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2화 (2/216)

2화 진심

사막 전쟁.

예전부터 제목 짓는 걸 어려워했던 나는 소설을 적을 때 제목에 딱히 의미를 두진 않았다.

사막 전쟁이라는 말도 말이 전쟁이지 장르는 추격이었다.

아니, 추격이라는 말도 이상한가?

한국말로 쉽게 말하면 짬뽕 같은 소설이었다.

특수 요원이 의뢰를 맡고 테러집단으로부터 인질을 되찾아 오는 소설

추격신도 있고, 추리 소설다운 점도 있었고, 약간은 잔혹한 신도 적어놓았다.

사막에 사는 테러집단들로부터 인질을 구해내는 스토리다보니 그냥 사막 전쟁이라고 제목을 정한 것뿐이었다.

‘어디보자.... 이거였나?’

방 안으로 들어가 고등학교 때 선물로 받은 노트북 전원을 켜 사막 전쟁이라 적힌 파일을 찾아 열어보았다.

‘그래 이런 스토리였어.’

요원 에단은 조국을 위해 일을 하다 그것을 빌미로 과거 원수지간이었던 테러 집단에 의해 아내가 살해당한다.

그 이후 요원직을 내려놓고 용병으로 살아갔다.

이유는 복수.

국가는 테러조직을 쫓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아내를 죽인 테러집단을 찾기 위해 용병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테러조직의 흔적을 찾으며 그와 연관되어 있는 자들은 절대 살려두지 않았다.

그런 에단한테 어느 날 뜻밖의 여자가 찾아왔다.

자신을 아내의 여동생이라 소개한 매춘부였다.

“.....매춘부가 나온 시점에서 여동생이 읽으면 안 됐지.”

고아인 줄 알았던 아내한테 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믿기 힘들었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얼굴을 똑같이 닮은 쌍둥이였기 때문이다.

에단은 이후 아내가 죽은 이유를 알게 된다.

VIP스트립클럽에서 쇼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아내의 여동생은 우연찮게 테러조직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테러조직은 여동생을 죽이고자 했고, 쌍둥이라는 걸 모르고 아내를 죽인 것이다.

‘여기서 무슨 비밀을 할까 많이 생각했었지?’

글을 읽으니 점점 생각이 선명해진다.

여기서 여동생이 들었던 테러조직의 비밀이 무슨 비밀일지 한참을 생각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결국엔 좀 극단적인 내용으로 생각했지.’

테러조직이 가지고 있던 비밀은 바로 ‘아시아 여성 납치’였다.

당시 뉴스에서 아시안 비행기 납치 사건이 터지고 있었고, 거기에 비교적 보안이 취약한 아시안 여성들이 납치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시안 여성들이 납치되어 매춘부가 된다는 이야기를 작품에 적었던 것이다.

“......근데 이 내용을 이사벨이 본 거야?”

이 글은 아마 고등학교 때 적은 내용일 것이다.

그렇다 보니 매춘부나 납치 같은 자극적인 내용이 많았다.

‘거기에 아내의 비밀까지.’

고아였던 아내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다.

테러조직이 아내를 여동생으로 착각한 이유가 아내 또한 스트립 클럽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매춘부라는 이미지 때문에 약혼하기 힘들까봐 과거를 숨겼었던 것이고, 테러조직은 여동생을 찾기 위해 클럽에서 일하다 그만둔 여성들을 찾은 것이다.

“흐음.”

에단은 믿을 수 없는 충격에 한동안 말도 없이 정신이 나갔고, 그 사이를 노려 테러조직은 여동생을 납치했다.

“여기서 재미를 붙이고 싶었지.”

에단은 아내가 숨겼던 사실들을 하나하나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매춘부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싸늘했던 마음에 행복이라는 감정을 심어준 아내를 위한 복수는 여전히 에단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다.

하나하나 아내에 대한 사실들을 찾으며, 에단은 테러조직이 있는 사막으로 향했다.

‘조직이기 때문에 에단 혼자 그들을 죽이는 건 무리였지.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선 에단 혼자만 나서야 했어.’

에단은 함정을 파고 체계적으로 테러조직원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약물, 화약, 암기 등을 사용해 상대를 죽였다.

‘이때 정말 조사 많이 했지.’

가장 많은 조사를 한 건 다름 아닌 동양의 암살법이었다.

