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9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89/194)



〈 189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자신들 역시 주력 스텟으로 사용될 것 같은 스텟을 40% 정도 상승시키는 대신 그 외의 스텟들을 90%로 맞추는 방식을 통해서 리스트를 최대한 줄이면서도 메리트를 최대한 극대화시키려고 하는 것.

“나는 근력과 체력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으니 20%씩 균등하게 올리고 속도에서 20%, 각각 나머지 스텟에서 10% 정도를 빼기로 할까.”

“으음……, 나는 속도라 신속이 활을 다루는 대에 중요할 것 같으니까 속도랑 신속을 조금씩 높이고……, 여기에 사고 스텟 쪽에서 감각과 사속이 중요할 것 같으니까 그 외의 스텟들에서 회수한 30%의 스텟을 각각 적당하게 분배하는 쪽으로.”

“쿠루미는 그냥 이대로 있겠음. 결국 레벨을 올려서 스텟 포인트를 얻은 다음에 기본적인 4개의 스텟의 수치를 올리면 알아서 다른 세부 스텟들도 상승하는 거 아님?”

밀리언과 프로아가 각자 자신의 스테이터스 창을 바라보며 스텟을 조절해보고 있을 때 쿠루미가 툭 내뱉는 것이었다.

그 발언에 확실히 최종적으로 레벨을 올리면 해결될 일이기는 했기에 그 주장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어떻게 봐도 생각하고 이야기한 게 아니라 그냥 자기 세부 스텟을 조절하는 게 귀찮아서 대충 떠오른 근거를 입에 담은 것으로 보였기에 프로아가 한숨을 내쉰 뒤 그녀의 뺨을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으갹?!”

“딱히 억지로 네 스텟을 조절하라는 말은 안 하겠지만 굳이 그렇게 사람 의욕을 떨어트리는 말은 입에 담아야 했었어?”

“쿠, 쿠루미가 잘못했음! 이것 좀 놔주셈!!”

한동안 쭉쭉 늘어나는 쿠루미의 뺨을 잡아당기던 프로아는 만족했다는 표정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뺨을 놔주는 것이었다.

여하튼 그렇게 파티원들은 전원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극단적으로는 아니지만 세밀하게 자신들의 세부 스텟을 조절하는 것을 마친 것이었다.

“……그래서 이걸로 단체로 모여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된 이유는 전부 해결된 거지? 그러면 이제는 식사에 집중하면 되냐? 말하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세부 스텟에 관련된 화제를 끝으로 드디어 5명의 파티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게 되었던 대부분의 원인이 해결되자 고그가 정신적으로 지쳤다는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자신의 앞에 보인 반쯤 먹다 남은 것 같은 음식들을 가리키며 묻는 것이었다.

“으으으으음……. 확실히 이제는 더 이상 의견을 나눌만한 일은 없는 것 같기도 하니까 그럼 제대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친목도 도모할 겸 잡담이나 나눌까!”

고그의 그 질문에 머리를 열심히 굴려 무엇인가 남은 게 없나 고민하던 프로아는 딱히 남은 게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수긍하는 것이었다.

“딱히 친목을 도모할 생각은 없는데 말이지. 우리들은 어디까지나 사무적인 관계라고 생각하니깐 말이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동감이기는 하지만 좋든 싫든 결국 이 여관에서 나갈 때부터는 한방을 쓰게 된다는 거잖아? 그러면 싫어도 어느 정도 가깝게 지낼 수밖에 없는데 저 계집애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잡담을 하는 사이까지는 바라지 않으니까 네 녀석의 그 ‘나 잘났소!’ 하는 태도 좀 어떻게 해보라고. 같은 방을 써야 한다는 사실에 숨이 막힌다, 야.”

“그러면 네 녀석이야말로 툭 하면 시비를 거는 것 같은 그 말투 좀 어떻게 해보지 그런가?”

“앙?”

“네 녀석과 떠들면 내 머리만 나빠질 것 같으니 얌전히 밤이나 먹어라.”

결국에는 다시금 서로를 노려보는 결과로 이어진 고그와 밀리언의 대화 내용에 프로아가 다시금 한숨을 푹 내쉬는 것이었다. 이 두 명과 함께 앞으로 모험가 활동을 잘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

“블러드, 힘내길 바람.”

