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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56화 (55/216)

56화. 유료화

리암은 예정에 없었지만 원래 루시아한테는 양장본을 줄 계획이었다.

‘앞으로 함께할 사이니까.’

함께 [사막의 제국]에 힘을 써야 하는 사이기도 하고, 나 때문에 한 권 분량을 전부 수정했는데 양장본 정도는 기꺼이 주고 싶었다.

“흐윽......”

‘.....울먹일 정도로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양장본을 품에 껴안고 감격에 겨워하는 루시아를 달래주었다.

***

고작 990권밖에 안 되는 이벤트성 양장본이 성공한 이유 중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바로 마케팅이었다.

10,000권이 인쇄되는 [드래곤 마스터]와 달리 990권만 인쇄되는 그 희소성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거기에 양장본의 재질 또한 특히 신경 쓴 것 중 하나였다.

인조가죽이 아닌 진짜 가죽으로 양장본을 만들었으며, 일러스트 부분부터 시작하여 폰트 하나까지도 신경을 썼다.

양장본을 확인해보면 파일이나 문서에서 뽑은 획일화된 글씨가 아니라 만년필에 잉크를 묻혀 일일이 글씨를 적은 것처럼 퀄리티가 상당했다.

가격은 $200로 솔직히 양장본치고는 비싼 가격이었지만, 안에 들어간 정성을 생각하면 그리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

무엇보다 천재 신인 작가라는, 에드워드가 인정한 실력에 프리미엄이 붙으며 이 990권은 더욱 얻기 힘들어졌다.

사람들이 이 양장본을 얼마나 가지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단적인 예로, [드래곤 투 내꼬야]와 [사촌 오빠는 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양장본을 사겠다고 $5,000을 부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훌쩍.... 고마워요 작가님....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회사에서 주는 보너스보다, 그 어느 금융치료보다 가치가 높은 양장본.

저 책이 한화로 580만 원에 육박한다는 건 팬들 사이에서만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제임스는 루시아의 기분을 몰랐다.

“뭐어..... 그럼 앞으로 열심히 도와주세요.”

“넵!!!”

울먹이는 루시아를 뒤로하고 나는 고개를 돌려 리암을 쳐다봤다.

“작가님, 저도 선물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선물이요?”

“같이 양장본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달릴 사이인데 작가님만 드리면 되겠습니까? 일러스트 포스터를 제작해서 집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일러스트 포스터를 말이죠! 원화 책자까지 반드시 만들어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리암도 어지간히 좋았나 보다.

일러스트 포스터를 가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나, 그래도 책 주인공들이 책자로까지 만들어진다는데 싫지는 않았다.

“아. 작가님 혹시 저녁은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십니까?”

“음..... 잠시만요.”

시간을 확인했다.

몬태나로 가는 비행기 시간은 충분히 여유 있었다.

밤늦게나 몬태나에 도착할 것 같았지만, 어차피 월리가 공항에 마중 나와준다고 하니 딱히 걱정은 없었다.

“시간이 남긴 하네요. 저녁 먹고 들어가는 게 좋겠어요.”

“그럼 이 근처에 제가 아는 맛집이 있는데 가시겠습니까?”

“맛집이요? 좋죠. 근데 음식이.....?”

“립입니다. 가면 치킨이나 스테이크도 파는데, 그 크기가 정말 엄청난 곳입니다!”

“크기..... 예. 크기. 음... 네.”

우리 동네 음식도 만만치 않게 큰데, 여기 동네 음식은 대체 얼마나 큰 거야.

“아. 루시아 사원님도 같이 가겠습니까? 제가 사겠습니다.”

“넵! 갈게요!”

계약도 했겠다, 일러스트 문제도 해결했겠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 집에 가서 [리턴 패션 디자이너]를 집필하며 휴식을 취할 생각에 기분이 묘하게 좋아졌다.

