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 ⓒ소설마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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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 및 단체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저 재미로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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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만화책은 간간이 읽을 때도 있었지만 그것도 거기까지일뿐, 중간에 흥미를 잃어 책을 놓는 경우가 허다했다.
부모님은 어린 시절 책을 많이 읽어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소설에도 종류가 많다.
철학, 판타지, 무협, 순정, 장편 등 여러 가지 소설들이 있는데 그런 책들을 읽어봤자 뭘 하겠다는 말인가?
교과서도 보기 싫은 어린나이에 현실이라는 책으로부터 도망쳤다.
그런 나한테 변환점이 두 개나 생겼다.
“용일아 미국으로 가야하는데 괜찮겠니?”
“.....미국?”
아버지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미국에 있는 사촌들한테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사촌들은 몬태나 주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었고, 우리는 한국에서 쫓기듯 미국으로 향해야 했다.
내 의사는 고려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어린 나이 때 돈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잡혔다.
없으면 불행하고, 있으면 좋은.
돈에 대한 개념은 단지 그뿐이었지만, 돈이 살아가는데 있어 필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넓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 도착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앞으로의 불안감이 아니라 넓다라는 감탄이었다.
미국에 도착하고 우리는 사촌집에 빌붙어 생활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빠의 큰누나인 고모는 우리를 환영해주었고, 고모의 남편인 빌 아이존스 또한 우리의 사정을 알았는지 싫은 기색없이 반겨주었다.
우리는 집 옆에 있는 창고를 개조하여 생활하기 시작했다.
창고라고 부르지만 미국의 창고는 한국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넓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방과 부엌, 거실 등을 만들어 생활했다.
‘영어 어려워.....’
한글도 간신히 익혔던 나이에 또 다른 언어를 익혀야 했던 나는 미국에서의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치즈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항상 속이 좋지 않았으며, 가끔 만들어주는 한식이 너무 좋았다.
‘여긴 왜 이렇게 고기가 질긴 거야.’
한국에서 먹던 부드러운 고기와는 달리, 시골 고기라 그런지 소고기 양은 많아도 고기의 질은 입에 맞지 않았다.
변한 환경, 맞지 않는 학교, 다른 입맛.
어른들이 힘든 걸 알기에 꾹 참고 눌러왔지만 서서히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그런 날 알고 있던 것일까?
“제임슨 우리 영화보러 갈까?”
날 귀여워 해주던 사촌 누나들이 반강제로 영화관으로 데려갔다.
한국에 있을 때도 비싸서 가지 못했던 영화관.
하나하나가 신세계였지만, 나는 그 기분을 오래 느끼지 못했다.
‘또 영어다....’
역시나 영어로 된 영화들밖에 없었고, 영화관 자체는 놀라워도 영화 자체에는 흥미가 없었다.
큰누나 메디슨은 내가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판타지 영화를 골랐다.
내용은 알지 못하더라도 눈이 즐거운 그런 영화를 말이다.
“우와.....”
내용은 알지 못했다.
애초에 애니메이션 영화가 아니라면 내 나이대 꼬마들은 영화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휘황찬란한 주인공들의 모습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기 충분했다.
나한테 두 번째 터닝포인트가 온 것이다.
영화를 보자 그 내용이 너무도 알고 싶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촌누나들한테 떼를 썼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제대로 알고 싶어! 다시 한 번만 보자! 응?”
내 말에 영화를 즐겁게 보고 온 사촌누나들은 당황했다.
항상 무기력하게 있던 내가 기운을 차렸다는 것에 기뻐하는 반면, 영화값에 용돈의 대부분을 지출해서 더 이상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표 가격이 한화로 대략 15,000~18,000원 수준이었고, 위험하다보니 같이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에 지출이 배로 들었다.
나 혼자 영화관에 들어갔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고, 그렇다고 같이 들어가기엔 돈이 없었다.
“영화 말고 이건 어때?”
메디슨은 영화관 말고 근처에 있는 서점으로 데려가 책 하나를 나한테 슥 내밀었다.
