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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91/194)



〈 191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흠, 기억을 잃기 전의 우리들은 모험가처럼 적성생물의 생명을 끊는 것과 비슷하게 생명체의 죽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일에 종사하던 건가? 그래서 무의식중에 익숙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위화감을 느낌 밀리언이 스프를 떠먹고 있던 수저를 내려놓고 팔짱을 낀 뒤 자기 나름대로 그 이유를 추측해서 입에 담는 것이었지만…….

“그 말은 즉, 우리들 전원이 대충 비슷한 업종의 일을 하고 있었다는 거임?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서로 간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상식의 차이가 심하죠. 마치 살고 있던 ‘세계’가 다른 것처럼. 그런 상황에서 우연히 50명의 챌린저들이 비슷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보통이라면 차이가 있는 게 이상한 상식이라는 개념이니깐 말이죠.”

그런 밀리언의 추측에 쿠루미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어조로 말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허나, 그 명확한 이유를 조리 있게 설명하기 힘들어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식사에 집중하고 있던 공선자가 입을 여는 것이었다.

그런 공선자의 설명에 납득을 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파티원들. 그가 설명한 대로 상식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기본 지식’이라는 개념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런 상식이라는 녀석이 챌린저들 사이에서는 너무나도 많은 차이를 보였다. 심지어 세밀하게 따지면 50명의 챌린저들 중 같은 상식을 지닌 사람이 아무도 없다, 라고 이야기해도 될 정도로.

그 정도의 상식이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아무리 그래도 챌린저들 전원이 같은 문명에서 살아왔을 것이다, 라고 주장하기는 힘든 것.

최소한으로 따져도 적어도 살아오던 도시, 아니, 나라가 다를 것으로 추정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조차 ‘최소한’이라는 형용사가 붙어야 할 정도의 차이를 발생시키는데 과연 챌린저들의 삶이 비슷했겠는가?

“그런데 이상할 수준으로 지식과 상식의 차이가 존재하는 삶을 살아온 50명의 챌린저들이 전원 비슷한 업종에 종사했다? 아예 있을 수 없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 역시 가능성이 낮지 않을까요?”

프로아, 밀리언, 고그, 쿠루미가 자기들 딴에는 자신들이 잃어버린 과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아 심각한 어조로 의견을 나누고 있을 때였다.

그들과 다르게 딱히 쌈닭을 죽인 뒤 자신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것인지 조금 태연하다는 느낌마저 느껴질 정도로 홀로 저녁 식사에만 집중하고 있던 공선자.

그런 공선자가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떠오르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열심히 식사를 이어가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자 파티원들이 의외라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

그럴 것이 그들이 여태까지 지켜본 것만 생각하자면 공선자가 이런 수준의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허나, 식사에 집중하여 다른 파티원들의 눈치를 살피지 못하고 있던 공선자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방금 전 그들이 대화의 ‘화제’로 삼은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네 분이 죽음에 익숙하다, 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손으로 생명을 빼앗았다는 ‘체감’을 할 수 없었다, 라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네요.”

“체감을 할 수 없었다고? 뭔 헛소리야? 우린 확실하게 쌈닭을 우리들이 사냥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그래서 시체를 두고 온 게 억울해 죽겠다는 거 아니야?”

고그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공선자를 노려보며 따졌다. 허나, 재속이 바닥을 치는 영향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깊은 공복을 느끼고 있던 공선자는 계속해서 음식에 집중하고 있어 고그를 신경 쓰지 못하고 그저 대충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글쎄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유는 몇 가지 있겠지만 우선 첫 번째로 쌈닭의 살기가 원인이겠죠.”

“……흐음,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쩝쩝! 요, 요컨대 쌈닭의 살기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상황이었던 만큼 쌈닭이 죽는 순간 ‘우리가 생명체를 죽였다!’ 라는 충격보다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던 근원을 제거했으니 우리는 안전하다!’ 라는 안도감이 훨씬 컸을 것이라는 거죠.”

그렇기에 무의식적으로 자신들의 손으로 하나의 생명을 거두어들였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해버렸다는 것이 공선자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그의 설명을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무, 물론 그것만이 이유가 아니에요. 그럴 게 설령 안도감이 컸다고 해도 정신적인 충격을 크게 받았다면 완전히 망각되지는 않았을 테니깐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네 분은 애초에 쌈닭을 죽였다는 사실 자체에 ‘그다지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라는 게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것에도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하겠죠.”