“그냥 저는 노숙하는 게 더 편할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런 두 명과 함께 한방을 쓰게 될 공선자를 응원해오는 쿠루미의 목소리에 공선자는 그저 우울한 목소리로 진심으로 노숙을 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이었다.

에이전트 시설과 테러리스트 시절에는 노숙을 밥 먹듯이 했으니 하려고 한다면 못할 것은 없을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

“아, 왜인지 블러드한테 공감이 되기 시작했어. 그럴 게 쿠루미랑 같은 방을 쓰면 결국 내가 잡일은 다 떠맡게 될 것 같은걸!”

“……프로아, 예지 능력도 있는 거임?”

프로아의 우울한 목소리에 결코 부정하는 대답을 돌려주지 않는 쿠루미로 인하여 여성 측은 여성 측 나름대로 애석한 상황인 것 같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까 잡담……, 대화, 커뮤니케이션. 아!’

그러던 중 공선자의 뇌리에 문뜩 떠오른 에볼루션 시스템의 한 가지 기능. 생각해보면 앞으로 파티로써 모험가 활동을 함께한다고 해도 이 다섯 명이 늘 함께 다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각자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있으니 따로 행동할 때는 따로 행동하게 될 터.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서로 만나야 할 때 연락할 수단이 없지 않은가?

이쪽 플라워 차원에도 아티팩트 같은 물건으로 핸드폰 비슷한 걸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공선자들이 당장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은 아닐 터.

그런 의미에서 서로 떨어져 있을 때도 연락을 할 수 있는 물건이 없을까 고민하던 공선자는 문득 ‘물건’은 없어도 그와 비슷한 ‘능력’은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 저기……, 지, 지금 떠올린 건데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통해서 단체 채팅을 나눌 수 있는 것 같으니까 일단 파티원들끼리 채팅방을 만들어두는 게 어떨까요?”

“채팅? 아, 그 뭐더라?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통해서 서로 글을 타이핑하는 것으로 연락할 수 있었던 기능 말이지?”

그렇게 공선자가 자신이 떠올린 생각을 입에 담자 프로아가 잠깐 채팅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떠올리다가 기억이 난 것인지 화색을 하며 좋은 생각이라고 이야기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파티라고는 해도 계속해서 함께 행동하는 건 아니니까. 서로 떨어져서 행동하다가 급히 모여야 할 일이 있으면 서로에게 연락하기 좋은 수단이네! 알고는 있었는데 완전히 잊고 있었어! 고마워, 블러드. 덕분에 서로 떨어져서 행동해도 곤란한 일은 없겠어!”

“아, 아뇨……. 결국 늦든 빠르든 떠올리게 되었을 시스템이니 그렇게까지 칭찬하셔도 곤란한데요.”

자신을 칭찬하는 프로아의 발언에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자 그럼에도 프로아는 그 덕분에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아도 되었다고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었다.

“채팅이라……. 나도 완전히 잊고 있었군. 다른 에볼루션 시스템들에 비하여 그다지 임팩트가 크지 않았으니 말이다. 블러드, 네 녀석 덕분에 떠올릴 수 있었다.”

밀리언 역시 고그와 눈싸움하는 것을 멈추고 채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공선자의 공이라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고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었고 말이다.

“엑……. 채, 채팅이라면 그 허공에 이상한 물건이 튀어나와서 그걸로 글자를 입력해야 하는 그거 말하는 거지? 케엑! 통신 수단이라면 그냥 말로 하면 되지 왜 굳이 그렇게 이상한 수단을 사용해야 하는 건데?”

“……설마 고그 타이핑을 할 줄 모르는 거임?”

그러나 쿠루미도 공선자의 발언에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는 중에 고그만이 혼자서 질색하는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에 쿠루미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묻자 고그가 오히려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묻는 것이었다.

“타이핑? 타자? 그게 뭔데? 그러니까 글자를 친다고? 왜?”

“……설마 타이핑이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고 있을 줄이야. 정말로 어지간한 시골에서 살고 있었던 건가?”

“아니면 우리랑 다르게 애초에 타이핑이라는 개념을 사용할 만한 기계가 없는 나라에서 살았던가 말이지. 그래도 어느 쪽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 않을까? 타이핑이라는 개념을 몰라도 채팅 시스템을 아예 못 사용하는 건 아니잖아?”