[드래곤 블러드]
영어는 어색했지만, 그래도 아까 봤던 영화와 똑같은 제목임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방금 봤던 영화가 책을 바탕으로 나온 거거든. 이걸 보면 내용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책은 여전히 싫었다.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글자라는 게 싫은 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그날은 대체 무슨 바람이었을까?
귀신에 홀린 듯 나는 책을 품에 꽉 끌어안고 집으로 향했다.
“나. 이제부터 공부 열심히 할래.”
“으, 응?”
저녁식사 자리에서 입에 맞지 않은 음식을 먹느라 곤욕을 치르던 내가, 갑작스럽게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말하자 부모님은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후 나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다.
한 번 집중하기 시작하니 글, 언어에 관한 부정적이었던 생각이 서서히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재능이라고 해야 할까? 한 번 집중하기 시작하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자리에 앉아 공부했다.
‘좋아. 이제 읽을 수 있겠어.’
영어를 완전히 읽을 수 있게 되자, 서랍 안에 보관한 포장지도 뜯지 않은 드래곤 블러드를 꺼냈다.
책을 싫어했다는 걸 완전히 망각한 것인지, 그날 나는 밥도 먹지 않고 책을 탐독했다.
“재밌어.....”
영화에서 보았던 화면과 글을 읽으며 떠오르는 상상력이 대조되자 그 재미는 더욱 올라갔다.
‘더 보고 싶어... 더더더더더더더더!’
드래곤의 피를 실수로 먹어 인간의 육신과 드래곤의 육신이 합쳐진 이야기.
남들과는 다른 색다른 외모 때문에 인간 사회에 섞이지 못했던 청년의 이야기가 어린 시절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아빠. 나 이제 학교 다닐래.”
“응? 정말? 가기 싫다며?”
“갈래. 대신 책 좀 사줘.”
“....책?”
“응. 책!”
초등학교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이후로 등교를 거부했었다.
어린 나이 때문인지 아빠와 엄마도 그런 나를 보며 뭐라하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책을 위해 학교를 가겠다고 말하자 둘은 한동안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았다.
“대신 조건이 있어.”
“뭔데?”
“책은 한 달에 하나만 사줄게, 그래도 되겠니?”
“응!”
초등학교 도서관, 누나들이 가지고 있는 책, 도시에 있는 도서관 등 읽을 수 있는 책들은 많았기에 상관없었다.
도서관에 없는 책들을 한 달에 한 번 사준다고 하니 뭔들 상관없었다.
이후 나는 학교를 다니며 책을 끼고 살았다.
“고모부! 혹시 저 컴퓨터 좀 써도 될까요?”
“컴퓨터?”
“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하고 싶어지는 작품 만들기.
나도 해보고 싶었다.
고모부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에 한 시간 그리고 내 허락을 받았을 때만 사용할 것.”
“좋아요!”
집안에 하나밖에 없는 고모부의 컴퓨터로 글 쓰는 법을 익혔다.
도서관에서도 익힐 수 있지만, 출판사라던가 투고 방법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으니까.
나는 하루에 한 시간이라는 시간을 최대한 사용해 나만의 이야기를 적었다.
‘뭘 적을까?’
하루마다 적는 내용은 전부 달랐다.
어느 때는 추리소설, 어느 때는 판타지소설, 어느 때는 일상소설.
그냥 내 생각을 글로 옮긴다는 게 너무 좋았다.
하지만 투고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가 재능이 있을 리 없잖아?’
이건 지레짐작한 게 아니라 확신에 가까웠다.
미국에는 작가지망생만 수십만 명이 있었고 그들 대부분이 성공하지 못하고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어린 나이인 내가 작가로서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는 한국 군대에 갔고, 또 전역을 했다.
“어째서 이게.....”
미국에 도착하고 론타나 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직전.
기다리는 시간동안 근처에 있는 서점에 간 나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갈색 책자로 이루어진 책에 내 어린 시절 필명이 적혀있던 것이다.
[사막의 전갈 저자 : 드래곤 원]
내가 어린 시절에 적었던 습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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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투고
나는 몬태나 주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돈을 벌기 위해 미국 여기저기를 다녔지만, 나는 미국 시민권을 따지 않았다.
