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0화 (10/216)

10화 사막의 제국

작품의 영화화를 바라는 이들은 많았다.

내 앞에서 오레오 맥플러리를 맛있게 먹고 있는 이사벨도 마찬가지였다.

“이사벨 너는 꿈이 뭐냐?”

“꿈?”

“응. 너도 책을 좋아하니까. 그러고 보니 너 예전에 영화감독이 꿈이라고 하지 않았나?”

“루이나 언니의 한탄을 듣자마자 포기했어.”

“.....그래. 잘 판단했어. 그나저나 루이나 누나는 잘 지내?”

둘째 누나인 루이나는 어린 시절부터 꿈이 있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LA로 향했고, 이후 연락이 없었다.

내 전역 파티에 온 사람은 메디슨 누나가 유일했다.

“무슨 작품에 빠져있다고 연락이 왔어.”

“작품?”

“응. 분명히 영화화 할 작품이라서 반드시 배역을 따겠다고 통화한 뒤에 연락이 안 돼.”

“헤에..... 루이나 누나가 원하는 작품인가?”

필시 좋은 필력을 지닌 작품일 것이다.

“아. 그리고 나 내일 캘리포니아 간다.”

“거긴 왜?”

“미팅이지 뭐.”

나는 빅맥을 입으로 가져갔다.

****

제임스가 이사벨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는 사이, [나인 드래곤]이라는 팬카페는 현재 난리가 났다.

-젠장! 드래곤 원 작가가 차기작을 적었다는 거 모두 봤지? 나만 본 거 아니지?

-[몬스터 세계]였던가? 제목 센스는 정말 구리더라고. 필명만 봤을 때 장난인가 했지만, 그냥 센스가 구린 거였어!

-센스든 뭐든 간에 보고 싶다고! 제길! 빌에이든미디어는 대체 뭐 하는 거야! 드래곤 원 작가 작품은 품평할 생각 말고 얼른 출판해야지!

-위 댓글 인정! 히어로물이라니.... 드래곤 원 작가의 히어로물이라니! 나도 보고 싶다고!

-드래곤 원 작가님.... 하아. 살면서 나를 이렇게 애태우게 하는 남자를 만날 줄이야. 같은 남자로서 너무 매력적이야.

-젠장! 살아생전 이렇게까지 기대되는 작품은 없었다고! 하다못해 언제 출판되는지 질문까지 했잖아!

-제길! 20가지밖에 질문을 못 하는데 한국놈들이 말한 뭐, 뭐? opaenmu? 이게 대체 뭐냐고!

-오늘 팬티색 무엇이라는 질문인데.... 한국인들은 동양의 유대인이라 불려서 이런 걸 싫어할 줄 알았는데, 전부 변태들뿐인가?

-왜 남자 팬티 색깔을 궁금해하는 거지?

ㄴ...... 이런 말 하기 그런데 나도 좀 궁금했어.

ㄴ크흠!

ㄴ이런 미친놈들

ㄴ그러는 넌?

ㄴ나도 HAHA!

세상 어느 나라나 생각하는 건 다 똑같다.

-그나저나 필력이 이렇게 좋은데 영화각본에 재능이 없다는 건 무슨 뜻이야?

ㄴ 시나리오하고 소설하고 쓰는 법 자체가 다르니까.

-위 댓글에 나도 공감해. [사막의 전갈]을 처음으로 봤을 때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것 같았어. 마치 영화 속에 들어간 것 같았다고!

ㄴ그냥 필력일 뿐이잖아? 시나리오하고 소설하곤 엄연히 달라.

ㄴ무엇보다 드래곤 원 아니 제임스 권이 스스로 재능 없다고 했으니까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제임스는 한때 영화 시나리오를 적어 본 적이 있었다.

이후 소설과 시나리오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에 따른 공부를 하긴 했지만,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게 되었다.

-어이어이 근데 다들 중요한 걸 잊고 있는 거 아니야?

-맞아. 다들 이걸 신경 쓰지 못한 것 같은데?

[북미 박스오피스 1억 달러 달성 시 [사막의 전갈] 2부 집필 시작]

-아! 맞다!

-가능할까?

-솔직히 달성하기 힘든 수치긴 하지. 라울 데비이스가 주역을 맡는다고 해도 말이야.