우리는 SC라스틱에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밥을 먹고 바로 공항으로 갈 생각에 캐리어를 끌고 가려니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식당은 넓었고, 무엇보다 짐을 보관해주는 서비스도 있었기에 캐리어를 맡길 수 있었다.

“저는 코울슬로에 바비큐 소스를 곁들인 립 그리고 음료는 다이어트 콜라로 부탁드립니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참 작가님. [드래곤 마스터] 영화화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영화고 뭐고 간에 일단 출판부터 해야죠.”

“만일 한다면 애니화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니면 실사화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고민해본 적 없는 문제였다.

“그건..... 모르겠네요.”

내 말에 루시아와 리암이 동시에 외쳤다.

“당연히 실사화죠! 작가님! 번개 흉터 마법사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보세요!”

“당연히 애니화죠. CG로 구현하지 못하는 자연스러움이 애니로는 가능하니까요.”

서로 다른 답변에 그 둘이 찌릿 눈을 마주쳤다.

“실사화죠! 애니로 보면 아이들의 동경심이 낮아진다고요! 무엇보다 실사화가 아카데미와 드래곤을 더욱 풍부하게 연출할 수 있다고요!”

“연출이라는 말이 나온 김에 말하겠습니다. 판타지 영화의 연출의 핵심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만드는 겁니다. 아무리 지구상에 있는 곳에서 판타지라고 해봤자 애니 장면을 못 따라갈 겁니다.”

“대신 애니는 실사화보다 현실감이 떨어질뿐더러, 호불호도 심하죠! 현실감이 떨어지니 쉽사리 투영도 안 되죠. 영화 속 주인공에 투영되어야 동심이라는 게 생겨난단 말이에요!”

“그럼 여자아이들은 실사화한 영화만 보고 공주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까? 남자아이들도 영웅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영웅을 꿈꾸듯이 애니화라고 동심이 안 생기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실사화죠! 배우들의 심혈을 기울인 연기를 볼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애니화는 배우들의 심혈을 기울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죠.”

“......”

난 둘의 티격태격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종업원이 가져다준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바베큐 소스 맛있네. 살짝 매콤했으면 더 좋았으련만.’

뭐. 서로 싸우다 말겠지.

‘그보다 실사화나 애니화라..... 굳이 그런 걸 생각해야 하나?’

나는 립을 포크와 나이프로 쓱쓱 살을 발라내며 생각했다.

‘기회만 된다면 둘 다 하면 되잖아?’

***

식사가 끝난 다음에 곧장 비행기를 타고 몬태나에 도착했다.

월리는 공부에 쩔어 피곤했는지 구시렁거리며 집으로 나를 태워다 줬고, 집에 도착한 나는 놀라움에 소리쳤다.

“벤츠!”

차고에 재규어같이 생긴 검은색 차가 떡하니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너는 오자마자 인사는 안 하고 차나 구경하고 있냐?”

“엄마는 방금 온 아들보다 팡이를 쓰다듬고 계시잖아요.”

“그럼 네 머리를 쓰다듬으랴? 아무튼 들어와서 짐이나 풀어, 며칠 동안 돌아다녔을 텐데 빨 것도 많지?”

“네.”

나는 차 보닛을 한 번 쓰다듬은 뒤 집으로 들어갔다.

거실을 보자마자 나는 한숨부터 나왔다.

“......언제 또 개조하셨어요?”

집으로 들어가니 지붕부터 시작해서 방바닥까지 고양이들을 위한 놀이터로 개조되어 있었다.

전에 있던 봉도 아예 한쪽으로 치워버린 다음 아예 전체 개조를 하신 것 같았다.

“네가 가자마자 개조했다. 월슨네 할아버지가 어떤 식으로 개조하면 좋을지 조언해주더라.”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그나저나 팡이는 왜 이렇게 살이 쪘어요?”

“털 찐 거야. 슬슬 털갈이라 그런가 아직 어린데 털이 빠지던데.”