이유야 별건 없었다.
한국인으로서 군대를 다녀온 이후에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군대를 다녀온 이유는 아빠의 의지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살지 미국에서 살지 정하지 않았다면 일단 군대라도 갔다와서 정해라, 한국은 군대를 갔다 오지 않으면 남자들이 살기 힘든 나라다.’
한국에서 살게 되면 군대라는 경험이 친분을 쌓건 일을 구하건 하나의 소속감을 만들어준다고 했다.
아직 이렇다 할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보니 일단 아버지의 말대로 군대에 다녀왔다.
“그래, 미국에 살자.”
군대에 다녀오고 나자 미국 시민권을 따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엄마! 아빠! 이게 대체 뭐야!”
나는 2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반가움보다는 놀라움을 먼저 해결하고 싶었다.
농사일을 끝마치고 쉬고 있던 부모님들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내가 내민 책을 바라보았다.
[사막의 전갈(Desert scorpion)]
“뭔데 이게?”
아빠는 처음 본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린 시절 내가 적은 습작인데! 대체 누가 이걸 투고시킨 거야!”
“모르겠는데? 그보다 전역했는데 들어오자마자 하는 소리가 그거냐?”
“아....”
공항에선 군복을 입으면 안 되기에 이미 사복이었지만, 그래도 난 옷차림을 단정히하고 먼지를 손으로 털어냈다.
“충성! 병장 재임스 권!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저녁에 미트로프 할 건데 먹을 거냐?”
“네. 먹어야죠.”
“친구들은?”
“군대 가자마자 연락 끊긴 녀석들을 만나봤자..... 그게 아니고 이 책이 어떻게 된 건지 말씀해달라니까요?”
탁자에 내려놓은 ‘사막의 전갈’이라는 난생 처음 보는 책.
본래 제목은 이게 아니라 ‘사막 인질 구출작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주목한 이유는 책에 적혀있는 필명 때문이었다.
[저자 : Dragon One]
용일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영어로 만든 필명으로, 어릴 때 습작을 적을 때 사용했었던 필명이었다.
어린 시절이라 내 이름에 들어가는 용(얼굴 용 : 容)이 드래곤을 뜻하는 건 줄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른다? 누가 네 소설을 표절한 거 아니냐?”
“표절했다면 하다못해 제 필명으로 하진 않았겠죠!”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냐? 아무튼 우리는 모른다. 누나들한테 전화해 보던가.”
“아.....”
내 위로 3명의 사촌누나들이 있고, 밑으로 2명의 사촌동생들이 있었다.
고모부와 고모는 금실이 좋아서인지 아이를 많이 낳았다.
문제가 있다면 전부 딸이라는 것.
“참고로 네가 군대 갔을 때 동생 생겼다.”
“.....전화로 좀 알려주시지.”
“그쪽하고 이쪽하고 시차가 같냐? 이런 거 하나하나 알리는 것도 힘들다. 아무튼 우리한테 인사 끝났으면 고모부한테도 인사하고 와라.”
“.....어차피 누나들은 없잖아요?”
미국에선 몬태나 주에 사는 사람들을 레드 넥(Red Neck)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촌놈이라고 비하하는 말이었다.
그 때문인지 사촌 누나들은 고향을 떠나 켈리포니아 주에 있는 샌프란시스코나 LA, 뉴욕, 워싱턴으로 가 일을 시작했다.
그 정도 능력이 있는 누나들이다보니 어딜 가든 위험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무튼 그곳하고 이곳하고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오늘 네가 온다는 소식에 전부 오기로 했다. 미트로프도 먹고 칠면조도 한 마리 잡는다더라.”
“고맙네요.... 정말.”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나 같은 경우 휴가를 나와도 미국으로 오기가 힘들다보니 휴가를 사용하지 않았고, 간혹 외박을 나올 때면 근처 모텔을 이용했다.
어린 시절 미국에 와서도 집에선 한국말을 사용했기에 군대에서 언어에 대한 장벽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군대에서 경험했던 한국은 내가 살고 있는 미국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어찌어찌 전역은 했지만 당시에 있었던 부조리와 역차별 때문에 미국에서 사는게 좋겠다고 결심했다.
