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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57화 (56/216)

57화. 유료화 (2)

중소 엔터테인먼트가 살아남기 위해선 소속된 가수를 한 명이라도 성공시켜야 한다.

가수가 성공하면, 그 가수를 보고 소속 엔터테인먼트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출판업계도 비슷하다.

유명 작가 혹은 동경하는 작가가 소속되어 있는 출판사에 신인 작가들이 모이는 건 당연하다.

그 출판사에 문제 될 만한 게 없고 거기에 자신의 작품을 원하고 있다면, 작가들은 조금이라도 유명한, 조금이라도 안전한 출판사를 고르는 게 당연한 일이다.

캐서린도 마찬가지였다.

존경해 마지않는 드래곤 원의 첫 작품 [사막의 전갈]을 담당했고, 무엇보다 마을에서 가장 똑똑했던 언니인 메디슨이 직접 선택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락 오자마자 바로 메일로 계약했어!”

“.....메일?”

“응!”

“보통 첫 계약이면 직접 대면해서 궁금한 것들 물어보지 않아?”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더라고. 계약 조항에 전부 자세히 나와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메디슨 언니가 고른 곳이잖아?”

“그래서 바로 계약한 거야?”

“응! 딱히 거부할 이유도 없더라고. 제안도 좋았고.”

“제안?”

“1권 분량을 바로 책으로 출판하자고 했어.”

“지금까지 몇 화 정도 적었는데?”

“30화. 1권 분량이야.”

“1권 치고는 적지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쪽에서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야. 한 스토리가 완결 나면 1권으로 끝내는 게 좋대..... 책 분량은 아마 내 생각보다 더 적을 것 같아.”

“하긴, 틀린 말은 아니네.”

나는 시리얼을 먹으며 캐서린이 하는 말을 곰곰이 듣고 있었다.

‘1부라고 해야 하나?’

캐서린은 1부를 적어 놓았지만 아무래도 1권 분량은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글자 수가 모자란 게 아니라, 내용적 측면에서 부족함을 느낀 것이다.

‘아쉽긴 하겠지.’

처음으로 출판하는 책이니 완벽한 상태로 출판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처음이기에 내용 조절이 불완전했을 것이다.

저번에 캐서린이 방에서 나오지 않고 글만 썼을 때, 하루에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쓰라고 했던 이유도 이것에 있었다.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스토리가 쓰이지 않고 무의미한 내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어차피 책으로 나가면 그쪽에서 알아서 수정을 한 번 거칠 거야.”

“응. 그렇게 말하더라고. 필요하지 않은 내용이거나, 무리수가 있는 내용, 오타 등등을 서장부터 전부 수정해준다고 하더라고. 교본을 확인한 후에 완본을 만든다고 했던가?”

“그때부터 바빠진다.”

“알고 있어. 근데, 나 작가로서 첫걸음을 떼게 됐는데... 뭐 축하선물 같은 건 없어 ‘오빠’?”

나는 식빵에 딸기잼을 바르며 말했다.

“선인세 받았지? 그걸로 밥이나 사.”

“.....내가?”

“네 책 품평부터 시작해서, 글 쓰는 데 필요한 정보하고, 거기에 쉽게 할 수 없는 경험......”

“뭐 먹고 싶어?”

“소고기.”

“.....사줄게.”

캐서린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

[장미 길들이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던 캐서린은 다시 제목을 바꿀 계획이라고 했다.

“제목을 바꾼다고?”

“응. 바꾸는 게 좋다던데? [장미 길들이기] 이름만 보면 너무 야하고 저질스러운 책으로 오해할 거래.”

“......”

야설 아니었어?

처음 적었던 [장미 가꾸기]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인 에라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조금씩 길들이는 야설 같은 로맨스 소설이었다.

내가 조언을 해주고 나서는 제목을 [장미 길들이기]로 바꾸고, 남자 주인공 로얀은 아무것도 하지만 여자 주인공 에라가 그의 행동에 반해 서서히 스스로 길들여지는 그런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바꿀 만하네.”

“그래서 생각해 보고 있으라고 하더라고.”

“그러고 보니까......”

“응. 뭔데? 제목이 떠올랐어?”

“아니 그보다. 너 [장미 가꾸기]에서 남자 주인공 이름이 로얀이었던 것 같은데..... 그거 바꿨냐?”