뒤이어 공선자는 그 이유에 대해서 자신이 떠올린 것을 그대로 나열하는 것이었다. 우선은 쌈닭이 어디까지나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점.

인간은 본능적으로 ‘살인’에 가장 큰 거부감을 느낀다. 이것은 인간이라는 종을 종속시키기 위한 시스템. 살인이라는 행위에 대한 정신적인 거부감이 유전자의 깊은 곳에 새겨져 있는 것.

그렇기에 평범한 사람은 애초에 살인이라는 것 자체에 거부감은 물론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인간이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의 생명을 빼앗을 때 느끼는 거부감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인간은 자신이 죽인 생명체를 무의식적으로 인간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어요. 자신도 모르게 ‘이게 나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식으로 말이죠. 지능을 가지게 되어 상상이라는 게 가능해진 결과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상상을 떠올리는 거죠.”

그렇게 떠올린 상상에 의해서 사람은 자신이 죽인 생명체에 자신을 투영하게 되고, 그렇기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다.

마치 자신의 손으로 인간을 살해했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 ‘생명체’라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동물이 가지는 공통점을 통해서 생명체를 ‘인간’으로 착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만이 갖게 되는 특이성. 그 증거로 동물들이 먹이로 삼기 위해서 다른 동물을 사냥할 때 그 동물의 목숨을 끊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야기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현상은 당연히 자신이 죽인 생명체가 ‘인간과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크게 다가오기 마련이죠. 즉, 반대로 인간과 닮지 않은 생명체를 죽일 경우 사람이 받게 되는 정신적인 충격을 역으로 적어진다.”

실제로 모기나 파리 같은 벌레를 죽였다고 정신적 충격을 받는 사람은 적지 않은가? 그에 비하여 인간과 ‘동물’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짐승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쌈닭은 어떻게 봐도 인간과 닮지 않은 짐승. 거기에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짐승’이라는 것이 더욱더 쌈닭을 인간과 공통점이 없는 ‘괴물’로써 동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쌈닭을 죽였을 때 생명체를 죽였다기보다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벌레’를 죽였다는 것에 가까운 느낌을 받게 되었다는 게 공선자의 추측인 것.

“무엇보다 몬스터는 사람과 공존할 수 없는 절대적인 ‘적’이라는 게 결코 몬스터에게 ‘공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일 테니깐 말이죠.”

또한 이유는 더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들이 쌈닭을 사냥하는 방식에 존재했는데…….

“프로아씨는 활, 쿠루미씨는 새총, 밀리언씨는 방패였죠? 밀리언씨는 애초에 공격 자체를 안 했으니 자기가 쌈닭을 죽였다, 라는 느낌 자체를 안 받지 않았을까요?”

“……확실히. 지금 생각해보면 내 손으로 쌈닭을 죽였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군.”

“프로아씨랑 쿠루미씨도 마찬가지예요. 활과 새총을 쏘기는 했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검이나 창과 같은 무기로 직접 자신의 손으로 죽인 것과는 다르잖아요?”

공선자가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하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하며 끙끙거리며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했지만 적어도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이해한 프로아와 쿠루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창과 검은 생명체의 살과 가죽을 꿰뚫을 때 그 특유의 느낌이 무기를 타고 그대로 사용자에게 ‘전달’되니 보다 자신이 생명체의 목숨을 빼앗는다는 ‘실감’을 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허나, 활과 슬링 샷 같은 장거리 무기들은 비교적 그런 느낌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 지구에서 사용되는 무기인 총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총은 사람에 따라서는 사람을 쏘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

직접 들고 휘두르는 무기와 다르게 자신은 고작해야 방아쇠를 당겼을 뿐이라는 느낌밖에 전달받지 못하기에 도저히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실감’을 가지기 힘들 게 만들었기 때문.

활과 슬링 샷과 그와 같은 맥락으로 활의 시위나 슬링 샷의 시위를 놓아도 그들이 받는 느낌은 팽팽하게 당겨졌던 줄이 튕겨지는 느낌에 뿐이었을 것이다.

