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24화 (24/216)

24화 Q&A 3

저번처럼 Q&A는 올라오는 채팅 중에 골라서 하기로 했다.

[1) Q : opaenmu?]

충격적이게도 이게 가장 많이 올라오는 질문이었다.

“.....실환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벌어졌는지,

opaenmu는 또 다른 opaenmu 댓글로 채워지고 있었다.

거기다 채팅창은 온갖 색깔의 향연이니... 마치 무슨 광신도들을 보는 듯했다.

“미국인들이 어떻게 이걸..... 아니 생각하지 말자.”

저번에 재미교포들이 올린 오팬무를 보고 올린 거겠지.

[A : 비밀]

내 답변이 올라가자마자 채팅창이 용솟음 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작가의 팬티 색깔을 알 권리가 있다!

-작가는 팬티 색깔을 알려줘라!

-우우우우우우우!

-오팬무? 오팬무? 오팬무? 오팬무? 오팬무?

“.....미쳤나.”

채팅창이 계속 팬티색깔로 채워지니, 정작 답해줘야 할 다음 질문이 보이지 않았다.

[질문 없으면 그냥 Live 방송 끌겁니다?]

그제야 채팅창이 잠잠해지고 정상적인 질문이 올라왔다.

[2) Q : 다음 작품 [몬스터 세계]는 현재 어느 정도 진행이 됐나요?]

[A : 8월 12일에 발매 예정입니다. 그리고 친필사인이 되어 있는 양장본 1,000권을 추첨을 통해 드릴 예정입니다. 다만, 양장본은 8월 12일이 아닌 20일부터 추첨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목욕을 하기 전에 에밀라로부터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3) Q : 저번 [몬스터 세계]의 제목이 마음에 안 드신다고 하셨는데 바꾸셨나요?]

[A : Yes. [블랙 & 월드]입니다.]

[4) Q : 얼굴을 드러낸 Live 방송은 아직 생각 없으신가요?]

[A : [사막의 전갈] 시사회 때 얼굴을 드러낼 생각입니다. 그때 반응 봐서 Live도 생각해 볼게요.]

다른 때는 몰라도 시사회 때마저 얼굴을 숨기고 싶지는 않았다.

내 작품이 영화화된 것이다. 내 자식이 성공한 거나 다름없는데, 아비인 내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5) Q : 다음 작품인 [드래곤 마스터]는 무슨 작품인가요?]

[A : 제가 초등학교 때 [드래곤 블러드]를 보고 영감을 받아 적은 습작입니다. 귀여운 드래곤들과 함께하는 아카데미 생활을 적은 판타지 소설입니다.]

[6) Q : 현재 [사막의 전갈] 영화화는 어느 정도 진행됐나요?]

[A : 슬슬 돌입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최종점검 단계라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영화에 대해서는 나도 그리 많이 알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다 알려줄 순 없었다.

영화가 완전히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대중들한테 최대한 비밀에 부쳐야 하기 때문이다.

[7) Q : 혹시 어디 사시나요?]

[A : 정확히 알려드리긴 힘들지만 잠에서 일어나면 저 멀리 산이 보입니다. 공기가 아주 깨끗해요. 숨 쉬는 것만으로 머리가 맑아질 정도로 공기가 맑고 깨끗합니다.]

간혹 인기 많은 작가는 연예인처럼 사생팬같은 개념으로 집까지 찾아오는 팬들이 있다고 한다.

내 소설의 리뷰에도 항상 악플은 존재하기 때문에 사는 곳을 알려줬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호평만 있는 것보다는 혹평도 있는 게 좋지.’

작품에 애정을 갖고 말해주는 혹평은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도가 넘는 혹평은 좋지 않지. 호평이든 혹평이든 [작품]에 관해서만 해야지. 그걸 넘어서는 순간 그건 더 이상 평가가 아니게 되니까.’

나는 다음으로 올라오는 채팅 글을 읽었다.

[8) Q : [드래곤 마스터]도 영화화를 진행하실 건가요?]

[A : 아직 출판도 안했는데 영화 제의는 너무 빠른 듯싶습니다.]

[9) Q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 있습니까?]

“흠.....”

요즘 텔레비전을 안 봐서 어떤 연예인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A : 좋아하는 연예인은 없지만 응원하는 여자 연예인은 있습니다. 이름은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만났던 인연인 엘라와 엘리나를 말할까 했지만, 이건 그 둘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 것 같았기에 그저 응원한다고만 언급했다.