“아니, 그대로 가져갔는데?”

“......망할.”

“왜?”

“[드래곤 마스터] 주인공 이름도 로얀이었던 게 떠올라서..... 하아.”

“별로 상관없지 않아?”

“갭 차이가 난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좀 그러네.”

순수하고 드래곤을 사랑하는 소년과 야설 같은 분위기에 주인공 로얀.

로얀이라는 이름이 작품에서는 흔하지 않은 편이라 괜히 걱정스러웠다.

“그보다 제목이나 생각해봐!”

“제목이라...... 뭐. 나는 [장미 길들이기]도 괜찮았는데? 정 뭣하면 [장미를 길들이는 법]이나 [꽃은 서서히 길들여진다.]라든가 그런 제목으로 지어봐.”

“......우와. 진짜 제목 못 짓는다.”

“그러는 넌?”

“나도 그렇지. 히히.”

“정 못 정하겠으면 이사벨한테.....아니다.”

이사벨 나이가 몇 살인데 이 녀석이 쓴 책을 보여주겠는가?

무엇보다 이사벨 때문에 내가 드래곤 원이 된 걸 보니 작명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 그냥 출판사에 맡겨. 원래 [사막의 전갈]도 진짜 이름은 [사막의 전쟁]이었으니까.”

“응? 진짜?”

“어. 몰랐어? 이사벨이 말 안 해줬어?”

“그걸 나한테 왜 말해? 그나저나 [사막의 전갈]은 출판사가 지어준 거야? 솔직히 그것도 좀 별론데.....”

“이사벨이 지은 거래.”

“사촌이라 그런가 둘 다 똑같네.”

처음에는 빌 에이든 미디어에 변경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사벨의 의견이었단다.

“정 안 되면 출판사에 맡겨봐야지. 그나저나 [리턴 패션 디자이너]는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연중은 안 할 거지?”

“이사벨한테 들었냐?”

“응. 훌쩍이면서 말하더라. 벤자민이 오빠의 손에서 태어난 게 불쌍하다고.”

“살아보면 벤자민보다 불쌍한 사람들도 많아. 그래도 벤자민은 과거로 돌아가는 기회를 얻었으니까 행운인 걸 수도 있지....”

“그럼 우리같이 연재를 기다리는 불쌍한 독자들을 위해 연참이라도 해주시지?”

“크흠!”

아무리 그래도 연참은 좀.

“그나저나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해?”

“응. 안 해. [리턴 패션 디자이너]는 이미 써놓은 분량이 있어서 당분간 쉴 거야.”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쉴 거다. 진짜 아무것도 안 할 거다.

그렇게 다짐했다.

“근데 오빠.”

“왜?”

“또 SNS 잠수탔더라?”

“.....굳이 해야겠냐?”

“팬들이 전부 오빠 죽은 줄 알고 있던데?”

“하긴, 올릴 것도 있고 부탁도 받았으니까 오늘은 해야겠다.”

“부탁?”

“응. 어제 하도 피곤해서 깜빡하고 있었네.”

나는 방에 올라가 책 하나를 가지고 내려왔다.

“자, 잠깐만! 그건.....!”

“[드래곤 마스터]”

어제 헤리한테 받았던 책으로, 일주일 뒤에 출판될 예정이니 SNS 홍보를 부탁받았다.

“......!”

“어디 보자..... 팡이야.”

-냐아아아아아아!

내 부름에 어디선가 놀고 있던 팡이가 뒤뚱뒤뚱 뛰어왔다.

“.....저거 고양이야? 잘 먹은 하얀 쥐 한 마리가 달려오는 줄 알았어.”

“다이어트 중이야. 그리고 고양이한테 쥐가 뭐냐? 애 들으면 상처받겠다.”

나는 팡이를 안아 올려 책 옆에 앉혔다.

-찰칵!

-냐앙?

갑작스러운 소리에 팡이가 주춤거렸지만, 그런 팡이를 캐서린이 포근하게 안아주며 진정시켰다.

하지만 캐서린의 시선은 팡이가 아닌 책에 꽂혀 있었다.

“나 이거 봐도 돼?”

“소고기에 디저트까지 사면.”

“아싸!”

캐서린은 팡이를 안고 있는 상태로 환호성을 질렀다.