어차피 친구들과 가족들도 전부 여기 있기 때문에 조국을 버린 매국노라던가 그런 일말의 감정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군대도 다녀왔으니 한국계 미국인으로서는 가장 떳떳하지 않은가.
“일단 쉬고 있어라. 준비가 되면 부를 테니까.”
“방은 그대로죠?”
“그래.”
우리는 아직까지도 창고를 개조한 집에서 머물고 있었다.
이사를 위해 돈을 차차 모으고 있기는 했지만, 개조를 몇 번 하다 보니 이젠 그 누가 보더라도 창고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였다.
요즘에는 창고를 개조해서 저택을 만들기도 하다 보니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럼 잠시 방에서 쉴게요.”
나는 2층으로 올라가 내 방으로 들어갔다.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방.
무심했던 말투와는 달리, 매일 청소를 해주셨는지 입대 전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그보다 대체 누구지?”
누가 내 습작을 멋대로 투고한 거지?
그 생각에 침대에 누웠음에도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
소소한 파티가 열렸다.
파티라고 해도 대단할 건 없었고, 그저 안면이 있던 이웃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술과 음식을 먹는 것뿐이었다.
그렇다 해도 내 전역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였다는데 그 얼마나 기쁜 일인.....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
“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
“제임슨! 군대 갔다고 술 약해진 거 아니냐? 하하하하하하-!!!”
“.....”
자기들이 술파티를 하기 위한 구실이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미국은 술에 관한 법이 강하다.
게다가 Bar에서 술을 마시면 비싸다보니 대부분이 집에서 술을 마신다.
다만, 집에서 마시면 와이프나 아이들 눈치가 보이니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 술파티를 여는 것이다.
‘그렇다고 워커를 원액으로 마시냐.’
러시아인들이 술을 잘 마신다고 하는데, 여기 사람들도 그에 밀리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간에 우리들은 고모부 집에서 소소한 파티를 열었다.
“아! 잠깐 주목 좀 해주세요!”
오래간만에 한국식 불고기와 좋아하는 미트로프를 먹느라 잊어버린 것이 생각났다.
내 외침에 밥을 먹거나 입에 술잔을 기울이려던 사람들이 전부 나를 쳐다봤다.
“왜? 전역기념으로 연설이라도 하게?”
“그게 아니고요. 혹시 이 책 아는 사람 있어요?”
내가 책을 들어 올리자 모두의 시선이 책으로 향했다.
갈색 책자로 만들어진 책을 보자 구석에서 음료를 홀짝이던 여자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앗!”
“.....이사벨. 너 혹시 뭔가 아는 거 있어?”
현재 중학생인 여동생 이사벨은 무언가 걸리는 게 있는지 머쓱한 듯 미소지었다.
“헤헤.....”
“그 책이 뭔데 그래?”
오래간만에 돌아온 누나들과 주변 사람들은 내 손에 들린 책을 보며 다가왔다.
“드래곤 원? 유치하네.”
“근데 제임스 이거 네 한국식 이름 아니야? 어릴 적에 이름 안에 드래곤이 들어간다고 좋아했었잖아?”
“더스트 스콜피온? 이게 뭐야?”
“이거 설마 너가 적은 거야?”
마지막 말에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 책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우리 마을에서 유명한 작가가 탄생하는 건가? 하하하하하하!”
“전 작가가 될 생각이 없었어요.”
돈에 대한 개념이 어린 시절부터 확고했다.
미래가 확실치 않고, 수입이 불안정한 작가가 될 생각은 없었다.
글 쓰는 건 그저 취미일 뿐, 내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사벨.”
여동생인 이사벨을 노려보자, 이사벨은 헤헤 웃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 그냥.... 오빠가 적은 글들이 재밌어서 출판사에 보낸 것뿐이야. 차, 참고로 계약은 내가 안했어! 언니가 했어!”
나는 고개를 돌려 오피스룩을 입고 있는 상태로 와인을 입에 가져가려는 메디슨 누나를 바라보았다.