서양의 암살법과는 달리, 어딘가 조심스럽고 체계적이었기에 한국 드라마를 많이 참고했다.

특히 ‘뿌리 깊은 대지’라는 드라마에서 암살자들의 암수가 본격적으로 드러났기에 많이 참고한 편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추격신.’

하나둘 몰래 암살을 시작하며 드디어 여동생을 구해낸 에단은 서둘러 이곳에서 탈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질이 빠져나갔다는 걸 알게 된 테러조직 수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동생을 다시 데려오라고 명하였다.

‘여동생을 죽이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 아마?’

비밀을 알고 있던 아내의 여동생을 바로 죽이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아내는 태어났을 때부터 고아가 아니었다.

테러조직 수장을 쫓던 경찰의 딸이었다.

결국 테러조직한테 부모님의 목숨이 빼앗겼고, 고아원에 갔지만 폭력만 사용하는 원장을 피해 길거리로 나오게 되며 그 둘은 매춘부가 된 것이다.

테러조직 수장은 자신을 항상 귀찮게 하던 경찰의 딸을 잡았다는 우월감을 위해 아내의 여동생을 다시 납치하라고 했고, 주인공 에단과 테러조직의 본격적인 추격신이 시작된다.

“모르겠어.....”

편집자로부터 글이 수정 당하진 않았다.

내가 적은 원고에서 틀린 철자들만 교정된 상태로 발매된 것이 [사막의 전갈]이었다.

‘전갈이라 붙인 이름의 유례가 주인공이 함정을 빠트리기 때문인가?’

철저한 계산 속에서 이루어지는 함정.

굴을 파놓고 먹이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전갈의 습성을 제목에 나타낸 것 같았다.

“그나저나 이 액수.”

한화로 37억이나 되는 액수다.

솔직히 글로 이 정도 액수를 벌 줄은 몰랐다.

‘베스트셀러라.....’

구골에 책 제목을 적으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작가의 책이라고 적혀 있었다.

판매 부수만 300만에 달했다.

이는 내가 군대에 간 21개월만의 성과였다.

‘전세계적인 수익이 아닌, 오직 미국만의 결과라.....’

아무리 화제에 오른다고 해도 이 정도 결과라니... 도통 믿기 어려웠다.

“끄응.....”

이사벨의 머리에 꿀밤을 먹인 다음 내 담당 편집장 정확히는 에이전트의 명함을 가져왔다.

나와 상의 없이 계약을 맺긴 했지만 그래도 돈을 벌게 됐으니 이 정도 선에서 봐주기로 했다.

‘전화를 해봐야 하나? 거긴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되려나?’

땅 덩어리가 넓은 미국이다보니 지역마다 시간이 달랐기에, 저녁인 지금 전화를 해도 될지가 걱정이었다.

'골치 아프네.'

계약서도 돌려받았고, 저작권도 돌려받았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관한 전화는 많이 왔지만, 나를 위해 지금까지 어디하고도 계약하지 않았다고 한다.

글을 적는 것과 영상으로 만드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해봐야지.”

명함에 빌 에이든 미디어라 적혀있었다.

나는 번호를 보고 잠시 망설이다 이내 전화 버튼을 꾹 눌렀다.

-여보세요?

연결음이 두 번 이상 울리기 전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지?’

내 이름? 필명? 작품?

내가 고민하는 사이에 전화기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신데 전화하신 거죠?

등록되어 있지 않은 번호로 전화해서인지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드래곤 원인데요.”

-......

내 말과 함께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 사칭인가?

“아, 아니에요. 사칭 아니고 사막 전쟁.... 아니 사막의 전갈을 적은 드래곤 원입니다.”

-혹시 최근까지 사우스 코리아에서 군복무를 하셨는지요?

“네. 맞습니다. 대구에서 근무했습니다.”

당황하며 말하지 않아도 될 근무했던 지역까지 말했다.

-혹시 이름이....

“제임스 권입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말과 동시에 스마트폰에서 괴음이 들려왔다.

“여, 여보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팬이에요!

“....네?”

갑자기?

****

자신을 에밀라라고 소개한 여성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출판사가 중견기업 정도다 보니 처음에는 서점에서 눈에 띄지 않았었다고 한다.

“연예인이 추천했다고요?”

그러던 와중 한 연예인이 SNS에 이 소설이 영화화 한다면 주역이 되고 싶다고 남겼고, 그 파장으로 인해 내 책이 팔려나가기 시작했다고.