ㄴ하아.... 유명 배우가 또 출연하면 좋으련만.

-블루스타게이트에서 영화화한다고 했으니 조금 기대해볼 만하지 않아?

ㄴ남성향 성향이 짙어서 오히려 잘 뜰 수 있지 않을까?

북미 박스오피스 1억 달성.

유명 배우나 감독이 맡지 않는 이상 그건 힘들었다.

-전 충분히 가능할 거라 보는데요?

그러자 갑자기 누군가 채팅장에 들어왔다.

-오오오오오오!

-최우수 등급이다-!!!!!!

항상 컴퓨터를 틀어놓고, 책에 대한 감상을 매일마다 적어도 최우수 회원으로 올라가기 힘들다.

특히 [나인 드래곤]에서 최우수 회원들은 비밀스러운 존재였다.

정체가 무엇인지 누구도 알지 못했지만, 가끔 보여주는 이미지라던가 영향력이 매우 컸다.

어느 나라의 정치인, 어느 나라와 왕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우수등급 회원의 정체는 아무도 몰랐다.

-언제까지 1억 달성하라고 적혀있진 않았잖아요?

ㄴ....!

ㄴ....!

ㄴ....!

제임스는 또다시 제손으로 무덤을 팠다.

****

다음 날이 밝고 나는 월리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잘 갔다 와. 올 때 기념품 좀 사 오고.”

“상황 봐서.”

나는 대충 손을 흔든 뒤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공항으로 향했다.

미국의 문화산업단지는 캘리포니아주에 몰려있다시피 해서 큰누나의 로펌이나, 출판사, 제작사 등 전부 캘리포니아주 안에 속해 있었다.

‘퍼스트 클래스는 처음인데.’

하루 동안 비행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몇 시간 비행하는 건데 퍼스트 클래스를 잡아 주실 줄은 몰랐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보는 황홀함에 전율을 느끼며 산타모니카 공항으로 향했다.

두 번 정도 비행기를 타야 했지만 그래도 퍼스트 클래스에 앉아서 오는 거라 피로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산타모니카 공항에 도착하자 미리 도착해있던 에밀라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에요 작가님!”

나는 웃으며 에밀라한테 다가갔다.

“짐이 없으시네요?”

“내일이면 돌아갈 것 같은데 상관없을 것 같아서요.”

그러자 에밀라는 당황한 듯 미소 지었다.

“제, 제가 설명이 조금 부족했나 봐요.”

“네?”

“이번에 [사막의 전갈]을 맡으신 감독님이 부탁하셨거든요. 캐스팅에 관해서요.”

“캐스팅이라면..... 배우들을 말하는 건가요?”

“네. 라울 데이비스 님을 포함해서 오디션을 보거든요. 거기서 이번 영화에 가장 어울리는 배역을 작가님과 함께 판단하고 싶으시다고.... 하셔서요.”

“하아. 그럼 내일 집에 가는 건 무리겠군요.”

“죄송해요.”

“아뇨. 뭐. 이왕 캘리포니아까지 온 거 쇼핑이나 하죠.”

“그럼 호텔 먼저 가실래요? 누나분께서 오시는 데 어느 정도 걸리시나요?”

“저녁에나 올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계약을 진행하죠.”

에밀라는 나를 호텔로 안내했다.

호텔에 가본 적은 처음이었지만 딱히 감흥은 없었다.

“바로 쇼핑하러 가실 건가요?”

“음.... 아뇨. 일단 좀 쉬고 싶네요. 집필도 하고.”

마지막 말에 웃으며 답하던 에밀라의 얼굴이 굳어졌다.

“또, 또, 또 지, 집필하신다고요?”

“왜 이렇게 당황하세요? 작가가 글 쓰는 건 당연하잖아요?”

원래라면 조금 더 휴식을 취한 후에 글을 쓰려고 했었다.

하지만 어제 짧게 나눈 팬들과의 소통 이후에 도저히 손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혹시 무슨 장르를 쓰실 건가요?”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일단 손 푸는 용도로 조금만 적을 생각이에요.”

“넵! 알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호텔직원 말고 저를 불러주세요!”

“아. 네. 근데 괜찮으시겠어요?”