고그가 애초에 타이핑이라는 게 뭔지도 모른다는 반응을 보여주자 밀리언이 비꼬는 게 아니라 정말로 황당해하는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프로아 역시 당황하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타이핑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타자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타자기를 사용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실제로 고그는 타자를 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도움말 시스템을 통해서 채팅이라는 기능에 알게 된 뒤 독수리 타법이라고는 하지만 타자를 몇 번 정도 쳐봤고 말이다.

타이핑에 대해서 알고 키보드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느린 속도라고 해도 타자 자체는 문제없이 칠 수 있다는 것.

밀리언이 역시 프로아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어떻게든 당혹스러움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래……, 타이핑에 대해서 몰라도 키보드를 다룰 수 없는 건 아니니깐 말이지. 문제는 채팅이 더럽게 답답하게 될 것 같다는 점이다만……, 그 부분은 감안할 수밖에 없겠군. 이건 딱히 고그 녀석이 잘못한 것도 아니니 뭐라 하기도 그렇고…….”

밀리언이 한숨을 푹 내쉬며 내뱉은 이야기에 고그는 그저 부루퉁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그가 무식해서 파티원들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가지고 있는 상식이 달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고그 자신도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지금 자신을 무시하는 거냐! 라는 등의 짜증을 함부로 내기도 뭐한 상황.

그럴 게 파티원들은 딱히 고그가 무엇인가를 잘못했다, 라는 것과 같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니라 그저 고그와 자신들이 가진 상식이 달랐기에 곤혹스러워하고 있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딱히 고그 자신을 무시하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화를 내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라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그저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파티원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던 그. 그리고 그가 그렇게 반응을 살피고 있을 때 파티원들은 결론을 내는 것이었다.

타이핑에 대해서는 몰라도 딱히 키보드(타자기)를 사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으니 그냥 채팅방을 만들고 내버려두자는 이야기.

단체 채팅방을 만든 뒤 채팅을 하다 보면 알아서 타자를 치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딱히 타자가 느리다고 해도 당장 무슨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파티원들은 고그를 포함하여 파티원들만이 참가할 수 있는 채팅방을 만드는 것이었다.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통해서 만들 수 있는 채팅방은 프랜들리의 종류에 따라서 채팅에 참가하는 것에 제한을 걸거나 풀 수 있었다.

이를 이용해서 일단 프로아들만이 참가할 수 있는 파티 전용 채팅방을 하나 만들어두는 것.

“……좋아. 제대로 작동하는 모양이네. 그러면 이걸로 일단 서로 떨어져 있어도 문제없이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겠어!”

채팅방을 만들고 채팅을 초대할 때에는 초대를 받는 사람이 초대를 하는 사람의 감각 내에 존재해야 한다는 제한이 붙지만 채팅을 초대한 뒤 채팅방에 입장한 뒤에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실시간으로 채팅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후 파티원들이 아무리 멀리 서로 떨어져 있게 된다고 해도 프로아의 이야기대로 서로에게 연락할 수단을 손에 넣은 것.

“흐음……. 파티와는 다르게 강제적인 추방 기능 같은 건 없는 모양이고, 오로지 당사자의 의지만으로 채팅방을 나갈 수 있는 모양이니까 악용할 여지는 크게 없는 것 같군. 시스템 자체는 유용할지언정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단지…….”

“이 기능도 인벤토리처럼 챌린저들만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능력이니 함부로 챌린저가 아닌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이야기임?”

밀리언이 조금 조심스럽게 자신이 떠올린 문제점을 입에 올리려고 하자 쿠루미가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그가 하고자 했던 말을 먼저 입에 담는 것이었다.

쿠루미의 그 이야기에 밀리언이 역시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생각을 이어 말하는 것.

“그래, 경우에 따라서는 충분히 악용될 여지가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이 역시 인벤토리처럼 숨길 수 있으면 숨기는 게 좋겠지.”

밀리언의 의견에는 파티원들 전원이 동의하는 것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채팅방에 대한 일도 마무리가 되자 파티원들은 드디어 앞으로의 모험가 활동을 위해서 나누어야 할 의견을 전부 나누고 오로지 저녁 식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음식 맛은 나쁘지 않은데 내가 알고 있던 주식과는 조금 느낌이 다른 것 같군.”

“쿠루미도 늘 먹던 주식은 이것과는 다름 느낌이었던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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