확실히 살은 여전했지만, 털은 더욱 복실해진 것 같았다.

고양이들은 봄하고 가을에 털갈이를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슬슬 가을로 접어들기 시작하니 털갈이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 해도.

“너 다이어트 좀 해야겠다.”

-야앙?

아무리 털 찐 거라곤 하지만 애가 너무 뚱냥이었다.

고양이들은 어릴 적에 인간들이 먹는 음식에 눈독 들인다고 듣긴 했지만, 우리 팡이는 다른 고양이들보다 더 심한 것 같았다.

“팡이야 간식 줄까?”

-이야아아앙~?

간식 준다는 말에 목소리가 가늘어지며 엄마의 품에 머리를 비볐다.

“어머. 그러고 보니 간식 시간이 지났구나? 엄마가 얼른 줄게, 기다려봐.”

-냐아앙~!

“살 빼야 한다니까요?”

“그래서 요즘 저염식에 닭가슴살만 주고 있어. 일단 들어와라. 밥은 먹었니?”

“네. 먹고 왔어요. 저 좀 올라가서 쉴게요.”

“그래.”

2층으로 올라온 나는 목욕부터 했다.

목욕을 끝내고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컴퓨터 전원을 켰다.

“반응이 어떠려나.....?”

인터넷 소설 사이트에는 예약 기능이 있어 오후 6시에 맞춰 오늘까지 소설이 올라오도록 설정해놨다.

집에 오자마자 글을 확인할 요량으로 서둘러 사이트를 열었다.

“이야...... 댓글 봐.”

댓글 개수가 1,000이 넘을 정도였다.

물론 악플도 있을 게 뻔했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하진 않았다.

“이거 슬슬 유료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서서히 조회 수가 정체되기 시작했다.

아마 무료로 더 연재한다고 해도 이 이상 조회 수가 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본 건 아닐 테지만, 더 이상 유입될 사람도 없다는 뜻이었다.

‘유료화라......’

빌 에이든 미디어에서 현재 웹소설에 관한 부서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매니저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미국의 웹소설 시장은 작아도 너무 작아.’

지금 있는 샐러쉬에서 유료화를 시작한다고 해도 생각보다 많은 액수를 벌어들이진 못할 것이다.

내 팬덤들이 현재 이곳에 몰려들었으니 수익이 적진 않겠지만, 그래도 묘한 아쉬움이 있었다.

‘돈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려면 역시 책으로 출판하는 게 답인가.’

인터넷 소설로 영화화된 작품이 많긴 하지만, 그들 역시 책으로 출판하여 전 세계에 출판했다.

종이책이 아무래도 가장 읽기 편한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걸 어떻게 할까나.....”

나는 출간 방식을 고민하며 컴퓨터 전원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

유리창 너머로 반짝이는 햇빛을 만끽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후아암~”

어제 비교적 이른 시간에 잤기 때문인지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렇게 상쾌한 건 오랜만이네.’

나는 화장실에서 대충 세면을 한 다음 1층으로 내려갔다.

“......넌 또 왜 왔냐?”

“우웁!”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있던 캐서린은 2층에서 내려온 나를 보며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다 먹고 말해.”

“꿀꺽.”

입안 가득 넣었던 빵을 삼키기 위해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켠 캐서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앞으로 다가왔다.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거야. 저 별종....’

별시답잖은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캐서런의 용건은 내 예상을 빗나갔다.

“나! 나! 드디어 유료화했어!”

“뭐? 유료화?”

“응!”

곧 유료화를 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만...

내가 떠난 사이에 바로 진행할 줄은 몰랐기에 조금 뜻밖이었다.

‘저 세상 물정 모르는 애가 어디랑 계약했을까.’

“그럼 계약도 했겠네. 어디랑 진행했어?”

“히히... 우리 한솥밥 먹게 됐어! 빌 에이든 미디어랑 계약했거든!”

“......뭐?”

빌 에이든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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