“물론이죠! 작가님이 최상의 상태로 집필하시게끔 서포트하는 게 바로 저희의 역할이거든요!”

참고로 내가 글을 못 쓰면 바로 차단하는 것도 출판사의 역할이다.

미국에선 가족 같은 관계? 그런 건 없다. 오직 실력으로만 관계가 유지된다고 해야 할까?

“그럼 편안히 쓰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가지고 온 노트북을 꺼내들었다.

****

“.....온 김에 핸드폰하고 노트북도 하나 더 사자.”

몬태나 주에도 Best buy가 있지만, 솔직히 다양한 제품은 없었다.

이왕 캘리포니아에 방문한 김에 전원 버튼만 누르면 터질 것 같은 노트북과 연결이 잘 안 되는 핸드폰을 바꾸는 게 좋으리라.

“자. 일단 무슨 글을 쓸까?”

현재 쓰고 싶은 작품은 세 가지다.

하나는 어제 캐서린의 작품을 보며 영감을 얻은 로맨스 작품이고, 또 하나는 언젠가 써보고 싶었던 추리소설이다.

마지막 하나는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소설이라.....’

아이들이 봐도 재밌을 것 같은 소설이었다.

‘잘 모르겠단 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아이들을 글에 매료시키는 것이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을 상대하는 건 운동선수조차도 힘든 일이다.

그런 아이들이 가만히 앉아서 읽을 만한 책을 적는 건 간단해 보이면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말이지······.”

어제 가장 많이 보였던 채팅이었기에 무시하기도 힘들었다.

팬들은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책을 원했다.

“동화 같은 느낌은 싫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역시 ‘모험심’인데..... 흠.”

모험심이라..... 애매한데?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참고할까?’

바닷속 해면과 물고기들의 이야기를 담은 아동용 애니, 대통령보다 인기 많다는 펭귄, 벌레들의 하수구 모험 등.

하나같이 인간이 아닌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동물... 그냥 동물이면 아이들이 흥미가 없을 거야.”

개나 강아지 이야기보다는, 아이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세계에 사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흥미 있겠지.

“동물... 동물.....‘

바다, 남극, 북극, 하수구, 정글.

그런 것보다 조금 더 스케일이 크고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세계는 없을까?

“공룡 세계?”

살면서 공룡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본 적이 없었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공룡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아이가 남자아이라는 것이다.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거라면······.”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동시에 좋아할 동물은 그리 많지 않다.

‘고양이들의 뒷세계 이야기? 아니야. 너무 흔해.’

나올 법한 동물들이 모두 나온 시대인지라 웬만한 이야기 가지고는 주목조차 받지 못할 것이다.

“굳이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해야겠지.”

동물이 아니라면 아이들 주목을 받기는 힘들겠지.

“귀여우면서도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거라..... 젠장. 펭귄밖에 생각나는 게 없는데?”

북극과 남극이라면 얼음의 세계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세계관을 만들 수 있었다.

거기에 북극곰이나, 물개 등 조력자들도 만들기 쉬웠고, 그들을 공격하는 갈매기 떼들이나 깡패 고래 등 명확한 적들도 만들기 쉬웠다.

“그럼..... 사막으로 해볼까?”

[사막의 전갈]의 배경은 사막이 아니다.

물론 사막이 나오기는 하지만, 초반 배경은 뉴욕 할렘가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막의 귀여운 동물이 뭐가 있지?”

호텔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연결해 사막의 귀여운 동물들을 확인해 보았다.

가장 먼저 나오는 건 사막여우였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여우라는 이미지는 아이들한테 좋지 않아.’

동양이든 서양이든 여우라는 이미지는 얍삽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사막여우가 귀엽기는 하나 여우라는 이미지를 버리지 못한다면 쓸 생각은 없다.

‘조력자로 쓸 수 있으니까.’

사막에는 내 예상보다도 많은 동물이 있었다.

거북이, 낙타, 도마뱀, 프레리독, 토끼, 모래 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들이 있었지만 내 마음에 쏙 드는 동물은 없었다.

“.....미어캣?”

그러던 와중 바위에 나란히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미어캣을 발견했다.

펭귄처럼 집단을 이루고 산다. 귀엽다. 무진장 귀엽다.

“..... 사막 제국.”

그 순간 머릿속에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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