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살인의 기억-1화 (1/328)

제 1 화. 서문(序文)

Chi ports mai pur con parole sciolte

Dicer del sangue e de le piaghe a pieno

Ch’I ora vidi, per narrar piu colte?

Ogne lingua per certo verria meno

Per lo nostro sermone e per la mente

C’hanno a tanto comprender  poco seno.

아무리 자유로운 혀로 몇 번을 이야기한다 해도

내가 방금 본 피와 상처의 광경을

제대로 묘사할 수 있을까?

누구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할 것이니.

우리의 언어와 기억은

그렇게 엄청난 것을 이해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 28곡 1~6행

내 앞에 ‘그것’이 보이기 시작한 때와 ‘그’가 나타난 것은 여덟 살 무렵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과거를 볼 수 있다.

그것은 흐릿하고 단편적이며, 무엇인지 정확히 분별할 수 없을 때도 많았지만 때로는 매우 명확하고 선명하게 보여질 때도 있었다.

남과 다른 것에 ‘틀리다’라는 굴레를 씌우는 이 사회에서 나는 항상 외톨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차가운 세상이 나에게 굴레를 씌운 이유는 특별한 능력 때문이 아닌, 고아라는 내 환경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나타나 내게 말했다.

‘햇볕은 달콤하고 비는 상쾌하며,

바람은 시원하고 눈은 설레게 한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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