그저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밀리언이 곤혹스럽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얼거림을 들은 프로아가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딴죽을 걸어오자 밀리언이 능청스럽다고 해야 할까……, 아니, 뻔뻔함에 가까운 태도로 사실을 시인하는 것.

그에 그럴 줄 알았다는 것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프로아의 행동에 밀리언이 피식, 실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호오, 내 성격도 대충 파악했나? 어느 정도 사람 보는 눈은 있는 것 같군. 그런 의미에서 더욱 수장을 맡아줬으면 하지만…….”

“응! 거절할게. 블러드도 저렇게 이야기하고 있고 말이야. 역시 내가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떠맡는 건 아닌 것 같고. 내가 할 수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이 하는 타입이기는 하지만……. 그거야 누군가가 떠맡지 않으면 위험한 경우의 이야기고. 이건 굳이 내가 떠맡지 않아도 그렇게 큰 문제는 없는 거잖아?”

파티가 행동방침 같은 경우는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결정하면 되는 것이었고 말이다.

“……확실히 단순히 향후를 이야기하면 그렇겠지. 하지만 오늘 쌈닭과 싸우던 전투 때처럼 급박한 상황에서는 어쩔 생각이지?”

“확실히 그런 상황에서는 뱃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단 한 명이 확실하게 명령을 해주는 게 정답임.”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의견을 나눌 여유가 있을 때의 이야기였고 그럴 여유가 없을 때의 상황을 정확하게 예를 들어 지적해오는 밀리언.

쿠루미 역시 밀리언의 의견에 동조하자 잠깐 생각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던 프로아가 이내 결정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파티장이 명령을 내리라는 법은 없잖아? 일단 누가 그 전술? 뭐, 이런 쪽으로 능력이 있는지 모르니까 내일부터 한 명씩 시험해봐서 능력 있는 사람이 맡기로 결정하자. 단, 그 사람의 명령을 따를지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판단으로써 따르든 따르지 않든 그 결과는 개인이 감당하는 걸로.”

“……상하관계에서의 명령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동등한 수평 관계에서 조언에 해당한다는 이야기군. 내가 생각하기에는 명령이나 조언이나 전투 시에는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지. 결국에는 단순한 책임 전가를 논하기 위한 말장난에 가깝지 않나?”

밀리언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라고 반론을 펼치자 프로아가 고개를 흔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딴말이 나오지 않을 것 같으니깐 말이야. 그 소심한 인상의 블러드가 강하게 주장하는 것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큰 문제가 되어 우리들 사이에 큰 금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이야기잖아? 특히 고그는 툭하면 따지고 들 것 같고 말이지.”

프로아가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고그를 바라보며 이야기하자 밀리언과 쿠루미가 과연! 하고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 중의 명령을 따르는 것도, 따르지 않는 것도 전투 고그 자신의 책임으로 해두어 설령 명령에 따랐다가 피해를 봐도 어디까지나 명령을 따른 고그 자신의 ‘잘못’이라고 못을 박아 따질 수 없게 만들겠다는 거군!”

“따르지 않고 피해를 본다면 따르지 않은 고그 잘못임. 응, 이거라면 문제없을 것 같음!”

“아니, 그러니까 네 녀석들은 왜 계속 나만 걸고넘어지는 건데?! 이쯤 되면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우울해지거든?!”

이제는 분노가 아니라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돌려주는 고그에게 프로아와 밀리언, 쿠루미는 그저 몇 시간 전의 쌈닭과의 싸움에서 고그가 행동을 떠올려보라고 핀잔을 줄 뿐이었다.

그에 ‘너희들도 제대로 못 싸운 건 매한가지잖아?!’ 라고 반박하는 고그. 특히, 밀리언에게는 탱커가 안 막고 툭하면 피하는 것도 문제가 아니냐?! 라고 따지고 드는 것이었다.

그런 고그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었기에 프로아와 쿠루미, 거기에 공선자 역시 자신들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자 밀리언이 살짝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꿀릴 게 없다는 것처럼 당당하게 변명하는 것이었다.

“부상을 입으면 오히려 짐이 되고, 또 부상을 치료할 때까지 모험가 활동을 할 수 없으니 당연히 부상을 입지 않을 정도로만 막아냈을 뿐이다.”

그런 밀리언의 변명에 프로아가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실제로는 그냥 자기가 다치는 게 싫었을 뿐이잖아?’ 라고 말하자 밀리언은 그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할 뿐이었다.

그렇게 프로아가 파티장을 맡는다는 이야기는 결국 일단 시스템적인 파티장은 프로아가 맡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스템적인 파티장에 관한 이야기일 뿐으로 실질적으로 파티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결정하지 않는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게 되는 것.

또한 설령 프로아가 시스템적인 파티장이 되었다고 해도 혹시라도 있을 파티원의 추가나 파티원들의 탈퇴는 프로아의 의사가 아닌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식으로 결정하기로 하는 것이었다.

전투 시에는 누가 오더를 내릴 것인지는 일단 내일부터 쌈닭과 싸울 때 한 명씩 돌아가며 실험을 해봐 가장 피해가 적었던 이가 오더를 담당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 된 것.

그리고 그 뒤 쌈닭을 사냥할 때 고그의 행동을 언급하는 것으로 파티원들은 자연스럽게 오늘 쌈닭을 사냥하며 자신들이 저질렀던 실수를 되짚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고그는 괜히 큰 소리를 내어서 어그로를 끌었던 점을 반성했으며 밀리언은 탱커임에도 툭하면 공격을 막는 것이 아니라 피하여 전열을 무너트린 점을 강하게 지적당하자 결국 최대한 선처해보겠다는 대답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뭐, 우리도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었지만 말이야. 활이라는 게 그렇게 쓰기 어려운 무기인 줄은 몰랐다. 이후에는 좀 더 확실히 연습해서 적어도 아군을 쏘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네.”

“……연습, 쿠루미도 해야 하는 거임?”

“당연한 소리를 뭘 당연하지 않다는 것처럼 묻는 건데? 다른 건 몰라도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 게으름 부릴 수 없게 할거거든?”

프로아와 쿠루미 역시 자체적으로 자신들의 실수를 반성하며 고칠 점을 입에 담는 것이었다.

쿠루미는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으면서도 새총을 쏘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는 사실을 귀찮아했지만 뺨을 잡아당기며 눈초리를 치켜세우는 프로아에게 못 이겨서 슬링 샷의 사용을 연습할 것을 다짐받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화살을 통해서 연습을 해야 하기에 연습할 때도 화살을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하는 자신과 다르게 어디든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줍기만 하면 되는 주제에 왜 연습을 할 생각을 안 하느냐는 프로아의 이야기에 반론을 꺼낼 수도 없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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