피부와 근육을 가르며 혈관을 끊어내는, 마치 물렁물렁한 타이어를 가르는 것과 같은 기분 나쁜 느낌을 직접 느끼지 않으니 자신의 공격에 적이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촉감’적으로 실감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거기에 두 분의 공격을 그다지 치명상이었던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죠. 그 덕분에 역시나 ‘자신들의 손으로 쌈닭을 죽였다는 실감’이 적을 수밖에 없겠죠.”

공선자의 이야기에 쿠루미와 프로아는 스스로도 확실하게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런 거구나! 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것이었다.

“그럼 나는? 난 제대로 내 대검으로 그 닭대가리의 척추를 아작 내버렸거든? 네가 말하는 그 촉감에 의한 손맛도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고.”

“그건 아마도 고그씨가 그 이전에 한 번도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한 것에 실컷 열이 받았기 때문에 공격을 성공하는 순간에 통쾌함을 더 크게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그, 그런가?”

공선자가 확신은 없다는 목소리로 자신의 추측을 들려주었지만 묘하게 그럴듯하여 고그가 내심 납득이 가는 것인지 따지지 못하고 으음! 하는 신음을 흘리는 것이었다.

“그럼 블러드는? 블러드의 단검을 확실하게 쌈닭의 목을 꿰뚫지 않았음? 그건 충분히 쌈닭을 마무리 짓는, 자신이 쌈닭을 죽였다는 실감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일격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말임?”

그때 갑자기 찌르고 들어오는 쿠루미의 질문의 순간적으로 열심히 입으로 스프를 옮기던 숟가락을 뚝 멈추는 공선자.

그리고서는 어째서 그런 것을 묻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쿠루미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어……, 그러니까……. 어? 어쩌다가 저런 질문이 나한테 오게 된 거지?’

여태까지 네 사람과 공선자가 나누던 대화를 까놓고 말해서 공선자가 음식에 집중하느라 거의 무아지경에 가깝게 떠오르는 생각을 아무런 필터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내뱉었기에 성립하던 대화였다.

그렇기에 뒤늦게 조금 생각을 해야지 대답할 수 있는 쿠루미의 질문에 음식에 집중되었던 사고력을 되찾은 공선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글쎄요? 하하하하…….”

그렇기에 딱 봐도 어색한 웃음소리로 어떤 질문이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 된 쿠루미의 질문을 얼버무릴 수밖에 없는 것.

그에 공선자를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파티원들의 시선에 공선자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잠깐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던 밀리언이 떠오른 것을 입에 담았다.

“그러고 보면 쌈닭을 죽인 뒤에도 우리들은 다른 쌈닭에게 쫓기지 않았는가? 그로 인하여 제대로 토벌 증표도 회수하지 못했고 말이지.”

“아니, 그러니까 왜 아까부터 그 짜증 나는 기억을 떠오르게 만드는 거냐고? 앙?”

“딱히 일부로 그런 건 아닌데 말이지. 아니, 그것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쌈닭은 사냥한 직후 우리들은 제대로 사냥을 끝냈다는 여윤 같은 것에 사로잡힐 시간도 없이 급박한 상황에 처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자신들이 하나의 생명체의 목숨을 거두게 되었다는 사실을 채 인식하기도 전에 살기 위해서 뭐가 빠져라 쌈닭의 서식지에서 줄행랑을 쳐야 했다.

그 사실 역시 아직까지도 쌈닭을 죽였다는 사실 자체를 실감하지 못하는 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이야기하는 밀리언.

“토벌 증표를 회수하기 위해서 부리를 뜯어내는 조금 그로테스크할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을 그대로 지켜봤으면 좀 더 실감이 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러기는커녕 우리들이 죽인 쌈닭의 시체조차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그대로 도망쳐야 했으니 말이다.”

“흠, 결국 우리는 블러드랑 밀리언이 지적한 것과 같은 종합적인 이유로 아직 제대로 자신들이 몬스터를 사냥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크게 정신적인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는 거네?”

프로아가 자신이 떠올린 의문에 대한 해답으로 추정되는 사실을 공선자와 밀리언이 추측을 종합하는 것으로 요약해내자 쿠루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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