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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30화 (30/216)

30화 동물

로얀은 하클라스 드래곤의 알을 들고 숲으로 향했다.

‘꼬, 꼬마야! 지금 숲으로 들어가면.....!’

가는 내내 어른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로얀은 꿋꿋하게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콜록! 콜록!’

불을 뿜어내는 하클라스는 숲의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대기는 연기로 자욱했지만 그래도 로얀은 포기하지 않았다.

젖은 천으로 코와 입을 감싸고, 불이 뿜어져오는 방향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걸어갔다.

[크르르르르르.....]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모습을 하고 있는 하클라스 드래곤이 눈에 들어왔다.

‘도, 돌려주러 왔어.....’

평소에는 드래곤을 보자마자 두려움에 몸이 굳어졌던 로얀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몸안의 모든 용기를 쏟아냈다.

[크롸롸롸롸롸-!!!]

하클라스 드래곤은 로얀이 들고 있는 알을 보자마자 더욱 거세게 입안 가득 불을 머금었다.

-쩌억!

하지만 그 순간, 로얀의 손에 들려있던 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클라스 드래곤은 당황한 얼굴로 머금고 있던 불을 하늘로 뿜어냈다.

‘어? 어?’

[뀨잇?]

금이 간 알의 빈틈으로 주먹보다 작은 드래곤의 얼굴 튀어나왔다.

로얀은 아직 전부 깨지지 않은 알을 살포시 땅에 내려놓았다.

[크르르.....]

어미는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는 새끼에게 살며시 다가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천천히 껍질을 벗겨주었다.

[뀨이잇!]

-파지직!

로얀과 하클라스 사이에서 누가 어미인지 고민하던 새끼는 그제야 자신의 진짜 어미를 찾은 것인지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미안해.’

로얀은 둘에게 진심 어린 사과의 말을 내뱉었다.

죄를 저지른 건 자신이 아닌 아버지였다.

하지만 아버지 또한 자식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결국 자신의 탓이다.

[크르르륵?]

하클라스는 로얀의 행동에 비로소 이성을 되찾았다.

드래곤은 지능지수가 높다.

작은 소년이 그토록 찾고 있었던 알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성을 잠시 잃었을 뿐, 정신이 돌아온 하클라스는 범인이 누군지 짐작하고 있었다.

알 근처에 찍혀있었던 거대한 발자국.

이 작디작은 소년의 몸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크기였다.

[크라락!]

다만, 저 소년도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알이 사라졌던 곳에서 풍기던 냄새가 저 소년의 몸에서 미약하게 나고 있었으니까.

[삐에엑!]

‘.....어?’

하클라스 드래곤의 곁으로 희한한 녀석이 다가왔다.

붉은색 비늘을 가진 하클라스 드래곤과는 다르게, 검은색 비늘에 잔잔한 푸른색 비늘이 흐르는 왜소한 몸의 아기 드래곤.

아기 드래곤은 하클라스 드래곤을 엄마처럼 따르고 있었지만, 하클라스 드래곤은 본체만체하며 무시하고 있었다.

‘돌연변이 드래곤?’

종이 다른 두 드래곤이 결합하여 나온 드래곤을 돌연변이 드래곤이라고 한다.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알을 낳는다고 해도 버림받다보니 부화 성공률이 극도로 낮았다.

거기에 부화한다고 해도 종이 다른 두 드래곤의 힘이 섞여 있으니 그 어떤 힘도 온전히 사용하기 어려웠고, 뿐만 아니라 오래 살지도 못한다.

[삐에에엑! 삐엑!]

[크륵!]

하클라스는 귀찮다는 듯이 아기 드래곤을 꼬리로 밀어냈다.

[삐이익....]

밀쳐진 아기 드래곤이 구르고 굴러 로얀 앞으로 떨어졌다.

[크르륵!]

하클라스 드래곤은 이번에 태어난 자신의 새끼만을 입으로 가볍게 물었다.

그리고 로얀을 힐끔 바라보더니 다시 숲 안 쪽으로 들어갔다.

[삐이이이이익! 삐이익!]

로얀 앞에 떨어진 아기 드래곤은 어미를 애절하게 불렀지만, 돌아오는 건 매정한 어미의 뒷모습 뿐.

로얀은 슬피 우는 아기 드래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같이.... 갈래?’

[.....삐익.]

****

“쓰읍.....”

나는 뭔가 부족한 듯 입맛을 다셨다.

“돌연변이 드래곤 ‘하스’의 모티브가 영 좋지 않단 말이지.....”