-들어보셨을 거예요. 라울 데이비스님이세요.

“라울 데이비스? 그 공상 탐사대?”

-네. 맞아요.

그 말에 나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라울 데이비스라니...’

라울 데이비스는 영화 쪽에서는 신성에 가깝지만, 잘생긴 외모와 더불어 그의 선행 때문에 인기가 많았다.

공상 탐사대에서 주역을 맡아 유명인사가 된 배우였다.

-이후에 책이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드라마나 영화 제작사에서 문의가 쏟아지고 있어서요. 저희 측에서 해결을 못하니 계약서에 적힌 대리인한테까지 연락이 간 듯해요.

메디슨 누나가 골치 아프다고 한 게 이거였구나.

“참고로 제작사는 어디어디에서 연락이 왔나요?”

-드림 피쳐스, 울프 스튜디오 그리고 월드 미션 컴퍼니에서도 연락이 왔어요.

‘월드 미션 컴퍼니?’

문화컨텐츠 선두에 선다는 말이 나오는 월드 미션 컴퍼니.

미국 아니 세계 1위 제작사에서 연락이 올 줄이야.

-그 외에도 여러 곳에서 왔어요.

“.....전역하고 나서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이 터질 줄은 몰랐네요. 혹시 어디 영화사가 가장 괜찮아 보이는지 알 수 있을까요?”

-영화로 제작하시게요?

“뭐. 할 수 있다면 하는 게 좋겠죠?”

사실 내 진짜 꿈은 작가가 아닌 영화 시나리오 작가였다.

물론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쳐 그 꿈은 접었지만, 하다못해 글 쓰는 작가로서 내 소설이 영화화 되는 것은 당연히 보고 싶었다.

-제가 금방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아! 그냥 이번에 제가 자택으로 방문해도 될까요?

“네. 그렇게 하세요. 근데 제가 있는 곳이 먼데 괜찮으시겠어요?”

-몬테나 주라고 들었어요. 내일 모레까지 갈게요!

‘내일 모레? 서둘러서 오는 건가?’

아무래도 나와 만나본 적이 없으니 서둘러 만나려 하는 것 같았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주소는 아시나요?”

-선물세트를 보낸 적이 있어서 알고 있어요. 그런 그때 뵙도록 해요!

“네. 수고하세요.”

나는 전화를 끊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선물세트?’

선물세트도 받았어?

****

“선물세트? 저번에 온 와인을 말하는 건가?”

내가 혹시 무슨 배달 온 게 있냐고 물어보자, 아버지는 코를 후비며 한쪽에 쓰레기처럼 놓여있는 빈 병을 가리켰다.

“고모부와 전부 마셨다. 맛있더구나.”

“잘하셨어요. 술은 보관하는 것보다 마셔서 없애는 게 더 좋죠.”

마시지 못해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부모님이 마셨다는데 뭐라 할 수 있겠는가.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아버지가 붙잡았다.

“이제 뭘 하고 살 거냐?”

소소한 파티가 끝나고 저녁이 찾아오자 아버지는 그제야 나한테 하고자 했던 말씀을 꺼내셨다.

“원래라면 농장 일을 도우면서 돈을 벌려고 했죠. 땅덩이가 더럽게 넓어서 인력 부족하시잖아요?”

“부족하긴 하지만 아들 손 빌릴 정도는 아니다. 귀한 손이니 아껴야지.”

“에이. 부끄러우니까 그러지 마세요.”

그 말에 아버지는 말없이 맥주 캔을 기울였다.

한참이나 말씀이 없으시던 아버지는 비어있는 캔을 구기며 말하셨다.

“내가 사업할 때 목표했던 액수가 얼만 줄 아냐?”

“얼만데요?”

“1년에 1억이라도 벌고 싶다고 하늘에 애원했었다. 그런데 나한테만 진지한 사업이었는지 망하는 건 하루아침이더라.”

꿀꺽꿀꺽

맥주를 들이키는 아버지 옆으로 조용히 가서 앉았다.

“34억.... 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1억이라는 액수에 도달하지 못했다. 피똥싸게 노력해도 1년에 1억 버는 건 무리더구나.”

“......”

“하려고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해봐라. 부서질지언정 무너질 생각은 하지 말고.”

아버지의 인생에서 나온 충고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 자라. 한국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테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는 아버지를 보며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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