[10) Q : 사인회를 개최할 생각은 있나요?]

[A : 아직 구체적인 생각은 없지만, [블랙 & 월드] 미국한정으로 누적 판매량이 500만 넘어가면 출판사에 진지하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나는 내가 적고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사막의 전갈]도 500만이 안 됐는데.... 설마 되겠어?”

마지막 답변까지 마무리한 뒤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팬들을 뒤로 하고 나는 Live 방송을 종료했다.

*****

-우오오오오!

Q&A가 끝나자 [나인 드래곤] 팬카페는 난리가 났다.

-곧 [블랙 & 월드]가 나온다는데.... 근데 나만 걱정되나?

ㄴ완전히 다른 장르니까.... 솔직히 나도 걱정돼.

ㄴ드래곤 원님의 집필 솜씨를 보면 굳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른 장르다보니 불안감이 없잖아 있네요.

ㄴ그 필력만 제대로 가져가면 평타는 칠 텐데요.

ㄴ일단 조용히 기다려보죠.

그와 반대로 잿밥에만 관심있는 회원들도 있었다.

-젠장! 오늘이야말로 작가님 팬티색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ㄴ미친! 첫 질문부터 채팅창 실화냐?

ㄴLOL! 무슨 짜기라도 한 것 마냥 다 같이 팬티 물어보는 거 웃기다. :-D

한편 두 번째 작품이 출판도 안 됐는데 세 번째 작품이 계약되었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표하는 회원들도 있었다.

-그나저나 [드래곤 마스터]는 대체 뭐야?

ㄴ귀여운 드래곤이라.... 예전에 봤던 드래곤 키우기라는 바이킹들의 이야기가 생각나네.

ㄴ너도 그 생각했어? 거기서도 드래곤들을 귀엽게 표현했으니까 그럴 만 하지.

ㄴ그건 바이킹들이 드래곤을 사냥하다가 친해지는 애니메이션이었잖아? [드래곤 마스터]는 번개흉터 마법사처럼 아카데미물이라고 했으니까 다를 거야.

-[드래곤 블러드] 진짜 오래된 영화인데..... 추억돋네.

ㄴ나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ㄴ어린 시절엔 그 정도 CG기술이라도 환호했었는데.

ㄴ지금은 어중간한 CG는 눈살이 찌푸려 진다니까.... 동심이지 뭐.

ㄴ동심.... 맞는 말이야. 어린 시절에는 그게 얼마나 재밌었는지.... 지금 다시 보니 조금 유치하네.

-[드래곤 블러드]가 무슨 내용인데 다들 그러는 거야?

ㄴ일단 한 번 봐봐. 우리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거야.

ㄴ재미있었지.... 그때는.....

제임스가 영감을 받았다던 [드래곤 블러드]는 팬카페 회원들한테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사막의 전갈]의 수위가 꽤 높기에 카페 회원들은 전부 술을 마셔도 될 정도의 연령대였다.

그들 모두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로서 [드래곤 블러드]를 영화관에서 봤었다.

지금에서야 허접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형편없는 CG로 만들어졌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새로운 시도로 꽤 이슈가 됐었다.

피규어, 책 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 나왔던 음식까지 만들어 먹는 등, 당시의 향수가 그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나..... [드래곤 블러드]보러 갈래

ㄴ나도

ㄴ나도..... 오랜만에 향수에 푹 젖어버리고 싶네.

-집에 먼지 쌓인 [드래곤 블러드] 비디오가 있네, 어린 시절에는 밖에 나가지도 않고 봤었는데......

-보고싶네 [드래곤 마스터]. [드래곤 블러드]을 보고 영감받아서 만든 작품이니 분명 재밌겠지?

제임스가 집필한다는 [드래곤 마스터]는 예상 밖의 이유로 사람들이 기대하기 시작했다.

****

다음 날 캐서린과 나는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공항에 밤늦게 도착했다.

“으으..... 퍼스트 클래스인데도 비행기를 2시간만 타도 불편하구나.”

“이코노미였으면 더 불편할걸?”

한국에서 미국까지 올 때 이코노미 타고 왔었던 걸 생각하자 그때의 불편함이 생각나는 듯했다.