하스의 모티브는 병아리다.

어린 시절 고모부한테 받았던 병아리를 관찰해서 드래곤으로 재탄생시킨 거였다.

“새로운 동물이 필요해.”

고모부한테 받은 병아리는 닭이 되었고, 하스도 성장할수록 닭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걸로 집필돼 있었다.

드래곤이 닭처럼 행동하는 건 영 느낌이 살지 않았다.

“동물원이나 가볼까?”

지금은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이사벨한테 가자고 해야겠다.

*****

다음 날이 밝자마자 나는 고모부 집으로 찾아갔다.

“그러니까..... 이사벨이랑 동물원에 가겠다고?”

“하지 마라고 해써!”

쪼물딱! 쪼물딱!

오랜만에 찾아간 고모부는 오늘도 애니의 볼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고 있었다.

“네. 작품에 모티브가 돼줄 동물들 좀 관찰하고 싶어서요.”

그 말에 고모부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굳이?”

“네?”

“밖에 나가면 널린 게 길고양이고, 마을을 나가면 널린 게 멧돼지고, 숲에 가면 늑대와 곰을 만날 수 있는데 굳이?”

“아니 그것들을 어떻게 관찰해요? 죽을 일 있어요?”

“요즘 뮤튜브에도 동물 관찰 영상이 많은데, 굳이 가야 해?”

“....음.”

“이사벨 요즘 공부하느라 바쁘다. 가려면 혼자 가.”

“.....동물원을 누가 혼자 가요?”

“그럼 월리하고 가던가.”

“후우.....”

월리랑 동물원을 둘이 가고 싶진 않았다. 상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니면 고양이 한 마리 키워볼래?”

“.....갑자기요?”

“응. 길고양이는 아니고 쉘터에서 데려온 품종 있는 녀석이라는데, 얼마 전에 월슨 할배 집에서 새끼를 났다고 하더라고.”

“월슨? 처음 들어보는 성인데요?”

“도널드 월슨이라고 은퇴한 노인네 말하는 거야. 너가 군대갔을 때 이사오셨어.”

“아.....”

농활생활이라고 해야 할까?

미국에서는 자신의 밭에 꽃을 심는 건 불법이 아니지만, 농작을 하는 건 불법이다.

물론 가볍게 쉬쉬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이런 시골로 이주해야 한다.

은퇴한 뒤에 평화로운 정원에 가벼운 밭을 만들어 살고 싶어하는 노인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도널드 월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한때 잘나가던 펀드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했다고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지자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이 마을로 온 것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도시에 있을 때는 많이 기르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이곳에 오자마자 마당이고 집이고 간에 전부 고양이를 위해서 공사하더라.”

“고양이 마력이 무섭다고는 들었는데 그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아무튼 많이 키우다보니 새끼들도 많이 태어났나봐. 저번에 마을 회의에서 그러더라고 혹시 고양이 키울 생각 있냐고.”

“그래서요?”

“일단 고민해보겠다고 했지. 키우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데 우리한테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하긴, 아무리 얌전한 동물이라고 해도 아기가 있으면 불안하긴 하죠.”

“보러갈래?”

“지금 일어나셨을까요?”

“노인네들은 원래 일찍 일어나서 활동하니까 가도 괜찮을 거야. 애니도 고양이 보러 갈래?”

“냐옹이? 갈래! 보고시퍼!”

“그럼 가자.”

고모부는 주섬주섬 애니의 옷을 갈아입혔다.

****

도널드의 집은 고모부의 집에서 차를 타고 5분 정도 가면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집은 분명..... 커다란 연못이 있는 곳이었지?’

펀드회사에서 돈을 상당히 벌었는지 도널드의 집 안에는 크기가 꽤 있는 연못까지 있었다.

-띵동~!

초인종을 누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편안한 복장을 입은 할아버지가 대문을 열어주었다.

“응? 빌? 아침부터 어쩐 일인가?”

“저번에 이야기하셨던 새끼 고양이, 지금 입양 받을 수 있나 해서요.”

“그야 물론일세.”

그러더니 고모부가 끌어안고 있는 애니를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이구! 이 귀여운 아가씨는 누구인가?”

“애니에여! 헤헤! 냐옹이 보고 시퍼서 와써요!”

“그럼그럼, 할머니가 맛있는 쿠키를 굽고 있으니, 쿠키 먹으면서 고양이 구경하려무나.”

“네에!”