“슬슬 밥 먹으러 가자.”

“응! 많이 먹어! 내가 다 사줄게!”

“그 말 꼭 지켜라.”

나는 이번에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

『제임스 권(Dragon one)

【사진】

[드래곤 마스터]입니다.

6일 뒤 GOGOGO!

이번에는 120만 부를 인쇄할 예정이라 품절 대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여전히 성의 없는 SNS였지만 알람을 타고 들어온 독자들은 곧바로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예에에에에에에!

-드디어 나온다! [드래곤 마스터]!

-리암이 SNS에 도감 제작을 시작했다는데..... 다행히 [블랙 & 월드]하고 다르게 일만 부 인쇄라지? 이번엔 가망이 있겠어!

ㄴ근데 양장본 일만 부가 많은 건가?

ㄴ적은 거지..... 십만 부도 적은데......

-이번 소설 읽어본 SC라스틱 관계자가 세 번 정도 보라고 하던데, 진짜인가?

ㄴ그건 또 어디서 들었어?

ㄴ[나인 드래곤]에 들어가면 있어. [드래곤 원 내 보스]라는 분이 [드래곤 마스터]를 수정했다고 하시더라고.

ㄴSC라스틱 관계자인가...... 키야. [나인 드래곤]에 별 인간 다 있네.

-아. 근데 사인회는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알아?

ㄴ500만 부는 충분히 가능할 듯. 방금 빌 에이든 미디어에 들어가 봤는데 오늘로써 100만 부 돌파했다고 하더라.

ㄴ이 인기를 그대로 가져가면 다음 달 즈음에는 500만 부 찍겠네.

-작가님 실물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ㄴ리안 SNS로 가니까 예의 바르다고 하셨어.

ㄴlkkkkk 멋있다는 말은 없고 예의 바르다고??

ㄴ드래곤 원 작가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려 해...

-그나저나 리암이 SNS로 애니화 파이팅이라고 적혀있던데?

ㄴ헐 [드래곤 마스터]는 애니화 되는 거야?

ㄴ아 이거 [드래곤 원 내 보스]님은 카페에 ‘실사화만이 답이다!’라고 장문의 글을 적으셨던데?

ㄴ무슨 내용인지 알아야 어느 손을 들어줄지 정하지.

ㄴ앞으로 6일인가.... 후우. 이번에는 새벽에 나가 있지 않아도 되겠다.

-아니 Fuxk! 어떤 녀석이 책을 한 번에 10권이나 사가는 거야? 나는 아직까지도 사지 못했다고!

ㄴFuxk 맞아, 그것 때문에 [블랙 & 월드]는 진짜 코빼기도 안 보이더라.

ㄴ나도.....

SNS상에는 설전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캐서린과 나 그리고 월리는 식당에서 BBQ 브리스킷을 먹고 있었다.

자주 오는 곳으로 가격은 조금 나가지만 맛이 좋았고, 무엇보다 사이드 메뉴는 저렴하고 맛있는 곳이었다.

‘월리까지 데려올 줄은 몰랐네.’

그래도 월리가 지금까지 도와준 걸 아는지 월리도 빼놓지 않고 데려왔다.

“그나저나 이제 뭐 할 거냐?”

“난 집 가서 책 읽을 건데?”

“너 말고.”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할 생각이야.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사막의 전갈] 영화화는 이제 진행 중이며 제작 예상 기간을 내년 1월로 보고 있다고 했다.

[블랙 & 월드] 영화 제의는 월드 미션 컴퍼니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메디슨 누나한테 말했기에 결정이 될 때까지는 신경 쓸 게 없었다.

[드래곤 마스터]는 6일 뒤에 서점 판매를 시작할 테고, 유통 후 일주일 뒤에 양장본 출판까지 시작하는데 그때 사인회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보자고 헤리가 말했다.

[사막의 제국]은 계약은 했지만, 출판 일정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리턴 패션 디자이너]는 이미 상당한 양의 글을 써놨기에 한동안은 마음 놓고 쉴 수 있었다.

즉, 앞으로 며칠간은 늘어져야겠다.

“그럼 오랜만에 낚시나 하러 갈래?”

“좋지.”

생각을 비우고 휴식을 취하는데 낚시만큼 좋은 게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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