“그리 큰 출판사도 아니었고 거기에 나도 네 글이 아깝다고 생각했거든.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까 내가 대신 가서 계약했어.”
“아니, 그래도 그렇지 상의 하나없이....”
“상의하려고 해도 시차가 다르기도 했고 군대에 있는 너한테 전화를 줄 수도 없었어. 애초에 이사벨이 독단적으로 시행한 거라 우리도 뒤늦게야 알았어.”
“이사벨!”
“헤헤.....”
이사벨은 내 고함소리에 서둘러 고모 등 뒤로 숨었다.
고모와 붙어있으면 내가 큰소리를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더니만.’
입대하기 직전 항상 내 방으로 찾아와 내가 적은 습작을 읽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출판사로 보낼 줄은 몰랐다.
“후우..... 그래서 수입은요?”
지금까지 적었던 글들은 단지 취미일 뿐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적었던 내 상상속의 글들을 다른 사람들이 읽었다고 생각하니 약간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당연히 어느 정도의 수입이 나왔는지 궁금했다.
“네 통장으로 갔을 거야. 우리도 정확한 수입은 몰라.”
“통장?”
나라사랑카드만 사용하느라 미국에서 사용했던 통장을 사용하지 않았다.
나는 서둘러 스마트폰을 꺼내 미국 은행 어플을 확인했다.
군대에 반납한 상태로 2년 동안이나 있었던 스마트폰이다보니 여러 가지 업데이트를 한 후에야 은행 어플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게 뭐야.”
나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눈을 박박 비볐다.
통장 안에 찍혀 있는 액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 요즘 그 책에 관련해서 계속 연락이 오더라.”
나는 메디슨 누나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제임스?”
덜덜 떨리는 손을 본 어머니는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내 옆으로 다가와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배, 백만?”
어머니의 외침에 술을 마시며 관심 없던 사람들이 서둘러 달려와 내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3, 321만 달러?”
한국 돈으로 37억이나 되는 돈을 책 인세만으로 벌어들였다.
그 말에 와인잔을 들고 있던 메디슨 누나가 손에서 술잔을 떨어트렸다.
-쨍그랑!
땅바닥에 술잔이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음에도 아무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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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슨은 현재 골드 문 게이트라는 기업에서 근무 중이다.
처음 이사벨이 책을 읽고 있는 행동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어린 시절 영화관에 데려다 준 이후, 이상하게 책에 관심이 많았던 제임스가 있다 보니 그 모습이 익숙했기 때문이다.
넷째 여동생인 이사벨이 입대하느라 방에서 사라진 제임스의 방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린시절부터 모아둔 책이다 보니 그 양이 꽤 많았다.
하지만 이사벨은 그런 책들보다 제임스가 적어놓은 습작들에 오히려 관심이 많았다.
“계약?”
“응! 계약하자고 연락이 왔어!”
“잠깐만, 그보다 허락도 없이 투고한 거야?”
“.....헤헤.”
여동생이 보냈다는 출판사는 그리 큰 곳은 아니었다.
음악시장보다 소설시장이 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에는 정말 많은 출판사가 있었다.
‘계약이라.....’
인세비율은 대략적으로 10%
하지만 열려있는 시장이다보니 베스트셀러만 되어도 떼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다.
다만, 그만큼 사기꾼들도 많았기에 이사벨은 변호사인 메디슨한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에이전트를 걸쳐 상업성을 인정받은 다음에 출판사 투고가 이루어지는 게 원래는 대부분이다.
‘나쁘지 않은 곳이네.’
출판사라는 점을 이용하여 사기를 치는 기업이 많다보니, 메디슨은 신중하게 계약조항을 읽고 계약서를 체결했다.
‘괜찮겠지.’
제임스와 상의 없이 하는 게 찔리기는 했지만, 어린시절부터 글을 쓰기만 하던 제임스다보니 그 실력을 세상 밖에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그렇게 계약을 체결하고 몇 달이 지난 후.
-따르르르릉!
“......원래 이렇게 전화가 많이 오나?”
계속 오는 전화에 메디슨이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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