애니하고 인사를 나누고 나서야 나를 발견한 듯 싶었다.

“자네는 누구인가?”

“조카예요. 작가인데 집에만 있기 적적하다고 고양이 한 마리 키우고 싶다고 해서요.”

“오? 그럼 내 손님이겠군. 얼른 들어오게나.”

도널드는 우리를 환영했고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널따란 거실과 거실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는 캣타워에 말문을 잃었다.

“어.....”

“하하하하! 언제 와도 끝내주는 집이네요!”

“끌끌끌끌. 그렇지? 도시에서는 이렇게 살질 못해.”

마당 뿐만 아니라 집안 구석구석 하다못해 천장까지 고양이들을 위한 스크레쳐와 캣타워로 개조되어 있었다.

-야옹~?

새로운 사람들이 다가오면 경계할 법도 했지만, 고양이들은 오히려 반갑다는 듯 우리한테 다가와 다리에 얼굴을 비볐다.

“이건.... 밥 달라는 건가요?”

“그럴 리가 있겠나? 자신의 채취를 묻혀서 자기 거라고 주장하는 걸세.”

“하하..... 마치 고양이가 주인 같네요.”

“뭐라는 건가?”

“네?”

도널드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당연히 고양이가 주인이지 않나? 우리는 고양이의 한낱 노예일 뿐일세.”

‘.....중증이다.’

당황한 나와 달리 애니는 고양이들이 신기한지 고모부 품에서 내려와 고양이들을 초롱초롱하게 바라봤다.

-야앙?

-니양?

고양이들 중에는 애니와 버금가는 크기를 가진 대형묘들도 있었다.

“냐옹이!”

-냐앙!

애니가 자신들을 좋아한다는 것을 안 건지, 고양이들은 하나 둘 다가와 애니한테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아코!”

-냐옹?

대형묘들이 애니의 몸에 체중을 싣자, 애니가 벌러덩 엉덩방아를 찧었다.

-냐앙!

고양이들은 오히려 좋다는 듯 애니의 몸에 계속해서 몸을 비볐다.

“하지마! 하지말라고 해써! 계속하면 애니 화낼꺼야!”

-냐아앙?

애니가 아무리 고양이들을 밀어내려고 해도, 한 마리를 밀어내면 또 다른 한 마리가 다가와 몸을 비볐다.

“하지마! 하지마..... 하지..... 우에에에에에에엥!”

-냥?

결국 애니는 털뭉치들 사이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고모부는 다급하게 애니를 고양이들 사이에서 구출하였다.

“하하.... 고양이들이 애니를 너무 좋아하네요.”

“꼬마아가씨한텐 성묘들의 관심이 무서웠겠구만. 꼬마아가씨? 아기 고양이들 보러 갈까요?”

“훌쩍. 네에....”

애니의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부엌에서 앞치마를 입고 계시는 할머니가 나왔다.

“어찌된 일이에요?”

“우리 꼬마 아가씨가 고양이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나봐.”

“오랜만에 뵙습니다. 베티 부인.”

“오랜만이에요. 빌 그보다 옆에 훤칠한 청년은 누구.....?”

나는 베티 부인한테 손을 내밀었다.

“조카입니다. 제임스라고 불러주세요.”

“어머. 네. 근데 저희 집엔 어쩐 일로....?”

“집이 적적해서 한 마리 입양하려고요.”

“잘 오셨어요. 요즘 고양이 수가 너무 늘어서 중성화를 고려하고 있었거든요. 여보 아침 준비할 테니 아기들 방 보여주고 오세요.”

“알겠어. 이쪽으로 오게.”

도널드는 우리를 안방으로 안내했다.

안방에는 막 사료를 순치하고 있는 아기 고양이들이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었다.

“혼자 키울 거면 터키쉬앙고라나 샴을 추천하네. 얌전하고 애교도 많지.”

“집에 부모님이 계시긴 하지만.... 일을 자주 나가셔서요. 혼자 키워도 안전한 종이 좋겠네요.”

나는 깡충깡충 걸어다니는 아기 고양이들을 일일이 확인해 보았다.

‘누가 가장 행동 반경이 클까?’

아기 고양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이내 무리들과 떨어져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저 아이는..... 왜 혼자 있어요?”

“부모가 버렸어.”

“예?”

“사정이 있네. 눈도 뜨지 못했을 때 버림받아서 우리가 직접 젖까지 먹이며 살린 녀석이야.”

나는 뭔가에 홀린 듯 혼자 있는 아기 고양이한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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