엉덩이가 짓무르는 줄 알았는데... 좁은 공간 안에서 사육당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가?”

“바로 블루스타게이트로 가야지.”

“......응? 안 쉬어?”

“어. 오늘 시나리오 최종점검하기로 했으니까, 내일은 푹 쉴 수 있을 거야.”

“자, 잠시만! 내일은 배우들하고 미팅 있다고 했잖아?”

“응. 미팅 다음에 간단한 파티가 있을 거야. 제작사 식구들과 배우, 투자자들이 올 거고.”

“......그럼 언제 관광할 수 있어?”

“파티 끝나면 그때부턴 자유야.”

“하아..... 어차피 나는 없어도 상관없겠지?”

“뭐래? 네가 글 쓰는데 도움되라고 데려온 거기도 해. 너도 배우들 볼 수 있다고 좋아했잖아?”

“그건 그런데.... 바로 일하러 갈 줄은 몰랐지이....”

“이게 사회생활이다. 짜식아. 아무튼 얼른 가자.”

공항 안으로 들어서자 우리를 마중 나온 블루스타게이트 관계자가 있었다.

“제임스님! 여깁니다!”

종이에 내 이름을 적은 남자가 우리를 발견하자 종이를 펄럭대며 소리를 질렀다.

“처음 뵙겠습니다! 블루스타게이트 사원 로딘이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제임스라고 합니다.”

나는 멍하니 있는 캐서린의 어깨를 툭 쳤다.

“캐, 캐서린이라고 해요.”

“아! 여동생분을 데려오신다고 들으셨습니다. 혹시 친동생이신가요...?”

나는 동양인이고, 캐서린은 백인이니 로딘이 보기에도 언밸런스했을 것이다.

“친동생은 아니고 친구 여동생입니다. 경험이나 해보라고 데려왔습니다.”

“그렇군요. 아! 일단 타시죠! 바로 블루스타게이트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자, 잘부탁드려요.”

평소 오빠를 개무시하며 자신의 꿈마저도 강단있게 바꿔버렸던 캐서린답지 않게 많이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관계자가 가지고 온 차에 오르며 옆자리에 앉은 캐서린한테 조용히 말했다.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이런 대접 처음이란 말이야.”

“네가 대접받는 게 아니라, 내가 대접받는 건데?”

“뭐랄까.... 코찔찔이 오빠가 갑자기 이런 대접을 받으니까, 나도 덩달아 긴장된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런 느낌이야.”

“코찔찔은 무슨..... 어차피 여기서 한 시간 정도는 가야하니까 그때까지 푹 쉬고 있어. 마그누스 감독님 앞에서도 그렇게 당황하지 말고.”

“그게 쉽게 되겠어? 가뜩이나 어제 대머리 때문에 브론즈 승급도 실패해서 마음이 뒤숭숭한데..... 짜증나는 대머리 녀석.”

캐서린은 월리한테 브론즈 승급에 실패했다고 차 안에서도 계속 놀림을 당했는지라, 월리 차를 타고 공항에 올 때부터 입이 댓발 나와있는 상태였다.

그 때문인지 이곳에 도착하고도 내내 뾰로통했다.

“오늘 일찍 끝나면 내가 아는 뷔페에 데려가 줄게.”

“뷔페?”

“응. 해산물 뷔페인데, 전에 마그누스 감독님이 추천해주셨어. 맛있더라고.”

“거기 굴도 있어?”

“그래. 굴은 따로 주문해야 하지만.... 상관없지. 그러니까 조금 이따 긴장하지 말고 있어. 뭐라도 하나 얻어갈 생각을 해야지 그렇게 뻣뻣하게 굳어있으면 보기 안 좋으니까.”

“역시 제임스 오빠야!”

캐서린은 해산물을 좋아하지만 몬태나 주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을 먹기 힘들기 때문에 뷔페에 데려가 준다고 하자 그제야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그나저나 엘라와 엘리나는 잘 있으려나?’

산타모니카에 오자 생각나는 얼굴들.

엘리나는 뮤튜브에서도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봤기에 아직까지 가수의 꿈을 접지 않은 걸 알고 있지만, 엘리나는 과연 뭐하고 지낼지 문득 궁금해졌다.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자 귓가에 로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임스님. 도착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차 밖으로 나오자 오랜만에 보는 블루스타게이트 빌딩이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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